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 대박;;

야마토랑 안사귀는데... 야마토가 뭐시기... 날 좋아함...

혹시라도 읽으시는 분들을위해... 대충 3부이후(야마토가 구마당한)라고 생각하세요... 별로 개연성은 없고요.. 고증도 잘 모르겠고.. 대충 읽으세요...


"뭐야, 이치 아직도 안 잤어?"

제 방에서 남색 머그컵을 들고 나온 이즈미 이오리는 소리가 들려온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거기엔 소파에 앉아 있는 니카이도 야마토가 있었다. 테이블위엔 처음 보는 서적들이 쌓여있었고, 야마토 본인은 한손엔 책. 한손엔 이미 오픈된 캔 맥주를 들고 있었다. 그의 모습에 이오리는 단번에 야마토가 자신의 다음 배역을 위한 사전 준비를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그는 연기에 있어선 진심인 사람이었음을 새삼 느끼며 주방 쪽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커피를 마실 셈이었다.

"네. 형이 아직 안와서요. 래빗챗도 안보네요..."

"그래? 별일이네."

"니카이도 씨는 다음 배역을 위한 공부인가요?"

"그런 셈이지."

"다 읽고 나면 제대로 치워두세요 저번처럼 요츠바 씨 겁먹게 하지마시고요."

말을 마친 이오리는 컵에 쪼르르 커피를 따랐다. 김이 피어올랐다. 이 커피를 다 마시기전엔 제 형이 오길 바랐다. 분명 오늘 그의 형, 이즈미 미츠키는 예능 촬영이 있었을 터였다. 마지막방송의 촬영 이랬으니 다 같이 뒤풀이 회식을 하겠지. 그래도 이건 너무 늦는 거 같은데? 마음 같아선 전화라도 걸어보고 싶었지만 방송 스태프들이 전부 있는 자리에서 미츠키의 휴대전화에 제 이름이 뜨는 걸 생각하니 조금 민망해서 전화는 차마 걸지 못한 채 읽음 표시가 뜨지 않는 채팅창을 다시 한 번 쳐다보았다.

"미츠가 어린애도 아니고 어련히 알아서 잘 들어오지 않겠어?"

야마토는 맥주 캔을 들어 입으로 가져다댔다. 캔의 있는 맥주를 다 털어 마신 그는 다시 이오리를 향해 입을 열었다.

"걱정그만하고 이만 자. 늦게 자면 키 더 안 큰다?"

"……그건 경험담인가요?"

"아니. 형님 그렇게 작은편아니고?!"

그때 인터폰이 울렸다. 미츠 온 거 아냐? 이오리는 들고 가려던 머그컵을 그대로 내려놓고 인터폰의 화면을 확인했다.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역시나 술에 취했는지 얼굴은 빨갛게 달아올라있었다. 이오리는 거실의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그 모습을 보던 야마토는 작게 입 꼬리를 올렸다. 여전히 사이좋은 형제구만~ 그는 손에 든 맥주를 마저 다 마셨다. 완전히 비운 맥주 캔을 테이블에 내려놓곤 작게 다시 책으로 시선을 돌렸다.


시간이 조금 흘렀을까. 밖에서 이오리와 미츠키가 대화하는 소리가 조금씩 들려왔다.

"형, 얼마나 술을 마신 거예요? 그리고 아마야 씨는 왜 데려오신 건데요?! 네? 여기서 2차를 한다고요???"

밖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야마토가 차마 무시할 수 없는 대화였다. 누가 왔다고? 그는 책 페이지를 넘기던 손을 멈추었다. 소리가 나는 쪽을 응시하던 그는 그대로 책을 덮어두고 소파에서 몸을 일으켜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조심스럽게 밖으로 나가면 어깨동무중인 미츠키와 자신들의 새로운 매니저(겸 코디)인 아마야 츠보미가 보였다. 둘 다 꽤나 취한 상태였다. 야마토는 이오리의 뒤에서 팔짱을 낀 채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정확하게 말하면 미츠키를 한번보고는 눈을 한번 깜빡이고 츠보미에게 시선을 고정하였다.

"둘이서 어디서 그렇게 마시고 왔어?“

차근차근. 입을 움직였다. 얼굴 표정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조금 부드럽게.

"하하핫. 오늘 녹화 마지막 날이라 말이지 뒤풀이 회식이 있어서~ 오랜만에 마시고 왔지! 그런데 마시다가 아쉬워져서~"

"숙소에서 2차하려고 왔어요... 츠무기 쨩에겐 허락 받으니 괜찮아요! 아마도. 응... 그럼 조금만 더 마시다갈게요...!!! 실례합니다!"

츠보미는 미츠키와의 어깨동무를 풀고는 발을 내딛었다. 그가 발을 내딛을수록 야마토와의 거리가 점점 좁혀졌다. 야마토를 향해가는 얼굴엔 어린아이 같이 천진난만한 표정이 담겨있다. 눈은 얼른 술. 마셔욧! 이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아마야 씨?! 잠시만요!!“

이오리가 당황하며 급하게 츠보미를 불렀다.

"에? 우아와악?!"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몸을 돌리려던 츠보미였지만 술이 들어간 탓인지 몸이 말을 듣지 않아 그대로 제 발에 걸려 몸이 기울었다. 다행히 야마토가 빠르게 움직여 받아주었기에 큰소리를 내며 넘어지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야마토의 품에 안기는 모양새가 되었다.

"조심해. 애초에 어떻게 하면 여기서 넘어져?"

"그러게요. 신기하네요...?“

"아마야 씨 취하면 저런 느낌이군요... 평소엔 엘리트한 이미지인데.“

이오리의 말대로 지금은 츠보미는 어딘가 어리바리해 보이는게 가만히 나두면 사고를 칠 것 같은 모습이었다.

"그런 게 재밌는 점이지!"

"하아. 아무튼 이미 왔으니 어쩔 수 없지만요. 너무 시끄럽겐 하지마세요. MEZZO" 분들은 내일 아침부터 일이 있는 모양이니……."

"걱정 마 이오리! 너도 일찍 자고. 늦게 자면 키 더 안 큰다~?"

"네네. 알겠어요."

미츠한텐 경험담이냐고 묻지 않는 건가……. 이즈미형제의 대화를 지켜보던 야마토가 시답잖은 의문을 품었다.

"야마토씨도 츠보미랑 들어가 있어."

미츠키의 말에 츠보미는 야마토의 품에서 몸을 일으켜 똑바로 섰다. 조금 휘청거리긴 했지만 본인은 똑바로 서있다고 확신하는 모양이었다. 야마토는 이런 츠보미의 모습에 먼저 들어가지 않고 그가 먼저 거실로 향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아니다 다를까 또 다시 넘어질 뻔 한 것을 잡아주었다.

"너 술 마시면 사람이 정말 달라지는구나."

"저는 평소의 모습인데요?!"

"더 뻔뻔해지기까지……."

"문 앞에서 그만 떠들고 안으로 들어가!!"


"다행이네 맥주 많이 남아있어서. 아 근데 츠보미는 일본주파였지? 아까도 계속 데운 술 마셨고."

츠보미의 맞은편에 앉은 미츠키가 차가운 맥주를 건네주었고 맥주를 건네받은 츠보미는 옆의 야마토에게 주었다. 그리고 다시 미츠키가 츠보미에게 술을 주고. 완벽한 맥주 삼각형이 완성되었다.

"맥주도 좋아……."

받은 캔 맥주를 보며 활짝 웃었다.

"그럼 건배할까!"

셋은 동시에 맥주 캔을 따고 건배를 외쳤다. 조금 작은 목소리로.

맥주를 들이켜고 안주도 입에 넣었다. 안주라고 해봐야 대충 굴러다니던 감자 칩과 츠보미가 국물이 필요하다고 해서 먹다 남은 된장국을 적당히 데워온 정도였지만 이들에겐 안주의 퀼리티보다 술이 더 중요했다.

셋은 맥주 한 캔을 단숨에 비웠다. 역시 술은 다 같이 먹어야 맛있지. 다음엔 꼭 오오사카씨도 불러서 마셔요! 그건 타마가 말릴 거 같지만. 셋은 적절히 볼륨을 조절해 가며 술을 계속해서 입에 부었고 냉장고에서 꺼내온 술은 금방 자신들의 손에 든 캔 하나씩 밖에 남지 않게 되었다. 셋 다 얼굴도 빨간 게 꼭 바구니에 옹기종기 들어가 있는 사과 같았다.

"그런데 야마토씨는 안자고 뭐하고 있었어?"

달그락. 달그락.

"그냥 공부."

"무슨 공부?"

"다음 드라마 촬영을 위한 녀석이랄까."

달그락. 달그락. 부스럭.

"아하. Mission때도 비슷한 거 했었지? 그때 타마키가 무섭다고 난리였었다고 이번엔 제대로 정리해놔."

부스럭. 달그락.

"하하. 미츠 너 이치랑 똑같은 말하잖아 역시 형제인가. 걱정 마. 이번엔 그렇게까지 무서운 역 아니고……. 랄까 츠보미 대체 뭘 하는……."

"니카이도 씨. 니카이도 씨! 이거보세요. 된장국에 감자칩이랑 토마토 케첩을 넣어봤어요...! 드셔보세요."

야마토의 옆에 앉아있던 츠보미는 열심히 손을 움직이는가 싶더니 야마토의 눈앞에 된장국 그릇을 내밀었다. 거기엔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흐물거리는 감자 칩과 된장국과 섞여 색을 알아볼 수 없는 케첩이 섞여있었다. 이는 츠보미의 술버릇 중 하나였는데 눈앞에 있는 모든 음식을 멋대로 조합해서 전혀 새로운 것을 창조해서 남에게 꼭 권했다. 예상했겠지만 늘 괴생명체를 연성(?)해내기 때문에 먹어주는 사람은 지금껏 거의 없었다.

"아니, 난 됐어……."

"그러지 말고 먹어줘. 의외로 맛있지도 모르고."

"맞아요. 맛있을걸요. 아마두... 그리고 전엔 드셔주셨잖아요."

"그건……. 어쩌다 먹은 거지. 그리고 그땐 먹을 수 있는 비주얼이었어! 지금 이건 먹으면 죽게 생겼다고?!"

"안 죽어요."

"안 죽지."

"짜증나네. 이 콤비."

"괜찮은뎅……. 아! Mission이라 고하니 미션 촬영할 때의 니카이도 씨 멋있었죠. 음 배역은 무서웠지만……."

테이블에 자신의 연성물(?)을 나두고 그것에 시선을 고정한 채 츠보미는 말하고 있었다. 지금 츠보미의 눈동자엔 Mission촬영장에서의 모습이 재생되고 있겠지.

"……헤에 그렇게 생각했어?"

방금까지 인상을 쓰고 있던 표정이 풀리고 야마토의 시선은 자연스레 츠보미에게로 향했다. 그는 술을 마시는 것도 잊고 츠보미를 바라보았다. 얼굴엔 살짝 미소를 띠고 있었다. 어딘가 쑥스러워하는 것 같아 보이기도 했다. 그 부드러운 미소를 맞은편에서 지켜보던 미츠키는 시선을 고정한 채 맥주를 한 모금 마셨다. 미츠키의 맑은 오렌지 빛 눈동자는 골똘히 생각하는 듯 보였다. 얼굴이 빨간 게 술 때문만은 아니겠지.

"네! 아 물론 무대 위에서의 니카이도 씨도 멋있다고 생각해요. 드라마 촬영할 땐 다른 느낌으로……. 니카이도 씨 뭐하세요?"

방금 전까지 츠보미를 보고 있던 야마토는 지금 고개를 돌려 반대편 벽을 보고 있었다. 츠보미의 쪽에선 보이지 않겠지만 그의 얼굴은 술을 마셨다고하기엔 지나치게 달아올라있었고 제 손으로 입도 가리고 있었다. 가리고 있는 손조차도 무척이나 붉었다. 곧 터지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이 순간 계속 야마토쪽을 보고 있던 미츠키는 한 가지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아, 아니 그냥……."

"……나 술 더 가져올게. 아 이 된장국...? 안 먹을 거지? 된장국이라고 불러도 되나..."

미츠키는 냉장고 문을 열기 전 싱크대에 이 연성물을 버릴 작정이었다. 볼 때마다 신기한 술버릇이란 말이지. 미츠키는 작게 중얼거렸다.

"응. 마음 대로해."

짧게 대답을 마친 츠보미는 하품을 했다. 슬슬 잠이 오는 것 같았다. 맥주는 아직 조금 남아있었지만 마시지 않고 테이블위에 올려두었다. 눈이 뻑뻑한지 안경을 벗고 제 눈을 문질렀다. 금세 자고 싶다……. 이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한편 야마토는 겨우 다시 얼굴을 앞으로 돌렸다. 헛기침을 한번하고는 맥주 캔을 마저 비웠다. 그사이 식었네. 가벼워진 캔을 바닥에 두고는 어째선지 조용해진 옆을 바라보았다. 어린아이가 조용하면 무슨 사고를 치고 있다고 생각하게 되는 부모의 심정이었다. 다행스럽게도 사고를 치고 있진 않았으나... 3초 정도의 시간이 흐른 뒤엔 야마토에게 꽤 큰 시련이 찾아왔다.

"뭣……."

"……."

츠보미는 작은 숨소리를 내며 잠에 빠져들었다. 문제가 있다면 잠이든 곳이 야마토의 다리 위라는 것이다. 정확한 위치를 말하자면 무릎과 허벅지의 사이쯤일까? 야마토에겐 지금 이건 중요하지 않을 테지만.

"...이봐 츠보미 제발 일어나줄래? 오빠 힘들거든……."

당연하지만 일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조금만 더 잘게요... 라며 잠꼬대를 하고는 몸을 살짝 뒤척였다. 츠보미의 묶어 올린 뒷머리가, 길게 늘어트린 옆머리가. 야마토를 간지럽혔다. 야마토는 어쩔 수 없이 신을 찾으며 고개를 들어 천장을 보았다. 아, 여기 천장 이렇게 생겼었구나. 조명 생각보다 밝네. 근데 미츠녀석 왜 안돌아오지? 여기서 주방까지 거리가 얼마나 된다고. 끝나지 않은 생각들을 계속 회전시키며 요동치는 가슴을 진정시키기 위해 애썼다. 심장소리가 온 방안에 울려 퍼질 것만 같아. 야마토는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었다.

"하아……."

곧 야마토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내렸다. 그는 겨우 진정하고 상황을 수긍하기로 했다. 계속 딴 생각을 해봤자 어떻게든 지금 자신을 베고 누워있는 츠보미에게로 생각이 튀었다. 손으로 안경을 한번 올리고는 시선을 아래로 향했다. 편하게 눈을 감고 자고 있는 츠보미가 눈에 들어왔다. 또 한숨. 이러다 정말 바닥이 꺼지지 않을까 걱정스러울 정도였다.

"이렇게 경계심이 없으면 어떡하냐……."

곧 야마토는 자신의 입고 있던 얇은 겉옷을 벗었다. 벗은 옷은 츠보미의 다리에 덮어주었다. 술을 마실 땐 별 신경 안 쓰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치마를 입고 있어서 지금 이 자세라면 다소 아슬아슬했다. 야마토는 진심으로 힘들었다.

"아저씨 자상하네~"

드디어 돌아온 미츠키가 시원하다 못해 차가운 캔 맥주를 야마토에게 건네주었다. 정말 차가워서 정신이 확 드는 기분이었지만 사실 야마토는 마신 것에 비해 술에 취한 느낌은 아니었다. 아마도 일방적으로 자기에게 무릎베개를 시킨 사람 때문이겠지 야마토는 사람이 진짜로 긴장하면 술에 취하지 않는 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아저씨 괜찮아~?"

"이정도야 뭐. 하하……. 츠보미녀석 엄청 피곤했던 모양이네."

야마토는 전혀 의식하지 않다는 듯이 행동했다. 목소리는 떨지 않고 제대로 대사를 뱉었지만 얼굴은 굳어있었다. 이는 본인에게도 그대로 느껴졌다. 야마토는 급하게 맥주를 들이켰다. 큰일이다. 이젠 술 맛이 어떤지도 모르겠어.


한참을 술만 마시다 미츠키가 정적을 깨며 입을 열었는데 그는 궁금한 게 있는 모양이었다.

"야마토씨 나 묻고 싶은 거 있는데."

"뭔데 그래?"

"그게 그러니까... 확실히 당사자한테서 듣고 싶어서 묻는 거야……."

미츠키는 답지 않게 본론을 말하지 않고 빙빙 돌려가며 말을 이어가고 있었다. 야마토는 미츠키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지금 당장 감이 잡히지 않았으나 그의 직감이 본능적으로 무언가 불온한 기운을 감지했는지 분명 시원한 맥주를 마시고 있음에도 땀이 흐르는 기분이었다.

"뭘... 말하려고 그렇게 뜸을 들이는 거야 미츠."

"좋아. 술 들어간 김에 단도직입적으로 물을게!"

미츠키는 한 박자 쉬고 뒷말을 덧붙였다.

"야마토씨 츠보미 좋아하지?"

"……."

침묵. 야마토는 대답대신 맥주를 마셨다. 눈동자의 초점은 어쩐지 맞지 않는 느낌이었다. 천천히 눈을 깜빡였다.

"……."

미츠키는 계속해서 야마토를 보고 있다.

"……."

"야마토씨?"

"왜 그렇게 생각했어?"

마시던 맥주 캔을 테이블에 내려놓고 야마토는 미츠키의 시선을 피하지 않고 마주보았다. 미츠키는 자세를 고쳐 앉고 입을 열었다.

"츠보미를 보는 야마토씨. 다른 사람을 바라볼 때와 전혀 다르거든. 거기서 전해지는 감정이 평범하지 않다는 게 느껴져. 알고 있어?"

"그래? ...미츠 생각보다 날카롭네."

"진짜야?!"

미츠키는 저도 모르게 큰 목소리로 소리쳤다.

"야. 목소리 너무 크잖아! 애초에 확신을 가지고 물은 거 아니었어?"

"그, 그렇긴 한데 당신이 순순히 인정할 줄 몰라서."

"……. 술이 들어간 김에 형아도 솔직해져봤어."

"그... 언제부터?"

"정확하게 말 할 수는 없어 뭐라고 해야 될까 정신차려보니 좋아하고 있었다. 라는 거 있잖아?"

야마토는 저도 모르게 시선을 아래로 향했다. 이번엔 제대로 츠보미를 향해 초점을 맞추고 있다.

"츠보미 자고 있는 거 맞겠지?"

"……그런 무서운 소리 하지 말아줄래? 아니라면 형아 창문에서 뛰어 내린다."

짧은 침묵. 미츠키는 남은 술을 단숨에 비웠다.

"이만 정리할까. 남은 건?"

"아아. 그냥 버려줘."

미츠키는 반 이상 남은 맥주 캔을 받아들었다.

"힘들구나. 아저씨..."

"알아주니 고마운걸."

"뭐, 그래도 츠보미는 슬슬 깨워둬 여기서 재울 순 없으니까."

"미츠 꼭 내가 깨……."

미츠키는 이미 주방쪽으로 사라지고 없었다. 빠르잖아. 하여튼. 야마토에게 마지막 시련이 찾아왔다. 그는 어떻게 깨울지 막막했다. 몸에 손을 대는 것이 어째선지 망설여져, 자꾸만 제 손을 쥐었다 펴며 머뭇거렸다. 괜히 안경을 손가락으로 올리며 심호흡을 했다. 그리고 아주 살짝 츠보미의 어깨를 흔들었다.

"츠, 츠보미? 이만 일어나. 제발 일어나줘. 이렇게 부탁할게."

"으음……."

감사하게도 츠보미는 거의 바로 몸을 일으켜주었다. 안경을 벗은 눈동자는 초점을 잃은 채 멍하게 방안을 주시했다.

“……하아.”

안도의 한숨. 이어서 말을 덧붙였다.

“여기서 자고 갈 생각이야?”

"그건 아닌데요……."

츠보미는 조금씩 정신이 들기 시작했다. 나도 모르게 잠들었구나. 머리 다시 묶어야 될 거 같은데. 우선은 상황을 이렇게 이해했다.

"오, 오빠의 무릎베개는 편했을까나?"

야마토는 여유로운척하며 말을 했으나 귀는 빨개져있었다. 다행인 점은 츠보미는 지금 안경을 쓰고 있지 않아서 그의 상태를 알아볼 수 없다는 점이었다.

"...네?"

놀라서 되물었다. 츠보미는 빠르게 술에 꼴은 뇌를 회전시켰다. 그냥 조금 딱딱한 곳에서 잤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츠보미는 펄쩍뛰며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시끄러워! 다들 자고 있다고?!"

주방에서 뒷정리를 하던 미츠키가 소리쳤다. 아니 미츠 너도 목소리 커.

"죄, 죄송해요……."

"괜찮..아. 거긴 참고로 TV니까. 자, 여기 안경."

안경을 다시 쓰게 된 츠보미는 이번엔 제대로 야마토를 향해 사과했다. 야마토는 다시 괜찮다고 말해주었다.

"정신 차렸으면 이만 돌아가. 데려다줄까?"

"아니. 아니. 괜찮아! 집 가깝고 그렇게까지 폐를 끼칠 순 없고……."

"그래도 너 술 마시면 엄청 덤벙거리잖아."

"다 깼어. 다 깼어. 아얏!"

츠보미는 열리지 않은 거실의 문에 그대로 부딪쳤다. 어디가 깬 건데. 이마를 문지르고 있는 츠보미에게 야마토는 겉옷과 가방을 챙겨가라며 자신이 손에 들고 있는 것을 보여주었다.

"아 맞다! 뭔가 허전했는데."

"혼자 보내면 절대로 사고겠지."

츠보미는 자꾸만 괜찮다고 말하며 야마토에게로 향했다. 다시 소파 쪽으로 가니 아깐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녹색 가디건이 바닥에 떨어져있는 것을 발견했다. 어라?

"이거 니카이도 씨 거 맞죠? 떨어져있네요. 왜 여기 있지?"

"그게 왜 거기 떨어져있지? 주워줘서 고마워. 여기 네 옷."

야마토는 이 옷이 왜 저기 떨어져있는지 모른다는 듯이 천역 덕스럽게 반응하며 자연스레 츠보미에게 물건을 건네줬다. 화제가 떨어져있는 자신의 겉옷으로 튀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면서.

"감사해요!!"

"……. 있지 야마토씨. 편의점에 가서 뭐 좀 사와 줄래?"

이들을 지켜보던 미츠키가 끼어들었다.

"갑자기 뭐를……."

"……."

"알았어."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지만 야마토는 미츠키의 의도를 단번에 파악했다. 미츠키는 눈으로 그에게 츠보미를 책임지고 데려다 주고와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럼 이제 술쟁이들은 이만 나가!"

"미츠? 나 다시 돌아와도 되는 거 맞……."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닫혔고 야마토와 츠보미는 밖에 버려졌다.

"일단 갈까?"

"넹."


두 사람은 함께 새벽의 거리를 걸었다. 지나다니는 사람은 없었고 조금 추웠으나 하늘의 별은 밝게 빛나고 있었다. 오늘은 별이 잘 보이네요. 하늘을 올려다보며 말하는 츠보미에게,

"그러다 넘어진다?"

"이젠 안 넘어져요!"

띠링. 그때 이질적인 소리가 들렸다. 츠보미의 휴대전화에서 흘러나온 소리였다. 잠금을 풀고 화면을 확인하던 츠보미는 어머! 하며 작게 놀랐다.

"뭔데 그래?"

"유키 씨가……."

"뭐? 그녀석이 이 시간에 왜 너한테 연락해?!"

'유키'라는 이름을 듣자마자 야마토의 얼굴 표정이 확 구겨졌다. 안 그래도 날카로운 인상이 더 무서워졌다.

"저번 합동 촬영 건으로 이야기할게 있던 거뿐이에요. 그리고 대부분 이런 시간에 연락오던걸요? 익숙해요."

야마토는 익숙하다는 말이 마음에 걸렸다. 대체 남의 코디한테 이런 한밤중에 연락할 일이 뭐가 그렇게 많아? 그러다 곧 이런 촌스러운 질투를 하는 자신의 모습에 작게 실소가 터져 나왔다. 내가 뭐라고.

"니카이도 씨?"

"응?"

"뭔가 말하셨어요?"

"……아무것도. 것보다 집엔 언제 도착해?"

"아, 이제 모퉁이만 돌면 집이에요. 그런데 니카이도 씨 편의점간다고 안했어요?"

지금은 눈앞의 사람에게만 집중하자.

"이쪽에 있는 편의점이 더 좋아서."

"그래요?"

물론 거짓말이다. 편의점이 있는지도 제대로 모른 상태였다. 그저 츠보미를 집까지 데려다 줄 수 있다면, 조금 더 오래 같이 있을 수만 있다면 그는 없는 편의점도 있는 것처럼 이야기 할 수 있을 뿐이다.


"여기까진 안 오셔도 됐는데……. 누가 보면 어쩌려고 그래요!"

"걱정마. 난 이만 가볼게."

"조심해서 가세요! 오늘 재밌었어요!!"

"그럼 다음에도 같이... 마실까? 그 둘이서……."

야마토는 제 볼을 긁으며 말했다. 시선은 불안한 사람마냥 이리저리 흔들렸다. 다시 얼굴에 열이 올라오는 기분이었다.

"그것도 좋겠네요. 좋은 술집 알아오겠습니다!!"

즉답.

"그렇게까지 기합 넣지 않아도 괜찮아. 대충 아무가게에 들어가도 충분하니까. 음... 저기 츠보미."

야마토는 부드럽게 츠보미를 불렀다. 츠보미는 야마토를 올곧게 쳐다보고 있었다. 야마토의 눈동자엔 츠보미가 가득 찼다.

야마토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어서 단어를 하나하나 내 뱉기 시작했다. 그것은 아주 짧은 말이었지만 야마토는 긴장했다. 연기 할 때 그 어떤 대사를 내뱉어도 이런 식으로 긴장한 적은 없을 터였다.

"잘 자."

야마토의 말을 들은 츠보미의 천천히 변해가는 얼굴의 표정은 너무도 빛이 났다.

"니카이도 씨도요. 푹 주무시고 내일 만나요!"

그래. 츠보미는 자신의 아이돌을 향해 미소 짓고 있었다. 술 때문인지 붉어져 있는 뺨이 미소를 더욱 돋보이게 했다. 그것은 마치 봄의 싱그러움을 연상케 했고 마치 봄의 한가운데에 있는 것처럼 따스했다. 야마토는 자신 앞에 있는 꽃봉오리가 활짝 핀 꽃처럼 보였다. 아름다운 꽃. 저 꽃을 가질 수 있다면 정말 좋을 텐데.

"……정말 위험하잖아. 이건."

야마토가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이상하게 혼잣말이 늘어가는 기분이었다.

"니카이도 씨?"

"아니... 진짜 간다! 바이바이."

야마토는 손을 흔들어보였다. 츠보미도 그에게 손을 흔들었다. 이를 확인한 야마토는 빠르게 뒤돌아 걸어갔다. 그런 그의 뒷모습이 츠보미의 눈동자에 담겼다. 그동안 함께 일하면서 수도 없이 봐온 뒷모습이었지만 오늘은 이상하게 쉬이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이건 아쉬운 걸까."

야마토는 아마 모르겠지, 혼자 남은 츠보미가 한동안 자신이 사라진 길을 바라보고 있었다는 사실을.


"오우, 야마토씨 꽤 늦었... 응? 오면서 술이라도 마셨어?"

"하하... 차라리 그런 거면 좋겠지만……."

야마토는 무거운 발걸음을 옮겨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어째선지 오늘은 잠을 잘 수 없을 것 같은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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