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술사의 무대

여우비의 온도

카이멜 시레노바 x 리비에르 시라 AU (5주년 로그)

처마 끝에 빗방울이 맺힌다.

똑, 똑. 홀로 떨어지는 물방울을 응시하다 마루 밑으로 내려선다. 새파란 하늘, 목화솜처럼 부드러운 구름에서 옅은 비가 내린다.

궂지 않은 날씨에도 여우비는 오기에, 이 외딴 기와집까지 실수로라도 찾아오는 사람은 없다. 깊지 않은 산속이어도 발아래 진흙은 미끄럽기 마련이어서, 자칫 발목이라도 삐면 돌아갈 수 없게 되니까.

그러니 너는 누구이길래 겁도 없이 이곳까지 발을 들였을까.

소녀의 머리는 제가 이따금 피우는 모닥불처럼 새빨간 색이라, 곱게 땋아 내렸음에도 불타오르는 화염을 떠올리게 했다. 머리를 푹 숙이고 땅을 보며 고사리 같은 손에 치마를 쥐고 조심히 종종걸음친다. 저는 높은 나무 위에 앉아 그 모습을 지켜보며 픽 웃음 짓는다.

어찌 저리 연약해 보일 수 있을까.

따분한 여우의 짓궂은 심술이었다. 바람 닮은 속삭임에 다람쥐 하나가 소녀의 발 위를 후다닥 달음박질친다. 소녀가 놀라 엉덩방아를 찧는다. 그제야 소녀의 얼굴이 환하게 눈에 들어온다.

저 태양 같은 진한 노란색의 눈동자에 한참 시선을 뺏겼다는 건 소녀가 툭툭 치마를 털고 일어나서야 깨닫는다. 다시 땅을 향해 고개를 숙인 모습이 아쉬움을 자아낸다. 소녀의 혼잣말이 제가 있는 곳까지 선명하게 흘러온다.

“너무 늦게 돌아가면 걱정하실 텐데, 나가는 길은 어디 있을까.”

길을 잃은 어린 소녀는 울지 않는다.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든 소녀의 얼굴은 단단하다.

참으로 인간답지 않은 소녀네, 한 번만 도움을 줘볼까.

그러니 이것은 여우의 흔한 변덕이다. 더 깊숙이 들어와 제 거처를 들키기라도 하면 성가신 일이 생길 수도 있으니까. 손끝으로 입술을 매만지다 작은 여우로 분해 나무 뒤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소녀가 눈을 깜빡인다. 그에 화답하듯 풍성한 꼬리를 흔들고 폴짝 앞으로 뛰어간다. 뒤돌아보자 소녀는 그대로 서 있다.

더 노골적으로 다가가야 하나.

네 발로 가볍게 뛰어 소녀 주변을 한 바퀴 돈다. 소녀의 눈길이 제게 따라붙는 걸 느낀다. 그래, 나를 따라오렴. 이번엔 소녀가 치마를 쥐고 제가 앞서가는 길로 따라붙는다. 가끔 소녀가 숨을 고를 수 있게 멈추어 소녀의 곁을 지키다, 산에서 내려간다.

어느덧 주변이 환해진다. 비가 갠다. 울창한 숲의 나무가 드문드문 적어진다. 소녀의 표정이 밝아지는 걸 보아하니 여기까지 안내하면 될듯싶었다. 저는 산길을 떠나는 걸 탐탁히 여기지 않았다.

꼬리로 땅바닥을 쓸며 숲속으로 몸을 숨긴다. 소녀는 제 부재를 뒤늦게 눈치채고 두리번거리지만, 인간의 어두운 시력에 제가 잡힐 리 없었다. 이내 포기했는지 소녀는 떠나온 방향으로 고개를 꾸벅 숙인다.

“감사합니다, 여우님. 안녕히 계세요.”

풋풋한 인사에 하마터면 웃음이 터질뻔했다. 제 본모습으로 돌아와 피어오른 미소를 두루마기 소매 뒤로 감춘다. 돌아온 여덟 개의 꼬리가 산들바람에 살랑인다.

안녕히, 내 찰나를 즐겁게 해준 여우비 소녀야. 네 짧은 생에 또 만날 날이 온다면, 그때는 네 이름이라도 물어볼까.

연못에 윤슬이 헤엄친다.

드물게 햇살이 높디높은 나무 사이를 뚫고 툇마루를 비춰, 초여름을 만끽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그 훈훈함에 잠겨 선잠이 들었을까.

잔잔하던 물결에 순간 파동이 인다. 느리게 눈을 뜨고 마지못해 늘어진 몸을 일으킨다. 기운이 약해 여태 눈치채지 못했지만, 초대받지 않은 손님이 찾아온 듯싶었다. 제 영역을 침범하는 자는 쫓아내야 마땅했으나, 실랑이하기엔 날씨도 화창했고 몸도 나른했다.

어쩌겠나, 잠시 손님 대접하고 돌려보내야지.

산을 오르느라 흐트러진 하얀색 저고리와 진홍색 치마를 가다듬고, 훌쩍 자란 소녀는 머리를 깊게 숙여 예를 표한다. 기와집을 발견하고 반가운 얼굴로 다가온 소녀는 저를 보자 당황을 금치 못했으나, 빠르게 되찾은 저 침착함은 높이 사줄 만했다. 여전히 곱게 땋은 붉은 머리카락은 허리를 지나도록 길어져 있었다.

오랜만이구나, 여우비 소녀야. 인간의 시간은 빠르기도 하지. 그새 몇 년이 지났다고 이리 키가 컸을까.

제 허리춤에도 못 오던 길 잃은 작은 소녀의 정수리가 이제 제 가슴팍에 오겠거니 어림짐작한다. 너그러운 반가움이 불청객을 대하는 불만을 덮어버린다.

“이곳은 인간이 찾을만한 곳이 아닐진대, 무슨 연고로 깊은 산속까지 들어왔을까.”

하지만 가벼운 나무람은 거두지 않는다. 소녀를 위해서도, 저를 위해서도, 이 산에 머무는 많은 생명을 위해서도. 출입에 경고를 두는 것이 현명하다. 소녀는 어깨를 움찔거리지만, 당당히 고개를 들어 저를 본다.

“신령님의 평화를 침해하였다면 죄송합니다. 지친 손님을 위한 잠시의 양해를 구할 수 없을는지요? 오래 머무르진 않겠습니다.”

저 황금 같은 눈동자가 마치 오늘의 태양 같다. 아마 제 마음을 녹인 것은 그 색에 담긴 열기였을 터다.

“그럼 마루에 앉아 목이나 축이고 가거라.”

도자기 잔에 맑고 시원한 물을 담아 소녀에게 건넨다. 소녀가 두 손으로 잔을 받아 물을 마신다. 빤히 소녀를 응시하는 시선이 신경 쓰였는지, 잔 너머로 노란 눈동자가 저를 마주 본다.

“신령님은 이 산의 주인이신가요?”

“산에 주인이란 없단다. 나는 그저 산을 고향으로 삼은 하나의 여우 영물일 뿐이지.”

제 여덟 개의 꼬리에 소녀의 눈길이 닿는다. 팔미 영물의 힘을 가볍게 여겨서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었을 터다. 그러나 소녀는 꼬리에 관해 묻지 않는다.

“산이 아니라면, 저 바다에서 오셨으려나 생각했어요.”

“나는 이 산에서 태어나 한 번도 떠난 적이 없는데, 왜 그리 생각했을까.”

“신령님이 바다의 색을 지니셨으니까요.”

머리카락은 하늘과 깊이가 다른 푸른색을 띠고, 눈의 시린 색은 바다의 윤슬을 닮았습니다. 또박또박 말하는 소녀를 향해 가볍게 웃음 짓고, 머리 위로 솟은 두 귀를 슬쩍 접는다. 기분이 썩 나쁘진 않았다.

“바다를 몹시도 좋아하는구나.”

“아주 어렸을 적, 딱 한 번 바다에 가보았습니다. 참으로 강렬한 잊지 못할 기억이었지요.”

내 여우비 소녀가 기나긴 시간 속에서도 흐려지지 않은 추억이었던 것처럼? 말없이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마루에서 내려서 소녀에게 손을 내민다. 소녀는 잠시 저를 바라보다 잔을 내려놓고 손을 잡고 일어선다.

손안에 남는 온도가 따스하다.

“우리 작은 손님의 이름은 무엇이니?”

“…화영입니다.”

“그래, 화영. 그러면 잘 가거라.”

기억은 기억으로, 추억은 추억으로 남기고 돌아갈 시간이란다, 여우비 소녀야. 산은 인간이 오래 머무를만한 곳이 아니니까. 발걸음 조심히, 돌아보지 말렴. 본디 닿을 수 없는 시간에 미련을 두면, 참을 수 없이 슬퍼지기 마련이란다.

하늘에 열구름이 갠다.

날씨가 화창하면 곧잘 방문하는 단골이 있다. 태양이 뜨면 금빛 햇살을 머금은 소녀가 찾아온다. 아니, 이제 소녀라 부르기엔 제법 큰 여인이다. 이러나저러나 하루살이 생과 다를 바 없지만, 인간의 시간을 존중해주기로 한다.

그리 오지 말라 일렀거늘, 참 고집 센 인간이었더라. 허락 따위 구하지 않고 외진 산속으로 매번 들어오는 너나, 손짓 하나로 쫓아낼 수 있음에도 마루에 앉아있는 너를 내버려 두는 나나.

어쩌면 외로운 이들끼리 서로를 벗 삼는 것이 지당했는지도 모른다.

화영은 저에게 첫 예외가 되었다. 그 누구도 밟도록 허락지 않았던 문틀을 붉은 머리의 여인이 조심스레 넘어온다. 열린 미닫이문 너머에서 손짓했을 때 망설이던 모습치곤 차분하게 제 건너편에 앉는다. 빙그레 웃으며 작은 상 위에 놓인 잔에 따듯한 차를 따라 밀어준다. 인삼 향이 피어오르는 차를 물끄러미 내려다보는 너를 심술궂게 놀린다.

“내가 독이라도 탔을까 무섭니?”

“…아니요. 그저 갑작스러운 친절에 조금 놀랐을 뿐입니다.”

경계에 기분 상하지는 않는다. 화영은 대담했지만, 머리가 모자란 이는 아니었다. 저 역시 자질구레한 설명을 붙여 한층 가까워진 거리를 도로 벌리지 않는다.

가령 요새 바람이 급격히 차가워졌고, 종종 소매에 기침하는 네 상태를 고려했다거나.

먼저 잔을 들어 차를 한 모금 마신다. 꿀을 한 숟갈 넣어 달콤하고 쌉쌀한 맛이 입안에 퍼진다.

“기침에 좋은 차이니 다 마시고 가렴.”

“제 몸이 좋지 않은 걸 알고 계셨습니까?”

둥그렇게 휜 눈썹이 제가 하고 싶은 말을 전부 전달한다. 그럼 모를 줄 알았던가. 화영의 두 번째 방문에서도 기척이 유달리 적어, 이 인간의 기가 허약함을 확신하게 되었다. 날이 추워질수록 늘어나는 기침은 그에 따른 증거일 뿐이었다.

“인간의 눈에도 보일진대, 내 눈에 보이지 않겠니?”

화영은 답이 없다. 조용히 잔을 들어 차를 입에 머금고 침묵을 선택한다. 재촉하지 않고 기다린다. 네가 다시 입을 열 것을 알고 있다. 감정을 참고 참아 둑이 터지기 직전이라는 게 훤히 보였으니까.

“…답답합니다. 가족의 걱정은 이해하고 미안하지만, 제게 다른 이들보다 짧은 시간이 주어졌으면 그 시간을 제대로 살아보고 싶었습니다.”

“당연한 바람이지.”

질책도 위로도 아닌 단순한 긍정을 준다. 너는 참았던 숨을 내쉰다. 식어가는 잔을 두 손에 들고 혼잣말처럼 중얼거린다.

“그래서, 숨이 너무 막혀 이곳을 계속 찾게 됩니다.”

“왜, 신령이나 영물은 인간과 다를 거라 믿었니?”

화영이 고개를 든다. 샛노란 눈동자 속에 뜻 모를 확신이 있다.

“신령님은 저를 동정하지 않으시니까요.”

유쾌한 웃음이 터진다. 똑똑하고도 또 예리한 인간이로구나. 저는 그런 인간을 싫어하지 않는다.

그래, 쉽게 바스러질 겉껍데기를 가진 너를 동정하지 않는다. 심지에 이리 화려하게 타오르는 불꽃이 있는데 불쌍히 여길 이유가 무엇 있을까.

“동정은 딱하고 가여운 이들에게 주어야 하지. 내 눈에 너는 그리 보이지 않는구나.”

“그러면 신령님은 저를 가여운 인간이 아니라면 무엇으로 여기십니까?”

당돌한 질문에 가벼운 콧소리를 내며 시선을 미닫이문 너머 마당으로 보낸다. 산길에서부터 마루까지 이어진 발자국이 보인다. 저를 찾아온 흔적이 보인다.

“…심심할 때 찾아오는 친우라 여겨볼까.”

“친우요?”

인간이 어찌 감히, 라는 말은 들려오지 않는다. 그게 마음이 들어 여우는 다시 변덕을 부린다.

“그래. 종종 찾아와서 나를 즐겁게 해주렴. 숨 쉴 곳이 필요하다면 언제든 와도 좋아.”

인간을 싫어하지도 좋아하지도 않지만, 너에게는 처음으로 예외를 두겠다. 네가 오는 날에는 미닫이문을 활짝 열어놓을 테니 마음껏 와도 좋다 허락한다. 나 또한 무료하여 네 목소리가 그리워지거든, 여우비를 보내 너를 부르마.

꽃가람 속 네가 비친다.

이 산속에 강으로 흐르는 아름다운 호수가 하나 있다. 꽃이 피는 계절이 오면 보랏빛 등나무가 무거운 가지를 수면 위로 흐드러지게 내려놓는다.

사람 사는 마을에서 찾을 수 없는 이런 광경을 네가 본다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너를 초대해 조각배를 띄워 우리는 호수 한가운데 물결 따라 흔들린다.

봄비 대신 꽃비가 내린다. 그 온도는 차갑지 않다.

화영은 성정이 침착하고 진지하여 표정에 변화가 크게 일지 않는다. 그럼에도 가끔 입을 작게 벌리고 눈을 동그랗게 뜨며 몰래 좋아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그 순간을 오래 붙들고 싶어진다.

“물이 참 맑다.”

짧은 감탄에 많은 감정이 함축되어있다. 긍정적인 감정은 전염되기 마련이기에, 저도 눈을 휘며 손가락 끝으로 호수의 수면을 건드린다. 작은 파동이 저 호수 밑바닥까지 퍼진다.

“손 닿지 않는 곳에 있는 물이란 그렇기 마련이지. 그렇기에 더욱더 쉽게 다른 것에 물들기도 하고. 모든 걸 포용하는 네 강인한 바다와는 견줄 수 없을 테지만. 어떠하니, 네 소감을 들어보고 싶구나.”

“같은 물임에도 바다와는 다르지만, 이 호수는 다른 의미에서 강렬하게 아름답네요.”

화영이 저를 따라 손을 투명한 물에 담근다. 동경 같은 수면은 저항하지 않고 손길을 허락한다. 물은 기분 좋게 시원하다. 하얀 얼굴에 약간의 생기가 돌며 볼이 발그레해진다. 그게 또 보기 좋아 입가에 힘이 절로 풀린다.

머리 위에서 꽃이 낙하한다. 호수 아래로 가라앉지 않고 등불처럼 떠 있는 꽃을 향해 네가 손을 뻗는다. 중심이 흔들리자 배가 휘청인다. 이번에는 놀란 표정을 보이며 바로 손을 거두고 자세를 바로잡는다. 그에 웃으며 몸을 날렵하게 일으키자 화영이 긴장하며 배를 붙잡는다. 손쉽게 형태가 온전한 보라색 꽃을 몇 송이 건져 네 뒤편으로 움직인다. 당연히 배는 뒤집히지 않는다.

“무서워 말고 있으렴. 아무리 호수가 아름답다 해도 저 속으로 너를 빠뜨리진 않을 테니.”

종이 인형을 만지듯 조심스러운 손길로 땋아 내린 붉은 머리카락에 꽃을 하나하나 꽂아 장식한다. 머리카락을 제 손에 맡긴 채, 그 모습을 수면에 비춰보는 화영의 입술 사이로 나지막한 인사가 나온다.

“감사합니다, 신령님.”

“그렇다면 부탁 하나만 들어줄래?”

화영이 저를 찾아오기 시작한 지 어느새 두 해가 넘어간다. 여우비 소녀라는 호칭보다 화영이라는 이름이 혀에 더 익숙해졌다. 너무 정을 주었다는 걸 깨닫기에 충분한 시간이기도 했다.

인간에게 주어진 시간은 짧고, 화영이 지닌 명줄은 그보다 짧다. 필연적으로 저만 남아 허무한 이별을 곱씹을 것을 알고 있기에, 긴 생을 살아오며 인간과 연을 맺으려 하지 않았다. 그러니 이것은 오랜만에 겨울잠에서 깨어난 여우의 욕심이다.

이제 봄이니까.

“오늘부터 이름으로 불러주렴. 나는 류하, 산을 벗 삼은 여우이자, 인간 화영의 벗이기도 하단다.”

내 이름을 기억해주렴. 이제 네가 나를 편하게 여겨주었으면 한다.

“류하.”

류하, 여인이 제 이름을 입속에서 굴리자 귓가의 속삭임처럼 다가온다. 가슴이 따스한 색으로 물든다. 저 머리카락처럼 붉은색으로, 저 눈동자를 닮은 금색으로.

네 머리에 피어난 보랏빛으로.

일렁이는 물결처럼 마음이 요동치다가 잠잠해진다. 하지만 호수처럼 한 번 물든 마음은 처음으로 되돌아갈 수 없다. 너의 색깔에 나는 점차 물들어간다.

핑계는 곧 이유가 된다.

네가 나를 찾아오는 걸 너무 당연하게 여기고 있었다. 비바람이 몰아쳐 날씨가 궂으면 며칠이나 아쉬운 마음을 달래며 처마 아래 앉아 먹구름이 지나가길 기다리곤 했다. 하늘이 다시 파랗게 물들면 네가 오리라는 걸 믿고 있었으니까.

그러나 날이 갰음에도 오랫동안 산길에 새로운 발자국이 찍히지 않았다. 툇마루에서 기다리다 못해 마당으로, 산턱에 있는 기와집을 나와 산 입구로 내려갔다. 그때까지도 너는 오지 않았다.

수많은 세월 동안 쌓아온 인내심을 작은 초조함이 결국 이겨버린다.

둥그렇고 매끈한 귀가 어색해 손이 자꾸 귓불을 만지작거린다. 평소 취하는 모습은 인간과 사뭇 닮아있지만, 완전한 인간의 껍데기를 뒤집어쓰는 건 처음이었다. 맨발로 산을 활보하는 게 익숙해 나막신은 딱딱하니 불편하다. 한적한 자연에 익숙해진 오감 또한 인간들이 북적이는 시장통 속에서 불편을 호소한다.

하지만 이 모든 불만을 참는다. 단 한 사람을 만나기 위해.

“류하?”

이름을 듣는 순간 신발의 딱딱함도, 코와 귀를 괴롭히는 자극도 잊는다. 얼굴에 그늘을 드리우는 갓을 슬쩍 들어 네가 나를 확인할 수 있게 한다. 웃음을 머금고 손바닥을 위로 향하게 내밀자 화영은 머뭇거리며 제 손을 얹는다. 그렇게 가볍게 붉은 머리의 여인을 이끌어 조용한 구석으로 도피한다.

얼떨떨하게 서 있는 표정을 보니 꿈을 꾸는 게 아닐까 착각하는 모양새라, 검지를 들어 네 볼을 한 번 꾹 찌른다. 떨어지는 손길이 눈 아래 눈물점을 스친다. 그제야 너는 화들짝 놀라며 소리 죽여 물어온다.

“여기까진 어떻게 오셨나요?”

“당연히 내 발로 걸어서 왔지. 어때, 제법 인간 같아 보이니?”

하얀 도포 자락을 흔들어 보이자 금빛 눈동자가 따라 움직인다. 머리카락 사이로 인간의 귀가 드러났는지, 신기해하는 눈치다. 그러고 보니 옛날 그 여우가 나였음을 밝혔던가, 기억이 나지 않는다. 화영은 작은 길잡이 여우를 기억하고 있으려나.

“산을 떠나지 않는다 하셨는데… 여기는 어쩐 일로.”

갑자기 인간 마을에 관심이 생기신 건 아닐 테고, 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찬 것을 모를 리 없다. 허나 화영은 똑똑한 이니, 이미 제 답을 알고 있겠지. 그런데도 순순히 원하는 대로 답을 주는 것은,

“네가 오지 않았으니까.”

네가 보일 반응이 궁금한 까닭임이라.

“저를 보러 오신 건가요?”

“그럼 내가 다른 누구를 보러 왔겠니.”

으스름한 골목은 밝아진 인상도, 상기된 두 뺨도 숨기지 못한다.

“이 많은 사람 틈새에서 저를 용케도 찾으셨네요.”

네게서 늘 나는 약 특유의 쌉쌀한 향을 따라왔다는 얘기는 하지 않는다. 그러나 음성이 비는 틈 역시 아까워 부러 얄궂게 채근한다.

“그래서 혹 내가 싫어져 찾아오지 않는 건가 고민했지.”

“아니에요!”

높아진 목소리가 즉각 튀어나온다. 집안에 사정이 있어 홀로 나오기가 눈치 보였습니다. 예상치 못한 답변에 눈썹이 둥글게 말린다.

이래서 인간은 복잡하고 골치 아프다. 단순하게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를 잔뜩 끌어안고 산다. 계급이니, 가족이니, 명예니, 돈이니 하는 것들.

하지만 화영에게 그것들을 포기하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강요한다 해서 달라질 것 없음을 안다. 그러니, 저는 그저 늘 그렇듯.

“오래 오지 못할 것 같으면 언질이라도 해주렴.”

“걱정하셨나요?”

“기다렸지.”

기다렸다. 혹여 몸이 안 좋아져 오지 못하는 것인가 하는 우려 속에서. 네가 다시 오는 날 무슨 차로 맞아줄까 하는 기대 속에서.

나는 기어코 네가 나를 잊은 것 같다는 핑계를 대며 너를 보러 올 이유를 만든다. 그리하니, 부디 바라옵건대, 저 이의 한결같은 불꽃이 쉬이 꺼지지 않게 하소서.

이것은 우리를 위한 비나리.

오랜 기다림 끝에 돌아온 회답.

등나무꽃이 드리운 호수보다 깊은 마음.

짧은 찰나를 너에게 바치고, 기나긴 세월 동안 너를 그리겠다는 약속.

화영의 손에는 평소처럼 작은 보따리 하나만 들려있다. 그러나 오늘은 무언가 다르다는 걸 바로 알 수 있다. 고무신을 신은 발이 마루를 넘어오지 않고 마당에서 멈추어 선다.

오늘은 무언가 다르다. 마루에 앉아 재촉하지 않고 네가 하고픈 말을 꺼내기를 기다린다.

“아직도 이 산은 인간이 머무를만한 곳이 아닌가요?”

맹랑한 질문을 꺼내면서 시선을 피하지 않는다. 연약한 인간의 육체에 깃든 강인한 혼은 여전히 눈길을 끈다. 네가 원하는 답이 무엇인지는 알고 있으나, 솔직한 답과는 거리가 있다. 네게는 늘 후자를 택한다.

“마을의 삶에 적응한 인간에게 썩 편한 곳이 아니긴 할 테지.”

“마을로 돌아가지 못하는 인간이라 하면요?”

그럼 얘기가 달라질까요? 입술이 꾹 다물리지만, 뒷걸음질 치지 않고 화영은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다. 드물게 가벼운 웃음을 지우고 진중한 낯으로 인간 여인에게 묻는다.

“돌아가지 못하는 거니, 돌아가고 싶지 않은 거니?”

“둘이 매우 다를까요.”

“다르지. 산속에선 먹을 것 하나 쉽게 구할 수 없고, 옷이 해져도 천을 구하려면 먼 길을 가야 하지. 네게 필요한 약 또한 달이기 어렵단다. 도피하고 싶다는 마음만으로 들어와선 버티기 어려운 곳이야.”

“도피하고 싶은 게 아니에요. 전 그저 최선을 선택하려고 합니다.”

제 가족은 상민입니다. 마을에서 그릇 따위를 팔아 생계를 이어왔어요. 최근에 높으신 분의 미움을 사 먹고살기 어려워져, 가족이 마을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저는 이곳에 남겠다고 했습니다.

화영의 목소리는 담담하다. 어느덧 져가는 가을의 잔향은 이별이다.

“슬프니?”

질문을 가장한 위로에 화영은 고개를 젓는다. 비 내리는 날에도 어두워지지 않는 밝은 눈동자에 단호함이 서려 있다.

“아마 다시 보지는 못할 테니 아쉽습니다. 허나 슬프지는 않습니다.”

류하, 당신이 저를 기다리고 있는 걸 알고 있으니까요.

물 한 방울이 화영의 뺨 위로 떨어진다. 화영이 맑은 하늘을 올려다본다. 짙은 동그란 자국이 하나하나 땅을 적신다. 여인을 향해 처마 밑에서 손을 내민다.

“여우비가 내리는구나. 들어오렴.”

화영은 잠자코 신발을 벗고 마루를 넘어 익숙한 사랑채로 들어선다. 머리를 돌려 어깨 뒤를 바라보는 모습은 쓸쓸하지는 않다. 비가 내린다 하여 날이 화창하지 않은 건 아니다.

“여우비는 꼬리 아홉 달린 여우가 울어 내리는 비라고들 하던데, 그게 참말인가요?”

소소한 질문에 고개를 기울인다. 두루마기 밖으로 튀어나온 여덟 개의 푸른색 꼬리로 슬쩍 네 발목을 간질여본다.

“글쎄다. 꼬리 아홉 달린 여우를 만난 적 없어 물어보질 못했지만, 적어도 꼬리 여덟인 여우 얘기는 아닌 듯싶구나.”

화영이 다시 저를 돌아본다. 어느새 눈높이가 부쩍 가까워져 올려다보는 느낌이라기엔 묘하다.

“신령이나 영물도 울고 싶을 때가 있나요?”

“드물기는 하다만 없지는 않겠지. 우리가 무딘 족속이라 하더라도 감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니. 하지만 한동안 내가 울 일은 없을 듯하구나.”

의아해하는 시선에 빙긋이 웃는다. 밖에 여우비가 조용히 내린다.

“이제 너를 기다리지 않아도 되는데 울고 싶을 리가 있겠니.”

네가 이곳에 머무름은 한정된 시간임을 안다. 그렇기에 더욱 귀중히 여기겠다. 이제 내 곁에 있으렴. 네 시간이 허락하는 한까지.

만남의 끝이 이별임을 안다.

날이 좋을 때나 궂을 때나, 이제 너는 내 곁에서 모든 순간을 함께한다. 네가 해보고 싶다던 모든 것, 가보고 싶다던 모든 곳은 곧 내 바람이 된다. 산을 떠나지는 않는다. 이 조그마한 세상에 머무르며 우리는 만족한다.

어느 날 문득 바다가 보고 싶으냐 네게 물었다. 너는 고개를 저었다. 나는 수긍한다. 바다로 간다면 그것이 마지막 여행이 되리라는 걸 우리 둘 다 알기 때문이겠지.

그래도 언젠가, 먼 훗날, 우리 둘이 바다를 함께 보게 될 날을 고대해본다.

겨울이 지나면 눈 내린 땅이 녹으며 진흙 내음이 공기에 가득해진다. 인간은 질척이는 흙만으로도 쉽게 고꾸라지기 마련이라, 땅이 단단하지 않은 날에는 한가로이 툇마루에 앉아 햇살을 즐긴다.

“뭘 하고 있나요?”

등을 꼿꼿하게 세우고 앉아 마당의 연못을 바라보던 화영이 제게 묻는다. 처마 기둥에 기대 느긋하니 실타래를 풀며 네 건너편에서 눈을 휘어 웃는다.

“인연실을 엮고 있지.”

“인연실이요?”

호기심을 숨기지 않으며 제 곁에 바투 다가온다. 손에 엉킨 실타래를 가까이 들여다보는 네 모습이 사무치게 어여쁘다. 따스한 숨결이 손끝에 닿아 겨울이 온전히 가셨음을 실감한다.

“걸어간 길에 발자국이 남듯, 살아온 인생에는 인연이라는 흔적이 남는단다. 한 번 끝을 맺은 인연이 다시 찾아오기를 기원하며 엮는 것을 우리 영물들은 인연실이라고 부르지.”

내가 이 상쾌한 봄비를 다시 맞을 수 있기를, 여름의 더운 햇살 아래를 다시 거닐 수 있기를, 가을의 단풍을 다시 눈에 담을 수 있기를, 겨울의 새하얀 첫눈을 다시 밟을 수 있기를 기원하며.

한동안 화영은 말없이 제 손끝에서 엮이는 매듭을 바라본다. 노리개 매듭과 얼추 비슷하게 엮은 실이 완성되자 너에게 건넨다. 화영은 매듭을 손 위에 올려 가만히 응시한다.

“자연뿐만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도 인연실로 묶여있나요?”

“그럼. 세상에 우연이란 없단다.”

우리의 만남 또한 하나의 운명이지.

꼬리 여덟 달린 여우가 여우비 소녀를 만난 순간부터 인연의 실은 엉켜 들었다. 풀어내고자 마음먹었으면 한순간의 인연으로 둘 수 있었음에도, 너는 내게 다가왔고, 나는 너를 기다렸다.

이 노리개처럼, 우리는 이제 우리 둘 자체로 완성이다.

“류하, 우리의 인연이 재회하기를 기원하며 실을 묶어도 되나요?”

“묶기를 바라니?”

손은 이미 새로운 실타래를 꺼내고 있지만, 장난스레 묻는다. 돌아오는 끄덕임은 진중하다.

“네. 그래야 다음 생에도 류하를 찾아올 수 있을 테니까요.”

손이 멈칫한다. 다정한 말에 담긴 의미가 무겁다. 우리는 이 애틋한 시간이 영원하리라 서로를 속이지 않는다. 네가 먼저 나를 찾아온 것처럼 앞서 떠나가고, 나 혼자 남겨지리라는 걸 모르지 않는다.

그러니 당신과 저의 인연실을 묶어주세요. 당신이 기다림에 지치지 않도록.

당연한 세상의 이치가 슬프지는 않다. 다만 주어진 시간이 터무니없이 짧아 야속하고, 그만큼 모든 순간이 눈부실 뿐이다.

화염의 머리카락과 태양의 눈을 지닌 애정하는 연인아. 너는 나의 저물어가는 아름다운 노을이구나.

인연이 찾아오는 것은 운명의 몫이고, 인연을 잡는 것은 사람의 몫이니라. 우리의 이별이 다정하기를 바라기에, 우리의 만남을 후회하지 않겠다.

이별이 끝이 아님을 믿는다.

등나무꽃이 만발한 따스한 봄날에 너는 눈을 감는다. 마루에 앉아 네 머리를 무릎에 누인 채로, 풀어 내린 붉은색 고수머리에 실과 꽃을 엮는다. 네 얼굴이 참으로 평온하다. 깊은 잠이 든 것 같이.

여우비가 내린다. 이제 여우비를 따라 저를 만나러 올 사람이 없다는 사실이 서글프다. 하늘은 꼬리 여덟 달린 여우를 대신하여 울어준다.

다시 너를 기다릴 시간이다. 웃으며 네 마지막 가는 길을 보내주기로 한다.

정든 산과 이별한다. 기와집은 살던 그대로 두었다. 산 깊숙이 찾아올 이는 없을 테니, 아마 머지않아 작은 동물들의 은신처가 될 터다.

화영을 찾으러 잠시 산을 떠났던 경우와는 다르다. 이제는 제집으로 돌아갈 생각이 없다. 화영을 떠나보낼 때와 달리 아쉽다는 감정은 들지 않는다.

그저 적절한 시기가 왔구나, 싶을 뿐이다.

산을 떠나 걷고 또 걸어 도달한 곳은 바다다. 며칠, 몇 달을 걸었는지 세어보지는 않았다. 사실 그리 크게 의미는 없다. 인간과 다르게 저는 한정된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나약한 육체에 묶여있지 않다. 네가 쉽게 떠날 수 없던 길을 나는 가볍게 오름에, 괜스레 미안함을 느낀다. 그래도 홀로 오지 않았음에 위안을 얻는다.

품에 등나무꽃이 그려진 도자기 함을 너 대신 안고, 파도치는 바닷물을 내려다본다. 문득 묻고 싶어진다.

‘어때, 비교해보니 정말 내가 저 바다 같으니?’

어떤 대답을 줄지는 예상이 가지 않는다. 함 안에 담긴 재는 네가 아니기 때문에 답을 주지 않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니 네가 남긴 마지막 흔적에 미련 두지 않겠다.

‘십 년만 더 채우면 아홉 꼬리를 지닌 구미호가 되어 영생을 누릴 수 있을 터인데, 정녕 모든 것을 포기하고 떠나겠다고?’

재를 바다에 떠나보내고 있자니 산을 떠나기 직전 찾아온 꼬리 다섯 여우 친우의 말이 떠오른다. 백 년 이상 저를 찾지 않은 먼 산의 여우라, 떠나려는 처지만 아니었다면 그를 반겼을 터다. 아직도 황당하게 저를 쳐다보는 붉은색 눈동자가 기억 속에 남아있다.

당연히 그가 만족할만한 답은 아니었으리라 생각한다. 영물의 사고는 인간의 사고와 사뭇 다르다. 밝은 노란색과 분홍색의 머리카락을 지닌 제 여우 친우는 그 누구보다 영물다웠다. 뾰족한 이빨을 드러내며, 못 본 사이에 꽤 멍청해졌네, 깔깔대던 모습에 저는 대꾸하지 않고 웃었다.

인간의 온도에 물든 영물의 끝은 늘 같았다. 저 또한 먼 옛날, 한낱 인간을 위해 주어진 모든 것을 포기한 이들을 멍청하다 여겼다. 허나 화영과 함께했던 짧은 시간이 제 가치관을 바꿔놓았다. 이젠 감정이 이성을 뛰어넘는다.

그의 말이 맞다. 저를 정신 나간 이라 치부해도 좋다. 하지만 영생을 욕심내지 않는다. 그보다 강렬하게 갈망하는 것이 있다.

다시 인연이 닿는다면, 너와 같은 시간을 살아보고 싶다. 불완전한 모습, 성숙해지는 과정을 전부 너와 공유하고 싶다. 수백 년이라는 시간의 거리가 없는 동등한 눈높이에서 너와 마주 보고 대화하고 싶다.

기다릴 수는 있다. 네가 돌아오기까지 기다릴 자신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건 나의 욕심이다. 처음으로 무언가를 격렬히 원해본 여우의 단 하나의 소원이다.

그러니 이제 나 네가 먼저 떠난 길을 천천히 따라가 보겠다.

이것이 우리의 끝이 아님을 믿는다. 인연의 굴레를 돌고 돌면 언젠가 우리 발길이 교차하는 때가 올 터다. 그때까지 안녕히, 내 찰나를 즐겁게 해준 여우비 연인아. 다시 만날 날을 고대하고 있으마.

우리의 만남 위로 여우비가 내린다.

하늘은 맑고, 하얀 구름이 녹아 부슬비가 떨어진다. 사람들이 비를 피하려 하나둘 지붕 밑으로 사라진다.

그리고 인연의 실이 다시 엮인다.

이십 년 살아온 인생은 허무하지 않았으나 늘 뜻 모를 갈증에 시달렸다. 비 내리는 날은 공기가 촉촉하니, 갈증이 덜해지는 것 같아, 비가 오길 남몰래 바라곤 했다. 등나무꽃을 눈에 담으면 마음이 편해져, 꽃이 피는 계절이면 그 밑을 오랫동안 거닐고는 했다.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다.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

옅게 내리는 비 사이에 나는 홀로 있지 않다. 처마 밑에서 비를 피하는 또 다른 인영이 있다. 면사 아래로 붉은 머리카락이 언뜻 보인다. 눈이 마주친다. 여우비 내리는 하늘에 떠 있는 태양처럼 찬란한 눈동자다.

가슴이 뛴다. 갈증이 가신다.

네 이름은 아직 모른다. 내 이름 또한 아직 알리지 않았다. 그보다 중한 하고 싶은 말이 있다.

나는 늘 너를 만나는 순간만을 기다리고 있었어.

긴 기다림의 끝에서 우리의 이야기는 다시 시작된다. 여우비의 온도는 여전히 따스하다. 처마 끝에 빗방울이 맺힌다.


Written 22-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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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로그의 그림은 솦(@soph_wh3)님의 트레틀 그림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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