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죽는 기사와 비단 요람.
Rail Guard × 한태양
습한 공기, 사람을 너끈히 가릴 만큼 자라난 풀들. 식물이 무성히 자라다 못해 뒤덮어버린 땅을 지르밟는, 제각기 다른 두 개의 발소리가 어디선가 공명했다. 가볍고 재빠르며 몇 번 사라졌다가 다시 들리는 발소리는 나무를 올랐다 내렸다 하며 시야 확보를 하는 또봇 인페르노의 파일럿인 한태양. 그리고 묵직하고 느린 발소리, 드르륵- 하는 낮은 소리와 증기가 배출되는 소리를 내는 파일럿 유지한의 파트너인 또봇 레일가드였다. 어인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둘은 함께 조사를 나온 모양처럼 보였다. 몇 번의 장전음, 그리고 그 뒤를 잇듯이 들리는 증기 배출음. 조용한 숲속에서는 모든 소리가 컸다.
"...레일."
또박또박, 정확한 발음과 긴장하고 날 선 톤을 가진... 상대적으로 중저음을 가진 여성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아마 태양이었겠지. 그리고 그녀의 부름에 답하듯, 묵직하고 느릿한, 약간의 기계음이 낀 보이스가, 누군가의 음성 장치에서 흘러나왔다.
"(드르륵-) ...무슨 일이야, 태양?"
태양은 어디선가 굴러와서인지 굉장히 얼룩진 루거 블랙호크 권총 한 자루를 철컥, 하고 장전하며 레일이 자신의 이름을 부르며 뒤에 할 말이 궁금하다는 어투의 질문에 마치 무언가를 경계하듯 목소리를 깔며 속삭이듯 낮은 볼륨으로 대답했다.
"생뚱맞은 소리 같겠지만... 지금 바로 전투 준비해."
어찌 됐든, 이 모든 사건이 터지기 전에 누리던 일상에서 모터 GP 출전과 스턴트 촬영을 밥 먹듯이 해댔던 태양의 육체적 직감은 마치 여섯번째 감각처럼, 또봇이 주변을 감지하는 것보다 기척을 더 잘 느꼈다. 바로 총을 장전하는 태양을 보며 조심스러이 물었다.
"(드르륵-) ...태양, 무슨 ...일이야?"
"보면 알거야. 지한이도 아닌 내가 지시하기도 미안하지만... 서치라이트 부탁할게."
지금 여기서, 눈만 깜짝하면 물리거나 사지가 찢어발겨진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에서, 태양은 일절의 고민도 없이 레일에게 얼핏 보면 명령 같겠지만, 명령이 아닌 서치라이트를 켜달라는 [부탁]을 했다.
사건이 터지기 전, 모터 GP에 출전하기 위해 또봇인 인페르노를 대신해 자신이 타고 다니던 대회용 오토바이인 혼다 NT1100의 전조등에 비하여 레일의 헤드에 달린 전조등은, 어릴 때의 기억에 의존하면 약 200루멘 중반에 가까웠다. 딱 일반 손전등의 밝기. 하지만, 이것만으로도 충분한 지금이었다.
"...또 시작이네." 질퍽-. 괴상한 소리가 들리자 태양은 망설임없이 어딘가를 겨냥했다. 비록 느릿하지만, 레일의 전조등도 태양의 총구와 같은 곳을 바라보았다. 하반신이 잘리고 상반신만 남은 것 같은 괴상한 형체. 미간을 구긴 뒤, 태양은 그 형체를 조준하고... 연이어 방아쇠를 당겼다.
탕, 타탕-!! 색이 죽은 불꽃이 땅을 향해 쏘아붙여지는 굉음과 함께 땅에는 그 쏘인 형체의 몸체와 같은 색의 액체가 영역을 잡았다. 그 소리를 듣고 더 몰려온 모양인지, 예상한 구도인건지... 태양과 레일은 핀치에 몰려버렸다. 하지만, 이게 핀치인지 아닌지는 둘의 행동과 협동에 달린 상황.
쏘고 장전하기를 반복하는 태양은 이내 탄창이 떨어졌는지 다리의 건홀스터에 빈 총을 쑤셔넣듯이 박고는 등에 메고 있던 BB탄 총을 꺼내려던 찰나, 그대로 명치를 맞으려나 했건만, 눈을 꼭 감고 있더니만 울리는 금속음... 그렇다. 레일이 태양의 급소가 맞을 뻔 한 상황을 피하게 해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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