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캐 연성

라리안과의 캐니안 관계 썰

2019.11.21

라리안은 어릴 적부터 건조하고 무심하였다. 그것이 천성인지,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책임을 맡기 위해 어른스러워진 것인지, 블랙윙에 대한 적의를 누르고 숨기기 위해 정적인 태도를 가장했고 그것의 결과일지는 오너도 잘 모른다. 하여튼 핵심은 어릴 적부터 그랬다는 것.

 

캐니안은 감정적이고 딱 그 나이 또래가 그럴만큼 제멋대로였다.

 

그리고 부모님이 블랙윙에게 살해당한-사고로 위장하긴 했는데 알만한 사람을 알법한 그런 사고- 이후로 둘의 관계가 복잡하게 꼬였다.

 

캐니안은 분노하지 않는 라리안에게 불만을 느낀다. 라리안은 냉정하게 생각했을 때 현재 자신들이 어리고 할 수 있는 것은 없고 부모님이 블랙윙에 살해당하셨다 한들 그에 대한 적의를 드러내는 것은 위험하기만 하고 실질적으로 아무것도 바꾸지 못 하는, 현명하지 못 한 일이다. 하지만 그렇게 딱 잘라 말하는, 그리고 실제로 태도를 유지하는 라리안을 싫어했다. 그저 참기에는 캐니안에게 몰아닥친 감정이 너무 컸다. 실제로 캐니안이 블랙윙에 분풀이를 하려고 들었고 라리안은 냉정하게 캐니안을 말렸고 어쩌면 캐니안은 그 분노를 라리안에게 돌렸다.

 

동시에 그런 라리안에게서 불안을 느낀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라리안은 세상에 남아있는 단 하나뿐인 가족이다. 부모님이 그렇게 순식간에 가신 후에는 자신의 언니에게 매달릴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캐니안에게 의미가 상당히 컸는데 라리안은 그렇지 않아 보였다. 즉 하나뿐인 가족이라는 관계를 유지하려면 캐니안이 라리안을 붙잡으면 붙잡았지 라리안이 캐니안을 잡을 것 같지 않았다. 이것 또한 불만이었지만 동시에 가족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불안이었다.

 

캐니안은 가족이 필요했다. 세상에 혼자 남기에는 너무 어렸고 의지할 곳이 필요했고 애정이 필요했다. 그러나 라리안은 캐니안에게 그 역할을 해주지 못했다. 라리안은 감정적인 의지가 필요하지 않았고 캐니안에게 그런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기에는 라리안도 어렸으며, 알고 난 후에도 라리안은 본래 썩 다정한 사람이 아니어서 캐니안에게 애정을 베풀어 줄 수 없었다. 혹은 그러지 않았다.

 

이게 뭔 내용인가 싶은데 요약하자면 캐니안은 라리안을 싫어했으나 동시에 라리안의 애정을 갈구했고 라리안은 그런 캐니안의 감정을 해결해줄 수 없었다, 가 됩니다.

 

어쨌든 그 후 캐니안은 라리안에게 관심을 끌기 위해 여러가지 사고를 쳤다. 라리안은 초반에는 말렸고 설득을 했지만 말이라는 게 통하지 않을 수가 있다는 것을 이른 나이에 깨달은 것에 그쳤다. 그 이후로는 방관했고 그저 물끄러니 지켜보다가 지나가고 나중에 사고를 수습했다. 라리안은 짜증을 느끼기는 했지만 그것도 그저 넘겼다. 혹은 억누르거나 숨겼다. 캐니안이 반응을 원한다는 것을 알았기에, 그리고 이런 사고에 반응을 보이는 것은 사고를 부추기는 행위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무관심한 태도로 일관했다. 캐니안은 가족이라는 최소한의 고리마저 끊어질까봐 걱정했고 따라서 도를 넘는 사고를 치지는 못 했다. 라리안은 밖에서 블랙윙을 대상으로 사고를 치는 것 보다는 안에서 이러는 게 낫다고 여겨 내버려부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 상태는 오래 유지되었고 라리안은 자극에 무뎌졌다.

 

라리안이 보아온 세상은 다소 믿을 수 없는 곳이었고 도서의 지식을 습득하기는 했지만 책 속의 세계와 문자로 된 감정은 잘 와닿지 않았다. 어디에 감시가 있을지 모르는 도시에서 다른 사람과 크게 어울리는 것은 위험한 일이었다. 그것이 아니더라도 본인이 교류를 즐기는 사람도 아니었으며 호감을 사는 이미지도 아니었다. 그래서, 그저 서점과 집만을 오가며, 그래서 다른 변화를 겪지도 않으며 꽤 삭막하게 자랐다.

 

시간은 흘렀고 둘은 자랐다. 나이가 찬 라리안은 레지스탕스에 가입 권유를 받았다. 라리안은 레지스탕스의 활동이 효과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입장이었지만 편이었지만 에델슈타인이 점령당한 상태가 최소한 가만히 있어서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라리안은 가입했다. 그리고 그 사실을 캐니안에게 통보하자 캐니안은 심하게 반발했다. 캐니안에게 블랙윙에 대한 증오는 부모님의 죽음과 연결되어 있었고 시간이 지나면서 어린 나이에 겪은 충격은 희석되었고 따라서 증오가 전만큼 강렬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라리안이 위험한 일에 뛰어든다는 것에, 가족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불안이 강렬하게 다시 올라왔다. 또한 자신은 라리안을 잃을까봐 두려운데 라리안은 자신을 그렇게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라리안은 캐니안이 증오에 차 있던 모습을 기억했다. 네가 원하는 것이 아니었냐고 물었다.

캐니안은 기억이 희미했다. 또한 라리안을 잘 알았다. 언니가 언제 내가 원해서 그 일을 할 만큼 나를 생각했냐고 말했다.

 

그리고 며칠 후 레지스탕스 본부에 갔는데 캐니안이 거기서 라리안을 맞이했다. 라리안으로서는 도대체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는데 그새 가입을 해낸 것이다. 어디 언니 혼자만 이런짓을 하려 했냐고 뻔뻔하게 웃었다. 그래서 결국 둘은 레지스탕스가 되어 활동하게 되었다.

 

캐니안은 라리안에게 자신의 절박함을 똑같이 느끼게 하고 싶었다. 자신만 상대를 잃을까봐 불안해한다는 것은 억울하기 때문이었다. 일부로 위험한 임무에 뛰어들고 생사를 넘나들 짓을 했다. 그러나 어릴 때처럼 동생이라는 이유로 일방적으로 말릴 수는 없었다. 또 다른 레지스탕스 단원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둘은 몇 년간 활동한다.

 

캐니안은 위험하게 뛰어들었지만 활약하는 만큼 실력은 늘어 치명적인 위험에 빠지지는 않게 되었다. 이러니 도리어 라리안은 걱정을 하지 않게 되었다. 무슨 일이 뛰어들어도 대처할 실력이 있다면 문제없지 않은가? 어쩔 수 없는 영역의 위험은 있겠지만 레지스탕스의 활동 자체가 그런 것인데 새삼스럽게 짚을 필요도 없다.

 

그러나 이제 라리안이 어떻게 생각하느냐와는 별개로 캐니안이 뛰어들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캐니안이 위험을 즐기게 되었기 때문이다. 너무 많이 뛰어들었기에 위험한 임무가 자연스러워졌다. 스릴이 없는 일상은 지루하고, 재미없었고, 따분했다. 라리안이 보기에는 충동에 절제하지 못하는 어리석은 행위였지만 캐니안은 본래 제멋대로였고 라리안의 충고를 무시했다.

 

(그리고 캐니안은 어느 임무에서 과도하게 적진 안으로 파고들었고 정말 위험에 빠진 순간 라리안 또한 파고들어가 캐니안을 구해내었다.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의 부상을 입고도 캐니안은 기이한 만족감에 물들었다. 라리안의 절대 자신을 버리지 못하리라는 확신을, 그 위기에 자신을 몰아놓고서야 마침내 얻었기 때문이다. 그 이유가 무엇이더라도 상관없이.)<-이 설정은 고민 중

 

그리고 그 이후로 상부의 임무를 어기고 제멋대로 행동했던 캐니안에게 장기간의 근신처분이 내려졌다. 캐니안은 오히려 반겼다. 그리고 부상이 낫자 에델슈타인을 떠났다. 이젠 떠날 수 있었다. 캐니안의 레지스탕스 활동 목적은 애초부터 매우 사적인 감정으로 비롯되었기에 레지스탕스라는 일 자체에는 미련이 없었다. 그리고 그 사적인 감정, 라리안에 관해서는 (라리안이 자신을 버리지 않을 테니. 그런 확신을 얻었으니 되었다. 혹은, 아니면 또는) 외부에서 활동하며 다른 사람들을 만나면서 라리안에게 매달리지 않게 되었기에. 다 자란 캐니안은 이제는 어릴 때만큼 가족이라는 존재에 목멜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라리안은 늘 그렇듯 만류없이 보냈다. 어디가서 당할 실력은 아니며 실력 외의 부분은 못 미덥기는 하지만 그것은 캐니안의 영역이다. 이제 성인이니 자신이 간섭할 권리가 없기도 하다. 캐니안으로서는 글쎄, 언제나 그렇듯 무슨 일을 해도 무관심으로 일관하던 태도의 연장선으로 느꼈으나 그저 어깨를 으쓱이고는 떠났다. 그 시기의 캐니안은 다소 안정되어 있었다.

 

떠난 캐니안은 버릇대로 또 위험한 일에 뛰어들었다. 캐니안이 느끼는 스릴은 강대한 몬스터와 맞서는 것 보다는 사람과 조합 사이의 신경전, 그리고 신경전에서 끝나지 않는 싸움에서 물리적 싸움에서 더 증폭되었다. 이곳저곳을 떠돌다가 대외적으로는 마가티아에 정착했다고 알려졌지만 수많은 일을 꾸미고 있기는 하다. 라리안은 무엇을 하는지 정확하게는 모르지만 연금술만하는 것은 아니며 수상한 일 들을 하고 있다는 것은 대략적으로만 안다.

 

그동안 라리안은 레지스탕스의 일을 종종 하면서 조용히 서점에서 지냈다. 서점을 캐니안이 책임질 것 같지 않으므로. 캐니안은 감정적으로는 매여있었으나 사회적, 물질적으로는 자유로웠고 라리안은 따지자면 그와는 반대에 가까웠다. 해서 서점은 라리안의 몫이었다. 라리안이 서점에 고정되어 있었으므로 캐니안은 내키는 대로 찾아오고 떠날 수 있었다. 캐니안 마음대로, 예측불허로 굴 수 있었다. 그러나 아예 발길을 끊는 일만은 하지 못 했다. 캐니안은 더 이상 라리안에게서 애정을 갈구하지 않기로 했지만, 그러면 상처를 받는 것은 자신뿐이라는 사실은 인정하게 되었지만, 그래도 연결이 완전히 끊어지면 아쉽게 되는 것은 자신이기 때문에. 캐니안의 강요에 의해 라리안은 의무적으로 연락을 취하기는 했으나 캐니안이 정작 자리에 없어 연락이 항상 닿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캐니안이 연락을 했을 때 그 연락은 대부분 닿았다. 라리안이 서점에 고정되어 있기 때문에.

 

여러 사정이 많았지만 어쨌든 캐니안은 실력으로는 신뢰할 수 있는 라리안의 동생으로 남았고 라리안은 캐니안의 언니로 남았다. 둘은 종종 서로에게 부탁을 주고 받았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계산을 면밀히 따지지는 않았지만 어느쪽이 손해를 보지는 않았다. 그런 관계가 지금까지 유지되었다.

 

그리고 여기에서 새로운 인물이 등장한다. 라리안을 이야기 하는데 이 인물을 빼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름은 라티에 아르테미.

 

부모님이 블랙윙의 연구원이었다. 그리고 라티에의 부모님과 연구자료와 그들의 신변을 레지스탕스와 거래하기로 하였고 레지스탕스는 거래를 받아 그 가족을 블랙윙에게서 탈출시켰는데 그때 투입된 사람이 라리안이었다. 거래까지는 모르는 라티에는 라리안에 관한 어렴풋한 이미지만이 남아있었다. 그러나 그 가족은 레지스탕스에게 환영받지 못했다. 강요였다고는 하나 그들이 행한 실험은 옹호를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예상했으며 에델슈타인을 떠나 리프레로 가서 정착하였다. 그러나 블랙윙은 그들을 추적했으며 몇 년 후 보복을 가한다. 긴급한 연락을 받고 라리안이 찾아갔을 때는 불탄 집의 지하실에서 불길을 피한 라티에 뿐이었다.

 

라리안은 라티에를 거두었다. 블랙윙의 추적이 계속될 텐데 일반적인 고아원에 라티에를 맡기기에는 위험했다. 그리고 레지스탕스의 다른 사람들은 그 가족에 대해 적대적인 입장이었다. 그러므로 그들의 적의에 영향을 받지 않는 라리안만이 라티에를 맡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것은 남들에게 설명하기 좋은 합리적인 이유였을 뿐이다. 가장 큰 이유는 라리안이 그러고 싶었기 때문이다.

 

라티에는 라리안과 닮았다. 잘 웃거나 울지 않았다. 그저 억누르거나 미숙해 방법을 모르는 것이 아니었다. 감정이 희미했다. 라리안보다 정도가 더했다. 라리안은 막 깨어난 라티에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것을 간파했다. 그러면서 라리안은 라티에에게 이끌림 혹은 동질감 등을 느꼈다. 또한 그것은 라티에도 마찬가지였다. 라리안이 자신을 이해하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라리안이 자신의 보호자가 되는 것에 라티에도 동의했다.

 

동의하지 않은 것은 캐니안이었다. 그 라리안의 결정을 들은 캐니안은 극심하게 화를 냈다. 캐니안이 본 라리안은 타인을 책임질 수 없는 사람이었다. 라리안을 자매로 둔 자신이 어떤 상처를 받으며 자랐는가? 또한 라리안을 싫어하는 캐니안으로서는 작은 라리안이 하나 더 생긴다는 것이 끔찍했다. 여담으로 그렇기에 라리안에게 ‘어디서 아주 지 같은 것을 데려와서!’ 라고 소리를 친 적이 있었는데 그것을 라티에가 들었고 라티에는 별 의미를 두지 않았으나 캐니안은 그때의 발언을 라티에에게 항상 미안해한다. 라리안에게는 안 미안해한다.

 

그리고 가장 큰 이유는 이것일 것이다. 자신에게는 좀처럼 내어주지 않았던 관심이 다른 사람에게 주어졌다는 것.

 

캐니안의 우려를 가장한 고집과는 다르게 라리안과 라티에는 잘 지냈다. 라리안은 호의를 얻기 어려운 그들의 성격으로도 세상 사람들과 섞여드는 방법과 세상을 이해하는 법을 알려주었다. 라리안의 어린 날의 경험으로 얻고 배우고 고안해낸 것들을 전해주었다. 라티에는 라리안에게 의지했다. 둘 사이에는 그런 이들만이 느낄 수 있는 고요한 애정이 있었다.

 

라리안과 함께 살지 않는 캐니안은 종종 찾아와서 둘을 본다. 라리안에게 농담을 지분거리고 라티에가 좋아할 만한 간식거리를 가져와 호감을 사려고도 한다. 라리안과 닮았지만 타인이다. 처음에는 그래서 싫어했으나 어린 애에게 그래서는 안 되는 것을 안다. 어릴 때 상처받았던 자신을 기억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캐니안은 일부로 라티에에게 더 잘해준다. 라티에가 그렇게 쉽게 캐니안을 받아들이지는 않지만 다른 이들에 비하면 가깝게 지낸다.

 

캐니안은 라티에와 함께 있는 라리안을 보며 라리안이 자신을 이해해주지 않았지만, 자신또한 라리안을 이해해주지 않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그렇더라도, 캐니안은 그들의 모습을 보며 소외를 느낀다. 어느 누가 보아도 서로 닮은 가족의 단란한 모습이다. 자신이 그 안에 있지 않아서 더더욱. 그러나 그 사실을 입 밖에 내뱉지는 않는다. 인정하기에는 자신이 비참해진다. 그저 지켜보다가 어느 순간 괜한 장난으로 그 분위기를 훼방 놓을 뿐이다.

 

출처: https://leavinggarden.tistory.com/56 [방치될 정원:티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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