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의 여린 아이

네가 저주라 부르는 그것은 나의 유일한 희망이었단다

문득 그런 날이 있다. 수없이 노력해온 것이 무너지는 듯하고, 희망이 절망으로 바뀌어 모든 것을 포기하고만 싶을 때가. 그날도 그런 날이었다. 나 자신을 그 누구도 찾지 못할 깊은 바닷속에 잠기게 해 숨을 옥죄이고 싶은, 스스로의 존재를 부정하고자 빛을 저버린 날이었다.

 

평소와 같이 수면 위를 가만히 떠돌고 있었다. 조금이라도 움직인다면 곧바로 집어삼킬 것만 같은 시커먼 바다 위에서 물결에 몸을 맡긴 채 눈을 감았다. 두려울 리는 없었다. 바다는 곧 나의 몸이었고, 그런 바다가 나를 버릴 일은 없었다. 나에게만 온건한 이 바다는 그 어떠한 존재도 허용하지 않으려 들었다. 내가 다른 존재를 바란다고 할지라도, 바다는 결코 그 소망을 이루어주지 않았다.

 

그런 곳에서 지내기를 수백 년, 혹은 수천 년이 지났을지도 모르겠다. 시간과 공간이라는 개념마저도 상실된 이곳에서 내가 알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나의 존재만을 겨우 인식하며 무의미한 삶을 살아갈 뿐이었다. 무의미한 삶. 나라는 존재는 분명 의미가 있었다. 하늘과 땅, 그 모든 것을 만들고 존재들에 생명을 불어넣은 당사자이기에, 의미가 없음이 이상했다. 헌데 지금은 그 의미를 찾지 못하고 있다. 하늘과 땅 위의 존재들은 나를 잊은 채 살아가고 있었고, 내가 없는 세계는 별다른 위기도 찾아오지 않았다. 이제 와 나의 존재를 깨닫는다 하더라도 변하는 것은 없을 것이었다. 외롭거나 무기력한 것은 아니었다. 나를 무가치하다 느낀 것 또한 아니었다. 내가 존재했기에 이 모든 것이 존재할 수 있었으니 나를 무가치하다 평하는 것은 세계가 무가치하다 평하는 것과 다를 바 없었고, 내 존재의 부정은 세계의 부정과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그리 속을 달랠지라도 때때로 어둠에 잠식되고야 마는 것이다. 무엇이라 정의 내릴 수 없는 허전한 마음과 뜻대로 할 수 없는 몸은 존재한다고 보기 어려웠으며 동시에 그 무엇도 없는 혼돈과도 같았다. 무한한 시간을 지낸다 하더라도 동시에 존재하는 순간은 없는, 존재라고 부를 수 없는 무언가. 그것이 나 자신을 정의 내린 단어이자 본질이다.

 

그 본질이 깨지는 순간은 영영 오지 않을 미래였다. 내가 변하는 순간은 있어서도 아니 되었고 있을 가능성조차도 없을 터였다. 허나 나의 오만함을 비웃듯 그 순간은 찾아왔다. 나의 존재를 부정하며 결국 바다의 속을 들여다본 그 짧은 시간 동안, 내가 저버린 빛과 함께 유일한 희망이 찾아왔다.

 

혼돈의 바다를 바꾸어줄 유일한 존재가 나와 조우했다.

 


그는 어린 소녀였다. 그래, 이제 막 성인이 되었을 법한 소녀. 까마득히 어린 그를 보고 있으면 진정한 태양이 무엇인지 알 것만 같았다. 나의 아들, 라를 두고 하기엔 부적합한 발언일지도 모르겠다. 인간을 태양이라 칭하다니, 라가 듣는다면 너무하다며 한숨을 내쉴 것이었다. 그러나 그 아이는 정녕 태양이었다. 겉모습을 말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는 나의 바다와도 같이 어두운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었고 눈동자는 짐승의 것과 같이 샛노란 색이었지만, 그런 것들을 두고 태양이라 칭한 것은 아니었다. 그저 그 아이의 영혼과 마음씨가 눈부신 황금빛을 띠며 나를 따스히 안아주었기에, 나의 존재를 밝혀주었기에 그리 말하고 싶었다.

 

아이는 나에게 관심이 많았다. 나와 시선을 마주한 직후 망설임 없이 ‘눈’이라 불러주었을 정도로 나에 대한 관심과 열망이 대단했다. 아이는 오로지 나를 찾겠다는 일념만으로 눈의 바다를 찾아다녔다고 했다. 허가받지 못한 자는 소멸할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두려움 없이 바다를 건너려 했단다. 무척 어리석고도 맹랑한 짓이었지만 꾸짖을 수는 없었다. 그만큼이나 나는 아이에게 중독되어 있었고 아이가 떠나려 한다면 함께 땅으로 내려갈 준비마저 하고 있었다.

 

바다에 들어서기 전 그 아이를 발견한 것은 천운이었다. 조금이라도 늦게 밑을 들여다보았다면, 또는 그날 빛을 저버리려 하지 않았다면, 그 아이는 바다에 먹혀 스러지고 나의 빛은 영영 볼 수 없었을 것이다. 만일 그러했다면, 머지않아 나는 바다에 삼켜져 스스로를 소멸의 길로 이끌었을 것이다. 그 누구도 알지 못한 채로 존재를 잃었을 것이다.

 

이 아이는 내가 존재해야 할 가치를 부여했고 나는 새로이 태어난 것이나 다름없다. 모든 것의 창조주인 나이지만, 그런 나의 창조주는 아이였다. 죽음조차도 나에게서 아이를 앗아갈 수는 없었다. 인과에 어긋날지라도 모든 능력을 이용해 아이와 함께하리라 마음먹었다. 아이가 나를 원망하는 날이 오더라도 결코 놓아줄 수는 없었다. 빛을 잃은 바다는 숨 막히는 어둠으로 변해버릴 것이기에, 한 번 따스함을 맛본 나로선 속절없는 일이었다.


아이의 이름은 ‘릴리스’였다. 라의 신도의 딸, 나의 아들을 믿는 자의 딸. 그러나 아이는 라가 아닌 나를 믿는 듯했다. 아이는 부끄럽다는 듯 웃으며 나에게 기대곤 속삭였다.

 

“태양은 위대하시지만 저는 존재하지 않는 분이 더욱 궁금했어요. 존재하지 않는 분께서 만드신 세상은 태양보다도 위대한걸요. 태양도 눈께서 만드신 존재이잖아요.”

 

흡족한 속삭임이었다. 가장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졌다는 신마저도 이리 곱지는 않을 것이며, 온 세상의 정보를 손에 쥔 자마저도 이리 마음에 드는 말을 할 수는 없을 것이었다. 아이는 너무나도 완벽히 나를 위해 안배된 선물이었다. 나만을 바라보며 나를 위해 행동하는 아이는 그 존재만으로도 공허감을 채워주었다.

 

이런 생각을 가지게 된 것을 후회하진 않았다. 아이에게 못될 짓을 한다는 죄책감과 아이를 소유물로 여기게 된 마음은 괴로웠으나, 그를 외면할 만큼 아이에 대한 감정은 컸다. 본래의 나라면 결코 하지 않을 생각들. 어쩌면 이전의 나는 고독함에 질식한 것일지도 모른다. 이리도 한 존재에게 애정을 쏟으며 갈구하게 될 줄 그 누가 알았겠는가? 절대적인 불멸자가 한낱 필멸자를 위해 인과마저 어기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아이는 커다란 가치를 갖고 있었고, 그 가치를 알아본 자가 또 하나 생긴 것은 예정된 파멸이었다. 애정에 모든 것을 외면해버린 나에게 주어질 벌이자 속죄의 시작이었다.


어느 날, 라가 전령을 보냈다. 과거의 버려진 태양신이 지상을 무너뜨리려 한다는 내용이었고, 나는 이를 가볍게만 여겼다. 버려진 태양신은 나의 바다에서 떠돌던 방랑자였고, 그가 지하로 쫓겨난 뒤 대부분의 힘을 잃었다고 생각한 까닭이다. 바다에 대한 나의 믿음은 굳건했고, 바다가 다른 자의 힘을 앗아가지 않고 놓아주었을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허나 나는 짐작했어야 했다. 바다가 아이를 곧바로 집어삼키지 않은 것처럼, 이전에도 누군가에게 기회를 주었다는 것을. 나의 오만함을 뼈저리게 후회하게 될 순간이었다.

 

언제나 같은 시간에 모래 언덕 위로 찾아오던 아이가 보이지 않았다. 첫날에는 조금 늦는 것이라 생각했다. 둘째 날에는 아이가 아픈 것인가 하는 걱정이 들었다. 그리고 셋째 날에야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 마을 어디에도 아이의 흔적은 남아있지 않았고, 아이를 기억하는 자조차 없었다. 뒤늦게 라를 찾아가자, 그는 지하세계로 인간 몇이 끌려갔다며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아펩이, 그 버려진 태양신이, 눈의 바다가 약해진 틈을 타 인간들을 줄곧 납치해가고 있었다고 한다.

 

어찌하여 나는 이를 모르고 있었는가? 어찌하여 세상을 외면하고만 있었는가. 아이의 빛에 눈이 멀어 나의 의무와 본질을 잊고 있었다. 나의 의무는 세상을 빚고 유지하는 것. 본질은 혼돈의 바다로 중심을 지키는 자. 아무리 빛이 그리웠더라도 잊어서는 안 될 것들이었다. 그 대가가 이리도 험하게 다가올 줄이야. 아니, 이 또한 예상했어야 했다. 미래를 읽어나가는 자로서 책임을 져야만 했다. 아이를 잃고서야 비로소 어둠이 가셔 세상을 바로 보게 되었다. 허니 이제는 아이를 찾아 달래주어야 했다. 버려진 태양신의 처우를 결정하고, 아이와 함께 돌아와 포근한 일상을 보내야 했다. 만일 아이가 무사하지 않다면, 그 또한 편히 소멸하진 못할 것이리라.


라와 함께 지하에 당도했을 때, 우리를 반기는 것은 비릿한 향이었다. 빛 하나 들지 않는 어둠 속에서 라는 작은 빛을 만들어내었고 나 또한 바다를 움직여 강을 집어삼켰다. 이상하게도 주변이 고요했다. 비명과 괴물들의 울음, 악마들의 웃음소리, 그 모든 것이 들리지 않았다. 보이는 것 또한 없었다. 라의 빛만이 주위를 밝히며 일렁이는 그림자를 만들어낼 뿐이었다. 우리가 올 것을 예측했다고밖엔 볼 수 없는 상황이었다. 모든 준비를 끝낸 지하와 그렇지 않은 우리. 여러 인간을 인질로 잡은 지하와 그들을 구해야만 하는 우리. 누가 불리한지는 계산하지 않아도 당연했다. 혹여 아이를 인질로 잡아 협박한다면 나는 어찌해야 하는가? 다음 신들에게 세대를 넘기고 물러선 나로선 과한 힘을 쓸 수 없었다. 라 또한 인간들이 잡힌 상황에선 편히 능력을 쓸 수 없었다. 다른 신들을 부르기에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었고, 함정임을 알면서도 당해야 한다는 것이 후회를 더했다. 내가 의무를 다했더라면 벌어질 수 없는 미래였다. 모두 나의 잘못이었다.

 

그때, 작은 메아리가 퍼졌다. 깊숙한 동굴 안에서 누군가 소리치는 듯했다. 자책하지 말고 현재를 정확히 파악해 자신들을 구하라는 것만 같았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리 들렸다. 무의미한 자책을 멈추고 내부로 조금씩 들어갔다. 발소리가 나지 않도록 주의하며, 그 목소리가 들린 곳으로 향했다. 비릿한 향에 노출되어 있던 코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할 즈음, 마침내 붉은 빛이 감도는 구멍을 찾아내었다. 라에게 신호를 보낸 후 입술을 짓씹으며 들어간 그곳은, 붉은빛이 가득한 그곳은, 잠시간 현실을 부정하게 될 정도로 끔찍한 지옥이었다. 지하의 신과 악마와 괴물이 낄낄 웃고, 그들에게 둘러싸인 인간들은 더 이상 인간이라 부를 수 없는 모습이었다. 신체가 조각난 채로 영혼이 어둡게 물들어 악마 옆에서 함께 낄낄대는 인간과 관절이 이상하게 꺾인 채 뒤를 바라보며 저주를 퍼붓는 인간, 하반신은 괴물에게 먹힌 것인지 상반신만이 남아 꿈틀거리는 인간까지.

 

그 수많은 것들 사이에 나의 아이가 있었다. 여전히 빛나는 영혼을 품고 피로 물들어 붉게 젖은 눈을 뜬 채로, 상처투성이인 몸을 억지로 일으키며 차분히 마법을 쓰는 눈부신 나의 아이가. 아이를 비웃으면서도 다가가길 꺼리는 자들이 보였다. 사흘간, 모든 인간이 어둠에 물든 곳에서, 홀로 모욕을 견디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아이가 대견했다. 또한 분노했다. 감히 눈의 아이를 건드린 작자들에게, 빛나는 영혼들을 어둠으로 물들인 악마들에게, 그 모든 것을 주관한 버려진 태양신에게. 결코 편한 안식을 내어줄 수는 없었다. 아이를 구한 뒤 저것들의 처우를 물어볼 것이다. 아이가 원하는 대로 행할 것이다. 나의 여린 아이가 처벌을 꺼린다면, 그가 볼 수 없는 곳에서 직접 처단하리라.

 

그리 생각하며 아이에게 다가갔다. 아이를 괴롭힌 것들을 하나씩 바다에 내던지며, 한계에 달한 아이를 안아주기 위해 빠른 속도로 걸었다. 무언가 이상함을 깨달은 것은, 아이가 피를 토하며 나를 향해 고개를 저었을 때이다. 아이는 입을 달싹이다가 눈물을 떨구었다. 흐느끼는 것인지 잘게 떨리는 어깨와는 대조적으로 아이의 주변에는 여전히 마법의 빛이 떠다니고 있었다.

 

나는, 이 어리석은 나는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아이는 무엇을 하고 있기에 여즉 마법을 사용하고 있지? 어째서 나를 보며 체념한 듯 미안하다는 입모양을 하는 것이지? 무엇 때문에?

 

“눈, 이미 늦었습니다. 저 아이는...”

 

무엇이? 라, 말해보아라. 무엇이 늦었다는 것이냐.

 

아무런 말도 들리지 않았다. 라가 무어라 설명하는 것 같았지만 나의 감각은 모두 아이에게로 향해있어 인지할 수 없었다. 그저 나의 아이를 구해야 한다는 생각만이 나를 지배했다. 아이에게 다가가려 했으나 무엇인지 모를 것이 나를 붙들었다. 그것을 떨치려 했지만 더더욱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더 이상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었다. 이 세상을 만든 나는 아이 하나조차도 구하지 못하는 무능한 존재였다. 하지만, 하지만 어째서? 어째서 아이에게 쇠사슬이 묶이는 것이지? 어째서 지하의 모든 것들이 아이의 마법에서 느껴지는 것이지?

 

아, 아이야. 나의 소중한 릴리스. 네가 하는 말이 들리지 않아. 분명 너는 내 앞에 있는데 너의 존재를 찾을 수가 없어. 나의 빛나던 릴리스. 태양의 릴리스. 아이야. 어째서.

 

“눈, -- -- -----.”

 

나의 이름을 불러준 거니? 빛나는 나의 아이야. 한 번만 더, 단 한 번만 더 내 이름을 불러주렴. 너의 목소리가 더 이상 들리지 않아. 아이야, 제발.

 

아이야. 이제는 너의 영혼조차도 보이질 않아. 나는 어찌하면 좋니?

 

답을 알려주렴. 너는, 너는 나에 대해 많은 걸 알고 있잖니.

 

제발, 이리 부탁하마.

 

한 번만이라도 더 존재하는 너를 보고 싶어.


아이가 사라지고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흘렀는지 모르겠다. 여전히 나는 그때의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다. 지하의 존재들은 모두 죽었고, 버려진 태양신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나의 아이 또한 존재를 찾을 수 없게 되었다.

 

아이의 마법은 나조차도 처음 보는 것이었으나, 뒤늦게 해석한 지금 또다시 자책하고야 만다. 인간이 신에게 대항할 수 있는 유일한 마법이었다. 신이 신을 죽이는 것이 아닌, 인간이 신을 봉인하는 것. 어쩌면 수많은 인간들이 소망해온 마법. 아이가 영특한 줄은 알고 있었으나 신의 두뇌를 넘어설 줄은 미처 몰랐다. 아니, 나는 아이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다. 그저 내가 생각하는 이상에 맞추어 빛이라며 속박해두었을 뿐이다.

 

아이를 잃고 난 뒤, 흔적이라도 찾고 싶어 향한 아이의 집에서는 수많은 글을 발견할 수 있었다. 나를 비롯해 잊힌 신들에 대해 조사한 것, 악마라는 종족에 대해 조사한 것, 그리고 그들 모두를 봉인할 수 있는 방법과 되살릴 수 있는 방법까지. 세상에 알려지면 인간들에게 각광받고 동시에 위협받을 내용이 가득했다. 이렇게나 대단한 아이였는데, 나는 그저 내 욕심으로 옆에 두고자 했고 끝내 목숨을 잃게 만들었다. 나의 오만함과 어리석음이 빛을 죽였다. 아이가 되살아난다면 무엇이든 해줄 것이다. 더 이상 속박하지 않고, 아이가 좇는 모든 것들을 지지할 것이다. 그러나 너무 때늦은 후회이다.

 

때늦은 후회라고 생각했다.


라 또한 다음 세대에게 세상을 맡기고, 그로부터도 한참이 지났다. 그동안 나는 아이가 남긴 유일한 흔적을 보관하고 있었다. 아이는 없지만, 만일 아주 작은 확률으로라도 아이가 다시 존재하게 되었을 때, 그가 연구한 모든 것들을 건네주며 살아있어줘서 고맙다고 하고 싶었다. 아이는 쇠사슬에 묶여 소멸했겠지만, 그럼에도. 본래라면 믿지 않을 희망을 가지고 있다. 어리석은 인간들만이 가진 그 마음을.

 

그리고 그 희망은 보답받았다. 라의 다음 세대도 그 다음 세대에게 세상을 맡기려 하는 시점에, 나의 아이는 돌아왔다. 눈의 바다에 잠긴 채로 한참을 멈춰있다가 지상에 내려가 눈을 떴다. 비록 영혼의 빛은 줄어들었지만, 더 이상 바다와 같이 어두운 머리카락도 짐승과 같이 노란 눈동자도 존재하지 않지만, 그럼에도 너는 나의 아이이다. 네가 인간이 아니게 되었을지라도 나의 소중한 아이이다.

 

그러니 아이야, 스스로를 저주라 부르지 마렴. 네가 저주라 부르는 그것은 신조차 막을 수 없는 너의 능력이며 너를 지켜주었던 마법이고, 동시에 내가 사랑하는 너를 다시 존재하게 해준 축복이란다. 사랑하는 나의 아이야, 언제나 너의 곁을 지키며 사랑한다고 속삭이마. 네가 스스로에게 믿음이 생길 때까지, 나의 힘이 다하는 순간까지. 언제까지라도 너와 함께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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