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츠즈사야] 잠들기 전에, 하지만 그보다 더 예전의 일로부터 말미암아

온천여관 츠즈사야 편입니다. 앞부분은 동일해요.

스모어 by m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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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닛별로 방이 나뉘고, 서로서로 온천에 들어갔다 온 뒤 잠깐 즐거운 탁구 게임을 즐겼다. 승자는 당연히, 라고  단정지을 수 없을 정도로 접점이었다. 도중에 배터리가 방전된 루리노만 없었다면 끝도 없이 이어질 뻔했다. 몇 번이고 동점이 만들어지는 바람에 방금 씻고 나왔는데 땀범벅이 될 뻔했다.


"아, 즐거웠다!"

"으... 더워... 다시 씻고 오면 안 돼요?"

"둘이서 다녀올까?"

"아 치사해! 우리도 갔다 와요!"


잠깐 소동이 벌어졌지만 탕으로 들어갈 사람은 들어가고, 방에 돌아갈 사람은 돌아가기로 했다. 츠즈리와 사야카는 상대방의 눈을 마주보며 어떻게 할지 고민했다. 사야카는 전적으로 츠즈리의 뜻을 존중해주려고 했는데, 츠즈리는 그렇게 더위를 타지 않아 아직 뽀송뽀송한 상태였다. 그대로인 모습에 사야카가 배는 고프지 않느냐 물었고, 츠즈리는 몇 가지를 떠올리는지 손을 꼽으며 중얼거렸다. 그 중에 하나둘 지워나가더니 선택지를 좁혔는지 츠즈리가 눈을 빛냈다.

"우유 푸딩."

"푸딩이요?"

"응. 먹고 싶네~"

목욕을 끝내고 먹는 우유에서 한 걸음 나아간 듯한 선정에 사야카는 고개를 갸우뚱하면서도 츠즈리의 마음을 이해했다. 푸딩을 살 곳이 마땅치 않은 게 가장 큰 문제였을 뿐. 어쩌면 식당을 잠시 빌려서 간단하게 만든다면 해결할 수도 있겠지만 시간이 여의치 않았다. 사야카의 걱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츠즈리는 떠올린 것만으로도 만족했다는 듯이 사야카 팔을 이끌고 방으로 돌아왔다.

"어라?! 어느새 방에?!"

"사야, 계속 혼자 중얼거렸어."

"이럴수가..."

츠즈리의 설명에 사야카가 낙담한 듯이 머리를 감쌌다. 생각하는 동안 츠즈리가 사야카를 부축해서 걸었을 상황을 상상하자니 미안한 마음과 부끄러운 마음이 공존했다. 태연하게 방을 살피던 츠즈리는 푹신푹신한 이불 위에 드러누웠다.

"사야, 안 와?"

"앗, 츠즈리 선배."

"사야 따끈따끈 고기만두."

"으응, 조금 숨이 막혀요..."

어쩐지 츠즈리의 품에 스스로 갖힌 것 같아 사야카는 제 귀가 달아오른 것을 느꼈다. 츠즈리가 목덜미에 고개를 묻었다. 품을 감싼 팔에 힘이 들어가지는 않았으나 자세가 자세인지라 숨이 막히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츠즈리는 사야카가 벗어날 수 없게 온몸으로 사야카를 누르고 있었다.

분명히 팔을 벌렸을 때는 사야카가 위로 올라오듯이 안겼는데, 어느새 츠즈리가 사야카 위에 있었다. 더운 숨이 츠즈리 어깨쪽에 내뱉어졌다가 다시 본인에게 돌아오는 것만 같았다. 여기서 더 있으면 압박감에 피로에도 이기지 못하고 눈을 감는 건 아닐까. 사야카는 우유 푸딩을 먹고 싶은 마음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묻고 싶었다.

"츠즈리 선배, 주무실 건가요?!"

"으응...? 사야, 목소리가 커..."

"앗, 죄송합니다."

"사야, 눈 감을래?"

은근히 속삭이는 말에 사야카는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사야카의 숨결에서 타고 흘러나오는 감정도 만만찮았지만, 츠즈리는 사야카의 행동에 더 초점을 맞추고 사야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자장자장. 마치 어린아이를 대하는 듯한 태도에 사야카는 촌극이라도 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주인공은 츠즈리와 사야카 두 사람이다. 씬은 3. 곧 있으면 막이 바뀔 것 같은 분위기였다. 어쩐지 가슴께가 간질간질했다.

탁구를 치고 난 후로 땀냄새가 날 것 같았는데 츠즈리는 여전히 좋은 향이 났다. 평소 같은 샴푸를 쓰는 터라 미세하게 다른 츠즈리의 살내음만 맡을 수 있었는데, 오늘은 생소한 향이 나서 기분이 미묘하기도 했다. 하지만 몸에 닿는 감촉은 평소와 다를 바가 없어서 안심이 된다.

아, 오늘도 안 입으셨구나.

사야카가 생각을 하느라 조금씩 몸을 움직이면 츠즈리가 사야카를 더 강하게 끌어안았다. 이대로 정말 잠들려고 하는 건 아닐까. 사야카는 머리를 쓰다듬는 츠즈리의 손길이 점점 느려지는 박자에 맞추어 제 눈도 천천히 깜빡였다. 익숙한 향기는 아니지만 익숙한 품이다. 정말로 츠즈리의 품이 점점 거대하게 느껴지면서 기분 좋은 압박감에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잠깐 졸았던 것 같았다. 사야카는 지속적으로 츠즈리에게 눌려버린 탓에 오른쪽 팔이 마비된 감각에 당황했다. 손가락 하나씩 움직이며 찌르르 떨리는 근육을 풀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난걸까. 츠즈리는 여전히 사야카를 품에 안은 채 눈을 감고 있었다. 휴대폰은... 너무 멀리 있어서 닿지 않는다. 시간 확인은 츠즈리로부터 벗어난 다음에 해야 했다.

가늘게 내뱉은 츠즈리의 숨이 귓가를 간지럽혔다. 그래도 확실히 잠들었는지 사야카가 이리저리 움직여도 눈을 뜨지 않았다. 이때를 틈타 품 안에서 빠져나오려고 했다. 조심스럽게 몸을 비틀면서 공간을 만들고, 싸늘한 바깥 공기가 옷 안으로 들어올 정도가 되었다. 차가운 공기가 폐를 채우고 몸을 일으키려고 앞을 바라보니 츠즈리가 어느새 시무룩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차, 싶은 마음에 말을 건네려고 하니 츠즈리는 사야카가 벗어날 수 있도록 몸에 힘을 빼고 자리를 비켜주었다.

"츠즈리 선배, 그런 표정 짓지 마세요..."

"사야가 가고 싶으면 말리지 않아. 그래도... 응. 슬프네."

츠즈리는 눈썹까지 내려 한층 더 처량한 표정을 지었다. 사야카는 그 마음을 달래주려 어쩔 수 없이 츠즈리의 두 볼을 손으로 감싸쥐었다. 츠즈리의 볼이 살짝 눌리며 처량함은 사라지고 다소 우스꽝스러운 표정이 되었다. 사야? 작게 부르는 목소리에 사야카가 못 버티겠다는 듯이 입 맞추었다.

"와. 사야가 먼저 키스해줬어."

"...부끄러우니까 말하지 말아주세요."

"응. 아, 대답도 하면 안 돼?"

"대답은 괜찮지만요... 그보다 다른 데 가는 게 아니라, 음, 온천을 다시 가 보는 게 낫지 않겠어요?"

"아, 맞아. 이대로 잠들면 안 되는구나. 사야는 땀도 흘렸고."

"하하... 네. 탁구 재밌었죠."

"응!"

방금까지 새근새근 잠들어 있었던 사람이라곤 전혀 보이지 않는 혈색이었다. 신난 표정이 그대로 드러나는 바람에 사야카도 행복에 잠겨 츠즈리에게 두서없지만 사랑이 담긴 말을 건넸다. 조곤조곤 대화를 하며 츠즈리는 몸을 일으켰다. 아직은 쥐가 풀리지 않아 힘겹게 일어난 사야카를 지지해주며 즐거웠던 감정을 읊었다. 어쩐지 오늘은 포옹을 자주 하는 것 같다. 두 팔을 벌리고 사야카를 안아서 걸어나가려고 하는 츠즈리를 겨우 말렸다. 잠든 지 30분이 흐른 상태였다. 지금이면 충분히 온천이 비어있으리라. 사야카는 목덜미에 입 맞추는 츠즈리를 겨우 밀어냈다. 


혼자서 서둘러 옷을 갈아입고 있던 코즈에를 지나치고 들어간 온천은 인기척은 없지만 온기는 그대로 품고 있었다. 츠즈리가 코즈에를 향해 인사를 했지만 코즈에는 바빠 보이는 표정으로 서둘러 방으로 돌아가버렸다. 확실히, 늦게까지 혼자 들어가 있었던 모양이다. 정해진 시간이 있었을 텐데. 빠듯했나? 무슨 이유인지 몰라도 어쨌든 무사히 목욕을 마치면 된다.

코즈에가 탈의실까지 나간 것을 확인한 츠즈리가 손을 흔드는 걸 멈추고 옷을 벗기 시작했다. 여관에서 빌려준 유카타는 끈만 풀면 되니 가볍게 바닥에 떨어졌다. 츠즈리 선배, 하고 한번 이름을 부르면 떨어진 옷을 주워 바구니에 제대로 담는다. 응, 제대로 눈치채 주셔서 다행이야. 사야카는 제 유카타 끈도 풀었다. 벗은 옷을 고이 접어 바구니에 넣었다. 그 사이에 츠즈리는 문을 열고 욕탕 안에 들어가려고 했다.

"물이 뜨겁지는 않으세요?"

"딱 좋아... 극락 극락."

"하하, 그런 말은 어디서 배우신 거예요."

"음... 코즈?"

"코즈에 선배가요...? 뭐, 그런 분위기를 풍기시긴 하네요."

"오~ 코즈 늙은이?"

"저, 저는 그렇게까지는 말 안 했어요!"

"사야 홍당무 같아."

"정말..."

몸과 머리를 씻고 탕에 들어와 깊게 숨을 내뱉었다. 츠즈리는 볼을 붉힌 채로 자신보다 더 붉어진 사야카를 놀렸다. 사야카는 그 말에 반박하지 못해 조용히 목까지 물에 잠겼다. 방금까지 뜨거웠던 온천물이 미지근해진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츠즈리는 물장구를 치며 놀다가도 사야카의 얼굴을 바라보며 말을 걸었고, 사야카는 부끄러워 하면서도 츠즈리의 말에 대답했다. 츠즈리의 동작을 따라 물총을 만들어 파동을 즐기기도 했다. 츠즈리는 사야카에게 재능이 있다며 칭찬했고, 이는 사야카가 츠즈리의 행동을 유치한 장난이 아니라고 인식하는 데 일조했다.

"츠즈리 선배, 이, 이렇게인가요?"

"오~ 사야 능숙하네. 거기서 조금만 더 위로."

"위로, 말인가요. 아! 이 각도로 하면 되겠군요."

"응. 와 무지개~"

무지개가 보이지는 않았지만, 무지개처럼 깔끔하게 물줄기가 반원을 그렸다. 그 모습에 웃다보면 물 온도가 맞지 않아 피부가 달아오른 것도 잊은 채로 계속 탕에 몸을 담구고 있었다. 그래서 츠즈리가 더는 버티지 못하고 잠수하듯 물에 빠져버릴 때도 조금은 멍한 채로 츠즈리를 바라보고 말았다.

"츠즈리 선배!?"

"사, 사야... 부글부글..."

"얼른 나가요! 손 잡으시고요! 츠즈리 선배! 선배!"

"사야는... 오뎅..."

"저는 먹을 게 아니라니까요!"

사야카는 그렇게 외치고서 흐물흐물 녹아내리는 츠즈리를 붙들고 탕을 나왔다. 한껏 데워진 얼굴을 한 츠즈리는 시원한 바람에 기분이 좋은 듯 사야카에게 매달렸다. 한참이나 더 큰 사람을 제 힘으로 지지하려고 하니 미끄러운 욕탕 바닥이 두려워진 사야카는 어쩔 수 없이 츠즈리 귀에 일어나야 한다고 속삭였다.

"사야... 흐으..."

"츠즈리 선배...?"

"...사야 변태."

"네? 네!?"

사야카에게 부축 받던 츠즈리는 사야카가 속삭였던 귀를 살짝 손으로 덮었다. 몸에서 붉지 않은 부위는 더는 없어보였는데, 유독 귀가 더 붉게 달아올랐다. 사야카는 츠즈리의 말에 한 박자 늦게 반응했다. 생각지도 못한 지적을 받았기에 사야카마저 붉어지고 나서, 두 사람은 겨우 진정하고 수건으로 물기를 닦아낼 수 있었다.

수건으로 축축하게 젖은 머리를 말리고 있노라면 옆 사람의 모습을 흘깃흘깃 쳐다보게 된다. 츠즈리는 열심히 수건으로 물기를 짜내도 덜 말라서 엉망인 머리카락을 손으로 빗고 있었다. 사야카가 머리를 말려준다는 말에 잠시 고민하던 츠즈리는 혼자서 할 수 있다고 답했다. 그 말에 마음이 찌르르 아파온 건 숨길 수가 없어서, 츠즈리는 조심스럽게 드라이기는 소리가 시끄러우니 수건으로 말려줄 수 있냐고 부탁했다.

방금까지 붉었던 귀가 평소 혈색으로 돌아와 있었다. 짧은 머리임에도 사야카가 머리를 말리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츠즈리는 이리저리 몸을 흔들며 사야카의 손길에 머리카락을 맡겼다. 콧노래를 부르는 소리에 사야카가 그 음을 따라 가다보면 함께 연습한 곡조라는 걸 깨달아 함께 부르기도 했다. 츠즈리는 방금까지 부끄러웠던 감정을 다 소화해 낸듯이 사야카를 위해 웃으며 고맙다고 말했다.

사야카가 드라이기로 머리를 말리고, 옷까지 완전히 입었을 때 사야카는 문 앞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츠즈리에게 손을 뻗었다. 따끈따끈한 체온이 느껴졌다. 사야카보다 큰 손이 사야카의 손을 넉넉하게 덮었다. 가까이 다가가면 몸에서 맡을 수 있는 향이 선명해졌다. 역시나 평소와 다른 향이지만, 지금은 이제 익숙해져서 매력적으로 느끼는 향을 풍기고 있는 츠즈리는 언제나처럼 웃어주니까.

서둘러 방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 반, 손을 잡고 복도를 차분히 걷고 싶은 마음 반이었다. 츠즈리가 자판기에 있던 우유를 한 병 뽑아 마실 땐 당연하다는 듯이 푸딩 얘기를 꺼내기도 했다. 츠즈리는 사야카가 기억해줬다는 사실에 기쁘게 웃으며 내일 함께 먹자고 이야기했다.

기대해주는 눈빛에 사야카는 힘차게 대답했다. 역시 얼른 방으로 돌아가서 둘만 있고 싶다. 사야카는 찬바람에 감기 걸린다며 츠즈리를 이끌었다.


"어라, 츠즈리 선배. 속옷..."

"응? 아, 전에 같이 샀던 옷이야. 어때?"

"...어울리시네요."

"칭찬이다. 응, 고마워."

사야카는 물끄러미 츠즈리의 속옷을 바라보며 지난주에 있었던 외출을 떠올렸다. 분명히 온천욕을 하러 오기 전에는 안 입고 있었던 것 같은데. 탈의를 할 때에도, 다시 유카타를 입을 때도 눈치채지 못했다. 방에 들어오면 여전한 이불 상태에 조금 웃어버린 다음, 서로를 바라보고 누웠을 뿐이다. 그랬는데 제대로 여미지 않은 옷깃 사이로 보이는 속옷에 사야카는 자신도 모르게 시선을 고정했다. 침이 목 뒤로 넘어가는 감각이 무안해서 머릿속에 떠오르는 그때의 모습이 흐릿해졌다. 츠즈리가 이상하다는 듯이 사야카를 불렀다.

"사야, 왜?"

"속옷... 잘 어울리셔요."

"응. 사야가 골라준 거니까. 편하고."

"...운동할 때는 확실히 스포츠 브라가 좋죠."

"사야, 우리 운동할 거야?"

"츠즈리 선배..."

"응?"

알고서 물어보는 건지, 모르고 물어보는 건지 쉽사리 파악할 수 없었다. 츠즈리는 그다지 달라지지 않은 표정으로 사야카를 바라보고 있었고, 그 표정에 열감이 있는 건 온천 후 달아오른 몸 때문인지, 아니면 이 분위기 때문인지 단정지을 수 없었다. 단정지을 수 없다고 사야카가 판단했다. 그래서 속옷을 살 때 나누었던 대화를 기억하지 못하는 척 떠 보는 말일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츠즈리가 떠보는 일을 할 리가 없지 않은가. 사야카는 제 머릿속에서 나쁜 생각이 샘솟는 것만 같아 이마를 치고 싶었다. 마치 만화처럼 머리를 때리고 나면 이 못된 생각도, 엄한 생각도 모두 사라지지 않을까. 사야카는 코가 닿을 거리만큼 다가온 츠즈리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잠깐 심호흡을 하고 다시 눈을 뜨니, 츠즈리의 빛나는 루비를 닮은 눈동자가 사야카를 한가득 담고 있었다.

"츠즈리 선배..."

"사야, 사야는 기억해? 이걸 입고 할 거라는 말."

"츠즈리 선배도 기억하고 계셨네요."

"응. 사야가 골라준 옷인걸."

솔직하게 답하면 츠즈리가 기쁘다는 듯이 웃었다. 역시 도망칠 수 없다. 츠즈리는 사야카의 팔뚝을 소중하게 쓰다듬었다. 손은 천천히 올라와 볼에 닿았고, 손가락이 입술을 훑을 때 사야카는 이번 키스는 짧지 않을 것을 직감했다.

사야카의 취향이 담긴 속옷이다. 홀로 속옷을 살 때면 색감은 차치하고 사이즈마저 맞지 않는 옷을 사곤 했떤 츠즈리를 대신해 주변에서 함께 사러 간 적이 많은 듯했다. 츠즈리가 2학년이 되고, 사야카가 스쿨아이돌 클럽에 가입하고 나서 속옷을 함께 사러 간 다음 알게 된 실상에 사야카는 언제나 츠즈리에게 어울리는 속옷을 고르는 데 열중했다. 편안한 복장, 흡수성이 좋은 것, 바람이 잘 통해서 너무 더위를 타지 않는 옷, 겨울을 대비하여 적당히 보온성이 있는 것 등. 츠즈리 혼자 고른다면 고려하지 못할 다양한 조건들을 사야카의 손에서 걸러지고 선정되어 결과적으로 사야카 취향이 담길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런 옷을, 오늘, 츠즈리가 입고 있다.

츠즈리는 잘 때 속옷을 하지 않는 편에 속했다. 처음에는 제대로 벗고 있지 않았던가. 그런데 지금 다시 속옷을 입었다는 건.

사야카는 입술을 비집고 들어오는 츠즈리의 혀에 화상을 입을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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