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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를 다시 만날 그 날까지

테스라 키르헤 (코로나 1.5기 엔딩 로그)

테이트. 네가 떠난 후로 나에게 남겨진 것은 [ 고독 ] 뿐이었다.

soundless voice - vocal バルシェ / music ひとしずく×やま△

“가슴속에 하나쯤은 가지고 있을 후회, 한탄, 그리움.”

후회하지 않았던 적이 있었을까. 네 부재에 한탄하지 않았던 적이 있었을까.

너를 그리워하지 않은 적이, 단 한 순간이라도 있었을까.

나와 꼭 닮은 사람. 미소가 그 누구보다도 빛나던 사람. 세상에서 누구보다도 소중했던, 내 쌍둥이 동생, 테이트. 그 날 너는 무슨 생각을 하며 반짝이는 물속으로 사라졌을까.

사랑이라는 거짓된 가면하에 그 사람이 너에게 접근했을 때 무언가라도 했어야 했다. 계속 찾아오던 그를 막았어야 했다. 네게 조언을 하는 것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그 날, 그 사람을 거절하러 나가던 날, 너와 함께 갔었어야 했다. 그랬다면 너는 아직 내 곁에 있었을까.

지금 후회해보았자 변하는 건 아무것도 없지만, 그런 생각이 고통스레 떠오르는 것을 막을 수 없더라.

아무것도 못 해준 나를 원망하진 않았니. 네가 나를 가장 필요로 해준 순간, 그 자리에 없었던 나를 원망하진 않았니.

나에게 남겨진 너의 흔적은 네가 즐겨하던 귀걸이 한 짝. 그리고 너를 죽음으로 내몬 그 사람의 펜던트뿐.

초록색이 영롱하게 빛나는 값비싼 펜던트가 그리 밉더라. 보고 있자면 그 사람이 떠오르고, 너의 비참하고 차갑던 죽음이 떠올라, 울고 싶었다. 그렇지만 차마 버릴 수는 없었다. 그 사람을 찾을 수 있는 유일한 단서였기에. 네 죽음에 대한 진실을 밝힐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기에.

S.L.

그의 이름일까. 아니면 다른 뜻이 숨겨져 있을까. 내가 할 수 있는 건 계속 묻고, 찾는 것뿐이었지만 포기할 생각은 일말도 없었다.

겨울의 섬. 사막의 섬. 발이 닿는 곳은 그 어디든 밟으며 묻는 단 하나의 질문.

“혹시 이 펜던트에 대해 아는 게 있나요?”

2년 전 있었던, 라베 누나의 과거를 알기 위해 찾아온 이곳에서 너를 다시 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테스라!’

1년이 넘도록 듣지 못했지만 단 한 번도 잊은 적 없는, 익숙하고도 친근한 목소리.

‘어서 뭐해! 라베 언니 손 떨어지겠다~’

그 지하실에서 로브 만들기를 재촉하는 네 목소리는 그때와 변함이 없더라. 네가 여기 있을 리 없다고 중얼거리면서도, 그저 환영일 뿐임을 머릿속으로 상기시키고 있으면서도, 젖어드는 내 눈은 미련스럽게도 너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네 옆에서 한치 어둠 없는 웃음을 짓고 있던 라베 누나도 보고 있자니, 마치 2년 전으로 돌아온 것만 같아서, 기쁘면서 그리 서글플 수가 없었다.

‘그 사람을. 그리고… 진실을… ….’

차가운 네 손이 닿았을 때 내 심장도 얼어붙어 저 바닥까지 떨어지는 줄 알았다. 미안하다는 말밖에 할 수 없었다. 내가 무슨 염치로 너에게 용서를 구할 수 있을까. 용서하지 마, 테이트. 못난 나를 용서하지 마.

‘자, 이건 우리의 선물이야. 먼 길을 떠나는 네게 주는 선물!’

로브를 건네며 환하게 웃더라. 옷 디자인을 하는 것을 좋아하던 네 안목 역시 녹슬지 않았었다. 테이트, 난 역시 너 없이는 못 하겠어. 지금도 바늘을 잡아, 수를 놓는 게 고작인걸. 옷 만드는 건, 같이 하기로 했잖아?

나 혼자서는 못하겠어. 같이 옷가게를 내자고 한 약속, 너도 잊지 않았겠지? 태어날 때부터 우린 항상 함께였는데, 너 없이 살아가려니 너무 외롭고 슬퍼 하루하루가 회색이더라.

‘까마귀 깃털이 있는 로브라… 흠, 이걸 가지고 나간다면 너는 분명 ‘그 아이’와 숨겨진 진실을 찾을 수 있을거야. 네가 가지고 있는 녹색 펜던트와 관련된 진실 말이야.’

‘하지만, 그만큼 대가를 치러야겠지? 네 귀걸이를 내게 줄래?’

황금저울에 너의 환영이 준 로브를 올려놓고 대가를 들었을 때, 무어라 답해야 할지 몰라 한참을 서 있었다.

네 귀걸이. 저 펜던트의 주인에 대한 정보. 저울에 놓인, 내 두 미련.

너와의 추억이냐. 너와의 약속이냐.

이곳은 무얼 하는 곳이길래 나에게도 이리 잔인한 요구를 하고, 잔인한 결정을 내리라고 하는 것일까.

‘확실해. 어떤 형태로든 네게 접점이 닿을꺼야.’

테이트, 난 네 귀걸이를 이곳에 두고 가지만, 우리의 소중한 추억은 잊지 않으리라, 그리 약속할 수 있어.

과거에 매여 있어 앞으로 나아가지도 못하고 제자리에 서 있으면 안 되니까, 내가 너에게 그래서는 안 되니까.

이런 선택을 한 나를 이해해줄 수 있을까. 너라면 괜찮다고, 그리 말해줄까.

네 귀걸이를 놓는 순간까지, 그리고 놓아버린 지금 이 순간에도, 미련이 남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이겠지. 네가 나에게 남긴 유일한 흔적을 어찌 그리 쉽게 떠내 보낼 수 있었을까. 그 누구보다도 소중한 내 반쪽, 내 쌍둥이였는데.

9월 17일. 너 없이 맞는 우리의 생일이 공허하고 기쁘지가 않다.

나는 한 살 더 나이를 먹지만, 너는 그 날 그대로의 모습이겠지. 너를 다시 만나게 되었을 때 넌 나를 알아볼 수 있을까?

나를 향해, 웃어줄까.

.

.

.

그래도, 너를 다시 한번 볼 수 있어서.

비록 이 말을 전하는 상대가 진짜 네가 아닐지라도, 그저 환영일지라도. 이번에는 제대로 안녕을 고할게.

고마워, 테이트.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

…부디 그곳에서는, 행복하길 바래.

우리가 [ 재회 ] 할 때까지. 너를 위해, 너를 기억하며 살아갈게.

9월 17일.

탄생화 에리카. 고독.

탄생석 다이옵테이스. 재회.


Written 17-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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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로그의 그림은 솦(@dumbas123)님의 커미션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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