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법 그거 류트 좀 치니까 나오던데
위저드는 책을 떨구고 소서러는 깔깔 웃고 워락은 계약 파기해줘 라고 함
지난 게시글에서 비전 마법을 구사하는 비전술사들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었죠? 위저드, 소서러, 바드, 워락입니다. 이번 게시글에서는 이 친구들이 뭐가 다르고 어떻게 마법을 쓰는지, 세계관에서의 입지는 어떤지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맹세컨대 책벌레 재수탱이 너드, 랜덤불쓋고, 짧은 휴식마다 후원자에게 엉덩이를 흔드는 자, 플러팅 난사의 딴따라는 이 녀석들의 전부가 아닙니다…….
위저드
자신의 직위에 걸맞는 은빛 로브를 걸친 엘프가 눈을 감아 전장의 소음을 차단하고 조용히 주문을 외우기 시작합니다. 손가락을 앞으로 쭉 뻗으며 주문을 완성한 엘프는 적진을 향해 작은 구슬을 발사하고, 그 구슬은 폭발하여 병사들을 집어삼키는 화염을 일으킵니다.
한 인간이 비어 있던 돌 바닥에 분필로 복잡한 마법의 원을 그리고, 우아한 곡선을 따라 쇳가루를 뿌리며 자신의 작품을 확인하고 다시 확인합니다. 원이 완성되자 그는 긴 주문을 외우고, 원 안쪽 공간으로는 구멍이 열리면서 지옥의 유황 냄새가 피어오릅니다.
던전 교차로 바닥에 웅크리고 앉은 한 노움이 신비로운 문양이 새겨진 작은 뼈 몇 개를 던지며 몇 마디 중얼거립니다. 계시의 환영을 더 선명하게 보기 위해 눈을 감은 그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다가 눈을 뜨고는 왼쪽 통로를 가리킵니다.
- DnD 5e 베이직 룰북, 위저드
위저드는 다양한 마법을 배우고 구사할 수 있는, 가장 전통적인 비전술사입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판타지 세계관의 '마법사'와 가장 잘 어울리는 클래스가 아닐까 싶습니다. 위저드는 D&D 세계관에 존재하는 수많은 마법들을 단신으로 구사할 수 있고, 이렇게 구사하는 마법의 계통에 따른 직업의 정체성 역시 확고하게 다져지는 편입니다. 거칠면서도 섬세한 마법의 힘에 매료된 수많은 학생들이 마법을 사용하기 위해 위저드의 길을 걷기 시작하며, 어떤 이들은 대마법사가 되거나 신에 필적하는 자가 되려는 야망을 품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영광을 누릴 수 있는 사람들은 일부입니다. 위저드의 마법 공부는 생각보다 많은 노력과 연구를 필요로 하고, 소마법을 시전하는 정도가 아닌 거대한 마법을 누리기 위해 그 과정을 감내하는 이들은 생각보다 많지 않으니까요.
위저드들의 삶은 주문으로 점철되어 있습니다. 그들은 삶을 탐구와 실험, 고서로 가득히 채우고 새로운 마법을 창시하거나 서로에게 가르침을 주기도 합니다. 종종 레드 위저드들처럼 악의 길로 접어드는 이들도 더러 있으나, 평범한 일생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아카데미의 교수/강사가 되거나 점쟁이로 일하고 군대의 일원이 되는 등의 선택을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렇게 평범하게 살아가는 듯 싶다가도 지식과 힘과 자극이 필요해! 라면서 냅다 고서를 찾으러 영구휴강을 때리는 경우도 있겠지만요……. 위저드들은 보통 지식과 힘의 유혹을 뿌리치는 것을 어려워합니다. 다시 말하지만, 그들의 삶은-지식과 힘의 융합체인-주문으로 점철되어 있으니까요!
이 사람들은 마법의 씨앗인 위브와의 첫 만남을 자신의 내면이 아닌 외부에서 찾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위저드들에게는 마법과 접촉하게 된 계기가 되는 사건들이 하나씩은 존재하게 됩니다. 고서와의 만남일 수도, 우연히 접촉한 아티팩트와의 폭발적인 시너지였을 수도, 타고난 재능은 없었지만 주변의 많은 위저드들의 영향을 받은 질투의 결과일 수도 있습니다. 어떤 계기든, 위저드들의 가장 큰 특징은 위브와 직접적으로 접촉하며 그것을 정해진 술식과 공식에 따라 조율하는 방식으로 마법을 사용한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공식을 깨우치기 위해서는 충분한 연구와 공부의 과정이 필요하고……. 이는 다시 윗 문단으로 이어집니다. 이러한 마법 사용 방식 덕택에 위저드들의 주문은 지능에 기반하여 시전됩니다.
비전학은 D&D 세계관에서 아주 유서 깊은 학문으로 취급되고, 마법을 체계화시키기 위한 학파 역시 발달해 있습니다. 우리가 방출학파, 방호학파, 이런 식으로 이야기하는 것들이 그 학파입니다. 위저드들은 대부분 이런 학파를 자신의 전공처럼 삼고 연구해 나가며, 실제로 플레이에 있어서도 전공하는 '학파'를 가진다는 것은 여러 이점을 부여해 줍니다. 동일한 학파 출신인 사람들과의 인맥을 만들거나, 유명한 교수의 제자라는 설정이 따라붙거나 할 수 있는 식입니다. 하지만 늘 무조건이라는 것은 없듯이 학파를 타지 않는 위저드들도 있습니다! 시간술이나 중력술 등은 8학파 체계를 따르지 않기 때문에 더욱 자유로운 설정이 가능할 것입니다.
위저드들의 학습 방식은 대부분 도제식이나, 모험을 하며 새로운 두루마리를 찾고 해독과 시행착오로 경험을 쌓아나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혹은 어렸을 적부터 아주 영특한 재능을 보여 당연하다는 듯이 비전학에 발을 들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마법의 사용에는 많은 재료와 도구가 들기 때문에 가정 형편이 넉넉하지 못한 사람들이 위저드가 되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재능과 운이 있다면 견습생으로 위저드의 밑으로 들어가거나, 견습생이 되는 대신 임무를 맡으며 수련을 하는 경우도 있으나 이는 어디까지나 재능과 운이 따라 주는 경우의 이야기입니다. 이는 포가튼 렐름의 왕국의 군단에 위저드가 희귀한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위의 설명을 보면 아시겠지만, 위저드는 배움에 기반을 두고 마법을 구사하는 만큼 대단히 학구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는 클래스입니다. 이에 걸맞게 위저드는 네 개의 비전술사 클래스 중에서 가장 많은 마법을 배우고 사용할 수 있는 클래스이며, 동시에 내재되지 않은 마법을 이용한다는 특성 덕에 주문책에 의존해야 한다는 특성을 가지기도 합니다. 위저드들은 주문을 사용하기 위한 준비 과정으로 주문책을 암기하고 공부하며, 이렇게 준비된 주문은 위저드의 정신이 허락하는 한(...) 늘 주문책에 저장되어 시전 가능한 상태로 남습니다. 이 주문책이 사라지면 위저드들은 소마법만 사용할 수 있는 귀여운 녀석들이 되고 맙니다. 또한, 마법의 사용은 제법 몸을 지치게 하는 일이기 때문에 마법의 사용에는 휴식이 필수적입니다.
위저드의 또다른 큰 특징 중 하나는 두루마리를 사용해 마법을 배울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골드를 지불해 재료를 구하고, 자신의 수준에 맞는 마법을 골라 주문책에 필사하며 연습하는 과정을 통해 마법의 학습이 가능합니다. 거의 대부분의 주문이 위저드가 사용할 수 있도록 설정되어 있기 때문에, 바란다면 위저드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수백가지의 주문을 자신의 주문책에 담아 다닐 수 있을 것입니다. 비록 어느 정도의 준비 과정이 필요할지언정 비전투 상황에서 선택할 수 있는 주문의 폭이 넓고 그것을 언제든지 바꿀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보면 위저드가 가지는 훌륭한 범용성에 대해 의문을 표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단점이 있다면 역시 적절한 계획 없이는 이 클래스의 잠재력을 완전히 뽑아낼 수 없다는 사실이겠지만, 그건 사실 모든 클래스에 해당되는 사실입니다.
소서러
금빛 눈을 빛내며, 인간은 팔을 주욱 뻗어 제 혈맥에서 타오르는 용의 숨결을 토해냅니다. 가죽 날개를 등에 단 채 날아오르는 그의 발밑에는 지옥불에서 바르작거리는 적들만이 남아 있을 뿐입니다.
자신이 자아낸 바람결에 머리칼을 흩날리며, 하프 엘프는 팔을 넓게 펼치고 고개를 뒤로 젖힙니다. 거대하고 막강한 번개의 자락이 그를 들어올리며, 마법이 그 속에서, 그를 통해, 그의 바깥으로 뻗어나옵니다.
석순 뒤에 웅크리고 있던 하플링의 손가락 끝으로 돌진하는 것은 트롤로다이트입니다. 불꽃이 손가락을 타고 피어오르면, 자신을 향해 달려오던 것은 그 열기에 뒤로 물러나고 맙니다. 하플링은 미소와 함께 다시 돌 뒤로 몸을 숨깁니다. 와일드 매직이 제 피부를 푸르게 물들이고 있다는 것은 꿈에도 모르겠죠!
- DnD 5e 베이직 룰북, 소서러
소서러는 독특한 혈통, 이계의 영향력, 혹은 알 수 없는 힘에 노출되어 마법을 몸에 둘둘 두르고 태어난 사람들입니다. 이 클래스는 전설과 신화가 되기 위해 마법을 공부하지 않습니다. 굳이 힘을 추구하지도 않습니다. 당연함, 힘이 그들을 찾아와 친히 선택해 주셨으니까요! 소서러는 위저드와 달리 선천적으로 마법의 힘을 가지고 태어나 별도의 연구나 실험, 탐구, 노력을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소서러의 마법은 위저드의 잘 다듬어진 마법과는 달리 상당히 짓궂은 형태로 세상에 튀어나오고, 이런 예상치 못한 힘의 발현에 수많은 사람들이 놀라고는 합니다. 소서러는 여러 시행착오를 거치며 자신의 마법을 활용하고 전달하는 방법을 배우며, 사람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방식으로 마법을 다루게 됩니다.
소서러의 탄생은 우연으로밖에 설명되지 않습니다. 용의 혈통을 타고났다고는 해도, 어떤 혈통은 수백년에 한 번 즈음 소서러를 배출하는 반면 어떤 혈통은 낳는 아이마다 엄마 대신 이그니스를 먼저 외치며 튀어나오기도 합니다. 마법과는 하등 관련이 없었던 사람이 갑작스레 마법을 손에서 뿜어내며 나타나기도 하고, 개구리가 되었다 고양이가 되었다 하며 내 몸이 마음대로 안 된다고 우는(하지만 아무도 동물과의 대화를 할 줄 모르는 바람에 도움을 줄 방법이 없는)사람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소서러의 탄생 배경은 수도 없이 많고, 자신의 마법이 어디에 뿌리를 두고 있는지에 대한 지식을 가진 사람만큼이나 그 기원을 알지 못하는 사람 역시 많습니다. 이들이 가지는 공통점은, 공부나 연구, 주문책이나 고서, 두루마리의 도움 없이도 쉽게 위브에 접근하고 마법을 구사할 수 있다는 사실 뿐입니다.
소서러의 마법은 대부분 사춘기 시절에-당연히 예측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갑자기 발현되고는 합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소서러들은 그 갑작스러운 문제의 중심에 자신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 그것을 통제하기 위해 많은 선택을 합니다. 제 발로 가족을 떠나거나, 숙련된 소서러나 위저드를 찾아가 자신의 마법을 조절하는 법을 배우거나, 자신의 능력을 무시하고 억누르거나……. 대부분의 소서러들은 그리 환영받지 못하는 편이고, 이런 불쾌한 응대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소서러는 홀로서기를 하려는 경향성을 지닙니다. 형재애나 협력욕은 그들에게서 찾아보기 쉽지 않은 특질일 것입니다.
여러모로 위저드와 대척점에 서 있는 클래스입니다. 한 눈에 보기에도 위저드는 통제되고 체계적이며 논리적인 마법 사용법을 가진 반면, 소서러는 통제는 개뿔, 어디로 튈지 모르는 마법, 애가 감정이라도 있는 것 같음, 의 느낌을 가지고 있지 않나요? 실제로 소서러는 위저드처럼 한 분야에 진득하게 붙어서 '전문화'를 하려는 경향이 없고, 위저드가 자신들끼리 학파도 만들고 학교도 만드는 것과 달리 소서러는 내면의 문제와 싸우기도 버거운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차이점은 실제로도 두 마법사들이 은근한 신경전을 벌이게 만들고는 합니다. 소서러는 위저드를 쓸데없이 고지식하고 고집스러우며 비밀이나 만드는 사람들로, 위저드는 소서러를 무식하게 아무 마법이나 뱉어대는 멍청이라고 생각하는 식입니다. 우스운 건, 위저드나 소서러가 아닌 다른 클래스의 사람들은 그래서 둘이 뭐가 다른데? 라면서 배나 긁고 있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입니다…….
아무튼 이 친구들은 좋든 싫든 모험에 휘말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소서러의 몸 안에 내재되어 있는 마법의 힘은 가만히 앉아 있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으며, 모험을 통해 적절하게 그것을 표출해 주지 않으면 마법이 '말썽'을 부리는 경우가 태반이기 때문입니다. 소서러들은 이러한 말썽을 멈추기 위해서, 혹은 자신의 마법의 뿌리를 찾기 위해, 혹은 단순히 재미를 위해, 혹은 아예 마법을 없애버리기 위해, 기타 등등 그 재능만큼이나 독특한 동기로 모험을 떠나고는 합니다. 이러한 '자신의 표출' 혹은 '자신의 의지의 표출'이 소서러들의 목적인 경우가 많다 보니, 세상을 향해 자신을 보이는 소서러들의 마법 시전이 매력 능력치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사실도 그리 놀랍지만은 않습니다.
소서러들은 위저드와는 달리 사용할 수 있는 주문의 폭이 좁다는 단점을 메타매직이라는 독특한 마법 구사법을 통한 유연한 주문 시전으로 훌륭하게 보완합니다. 메타매직은 소서러만이 사용하는, 주문의 왜곡된 사용법입니다. 소서러들은 마법을 찢어 여러 갈래로 나눌 수도 있고, 묵음 상태에서도 몰래 마법을 사용할 수 있으며, 방출학파 위저드들처럼 자신의 광역 주문으로부터 아군을 보호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자신의 의지-소서리 포인트를 왜곡시켜 추가적인 마법을 사용할 수 있도록 슬롯을 마련하거나, 슬롯을 태워 소서리 포인트로 전환시키는 등의 유연한 활용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소서러들은 준비된 주문이 적은 편에 속하는 탓에, 적의 약점에 따라 주문의 종류를 바꿀 수는 없다는 단점을 지닙니다.
워락
작은 용을 어깨에 올리고 황금빛 로브를 입은 젊은 엘프가 따뜻한 미소를 짓습니다. 달콤한 말은 마법의 부적이 되고, 궁전 보초는 그의 뜻에 따라 허리를 숙입니다.
인간의 손에서는 불꽃이 맥동하고, 그 입술 아래로는 악마 후견자의 이름이 흐릅니다. 사악한 마법이 주문 속으로 스미기 시작합니다.
거친 눈빛의 티플링이 머리 위에서 반짝이는 별들의 기묘한 배열과 낡은 고서의 사이를 분주히 눈으로 훑습니다. 때가 되면 신비한 의식의 외침 끝에 머나먼 세계로의 문이 열릴 것입니다.
- DnD 5e 베이직 룰북, 워락
워락은 멀티버스 사이에 숨겨진 지식을 찾고, 알려지지 않은 힘을 빌려오는 자들입니다. 그들은 다양한 존재와의 계약-혹은 거래, 혹은 도둑질으로 자신의 것이 아닌 힘을 구사합니다. 보통 이들에게 힘을 제공하는 것들은 악마나 위대한 옛 것, 대요정 등 장대한 존재들인 경우가 많기에 그들이 사용하는 힘 역시 평범한 접근법으로는 사용할 수 없는 미묘하고 장엄한 것들입니다. 워락들은 이렇게 제공받은 힘과 지식을 자신 나름대로 조합하여 고대의 비밀과 접촉하고, 자신의 힘을 강화합니다. 위브로의 접근법을 선천적으로 알고 있는 소서러나 위브로의 접근을 위해 평생에 걸친 연구를 행하는 위저드와는 달리 워락은 마법을 위해 무언가를 거래하고는 합니다.
워락은 흔히 '흑마법사'라고 번역되며, 악마와 계약하고 영혼을 팔아먹는다는 인식이 강해 조금은 악랄한 느낌이 강할 수 있는 클래스입니다. 어느 정도는 맞고 어느 정도는 틀린 이야기입니다만, 이 글에서는 굳이 많은 것을 정정하지는 않겠습니다. 실제로 세계관 내에서도 워락 하면 헉, 걔네 소마법 하나에 영혼 판 애들 아님? 이라는 인식이 있는 편입니다. 워락은 세계관 내에서 전반적인 평판이 영 좋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외계의 존재-특히 사악한 것들과 계약을 했다는 것 자체가 일반인들 입장에서는 기함할 만한 일이니까요. 이러한 회의적 시선에 맞서 악한 존재의 힘을 선행에 사용하는 워락도 더러 존재합니다만 여전히 그들을 향한 좋지 않은 시선은 건재합니다.
이 사람들은 보통 인간이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영역의 지식과 힘에 손을 댄 사람들입니다. 일단 한 번 이런 맛을 한 번 맛보고 나면 이후에 '더'를 원하게 되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애초에 그 정도의 갈망이 없는 사람은 강대한 존재와 계약을 맺지도 않습니다……. 후원자의 힘을 빌리지 않고 홀로 그런 지식을 찾아보려 해도 지옥이나 파 렐름의 힘이 어디 굴러다니는 고서를 뒤적여서 쉽게 나올 수 있을까요? 그랬더라면 워락은 위저드의 서브클래스가 되었을 것입니다. 결국 워락은 후원자에게 돌아가 더한 것을 요구하거나, 계약을 연장시키며 자신이 갈망하는 것을 취하고는 합니다.
이런 식으로 한 번 계약이 맺어지면 후원자와의 관계를 끊어내지 못하는 경우가 대다수인데, 이렇게 계속해서 후원자의 영향을 받다 보면 성격의 변화를 경험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렇게 보면 워락이 되는 것이 영혼종속계약, 불공정계약, 삶의개쌉손해빵빠레불면서시작 싶을 수도 있으나 운 좋게 계약의 사슬으로부터 벗어난 워락도 존재하며, 선한 신을 따르며 의도적으로 악의 길에서 벗어나려 애를 쓰기도 하니 꼭 워락이 되는 것을 인생의 절망편이라고 생각할 이유는 없을 것입니다. 어찌 되었든, 워락이 제공받은 자신의 힘을 쓰기 위해서는 자신의 힘을 추구하는 강한 의지나 계약을 끊어야 할 것인지에 대한 딜레마를 뿌리치는 정신력이 필요합니다. 과연 매력 기반 시전자에게 적합한 설정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놀랍게도, 워락이 소서러처럼 만들어지는 것이 아닌 태어나는 것이라는 관점도 존재합니다. 실제로 많은 워락이 초자연적인 혈통-특히 악마나 요정의 혈통에서 태어나고는 합니다만 모든 워락이 그렇게 태어나는 것은 아닙니다. '만들어지는' 워락의 경우, 특별한 방식으로 운명의 농간에 당해 후원자의 손아귀 안에 굴러떨어지거나 영혼에 지울 수 없는 영향을 받으며 보통 인간은 상상조차 하지 못할 대단한 힘을 부여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워락들의 주문은 위저드들의 주문과 소서러들의 타고남과는 달리 자신의 의지와 부름에 의해 형성되는 경우가 많아, '영창'이나 '호출'이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애초에 룰북에서 서술되는 이름 자체가 '계약 마법'으로, '주문 시전'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타 클래스와의 차별점이 있습니다. 이런 영창은 위저드와 소서러가 시전하는 주문에 비해 강력하고 치명적이지만, 효과나 범위가 다소 한정적입니다. 혹은, 그리 강렬하지 못한 호출은 적을 공포에 질리게 만들거나 혼란스럽게 만들고, 때로는 저주에 걸리게 하는 등의 효과를 보입니다.
워락들의 계약은 다양한 방면에서 독특함을 보입니다. 어떤 워락은 계약의 여파로 냉기에 대한 저항을 얻고, 어떤 워락은 사악한 힘의 영향으로 놀라운 속도의 회복력을 얻게 되었으며, 심지어는 평범한 아이템에 계약으로 얻은 힘을 주입해 마법 아이템을 만드는 경지에 이르는 경우도 있습니다. 거기에 후원자는 워락에게 엘블 뿐만이 아닌 계약 혜택이라는 은혜마저 베풀고 있습니다……. 계약 혜택 외에도 워락이 가지고 있는 독특함은 몇 가지 더 있습니다. 워락의 지식 연구 중 떨어져 나온 금단의 지식인 섬뜩한 영창과 성장에 따라 습득하는 신비의 비밀 등입니다. 워락은 이러한 지식을 통해 자신의 힘을 강화시킬 수 있고, 순수한 비전 에너지의 응축인 섬뜩한 작렬에 더한 고통을 안겨주거나 짐승의 언어를 배우는 등 다양한 방향으로 성장할 여지가 있습니다. 그것이 워락의 매력이자 어려운 점이죠.
워락이 다른 주문 시전자들과 가지는 가장 명확한 차이점은 워락 주문 슬롯이라는 별개의 주문 슬롯을 사용한다는 것입니다. 다른 시전자들이 8시간 이상의 휴식을 취해야만 다시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것과 달리, 워락은 1시간의 짧은 휴식 때마다 다시 슬롯을 채우고 모험을 계속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이 슬롯에는 레벨 구분이 없어서, 6레벨 주문도 1레벨 주문도 공평하게 하나의 워락 주문 슬롯을 사용합니다. (슬롯에 레벨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 슬롯의 개수가 상당히 작은 것으로 인해 무분별하게 주문을 난사하다가는 (모험 도중 짤막한 휴식을 하지 않는다면) 섬뜩한 작렬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는 무력한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는 것이 큰 약점입니다.
바드
오래 전 잊혀진 폐허의 고대 비석을 손가락으로 더듬으며, 거친 가죽 옷을 입은 하프 엘프는 콧노래를 흥얼거립니다. 노래의 마법으로 이 비석을 세운 사람들과 이 돌에 담긴 신화를 생각하면 마음 속에서 수많은 지식이 솟아오르는 것만 같습니다.
엄숙한 인간 전사가 비늘 갑옷에 칼을 경쾌하게 두드리며 전쟁 노래의 템포를 맞추고 동료들에게 용기와 영웅심을 북돋워 줍니다. 노래의 마법으로 전우들은 힘과 용기를 얻습니다.
시튼을 조율하던 노움은 미소를 머금고 동료들의 말이 잘 들리도록 북적이는 귀족 무리에게 약간의 마법을 걸었습니다.
- DnD 5e 베이직 룰북, 바드
바드는 음악과 언어의 힘으로 마법을 자아내 동료들을 고무시키고, 적의 사기를 꺾으며, 때로는 상처까지 아물게 할 수 있습니다. 이 사람들이 단순히 플룻 조금 불고 류트 조금 치면서 응원가를 부르는 것만으로 마법을 자아내는 것은 아닙니다. 바드가 부르는 노래, 연주하는 음악, 내뱉는 단어에는 대단한 마법이 잠들어 있으니까요! 포가튼 렐름에서 소리와 언어는 단순히 말을 전하는 용도가 아닌 위브를 새로이 조율하고 배치하는 용도로도 사용됩니다. 바드는 이런 언어가 가지고 있는 단순한 진동 이상의 잠재력을 발견하고, 멀티버스를 빚어낸 신의 음성과 그 메아리가 여전히 우주 전체에 퍼져 나가고 있다고 믿으며 이것들을 찾고 활용하려 노력하는 이들입니다. 이들의 마법은 음악이나 연설에 쏟아 붓는 마음과 영혼에서 비롯되므로, 매력 능력치를 판정에 사용합니다.
진짜 바드는 이 세상에서 흔치 않은 존재입니다. 노래하고 춤추는 다재다능한 사람, 음유시인, 연예인은 온 세상에 널리고 널렸지만, 이들이 소리 속의 마법을 찾을 수 있는가에 대해 묻는다면, 아니요! 그렇지 않습니다. 음악에 파묻혀 있는 마법을 발굴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과 공부가 필요하고, 대부분의 음유시인과 광대가 가지지 못하는 감각과 재능 역시 필요합니다. 애석하게도 일반적인 사람들은 바드와 일반적인 연예인을 구별하지 못할 것입니다. 이러나 저러나 말 잘 하고 노래 좀 하고, 사람들을 즐겁게 해 주면서 금화를 벌어 먹고 사는 것은 별 다를 바 없으니까요! 하지만 바드는 그러한 연예인들과는 비교를 불허하는 수준의 지식, 음악적인 재능, 그리고 약간의 마법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대단한 차이를 지닐 것입니다.
위에서 구구절절 이야기했듯이 기본적으로 바드가 되기 위해서는 수많은 지식이 필요합니다. 그 덕택에 바드는 (특출난 부분은 거의 없을지언정) 다재다능함을 지닙니다. 전투 상황에서의 바드는 원거리에서 아군을 격려하고, 적군에게 잔인한 조롱을 던지는 일이 많습니다. 하지만 필요하다면 그들은 음파로 적들을 밀어내고, 자신의 검에 반짝이는 마법을 발라 근접전에서 자신을 방어할 수도 있으며,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음악으로 암살의 음습한 판을 깔아 줄 수도 있을 것입니다. 바드를 활용하는 방법은 그들이 펼치는 이야기만큼이나 무궁무진합니다. 전투 중이 아닐 때 그들이 뽐내는 폭넓은 지식과 타고난 재능, 그리고 그것들이 해낼 수 있는 놀라운 일들을 보면 연주 한 번 없이도 박수가 나올지 모릅니다.
바드들은 기본적으로 이야기와 전승, 신화, 설화에 의해 살아갑니다. 그들은 자신보다 앞서 간 이들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고, 새로운 이야기와 영감을 찾아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니고는 합니다. 이야기꾼, 음악가, 마법사, 무용수, 전승자에 이르기까지 '바드'들은 한 자리에 오래 머물러 있는 일이 드뭅니다. 새로운 이야기, 새로운 기술, 지평선 너머의 새로운 발견, 그것을 찾아가기 위한 여행에 대한 본능적인 갈망! 그 덕택에 바드들은 고질적인 방랑벽을 지니거나, 자연스레 모험가의 길을 걷게 됩니다. 그들은 은근슬쩍 모험가들의 뒤를 밟으며 그들의 업적을 눈에 담고 기록하거나, 홀로 떠돌며 발견되지 않은 새로운 지식을 쌓거나 오래된 기술을 연마하며, 때로는 자신에게 큰 영향을 주었던 영웅의 뒤를 이어 스스로가 모험의 일부가 되기도 합니다.
이야기만 들어도 매력적인 이 바드들은 실제로도 사람들을 매혹하는 데에 퍽 재주가 좋습니다. 즐거움과 영감을 준다는 사실은 좋으나, 모든 것에는 어두운 이면이 있듯 모든 바드들이 자신에게 주어진 재능을 밝은 곳에 사용하는 것은 아닙니다. 일부의 사악한 음유시인들은 자신의 힘을 다른 사람을 향한 기만이나 속임수에 사용하며 마음을 꺾기도 합니다. 다만, 대부분의 바드들은 개인의 도덕적 성향과는 별개로 피할 수 있는 싸움을 일부러 부추기거나 폭력을 노골적으로 행사하는 것에 대한 강한 거부감을 지니고 있습니다. 바드에게 있어 인생 최대의 미덕은 지식의 추구와 발견이지, 칼싸움과 불필요한 자극이 아니니까요. 이런 성격 덕택에 바드는 바드가 아닌 이들과도 꽤 잘 어울리는 편이고 누군가의 대변인으로 서는 경우도 많습니다.
배움과 사교에 진심인 바드는 대학 또는 학파라고 불리는 친목 단체를 형성해 자신들의 지식을 보존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합니다. 여기서 대학이라 함은 위저드의 학교마냥 진짜 장소를 만들어 둔 것이 아니라, 비슷한 성향과 지향점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따라가는 길이나 친목의 형태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더 정확합니다. 여러 학파는 각자 추구하는 바나 행동의 양식에 따라 나뉘어지고 이에 따른 친목을 즐기고는 합니다. 용맹 학파는 영웅의 행동을 노래하고 모방하며 다른 사람들에게도 이러한 행적을 따르라고 영감을 주고, 전승 학파는 축제 등에 모여 자신이 발견한 이야기와 상식을 이야기와 노래로 엮고 지식을 전파하는 데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식입니다. 물론 이런 '학파'라는 정의 외에도 정말 조직적인 학습을 하기 위한 '대학' 역시 존재하니, 대학이나 학파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을 때에는 문맥에 따라 그 대학이 장소로서의 대학인지, 혹은 학파와 정신적 추구로서의 대학인지를 구분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Bardic colleges 라는 단어가 이 두 내용을 동시에 내포하고 있어 종종 번역에 혼란이 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차후 기회가 된다면 바드 대학에 대한 내용도 다뤄 보도록 하겠습니다.
요약
마법 시전자들은 위브에 접촉하고 마법을 구사하는 방법 외에도 다양한 차이를 가지지만, 가장 큰 차이는 역시 위브에 어떻게 접근하는가에 대한 것입니다. 위저드는 연구와 학습을 통해, 소서러는 내재적인 연결과 혈통을 통해, 워락은 후원자의 영향을 통해, 바드는 음악과 언어를 이용해 위브를 다룹니다. 자세한 것으로 들어가면 더 많은 차이가 있으니, 본 게시글과 추후에 업로드될 게시글을 통해 알아가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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