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클로버
자캐커뮤 '마술사의 무대' 관련 글
제 담당 마술사의 에리어에 처음 발을 들였을 때 갓 조수로 발탁된 아노렐 킨은 큰 감명을 표하지 않았다. “이야~ 들어가 보면 시체 몇 구 굴러다니고 있을 것 같은데?” 어두침침하고 삭막한 하늘. 폐쇄되어 몇 년째 방치된 것 같은 음침한 분위기의 콘크리트 병원 건물 두 동. 건물 사이를 잇는 구름다리에 이끼조차 자라지 못하는 UP(상위차원)의 특성상 야생의
변화난측(變化難測). 변화가 많아 이루 다 헤아리기 어렵다는 의미를 담은 말이다. 리리 이데아의 삶에 있어 거대한 변화의 시작점은 죽음을 맞이해서 UP, 마술사의 세계에 발을 들인 순간이었다. 두 번째 삶의 기회, 새롭게 주어진 힘, 그리고 제게 베풀어질 리 없다고 생각했던 제안까지. 어머니와 둘이 함께 사는 꼬마 아이. 어린 나이에 불쌍하게 죽은 소녀.
눈이 내리는 여름 바다를 기억한다. UP의 수많은 에리어 중에서도 조금 특별하게 기억에 남은 곳이었다. 시련을 진행하고, 페이스리스 제거 임무를 맡으며 온갖 에리어를 스쳐 지나갔어도 그 잔상이 오래 눈앞에 아른거리는 일은 여태 없었다. 그러나 수년이 지난 지금에도 청아하게 맑은 푸른색 하늘, 반짝이는 옥색의 물결, 발밑에 하얗게 바스러지는 모래밭, 후덥지근
우리는 어느 영원에서 만나 헤어진다. 우리에게 시간이란 곧 영원이고, 삶이란 끝없는 머무름이다. 그 속에서 우리는 서로를 스쳐 지나간다. 하나둘 떨어진 별처럼, 별자리라는 연결점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홀로 떠돈다. 반복되는 시련과 시험 사이에서 남는 건 떠나갈 이들뿐이다. 우리에게 인연이란 맺어지지 않을 약속이고, 사그라들 꿈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서로에게
친애하는 카이멜에게, 편지를 받을 즈음 이삿짐을 챙기기 시작했을지, 아니면 짐 정리가 전부 끝났을지 감이 안 잡히네. 우체국 직원이 편지의 도착 날짜는 하루 이틀 차이가 날 수 있다고 했지만, 아무리 늦어도 네가 도시를 떠나는 날까지는 받아볼 거라고 말해주셨거든. 아무튼, 수고 많았어. 3년이나 머무른 곳을 며칠 안에 정리하기란 쉽지 않았겠지. 네가 쓸
一 처마 끝에 빗방울이 맺힌다. 똑, 똑. 홀로 떨어지는 물방울을 응시하다 마루 밑으로 내려선다. 새파란 하늘, 목화솜처럼 부드러운 구름에서 옅은 비가 내린다. 궂지 않은 날씨에도 여우비는 오기에, 이 외딴 기와집까지 실수로라도 찾아오는 사람은 없다. 깊지 않은 산속이어도 발아래 진흙은 미끄럽기 마련이어서, 자칫 발목이라도 삐면 돌아갈 수 없게 되니까.
이곳에 새로운 태양은 뜨지 않는다. 리리는 시계탑을 올려다봤다. 높이 때문에 손바닥보다도 작아 보이지만, 리리는 저 시곗바늘이 제 키보다 크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째깍째깍. 바늘이 움직인다. 시간이 흐르지 않는 차원에서, 이 스테이지는 드물게 현실 세계와 미약한 연결고리가 남아있는 장소였다. 비록 하늘은 영원한 붉은 노을을 유지하며 그 시간의 흐름에서
끝이 없는 전쟁. 비릿한 쇠 냄새와 혈흔의 악취가 코끝에서 떠나는 날이 없었다. 사방으로 난무하는 고함과 비명이 도리어 정겨울 지경이었다. 심장 박동보다 최후의 단말마가 자주 들려오는 곳이 전선이었다. 아군과 적군이 엉키고 뒤섞여 특유의 갑옷 색조차 알아보기 힘들었다. 그러나 한 사람의 눈부신 붉은 머리카락은 그 누구도 못 알아볼 수 없을 만큼 선명하게 바
Yiruma :: River Flows in You 그들은 나를 물러버린 겨울이라 불렀다. 어찌 보면 틀린 말은 아니었다. 늘상 생글생글 사람 좋은 미소를 뒤집어쓰고, 공기 가득 불어 넣은 풍선처럼 가벼운. 나는 정착지 없이 떠다니는 잎새와도 같았다. 나에게 주어진 의무를 적당히 어깨에 짊어진다. 하지만 그 무게에 구속되지 않도록, 적당히 떨쳐낸다. 사람
한 해가 끝나가는 추운 12월이 돌아올 때면 왕궁의 가장 큰 홀은 으레 들썩이게 마련이었다. 이유인즉, 가장 규모가 크고 호화로운 왕궁의 파티는 왕의 탄신일도 아니고 새해 축제도 아닌, 연말의 크리스마스 파티였기 때문이었다. 언제부터 이어져 왔는지 모를 오랜 전통이었지만, 한 해를 무사히 나고 그 노고에 힘써준 이들을 보상하고 격려한다는 제도는 모두가 환영
너는 그날 물어왔었다. 넌 왜 늘 흑백의 풍경화만 그려? 나는 빙그레 웃으며 답했었다. 난 내 눈에 보이는 것 외에는 그림에 담지 않아. 이 캔버스는 내가 보는 세계, 그냥 그뿐인 거라고. in a world of black and white, when people of gray fill the streets what colour is it that
“…그래서. 방금 뭐라고 했나, 자네?” 터져 나오려는 한숨을 붙들어 매었다. 철들기 훨씬 전부터 받아온 교육도 한몫하긴 했지만, 한숨 쉬어봤자 저 사내의 빙글빙글 웃는 얼굴이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경험상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침착하게 되물은 것이 무색하게도 청발의 사내는 세상 고민 없는 표정으로 해사하고 친절하게 말을 되풀이했다. “
그는 늘 높은 곳에서 웃고 있었다. 상어를 닮은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마치 자신이 이 세상의 정점에 서 있듯이. 머리에 금색 왕관을 쓴, 그래, 마치 미친 왕처럼. 그것이 리리 이데아가 기억하는 조수, 아노렐 킨이었다. Keep It Close - Seven Lions (feat. Kerli) 제멋대로 묶은 백금발 위에 자리한 작은 왕관. 빛이
카이멜 시레노바, 너는 나에게 있어 불꽃처럼 시작된 첫사랑이었다. 꽃잎처럼 낙하하는 비 사이로 보았던 너는, 나에게 찾아온 마법 같은 사랑이었다. Kiss the Rain - Yiruma “…Seven Lions의 Keep it Close였습니다.” 거의 점심시간이 끝나갈 무렵이었다. 등교라고 하기도 민망한 시간이었지만 리비에르는 별로 개의치 않았다.
네모난 종이가 삼각형이 되도록 반으로. 종이가 갈라지는 뾰족한 부분을 아래로 내려 접고. 다시 옆으로 반으로. 네모난 귀퉁이를 직각으로 올려 접고 비스듬히 일부를 다시 내려 접는다. 열심히 접은 모형이 자연스레 열리는 곳을 피고, 작은 삼각형을 내려 접는다. 마지막으로 비스듬히 계단 접기를 하면 꽃잎 한 장이 완성된다. 꽃잎 다섯 장을 더 접어 서로 이어지
안녕을 고하는 그의 얼굴에는 눈물도, 슬픔도 보이지 않았다. 오직 그린 듯한 미소만이 존재할 뿐. 매정하다면 매정하고, 차갑다면 그가 다루는 얼음보다 차가웠다. 리비에르 시라는 그런 사람이었다. Graduation - Gemini 그들의 첫 만남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불로와 불사야. 하고 싶은 대로 살 수 있고, 아티팩트의 오염도만 지킨다면 그
아하하, 수고했어, 라리스. 정말 간만에 재미있는 게임을 했네. 덕분에 같이 퓨전도 해보고 말이야~ 라리스, 새벽 두시, 메이드복을 입고 나랑 같이 퓨전, 게임 완수야. 그래~ 그럼 즐거운 시간을 보내게 해 준 보답을 해야겠지? 급한 일이었지만 초반에 너희를 그냥 두고 간 것도 미안하니까 말이야.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생각보다 너희 참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