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의 Murder Disguised as justice
담배를 입에 물고 필까 말까 한참을 고민한다. 형식상 켜놓은 라이터의 불을 노려보듯 응시한다. 결국 내가 저지른 살인은 들켰다만, 돌아온건 아무것도 없었다. 단지 몇마디…
다음부턴 하지 말라는 꾸짖음 그것 뿐이었다. 아무것도…없었던 것이 된것이다.
아직 내 경찰 셔츠에 묻은 피가 채 지워지지 않았는데도
아아…
그러니까, 처음… 경찰에 지원했던 그 순간을 회상해 본다.
아니, 더 예전… 경찰이 되고자 마음을 먹었던 그 순간 ….
그 순간에서 조금 더 나아간 어느 시점 확실하게, 경찰이 되겠다는 목표를 새기고, 주위의 동의와 반대… 그런걸 받아가면서도 차근차근 정석적인 인생을 위한 준비를 하던 어느시점 막연하게 떠오른 생각이 있었다. 확신이라고도 생각했고 그렇게 될 인생에 의심 하나 한 적 없었다.
그때 내가 뭘 생각하고 어떤 마음으로 노력했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워낙 옛날인데다 그 왜, 사람은 성장하면서 자신이 처음 바라던 사람과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기도 하고 그렇지 않는가. 그러다 보면 어렸을 때 생각했던 마음가짐 같은건 결국 그런 취급이 된다.
그 당시엔 절대로 이 마음만은 꺾이지 않을거라 다짐해도 말이다. 결국 언제라도 찢어 없애버릴수 있는 보증서 같은 무의미한 존재가 되어 버린다. 경찰이 되려 하던 모든 사람들이 생각하는 경찰에 대한 좋은 이미지에 대한 것도 모두 결국 유년기에나 꾸는 꿈이라고
그래도 매일같이 생각하던 딱 하나만은 그 마음가짐만은 아직도 잊어버리지 않았다. 언제라도 떠올릴수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나만은 그러지 않을거라고
주머니에서 꼬깃꼬깃 구겨진 담배곽을 꺼내 그로테스크한 담배 뒷면 사진을 힐끗 보곤 눈 앞의 그것을 바라본다. 짓이겨진 살덩이….내장같은 무언가들 그런것들… 그리고 담배곽 뒤에 그려진 그로테스크한 누군가의 썩은 목구멍 사진 이젠 익숙해 졌다.
싸구려 라이터를 켰다, 조급하게, 몇번이고 톱니를 돌렸다 당황하고있는건가, 그래 당황하고 있다. 뭐에? 뭐에…무언가에 ? 내가, 누군가를 죽였다는 것에…
총은 쓰지 않았다. 보급용 총은 소리가 너무 크다. 그리고… 내 자존심도 상하는 일이니까.
하지만 나를 무엇보다 붙잡았던건 과거의 그 기억중 하나였다. 경찰이 되고 권총을 처음 손에 쥐던 그 순간 절대로 사람을향해 쏘지 말라고 당부하던 선배가 있었다. 그때, 그 선배를 웃어 넘겼던 기억이 아직 남아있다. 아무리 내가 망나니라고 해도 그런 개같은 짓은 안한다. 이래 뵈도 경찰 나부랭이다 그렇게 웃어넘겼다.선배는 웃지 않았다. 그 날 느낀 머쓱함을 지우기 위해 입에 꽉 물은 담배에 다시 정신을 집중했다. 담배끝의 쓴 맛이 혀를 건드린다. 바짝바짝 타들어가는 담배 . 아아, 그 선배는 어떻게 되었더라 결국 어디 강원도 한복판에 떨어졌다고 들은 적 있다.
항상 정의 정의를 울부짖던 사람이었지. 나도 한때 그 선배의 그 시끄러울 정도로 외쳐대던 정의라는 말에 살짝 물들었던 때가 있었다.
아무튼 이제, 어쩌면 좋지?
저질러 버린 일은 돌이킬 수 없다. 그대로 자수하느냐, 아니면 치우던가. 이 난장판을
하아… 한숨에 담배연기가 섞여 눈앞으로 퍼져갔다. 그게 고맙게도 적당하게 눈앞의 난장판을 가려줬다. 덕분에 한숨 돌릴 수 있었다.
아~그래, 죽였다. 어쩔 수 없었다. 법이 집행하지 않는다면 내가 할 수 밖에 없으니까.잔악무도한 놈이었다. 하지만 검찰에서 내린 판결은…
심지어 살인 죄에 대한 판결조차도 아니었다 그냥 단순 절도에 초범에다 미성년자라고. 그런 결론이었다, 내가 그날 뒷골목에서 본건 뭔데? 마승기 새끼한테 돈 몇백정도를 쥐어받았다. 그래 받긴 받았다 당장 월세로 낼 돈도 없었고 담배값도 없었으니까 받았는데다 그 날 다 써버렸다.
정경정한테에게 협박조로 전화도 받았다 돈 받은 값을 하라고 차라리 그런 더러운 돈 다시 뱉어버리고 말끔하게 아무것도 아닌척 발을 빼는게 좋았겠지만 이미 너무 늦었다. 자존심으로 살던 인간이었던 내가… 하아 . 하아아.
만약 내가 오늘 지금 새벽에 , 마침 아무도 없을 틈에 … 내가 마침 풀려난 그 살인범 새끼를 기다려 경찰서 뒤쪽으로 꼬셔서 말야 대가리를 박살내지 않았더라면 미래의 어떤 날 죄없는 선량한 사람들을 몇이나 죽였을 것이다. 그것도 얼굴을 알아 볼 수도 없이 잔인하게 짓이기며…한명 한명을….이 새끼는 사람을 죽이는 것에 쾌락을 느끼는 살인범이니까..,그렇다고 내가 생각하니까. 그런게 맞을 것이고 아마 확실하게 그럴것이다. 내가 죽이지 않았더라면 안되는 일이었다. 난 옳은 일을 한거야 다만, 다만
이런것들을 다른 누군가에게 들킨다면 나 자신이, 이렇게 정의심으로 똘똘 뭉쳐 이뤄낸 대업을
단순한 쾌락살인이라고 생각하고 그렇게 불려지게된다면, 어렵게 얻은 이 공무원 자리를 잃게된다면 그런걸 생각하니 막막해졌다. 젠장 젠장!! 발로 짓이겼다, 눈앞의 죽어 마땅한 쓰레기를
몇번이고 몇번이고. … 몇번이고. 하아
하아아…제길…
삽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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