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회랑

번외_먼 곳에서 온 편지

영의 세계

브금(만약 영계 브금을 듣고싶다면 이쪽)

태초의 기원으로부터 온 선물

〈바람의 성령으로부터 온 선물.

마치 제단에서 정성스레 포장한 듯, 선물에서 은은하게 바다의 향기가 풍겨온다.〉

너는 화가라고 들었어, 여우 아가씨. 아니, 지금은 여행자 아가씨라고 불러야 할까.

각지를 돌아다니며 관찰하고, 기록하고, 한 장소의 이야기를 그림으로 만들어 다른 장소에 그것을 전한다.

아주 훌륭한 직업이라고 생각해. 어떤 의미에서는 제사장과 다를 바 없지.

하지만 네가 그리는 것은 구체적인 신의 모습이고, 네가 전하는 건 세계의 노래야.

우리의 선물을 받아 줘. 그리고 그대로 계속 걸어갔으면 좋겠다.

너에게는 미래의 희망이 있으니까.

카이로스.


재생의 기원으로부터 온 선물

〈작은 상자의 틈새로 마치 이곳을 엿보듯 새싹이 얼굴을 드러내고 있다.〉

상자에는 아무런 메시지도 남아있지 않다.

작은 발자국이 보인다. 고슴도치의 것일까.

그리고 그리운, 식물의 상쾌한 향기.

그것은 마치 교대, 약속, 그리고 아득히 먼 곳에서의 인사를 암시하는 것 같았다.

알카이드.


불멸의 기원으로부터 온 선물

〈이름 없는 금보.

오랫동안 해수에 잠겨 있던 것 같지만, 악보 위의 문자는 마치 새것처럼 말끔하게 수복되어 있다.〉

이 선물에 서명은 필요하지 않다. 왜냐하면 발신자가 사용하는 문자가 굉장히 특징적이니까.

하지만 이곳에 쓰인 문자는, 지금까지의 것보다 조금 어린 것처럼 느껴진다.

마치 모든 기도가 시작되기 전의 것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누가 이것을 찾아낸 것인지는 분명하다.

금보 주위를 감도는 밤안개를 통해 그 세계의 현재 모습이 보인다.

사계절이 바뀌고, 성인식과 노랫소리가 들리는 세계가.

아인.


예신의 선물

〈깔끔하게 정돈된 상자 안에 흩어진 종이가 들어 있고, 일기처럼 보이는 내용이 기록되어 있다.〉

절대 거절하지 마.

앞으로는 과거에 이상한 일이 벌어질테니까.

사실 미래의 나에게 쓰려고 했지만, 이게 누구에게 닿을지는 알 수 없어.

(이 줄은 가로줄이 그어져 있다.)

그만하자, 어쩌면 그냥 꿈일지도 몰라.

내가 그림이나 시를 좋아하는 꿈을 꾼 적도 있으니까.

예신.


새로운 세계가 탄생하기 전으로부터 온 선물

〈깔끔하게 밀봉된 이 호화로운 선물은 우주를 떠돌다가 여기까지 도달했다.

선물에는 영계의 과거를 알기 위한 영상 자료가 들어있다.

영상 아래에는 장문의 편지가 놓여 있다.〉

친애하는 미지의 여행자에게:

이 편지는 내가 그대의 존재를 처음 알았을 때 쓰여졌어.

오늘, 마침내 그 ‘신’을 삼키는 방법을 알아냈어.

매우 기쁜 일이지.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당신의 희생이 필요해.

그대에게는 아무런 감정도 없지만, 무고한 사람을 끌어들이는 건 나의 신념과 상반되는 일이지.

몇 년이 지나면 폭군 니엘 로샤가 원칙을 깨고, 지금의 나로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그런 짓을 저지를지 어떨지는, 나도 몰라.

하지만 미래가 어찌 되건, 이 편지를 남겨둘게.

나에 대한 기대와 그대와의 약속의 의미를 담아.

만일 당신이 이 편지를 보게된다면, 모든 것은 실현되고, 나는 내게 부과한 원칙을 어기지 않았다는 뜻일거야.

그렇다면…… 영계의 기억은 그대가 보관해 줘.

그대는 시공을 초월하여 영원히 존재할 수 있으니까.

나와는 다르게.

니엘 로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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