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린 자흐로미

생의 이유

2022.09.14

벽난로의 불은 게걸스레 제 발밑에 놓인 먹잇감을 삼켰다. 타닥거리는 소리는 삼켜지는 나무들이 외치는 최후의 비명과도 같은 것이다. 하나가 살라먹히고 나면, 이내 그것은 다른 것에게 그 불을 쏟아버린다. 그들은 스스로 타기를 선택했을까, 아니면 옮겨붙은 불에 어쩔 수 없이 절규하며 타오르는 것일까. 모든 것을 그리도 불타오르고 나서 그들에게 남는 것이라고는 단지 차갑게 식어 흩날리는 회색 잿더미일 뿐인데도.


당신은 이 생애를 어떻게 견뎠나요. 너무 외롭지는 않았나요. 거울 속에서 당신이 증오하는 얼굴을 보고 꿈속에서 당신의 언니 목소리를 들을 때 당신은 어떻게 생애를 붙들었나요.

나는 눈을 감았다. 너를 감싸안은 손은, 어느새 너의 등 뒤에서 주먹을 쥐고 있었다. 꾹, 손톱으로 피부를 누르자 통증이 느껴졌다. 나는 집중했다. 나의 품 안에 안긴 작은 온기와, 내가 만들어내는 통증에 신경을 기울였다. 차오르는 괴로움 대신 너를 생각하려 했다. 네가 이야기한 보라색 아네모네, 창가 사이로 쪼개지던 햇살, 추상적인 것에 대한 이야기를 생각하려 했다. 지금, 감히 발을 디디고 있는 현실을 생각하려 했다. 나를 엄습하는 과거로부터 눈을 돌리고, 떠오르는 풍경들을 무시하려 노력했다. 왜냐하면, 때로 어떤 감정은, 가장 사소한 말로부터 방아쇠가 당겨지기 때문에.

지겹도록 이야기한, 그리고 지겹도록 내 머리를 떠나지 않는 '그 날'의 광경 이야기는 그만하도록 하자. 폭탄, 총성, 비명, 피, 쓰러지는 몸뚱이에 대한 이야기는 그만하도록 하자. 결국 중요한 것은 그 이후의 이야기다. 살아남은 이들이, 반대로 말하면 미처 죽지 못한 이들이 어떻게 삶을 살아갔는가. 이 땅에서의 삶이란 본래 죽은 이들이 아닌 생존자들의 이야기이므로. 

“…견디지 못했어.”

나는 누군가가 이야기했던 말을 떠올렸다. 포옹이란, 단지 자신의 얼굴을 감추기 위한 수단일 뿐이랬던가. 나는 지금 네가 나의 얼굴을 보지 못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우리가 서로를 껴안고 있어서, 서로의 얼굴을 볼 수 없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네게 삶을 이야기한 주제에, 감히 우리의 세계를 살아보자 말한 주제에, 이런 얼굴을 보일 수는 없었다. 너를 두렵게 하고 싶지 않았다. 겨우 눈물을 그친 네가 또다시 무너지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다. 나의 얼굴은 평온했으되 공허했다. 마치 모든 감정이 사라져버린 것처럼 건조한 모습은 방금 전까지 네게 손을 내밀며 울고 웃던 사람이 아니었다. 그러므로, 그 사람의 말은 옳았다. 지금 나에게 포옹은 내 얼굴을 감추기 위한 수단이다.

“붙들지 못했어.”

생존자들의 이야기. 그래. 다시 그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제 언니 때문에 목숨을 걸 수도 있다고 생각했으면서, 제 인생이 언니의 일생이 되어버리는 것은 아닐까 두려웠어요. 

남은 자들은 어떻게 삶을 살아가는가.

네가 언니를 잃은 것이 몇 살 때였는지, 나는 생각했다. 죽음을 먹는 자들이 정면으로 나서고, 테러가 일상이 된 시대였을 테니 아무리 이르다 해도 17살의 일이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너는 너의 인생을 쌓기에 충분한 시간을 가졌던 셈이다. 수많은 관계 속에 둘러싸인 채로 '너'라는 존재를 확립하기에 넉넉한 시간을 가졌던 셈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너의 슬픔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너의 무너짐을 비웃는 것은 아니다. 단지, 신기했을 뿐이다. 너의 인생이 있다는 것이, 그래서 그것이 네 언니의 일생으로 덮어지는 것이 두렵다는 생각이. 아스트리드 캐롤라이나 슐랭으로 살아가기 위해, 먼 길을 돌아서라도 가겠다는 너의 말이. 그 의지가.

내가 언니를 잃은 것은, 6살 때의 일이었다. 인생이란 것은 겨우 제 걸음마를 떼고 있었고, '나'라는 것은 여전히 흐물흐물한 무언가에 불과했다. 타인을 흉내내고, 타인을 자기와 동일시하는 것에서 벗어난지도 얼마 되지 않은 나이였다. 그리고, 콰광. 폭탄이 터졌다. 이미 수없이 되풀이한 '그 이야기'가 일어났다. 총성, 비명, 쓰러지던 몸뚱어리. 사람은 참으로 한 순간에 죽더라. 죽음이란 너무도 쉽사리 그것을 가져가더라. 그러나 그럼에도 누군가는 살더라.

수많은 사람이 그날 죽었으되 나는 살아남았다. 내 언니를 눈앞에서 잃었으되, 나는 살아남았다. 그것이 무슨 기분이었냐고 묻는다면, 단지 한 단어면 충분했다. 

지옥.

“내가 산 것은 삶이 아니야, 아스트리드.”

이후로 이어진 나의 삶은 나의 것이 아니었다. 한번도, 나의 것이었던 적이 없었다. 눈을 감으면 언니가 나왔고, 눈을 뜨면 무너져내린 가족이 있었다. 당연하게 믿어왔던 일상이 순식간에 파괴되는 경험. 언제나 소속되어 있었던, 그래서 제 존재의 근본을 이루던 공간으로부터의 잔인한 내쳐짐. 자신을 받아줄 곳을 찾아 수개월에서 수년의 세월을 헤매이고, 또다시 인정받기 위해 싸우고 또 싸워야 했던 과정. 그것은 한 사람을 절망시키기에 충분했다. 세 사람을 무너지게 하는 데 충분했다. 한 가족을 망가뜨리기에 충분했다. 

“단지 유예된 죽음이었을 뿐.”

관리가 되지 않아 사방에 거미줄이 꼈고, 먼지는 두께를 이룰만큼 쌓였다. 창문에는 언제나 커튼이 처져 어두컴컴했고, 집안에는 곰팡이가 스물스물 피어올랐다. 오래 묵은 먼지와 쓰레기가 뒤엉켜 지독한 냄새를 풍겼다. 그 가운데에서 나의 가족은 먹고 마셨다. 식사로 나오는 것은 언제나 최소한의 형태를 갖춘 무언가. 그마저도 셋이서 식사하는 일은 드물었다. 부모는 언제나 몇숟갈을 뜨다 자리에서 물러났다. 한 명은 침대에, 한 명은 소파에 가서 누운 채로 꼼짝도 하지 않았다. 우리의 시간은 마치 총탄에 맞아 멈추어버린 시계처럼 그날로부터 움직이지 않았다. 하루하루가 그날의 무수한 반복이었다.

“그럼에도 내가 버텼던 것은,”

여기에서 나는 말을 멈추었다. 한참 동안, 나는 다시 입을 열지 못했다. 이것은 너에게 상처가 되리라는 사실을 알았다. 왜냐하면, 내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

“…증오가 있었기 때문이었어.”

복수. 나를 이렇게 만든 자들에 대한, '우리'를 이렇게 만든 자들에 대한 복수. 끝간 데 없는, 머글들을 향한 증오. 그것으로 버텼다. 그것으로 살아왔다. 그것이 아니었다면 살아있지 못했을 것이다. 그것이 아니었다면, 이 기나긴 생을 살아낼 자신이 없었을 것이다. 나는 남을 해치고서야 제 한 목숨을 부지할 수 있는 괴물이었다. 남을 상처 입히고 죽이고 고문해야만 살아있을 수 있는 존재였다. 이 끝간 데 없는 증오를 쏟아부어야만, 너희들에게 들이부어야만 버틸 수 있는 재앙이었다. 

아스트리드. 괴물의 입이 네 이름을 감히 읊었다. 나는 재앙의 품으로 너를 더욱 꼭 움켜쥐었다. 네가 달아나지 못하도록 너를 가두었다. 손끝으로부터 떨림이 전해져왔다. 나는 네가 바라는 이야기를 해줄 수 없었다. 아마도 네가 바랄 해답을 말할 수 없었다. 그 대신 내 입으로부터 나온 것은 너와 나의 관계를 송두리째 부정할 만한 것이었다. 삶을 부정하고, 생을 부정하고, 치유를 부정하고, 더 나은 가능성을 부정하는 저주받은 주문이었다.

“너무나도 외롭지 않냐고, 너는 물었지.”

이제 나는 더 이상 너를 껴안고 있지 않았다. 아니, 반대로 네 품에 내가 안겼다. 구부정하니 허리를 숙여 너의 작은 어깨에 머리를 기대었다. 너의 두꺼운 망토에 나 자신을 파묻었다. 부드러운 촉감이 나를 감쌌다. 따뜻한 너의 온기가 나를 둘러쌌다. 너의 분홍빛 곱슬머리가 시야에서 아른거렸다. 나는 포근한 분홍에게 둘러싸인 저주받을 검정이었다.

“외로움은, 외롭지 않은 상태를 알아야 가질 수 있어.”

어둠은 빛의 부재이고, 추위란 온기의 부족이다. 그리고 외로움이란, 관계의 소외이다. 사랑의 부재이다. 그러나 한평생 어둠 속에서 산 사람이 있다면, 한평생을 추위 속에서 산 사람이 있다면, 관계의 부재 속에서만 숨쉬었던 사람이 있다면. 그는 과연 어둠을, 추위를, 외로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인가. 

“그래서, 나는 내가 외롭다는 사실조차 모를 정도로 외로웠어.”

아무도 나를 이해할 수 없다. 그것은 호그와트에 들어가기조차 전에 내가 깨달은 첫 번째 진리였다. 나의 가족 밖을 벗어나면, 모든 것은 낯설고 생경했다. 단지 환경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너희들이 일상을 살아가는 것이 너무나도 기이했다. 어떻게 그렇게 태연히 웃고, 울고, 화내고, 즐거워하며 살 수 있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묻고 싶었다. 너희들에게는 이 폭탄 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이냐고. 너희들에게는, 이 비명이 들리지 않는 것이냐고. 너희들은 끝없이 유예된 죽음 속을 살고 있는 것이 아니냐고 ….

아, 그랬다. 그래서 나는 그 누구에게도 진심으로 다가가지 못했다. 나는 너희들에게 이해받기를 거부했다. 어차피 이해할 수 없을 테니까. 아무도, 이 심연을 들여다보지 못할 테니까. 끝없이 너희들을 밀어내고 또 밀어내고, 그렇게 이해받지 못할 재앙이 되어 세계를 저주하길 선택했다. 

“그런데, 네가 손을 내민 거야.”

악몽 속을 헤매이는 어린아이라. 그것은 정확한 관찰이었다. 나는, 끝없는 악몽 속에서 살고 있었다. 멈추어진 그날의 시간 속에서, 눈 앞에서 처참히 죽어간 내 언니의 시체 위에서 살고 있었다. 너는 처음으로 증오 너머 어린아이를 바라본 사람이었다. 이해받기를 거부하던 내게 그럼에도 다가온 최초의 사람이었다. 처음으로, 손을 내밀어준 사람이었다. 

“…그 때 깨달았어. 나는, 외로웠던 거구나.”

그랬기에 너의 죽음은 나를 울부짖게 만들었다. 옷을 찢고 머리를 풀어헤친 채 반시처럼, 곡하는 여자처럼 뛰어다니게 만들었다. 온기의 상실은 추위요, 빛의 상실은 어둠이었으니. 나는 그제서야 외로움이라는 것을 알았다. 

가슴이 쥐어뜯기는 듯 아파왔다. 나는 처음으로 고통에 신음했다. 그것은 치명적인 깨달음이었으며, 사람을 치사에 이르게 하는 병이었다. 재앙은 사람이 없어도 영원토록 존속하는 것이다. 괴물은 사람이 없어도 스스로 생존하는 존재다. 그런데 사람은, 사람이 없으면 살아남지 못한다. 나는 너를 만나기 이전까지는 사람이 아니었으나, 그 이후에는 사람이어서. 너무나도, 사람이어서.

“재앙이 되고 싶었던 게 아니라, 누군가 내게 손을 내밀어주기를 기다렸던 거구나.”

알지 않았다면 차라리 나았을 것이다. 겪지 않았다면 차라리 나았을 것이다. 나는 어둠이 익숙한 사람이었고 추위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이었다. 부재 사이에서 숨을 쉬었고 적대 안에서 살아있음을 느꼈다. 그것이야말로 나의 생존 방식이었다. 내가 아는 유일한 길이었다. 내가 세계와 맺을 수 있는 단 하나의 관계였다. 그런데, 네가 나에게 빛을 알려주어서. 온기를, 관계를, 타인을 구하는 길을 보여주어서. 

“아스트리드.”

아스트리드. 나는 다시금 감히 너의 이름을 내 저주받을 입에 담았다. 아스트리드. 나는 너의 품 안에 고개를 숙이고 몸을 떨었다. 아스트리드. 나의 말 역시 두서가 없었고 중간중간이 끊기었다. 아스트리드. 너는 보랏빛 아네모네를, 창가에 비치는 햇살을, 추상적인 것과 구체적인 것을, 너의 삶을 이야기했거늘. 내가 너에게 그 보답으로 건넬 수 있는 것은 죽음과, 묘비와, 무덤 밖에 없었다. 나는 음울하게 항상 드리워져 있던 커튼을 이야기했다. 삶을 사는 게 아니라 서서히 죽어가고만 있던 나의 가족을 이야기했다. 아, 너는 눈물을 그쳤으되 나는 눈물이 이제서야 시작되었으니. 나는 간절히 너를 붙잡고 말했다. 아스트리드, 아스트리드.

“미안해. 네가 원하는 대답을 해주지 못해서. 내가 살았던 것은 삶이 아니어서, 버티었던 것은 나의 생이 아니어서, 나는 아무런 말도 네게 해줄 수가 없어. 단지 천천히 죽음을 향해 자신을 소모시키는 것이 네가 바라는 해답은 아닐 테니까. 네가 바라는 삶은 아닐 테니까….”

네가 전쟁이 끝나고 머나먼 여행을 가는 꿈을 꾸었을 때, 나는 무덤 앞에 서서 쓰러지는 꿈을 꾸었더랬다. 네가 너 자신을 찾아 길디긴 여정을 떠나고 싶어했던 그 순간, 나는 아무 것도 찾지 못한 채로 바닥을 기었더랬다. 모랫빛 건물. 시들어빠진 정원. 마법이 사라진 폐허. 별들이 보이지 않던 밤. 차갑게 떨리는 몸뚱아리. 그리고, 죽음.

그랬기에 나의 마지막은 단지 피로 적셔진 손바닥일 뿐이었다. 나의 길은 그 무엇도 이루지 못하고 산산히 조각났을 따름이었다. 그 끝의 끝에서, 내가 맞이한 결말을 과연 자유라 할 수 있었을까. 그것을, 해방이라 칭할 수 있었을까. 

“단지, 그럼에도.”

떨리는 호흡으로 나는 너를 보았다. 눈앞에 흐릿하니 떨어지는 물방울들 사이로 너를 담았다. 최초로 내밀어진 손길. 처음으로 감히 내게 다가선 자. 재앙이 너를 향해 울부짖었고, 괴물이 너를 향해 이빨을 드러냈으나, 결코 물러서지 않았던 이. 그것이 단지 끝을 알기에 내뻗은 걸음이었을지라도, 내밀어진 손바닥이었을지라도. 

“그럼에도, 내가 너에게 삶을 말할 수 있었던 것은. 같이 살아가자 외칠 수 있었던 것은.”

―거기에서, 나는 빛을 볼 수 있었기 때문에. 

“그런 네가, 무너져내리는 것을 볼 수 없어서. 그래서.”

이것을 사랑이라 칭하지는 않겠다. 이것은 어줍잖은 동일시일 뿐이다. 이야기했지 않은가. 네 손을 내치고 울었던 이유는, 무너져내리는 너를 외면할 수 없었던 이유는, 그저 네가 나와 닮았다고 생각해서였다. 네가 언니를 잃고 슬퍼했기 때문이었다. 나와 같은 비극을 겪은 존재였던 탓이었다. 내가 가진 아픔의 편린을 이해할 수 있다 여긴 것이 이유였다. 너 역시 폭탄 소리를 들었겠지. 너 역시 산산히 무너져내려보았겠지. 너 역시, 남의 인생을 뒤집어쓰고 살 결심을 해보았겠지. 너 역시, 전쟁을 알았겠지. 단지, 그것 때문에.

거울에 비친 나는 나를 도망치게 만들었으되, 너는 나의 거울임에도 증오를 담고 있지 않아서.

“삶을 모르면서도 삶을 외쳤어. 살아가는 방법따위 배운 적 없는데도 살아가자 말했어.”

그런 너에게마저 내쳐진다면,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만 같아서.

너를 위해 썼던 가면은 부서져내렸다. 네 앞에 쳐두었던 벽 역시 무너져내렸다. 너와 나 사이를 가리던 것이 산산히 흩어져내렸다. 너는 언제나 나의 본질을 꿰뚫고 있었으되, 나는 처음으로 그것을 네 앞에 드러냈다. 삶을 모르고, 세상을 모르는, 오직 악몽만을 아는 어린아이. 그 날의 기억에서 모든 것이 멈추었기에, 단지 세상을 향해 저주를 퍼붓기만 하는, 6살 짜리 꼬마. 세상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라서, 사람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라서, 어떻게 살아가야할지 도무지 모르겠어서, 마음을 잠가버리기로 한 11살짜리 여자애. 그것이 나였다. 그것만이 나였다.

“그게 다야. 아스트리드. 그게 내 진실이야.”

살아본 적 없는 생의 죄수. 태어나지 못했으되 죄를 지어버린 아이는 그렇게 울었다. 흐릿한 시야 속, 유일하게 보이는 분홍빛 머리를 바라보며. 밀려드는 감정을 도저히 어떻게 해야할지 알지 못한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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