그 녀석의 집에서 산다는건3

“김찬호”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다. 내 이름은 “한지우” 인데 김찬호는 누구일까. 그래도 1년간 함께 했는데… 대화도 몇 번 나눈 사이인데 이렇게 완벽하게 이름을 틀릴 수 있을까.

그만큼 별 거 없는 사이였다는거겠지. 눈물이 차올랐다. 정말 추하게도…

“찬호야 어디 아파? 괜찮아?”

“… 아니 안아파”

그래 안아프다. 마음만 아프지. 내 이름도 모르는 애가 뭐가 그렇게 걱정되는지 한참이나 내 상태를 확인했다. 세상 떠나가라 울고있으니 어디 아픈 줄 알고 간호사를 불러왔다. 바보 너 때문에 아픈건데


짝남의 남동생의 몸으로 들어온지 일주일이 지났다.

내가 들어온 이후부터 몸이 급속도로 건강해져 퇴원 가능한 수준까지 됐다. 의사의 말로는 정말 기적이라고 했다. 죽을 고비였던 애가 하루 아침에 씻은 듯이 다 나았으니 놀랄만 했다.

하지만 나에겐 아주 큰 문제가 있다. 이 몸이 원래 내 몸이 아니라는 문제가… 병은 빨리 나았지만 지금 내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하루 아침에 모르는 남자애 몸에 들어와 버렸으니 처음에 실수를 정말 많이 했다. 여자 화장실에 들어갈뻔 한다던가 원래 습관대로 행동 한다던가 “찬호” 의 어머니한테 아줌마라고 한다던가 같은 실수들을…

그래도 다행이라고 해야할까 원래 이 몸 주인이 병실에 오래 누워있다가 일어나서 그런지 가벼운 실수 정도는 다들 너그럽게 넘겨주었다.

“찬호야. 짐 다 쌌어?”

“… 아, 응 거의 다”

이 몸에 들어온지 일주일이나 지났지만 아직까지도 찬호라는 이름이 익숙하지가 않아서 “찬호” 라고 부를때면 가끔 나를 부른건지도 몰라 뒤늦게 반응하게 된다.

“기쁘지 않아? 상태가 호전 될때마다 창문을 바라보면서 나가고 싶어했잖아. 병원 근처가 아닌 멀리 있는 곳으로, 이제는 다 나았으니 네가 가고 싶은 곳으로 마음껏 갈 수 있겠다.”

“응… 기쁘다. 오랜만에 집에 가는거니까.”

“나” 보다는 김찬혁이 더 즐거워 보였다. 진짜 김찬호 였다면 정말 기뻐하지 않았을까? 자기가 가고 싶은 곳에 맘대로 가고 자유로워 졌을텐데 원래의 “김찬호” 는 어디로 갔을까?

“이제 나갈까?”

“응”

“짐 이리 줘. 내가 들게”

“괜찮아 이정도는 들 수 있어”

“가벼운걸로 들어 아직 몸이 성치 않으니까”

오랫동안 누워있던거 치곤 짐이 소박했다. 그래서 둘이서 충분히 들 수 있어서 김찬혁의 부모는 1층에서 기다린다고 했다.

짐을 챙기고 1층으로 내려가니 김찬혁 부모인 사람들이 있었다.

깨어나고 난 뒤 하루에 5시간 이상은 본 얼굴들이라 이제는 어색하지 않았다. 가볍게 김찬호의 부모이신 분들께 인사를 드렸다.

“찬호야 몸은 괜찮니? 어디 또 아프진 않고?”

“괜찮아요.”

여러 짐들을 트렁크에 싣고 널찍한 차에 탔다. 처음 타보는 좋은 차에 이곳 저곳을 바라보며 의자 시트를 매만졌다. 정말 좋은 차구나… 학교에서 잘 산다는 소문이 돌던데 사실이었구나. 그래서 김찬호를 좋은 병실을 혼자 사용할 수 있도록 한거겠지.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다 길거리를 지나가고 있는 학생들을 보니 문득 생각이 났다. 아, 학교 어떡하지

김찬혁의 남동생이라면 아직 어리니 학교에 가야하는 나이다. 그러면 남자 몸으로 학교에 가야하는 것인데, 아는 사람도 없는 곳에서 내가 버틸 수 있을까.

건강이 계속 안좋았다면 건강 핑계로 안갔을텐데 다 회복해버렸으니 분명 학교에 보낼 것이다.

“… 형, 나… 그 학교 언제가?”

“며칠 더 쉬다가 네 몸 상태가 정말로 괜찮아 보이면 그때 학교에 보내겠다고 했어.”

다행히 바로 안가는구나. 다행이다…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이 있겠어. 그런데 어디 학교로 가는거지?

“형 나 음… 어디 학교로 가?”

듣고 있던 김찬혁의 어머니가 입을 열었다.

“성신남고”

잠깐, 내가 잘못 들은거겠지? 남고라니…? 난… 여자인데?

“남고요…?”

“성신남고가 집이랑 가장 가깝잖니 그래서 네가 아플때마다 곧장 집에 올 수 있도록 가까운 곳으로 했단다. 괜찮니?”

“… 네 좋아요.”

아니요. 싫어요. 그런데 내가 말할 수 있을까. 난 진짜 아들도 아닌데, 아들 생각해서 가까운 거리에 있는 학교에 다니게 해주는 어머니의 말씀을 거부할 수 없다.

그래서 난 어쩔 수 없이 남고에 다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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