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스

Dead Ringer

삶을 명한 사람이 누구냐고. 비정상인 눈동자에 별 다를 것 없는 시선이 돈다. 비정상 속 비정상, 그러나 이에겐 그것이 일상이다. 이상할 것 하나 없는 동조, 수긍, 복종... 여타하는 의미를 가진 맥락 속의 행동. 고개를 끄덕이기는 언제나 쉬웠고, 조아리기는 수긍하고 난 뒤에 좋은 수단으로 작용했다. 여느 때처럼 고개를 또 주억인다. 물음에는 그저 정적, 나앉는 정적이 길어질 뿐이었다. 누구였냐고 물으면 떠오르는 것이 있으나 끝끝내 자신에게로 총구가 돌아온다.

 

제 탓이죠.

내 인내의 부족, 자발적인 의지 부족, 목적의식 부족... 그러한 사유. 그리고 마침내 열기가 그득한 탄환이 몸을 쑤시며 끝날 뿐이었다. 자학으로 숱하게 상처가 늘어난 몸뚱아리는 이젠 납득으로 몸을 움츠린다. 실패해 버린 자아, 도태되어 버린 자아, 끝끝내 그 무엇도 선택하지 못한 자아 역시 샤일록 레넌이었다. 단편적인 부분만 납득하고서 그 속내는 서로 전혀 모른다. 어떠한 목적으로 내쳐지길 두려워 하였던가,

맞닿는 시선이 흩어진다. 붉은 초점이 이따금 떨린다. 허연 눈 속에 펼쳐진 것은 세상을 담을 뿐만 하는 투명함, 자신의 상이란 건 전혀 존재치 아니하여 온전히 타의적인 것. 타인을 지운다면 마치 답안지를 지우개로 벅벅 문지른 것처럼, 그렇게 계속되어 마모된 것처럼 새하얗다. 그래, 그저 空이었다. 동시에 아무것도 없는 無이고. 그러니 절벽도 다르지 않다. 다이버라는 바다의 의미도 어느샌가 의미를 잃은 채 빈 공간만 존재했다. 아래의 상은 보이지 않고, 그렇기에 그 절벽이 얼마나 깊은지 가늠도 되지 않았다. 떨어지긴 두려웠고, 그런들 돌아가긴 너무 높이 올라온 이상.

 

실패는 차곡차곡 퇴적되었다. 전대미문의 연패와 전패. 아니면 내가 실패한 관점으로만 보아 그럴 수도 있겠지. 하지만 저에게 실패라는 건 달라지지 않는다. 처음은 자아로서의 실패, 두 번째는 의지로서의 실패, 세 번째는 역할로서의 실패였다. 왜 소망하냐고, 왜 당신이 실패하질 않길 바라냐고....

 

제가 잘못된 선택이 아니었으면 바라요.

사색인 얼굴이 문지를수록 번지는 기분이다. 나아질 기미가 없다는 걸 알면, 손 사이 틈도 없이 얼굴을 짓눌렀다. 웃음소리에 어깨가 움찔이긴 하였으나 찰나였다. 비루한 모습을 드러내기라도 한 듯, 한참 거친 숨으로 이어졌다. 네 웃음소리에 비해 비루했다. 그럼에도 웃음소리는 멈추지 않았다. 그게 마치 비웃음같이 들려 거칠게 쉬던 것이 숨을 죽인 채다. 불안감만 담긴 파리한 시선, 눈동자가 들려 널 응시하면 질문에 대한 답을 알 것 같기도 하다.

 

닮은 것들이 잘못되길 바라는 사람들은 없다. 이것이 자신의 이기든, 타의든. 그것에 자신을 빗대어 보는 사람이든... 그렇지 않은 사람이든.

 

자신을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타인이 살길 바란다. 우리의 관계의 이 정도의 것이었다.

그럼에도 곁에 아무도 없다는 감각보다는 동질감이 나았다. -이게 제겐 네가 그리 소중한 사람이 아니었음을 반증할 지도 모른다. 아니면 내가 중요한 사람이거나.-

 

네가 죽어버리면 내 선택은 죽음으로 귀결된 어리석은 선택이었음을 긍정하고,

내가 죽어버리면 네 선택은 인정받지 못하는 어리석은 선택이었음을 긍정하니.

 

나도 부서지고 싶다는 생각은 없었다. 언제 누구와 같이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은 있었다.

떨리던 몸의 어깨를 팔로 쥔 채 힘을 준다. 꿈꾸면 안 될 것 같은 생각이었는데, 비슷한 것이 있음에 욕심을 내고 싶었다. 손을 뻗어 팔을 어떤 때와 같이 움킨다. 그조차도 언제 쳐낼까 두려워한 채 발발대며 말이다.

카테고리
#기타

해당 포스트는 댓글이 허용되어 있지 않아요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