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무지개를 보면 왜 기뻐하는 걸까
주절주절 생각나는 대로 쏟아 부어버리는 글
어렸을적 부모님의 차를 타고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으면 가끔 창문 너머에서 무지개가 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하늘은 여전히 우중충하고 날씨도 꿉꿉하고 안 좋지만 무지개 하나만 떠 있으면 모든게 나아보였다. 무지개를 보면 일단 카메라부터 켜서 그 광경을 찍고 본 것이다. 나중에 사진을 다시 들여다보는 일은 없었지만 항상 그랬다.
무지개는 비가 쏟아지고 난 뒤 펼쳐지는데다가 색깔이 팔레트를 옮겨놓은 것처럼 오색찬란하니 상대적으로 눈에 띌 수 밖에 없다.
때문에 무지개는 매체에서 부정적으로 표현되기는 커녕 그 반대가 압도적으로 많다. 드라마든, 영화든, 소설이든.
무지개는 언제부터 희망의 상징이 된 것일까.. 지식을 전혀 없는 백지 상태의 인간이 보아도 무지개는 그의 가슴 속에 어떠한 긍정적인 흔적을 남길 것이 분명했다.
인간의 시각을 극대화시키는 무지개. 하지만 가끔 그런 생각도 든다. 무지개라는 존재가 너무 행복해보인다는 생각이다. 이질감이 들 정도.
그래서 무지개를 보면 거부 반응이 드는 사람들도 있지 않을까? 난 충분히 있다고 본다.
그 사람들이 안타깝진 않다. 그렇다고 부럽지도 않다. 그저 신기할 뿐이다. 하나를 보고도 사람들은 정말 다양한 느낌을 가지는구나.
행복하다. 즐겁다. 뛰어놀고 싶다. 혹은 슬프다. 나 자신이 초라해진다. 과거의 기억이 떠올라서 불행해진다. 등등 무지개를 보면 사람들이 내놓을 감상을 예상해본 리스트.
하지만 무지개를 보고 느낀 그 속은 더 복잡할 것이다.
사람의 언어는 내면의 감정에 비해서 한정적이다. 아무리 뛰어난 필력을 가지고 있는 작가라도 자신의 감정을 온전히 옮겨놓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사람의 감정은 시시각각 변하고 그것을 최대한 제3자와 심지어는 자신에게까지 설득 가능하게 만들어야 하는 것이 글이라는 것이니까.
사람은 속의 이야기를 밖으로 꺼낼때 어쩔 수 없이 무의식적으로 검열을 할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본심에 가장 멀리 떨어져있는 표현은 말이나 그림보다 한 글자 한 글자 살펴보느라 적나라하게 드러날 수 밖에 없는 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새삼 언어를 창조한 사람들도 대단하게 느껴진다. 어떻게 사람의 이런 복잡한 감정을 하나의 단어로 추릴 수 있었을까.
어디서 이런 단어들을 생각해낼 수 있었을까.
무지개 이야기를 하다가 어쩌다 여기까지 오게 된 걸까.. 하지만 안 쓰는 것보단 낫겠지. 일단 글을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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