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걱!!

야마토랑 내가 사귀는데 야마토가 나 데리러와서 염병떠는 내용.


타카나시 프로덕션의 사무실 안은 히터는 돌아가고 있으나 공기는 싸늘했다. 연말이라 다른 사무직원들은 모두 퇴근하고 오직 한사람만이 남아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아까까진 두 사람이었으나 오늘은 아이돌리쉬세븐의 숙소에서 연말파티가 있는 날이기 때문에 아직 미성년인 츠무기를 나름 어른인 츠보미가 먼저 보낸 것이었다.

"혼자서 할 수 있는 양이니까 걱정 마 금방 갈게"

"그래도 츠보미 씨 혼자만 남겨두는 건……."

"혼자인 게 더 집중 잘되는걸!!"

이것이 아까까지의 대화. 결국 츠무기를 먼저 퇴근 시키는 것에 성공한 츠보미는 식다 못해 차가워진 커피를 단숨에 들이켜고 다시 노트북 화면을 쳐다보며 손을 바삐 움직이기 시작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한창 집중하고 있는 츠보미의 휴대전화의 화면이 팟! 하고 커졌다. 화면을 확인하면 래빗챗의 알림이 떠 있었다. 보낸 사람은 아이나나의 리더이자 지금은 츠보미와 교제 중이기도 한, 그러니까 아마야 츠보미의 연인인 니카이도 야마토였다. 한창 재밌게 파티를 즐기고 있을 사람이 갑자기 래빗챗을 보내니 츠보미는 무슨 일이라도 일어난 건가 싶어서 빠르게 휴대전화의 잠금을 풀었다. 다행히도 평범하게 아직도 사무실이냐고 묻는 내용이었다.

[아직도 사무실이야?]

[넹.]

[아 츠무기 쨩은 먼저 보냈어요!]

[넌?]

[넌 언제 오는데?]

[저도 곧 갈 수 있을 거 같아요 한시간정도 뒤에...?]

[알았어.]

마지막으로 키나코의 이모티콘을 보내고 츠보미는 휴대전화를 내려놓았다. 좋아 다시 집중! 이라며 자신의 볼을 두 손으로 찹찹 때린 츠보미는 노트북의 화면에 빨려 들어 갈듯이 화면을 노려보았다. 타자를 치는 손가락은 아까보다도 더 빨라진 것 같았다.

 

"이제 진짜 조금 남았... 응?"

잠깐 기지개를 펴고 있던 츠보미의 눈동자엔 사무실의 문이 열리는 것이 생생하게 담겼다. 문이 열리면 거기엔

"야, 야마토 씨?!“

“사무실 안 너무 추운 거 아냐?”

술을 마셨는지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야마토가 츠보미에게로 성큼성큼 걸어왔다. 야마토는 츠보미를 내려다보고 츠보미는 야마토를 올려다본다. 야마토의 눈엔 츠보미의 얼굴이. 츠보미의 눈엔 야마토의 얼굴이 선명히 담겼다. 츠보미가 입을 연다.

"왜 왔어요?!"

"왜냐니... 츠보미가 보고 싶어서."

"그래도 그렇지...! 저 곧 있으면 가는걸요. 그리고 밖에 추운데... 술도 마셨죠?!"

"아 몰라. 몰라. 오빠 참을성 없다고."

야마토의 말에 츠보미는 한숨을 쉬었다. 츠보미는 손가락으로 구석에 소파가 있는 곳을 가리키며 저기서 앉아서 기다리고 있으라. 말했다. 야마토는 의외로 순순히 그 말에 따랐다.

"아 정말~! 거기서 좀만 기다리고 있어요!"

"응."

 

얌전히 앉아 기다리던 야마토는 사무실에 술이 있을 리 없으니 종이컵에 생수를 따라서 마셨다. 차가운 물이 들어가니 술이 좀 깨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다시 츠보미를 바라본다.

사무실에서 집중하며 일하고 있는 모습이 사뭇 신선하게 다가왔다. 늘 현장에서 같이 일하는 모습만 봐서 그런가. 야마토는 눈을 깜빡이는 시간조차 아까워하며 츠보미의 모습을 두 눈 가득 담았다. 야마토의 눈에 담기는 츠보미는 가끔 머리를 부여잡기도하고 하품을 하기도하고 표정이 다양하게 변화했다. 이에 야마토의 입술은 저절로 호선이 그려졌다.

"너무 귀엽잖아……."

야마토가 중얼거렸다. 츠보미는 듣지 못한 듯 여전히 노트북 화면에 잡아먹히고 있었다. 이렇게 보고만 있는 것도 나쁘지 않은데.

 

"끝났어요... 이제 가요..."

한껏 불태운 츠보미의 모습은 모르는 사람이 봐도 잔뜩 지쳐있음이 느껴졌다. 그 짧은 사이 제법 늙어버린 츠보미는 후 불면 재가 되어 사라질 것만 같았다. 야마토는 이 모습에 괜히 장난기가 발동해선,

"힘들어 보이는데 오빠가 업어줄까?"

"됐어요."

즉답.

"차갑네. 츠보미……."

사무실에 불을 끄고 제대로 보안까지 확인한 츠보미는 가방에서 차키를 꺼냈다. 가면 술을 마시긴 할 거지만 숙소에서 집까진 걸어갈 수 있는 거리였기에 숙소에 차를 대놓고 집에 갈 땐 걸어갈 생각이었다.

"눈이 와서 그런지 많이 춥네요."

"저기, 츠보미."

몸을 떨며 차로 가는 츠보미를 야마토가 멈춰 세웠다.

"네?"

"그... 걸어가지 않을래?"

"추운데 굳이요?!"

"아니 그게... 요즘 단 둘이 붙어있을 시간도 별로 없었고... 천천히 대화하면서 갔으면 좋겠는데."

대답하는 야마토는 시선을 살짝 피한 채 머뭇거리며 천천히 말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의 이런 모습에 츠보미는 지금 이사람 수줍어하고 있구나! 하는 것을 바로 눈치 챌 수 있었고 이런 모습의 그가 제 눈엔 귀엽게 느껴졌다. 이오리 군도 귀엽다고 생각할거라고욧. 어디선가 이즈미 이오리의 재채기 소리가 들린 것만 같다.

아무튼 다시 돌아와서. 츠보미는 결국 차키를 가방에 집어넣고 야마토의 옆에 섰다.

"그럼 숙소까지 잘 에스코트 해주세요."

"……걱정 마."

두 사람은 동시에 작게 소리 내며 웃었다.

 


눈이 내린 길은 미끄러웠다. 그리고 이건 여기서 꼭 한번은 넘어지는 사람이 생길거란 뜻이기도 했다. 야마토와 츠보미도 예외는 아니었고 지금 넘어지는 사람은 앞서 걸어가던 츠보미가 되었다.

"오와악!!!"

본인이 미끄러질 것을 전혀 예상 못한 비명소리와 함께 츠보미의 몸이 기울었지만 옆에서 나란히 걸어가던 야마토가 엄청난 순발력으로 츠보미의 팔을 잡았다. 더 나아가선 그대로 츠보미를 자기 품안에 꼭 끌어안았다. 실은 껴안을 때의 반동으로 야마토도 발이 살짝 미끄러졌으나 간신히 다리에 힘을 주어 버텨내었다.

야마토는 시선을 아래로 내려 제 품에 안겨있는 츠보미를 바라보았다. 묶여있는 갈색 머리카락이 겨울바람에 조금씩 흔들리는 게 보였다. 야마토는 장난스럽게 웃으며 입을 연다.

"조심해야지. 진짜 츠보미는 내가 없으면 안 되는구나~"

"……."

야마토의 품에 안기게 된 츠보미는 평소와 다르게 말이 없었다. 평소 같았으면 이상한 말 하지 말라며 틱틱거렸을 사람일 텐데 오늘은 조용했다. 야마토는 혹시 츠보미가 다치기라도 한건 아닐까 걱정되었다. 야마토는 나직하게 츠보미를 불렀다.

"츠보미? 무슨 일 있어?"

"...아뇨. 그냥……."

"그냥?"

츠보미는 천천히 야마토를 올려다본다.

"야마토 씨 따뜻하네요……. 조금만 더 이렇게 있고 싶어요."

"너 무슨... 츠, 츠보미는 솔직하네. 진짜로……."

츠보미를 껴안고 있는 야마토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그는 제 품의 연인을 더 세게 끌어안았다. 연인에게선 마치 봄날의 아직 만개하지 않은 꽃향기가 풍겨져 왔다. 야마토는 무심코 얼른 이 눈이 녹고 봄이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츠보미. 이제 갈까?"

츠보미는 야마토를 올려다보며 눈을 천천히 깜빡였다. 야마토는 츠보미를 안고 있던 팔을 풀었다. 츠보미가 자신의 품에서 떨어지니 그에겐 아쉬움만이 남는다. 야마토는 파티고 뭐고 당장 츠보미를 데리고 어디 호텔로 달려가고 싶은 마음을 겨우 꾹꾹 눌렀다. 나는 리더다... 나는 어른이다... 나는 형아다... 야마토는 자기 최면을 걸었다.

"야마토 씨!"

"으응?! 왜."

"손 잡고가요!"

츠보미는 야마토에게 손을 내밀었다. 야마토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츠보미에게로 향했다. 장갑을 쓰지 않는 츠보미의 손은 붉었다. 야마토는 본인도 장갑을 벗고 츠보미의 손에 제 손을 겹치고 손가락을 깍지까지 끼었다.

"손 너무 차가운 거 아니야~? 장갑 좀 끼라니까."

"야마토 씨가 손 잡아주면 따뜻해지는걸요?"

"하여튼 귀여운 말이나 하고……."

 


손을 꼬옥 잡고 걷다보니 슬슬 숙소가 보였다. '안에서 다들 재밌게 놀고 있겠죠.' '얼른 가서 술 마시고 싶다~' '마시다 왔으면서…….' 작은 대화들을 주고받는 둘. 앞으로 조금만 걸어가면 숙소의 현관이었다. 츠보미는 빨리 숙소로 달려 나가려 했다.

"츠보미. 잠깐!"

"네?"

야마토가 멈춰 서서 조금 한발 앞서 나간 츠보미를 부르고 츠보미는 얼굴을 돌린다. 야마토는 잡고 있는 손으로 츠보미를 자신에게로 끌어당긴다. 아무런 저항 없이 끌려온 츠보미에게로 야마토의 손이 다가와 그의 안경을 벗긴다. 그러면 곧 츠보미의 입술엔 부드러운 온기가 내려앉는다. 눈을 질끈 감고 있으면 제 뒤통수를 강하게 붙잡는 손길이 느껴졌다.

조금의 시간이 흐른 후 맞닿았던 입술이 떨어지면 서로를 말없이 바라보고 있다. 야마토는 다시 가까이 다가와서 손을 뻗어 자신이 벗긴 안경을 다시 츠보미에게로 씌워주었다. 시야가 선명해진 츠보미의 눈엔 얼굴이 붉어져있는 야마토가 눈에 들어왔다. 시선을 피하고 있다. 본인이 해놓고 더 부끄러워하면 어쩌자는 거야……. 츠보미는 괜히 더 부끄러워졌다.

"오옷! 츠보미 쨩이랑 야마토 군 발견!!"

정적을 깨는 것은 어느 청량한 목소리.

"모모 씨?!"

리바레의 모모였다. 츠보미가 그의 등장에 놀라는 것도 잠시

"나도 있어."

"유, 유, 유키씨?!"

이번엔 리바레의 유키였다. 모모가 있으니 유키도 있는 건 당연한 사실이었지만 츠보미는 제법 놀란 듯, 눈동자가 커졌다.

"둘이서 여긴 왜왔어요? 안 바빠요?"

야마토의 말엔 어째선지 날이 서있다. 유키는 후후 하고 웃는다.

"반이 연말 파티중이라고 사진을 보내잖아. 재밌어보여서 우리도 왔지."

"맛있는 술도 가져왔다구!"

모모가 비싸 보이는 일본 주를 꺼내드니 츠보미의 눈이 반짝 빛났다. 얼른 마셔보고 싶은 눈치였다. 야마토는 술에게 진 거 같은 기분이 들었다.

"츠보미 쨩, 엄청 마시고 싶은 모양이네."

"자자. 얼른 들어가자>_<"

유키와 모모는 미리 짜기라도 한 듯 츠보미를 양 옆에서 잡고 들고 숙소로 들어가고 있었다. 뒤쳐진 야마토는 셋을 보며 소리친다.

"남의 귀여운 연인을 외계인처럼 들고 가지마!!!"

눈 앞에서 여친 납치당한 니카이도 야마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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