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트초코

맛있잖아

손전등 by 유찬
1
0
0

“너는 왜 민초를 좋아하냐?”

“맛있잖아.”

“우웩. 치약맛 나는 게 맛있냐.”

성윤재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말을 이어갔다. 민트초코는 맛이 없고, 그걸 좋아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김지아는 웃었다. 그래도 맛있으니 먹을 것이라며 계속해서 민트초코맛 아이스크림을 입에 넣고 깨물었다.

두 사람은 민트초코에 대한 토론을 멈추지 않았다. 성윤재가 김지아를 집에 바래다주며 인사하는 그 순간까지도 서로 이해할 수 없다며 투닥거렸다. 그럼에도 둘의 얼굴에는 따뜻한 미소가 가득했다.

그리고 일주일이 흘러,

성윤재는 김지아의 영정사진 앞에 서있었다.

장례식장에는 유가족들의 곡소리가 울려퍼졌다. 성윤재는 울지 않았다. 그저 멍한 얼굴을 하며 꽃을 놔두고 절을 한 뒤, 소리없이 그곳을 빠져나왔다. 타박타박 검은 구두가 내는 발소리는 하나뿐이었다. 성윤재는 그저 앞으로만 걸어갔다. 그의 집으로 향하는 길은 아니었으나, 계속해서 앞으로 걸어갈 뿐이었다.

“왜 죽은거지.”

작은 소리로 한 문장을 반복적으로 내뱉던 성윤재는 한 마트 앞에서 멈춰섰다. 김지아의 집 쪽 방향에 있던 오래된 마트였다. 집에 갈때마다 이곳에서 민트초코맛 아이스크림을 사먹던 김지아. 일주일 전만 해도 두 명이었는데, 오늘은 한 명이었다.

“2000원이요.”

“여기요.”

“포인트 적립은?”

“3… 없어요.”

마트 주인이 무미건조한 말투로 가격을 부르고 포인트 적립을 묻는다. 자연스레 김지아의 휴대폰 뒷자리를 말할 뻔했으나, 이내 없다고 말한 뒤 서둘러 가게를 빠져나온다.

성윤재는 민트초코맛 아이스크림을 꺼내 빤히 바라보다 이내 한 입 베어문다. 평소라면 질색하며 억지로 씹어삼켰을 텐데 오늘은 아무 표정도 없이 그저 꼭꼭 씹을 뿐이다.

“맛없다. 심지어 비싸.”

맛없다고 불평하는 입에는 아이스크림이 한가득 들어차고, 초점이 없는 눈동자에는 눈물이 고인다. 조금씩 흘러내리는 눈물이 우물거리는 입 속으로 들어간다.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아내지도 않은 채 묵묵히 아이스크림을 먹는 성윤재.

“이게 뭐가 맛있어.”

“맛있잖아.”

“치약맛이잖아.”

“우리 윤재가 아직 어려서 뭘 모르는 거야.”

마치 대화 상대가 옆에 있는 것처럼. 성윤재는 계속해서 말을 한다. 맛없다. 이걸 왜 먹냐. 맛있었냐. 마지막까지 이걸 먹고 있었냐.

우리에게는 안들리지만 성윤재에게는 들릴 그 목소리가 그를 다독여준다.

카테고리
#오리지널
페어
#HL
작품
#민초

댓글 0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