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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각 - (하)

EAND by M0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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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콜사씨에게.

매일 얼굴을 마주보고 사는데 편지라니, 분명 콜사씨라면 웃었겠지요? 전하지 않을 편지를 쓰는 것에 사람들은 무슨 의미가 있냐고 입을 모아 말하겠지만 저는 분명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건망증이나 치매일지도 모른다는 말을 의사에게 들었거든요. 무언가를 쓴다면 기억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하길래 병원에서 오는 길에 딜리버드 파우치에서 편지지 묶음을 샀습니다. 콜사씨의 파트너 여러분과 닮은 예쁜 초록색이지요? 아,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나요. 방문 밖에서 당신이 부르는 소리가 들리네요. 그럼 오늘은 이만 들어가 보겠습니다.

사랑합니다, 콜사.

사랑하는 콜사씨에게.

오늘 당신 앞에서 그만 펑펑 울어버리고 말았네요. 다행히도 상냥한 콜사씨는 제 문제가 아니라고 해주었지요. 콜사씨에게 미움받은줄 알고 마음을 졸여서인지, 아니면 그저 늙어서 눈물샘이 느슨해진건지 눈물이 멈추질 않아서 그만 콜사씨의 윗옷을 다 적셔버리고 말았어요. 당신의 품에 안겨서 당신의 향기를 맡는 그 순간이 영원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젊었을때와 같이 열렬하게 사랑을 표현할 수는 없지만 양만큼은 지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콜사씨, 저와 평생을 약속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콜사.

콜사씨에게.

저는 조각을 하는 당신의 모습을 보는 것이 좋습니다. 진지한 표정으로 돌에 생명을 불어넣는 콜사씨의 모습은 너무나도 아름답거든요. 지금 생각해 보니 콜사씨의 조각을 본 적은 많지만 조각을 하는 모습을 본 적은 그리 많지 않네요. 어째서일까요. 세탁소에서 혼난 것을 생각하면 이유는 알겠지만요.

 며칠 전에 드라이클리닝을 맡기려 세탁소에 갔었는데, 세탁소 주인분이 양복을 입은 채로 로스트 사막을 구르기라도 했냐고 물어보시더군요. 로스트 사막은 커녕 그 옆의 카라프시티에도 간 적 없다고 하니 하루이틀 쌓인 돌먼지가 아니라고 하셨는데... 사실 그날 리그에 도전한 트레이너분의 마기라스가 실기테스트실을 사막으로 만들어버렸거든요. 쌓인 모래를 치우느라 그날 오후 일정은 전부 실기테스트실을 치우는데 사용하게 되었지요. 흠... 역시 마기라스는 바위타입이니 모래바람도 돌먼지인걸까요?

콜사씨는 조각을 하며 날릴 흙먼지도 신경을 쓰신 거겠지요? 그래도 내쫓지는 말아주셨으면 해요. 양복은 다시 빨면 되니까요.

내 사랑에게.

콜사, 당신을 잊고 싶지 않아요. 저를 바라보는 당신의 상냥한 눈빛과 풀내음이 느껴지는 체취, 부드럽고 달콤한 입맞춤을 잊고 싶지 않아요. 벌써 세묶음째 쌓인 편지를 읽고 또 읽어도 콜사씨와의 추억은 흰 물감으로 거칠게 덧칠한 캔버스처럼 보이지 않게 되었어요. 그저 물감 너머로 연하게 비쳐보이는 색으로 즐거웠겠구나, 추측만 할 수 있을 뿐 그것이 무엇이었는지... 생각이 나지 않아요. 하지만, 이런 변화도 받아들여야겠지요. 콜사씨, 예전에 제가 용들은 강대한 힘을 품은 덕분에 천천히 자라고 오래 산다고 얘기한 적이 있지요. 예전에 일족에서 후계로 자라고 있던 어린 저는 죽어가는 늙은 용을 본 적이 있어요. 아버님이 태어나기도 전부터 진화를 끝마쳤던 그 용은 크고 아름답고 강했지만, 제가 본 모습은 따뜻한 햇살이 비추는 마당 한켠에 웅크린 채 잠에 빠져든 모습이 대부분이었죠. 가끔 잠에서 깨어나면 마치 딥상어동으로 돌아간 것처럼 말간 웃음을 지어주었던 그 용은 얼마 지나지 않아 하늘로 돌아갔어요. 콜사씨에게도, 저에게도 그 때가 가까워진 것이겠지요.

콜사씨, 이기적인 부탁이지만 다음 생에서도 당신을 사랑해도 될까요?

사랑합니다.(눈물자국으로 심하게 번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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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창작
페어
#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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