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 끝 보물
주제: 무지개
옛날, 내가 어린 시절에는 종종 무지개 끝까지 보면 보물이 숨겨져 있다는 말이 종종 돌았었다. 아무래도 비 오던 하늘에 햇빛이 비칠 때 생기는 무지개가 너무 화려하고 신비한 나머지 생긴 이야기일 것이라 짐작한다. 나는 날씨도 우중충한 김에 이런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어렸던 나와 친구들은 지키기 어렵지만 결국 지켜낸 약속을 그 전설에서 따온 말로 ‘무지개 끝 보물’이라고 불렀다. 무지개 끝 보물은 대상에 따라 달라지곤 했는데 때로는 지각을 자주 했던 하진이가 선생님과의 약속을 지켜 정시에 오는 것을 말했고, 어느 때는 운동이 귀찮다던 윤혜의 운동 프로젝트가 되기도 했다.
때로는 이 정도는 지켰다고 봐줄만 하지 않냐, 아니다, 이건 지켰다고 볼 수 없다, 고집불통인 두 명이 다투기도, 무지개 끝 보물을 찾았으니 자신에게 보상을 줘야겠다고 하기도 했지만, 우리는 그렇게 무지개 끝 보물과 함께 성장해왔다.
그리고 우리는 곧 어른이 되었다. 어른이 되면서 우리는 더이상 그렇게 순수하진 못해도 자신만의 무지개 끝 보물을 찾아내며 가끔 만나서 술을 마시면서 웃고 떠들며 근황을 나누곤 한다. 어쩌면 지금의 우리에게는 우정이 ‘무지개 끝 보물’이 되었을지도 모른다고도 종종 말하곤 한다.
그 당시 우리의 무지개 끝 보물은 성취감이었다. 무지개 끝 보물을 쟁취하겠다는 그런 승부욕, 도전정신으로 우리는 한 번한 약속은 꼭 지키려 노력하는 어른이 되었다.
그 날의 밝은 아이들은 너무나 큰 어른이 되어버렸지만 아직 그 속에 당시와 같은 모습으로 남아있다. 친구들과 함께 공기가 숭숭 지나다니는 구멍이 생긴 앞니를 보여주며 웃고는 무지개 끝을 좇아서 달리던 추억 속에, 혹은 어른들이 된 우리의 마음 속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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