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호코즈] 사랑이 눈에 보인다면

하나하키병 소재입니다. 클리셰네요. 이런 흔해빠진 이야기도 쓰고 싶었어요.

스모어 by m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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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학교에서 사랑에 빠닌 학생들은 순식간에 소문의 주역이 되었다. 누구를 상징하는 색인지, 누구를 상상하며 내뱉어버린 감정인지 모두가 수군거리곤 했고, 당사자는 사랑의 감정으로 괴로운 만큼 주변의 시선과 입말을 버티지 못하고 몸을 숨기곤 했다. 뜬소문도 뜬소문 나름이지. 어쩌면 사람에게 가장 취약한 부분을 나불나불 떠들어 대는 소리 만큼 듣기 싫은 소리도 없었다.

카호는 복도를 지나가기만 해도 자연스럽게 들려오는 교내 커플 한 쌍을 알게 되었다. 말이 한 쌍이지, 실제론 짝사랑하는 관계라서 그것보다 더 복잡할 거란 말도 덧붙여져 있었다. 한 쌍이라면서 등장인물이 3명이나 되는 게 대체 뭐람! 고작 꽃의 종류로 사랑하는 대상을 알 수 있다니 터무니없었다. 꽃을 토하는 장면을 보았다는 사람의 출처도 불분명했다. 뒷모습이라니, 다른 사람으로 착각했을 수도 있다. 꽃말도 어디서 인터넷에서 본 걸 나불대는 거겠지. 거짓 선동임이 틀림없다. 다들 기숙사에 감금당하듯이 살아서 현실 감각이 떨어진 거다.

"그래서 카호 씨, 왜 이렇게 화가 나셨나요?"

"그야...! 코즈에 선배가!!!"

"아, 루리 상자에 들어감다."

"루리노 쨩!! 루리노 쨩도 들어야 한다고!!!"

"자, 자 진정하세요. 그래서 도대체 일이신가요?"

"역시, 사야카 짱~"

"우왓, 위험하잖아요."

카호는 슬금슬금 상자 안으로 사라진 루리노를 향해 원망의 외침을 쏟아냈다. 하지만 루리노는 날래게 상자로 제 몸을 숨겼고, 카호는 늦게나마 상자에 대고 노크를 하려고 들었다. 그 몸짓에 사야카가 겨우 카호를 달래니 카호는 제 마음을 알아주는 건 사야카밖에 없다며 그 품에 뛰어들었다. 사야카가 카호의 무게를 지탱해주며 바르게 서 있었다. 왁자지껄한 분위기의 부실이었다. 그리고 카호의 설명에 순식간에 침울해졌다.

"츠즈리 선배가..."

"어라? 사야카 쨩 나보다 더 데미지 받지 않았어?"

"흑, 메구 쨔아아앙..."

"루리노 쨩~? 상자 안에서 중얼거리는 거 다 들리거든?"

카호는 자신이 받은 충격을 공유하며 함께 화를 내주길 기대했는데, 정작 두 사람은 카호보다 더 재기불능 상태에 빠져버렸다. 이 기분을 달래줄 줄 알았던 사야카는 상자 옆에 무릎을 끌어안고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루리노가 들어가 있는 상자는 바들바들 떠는 게 다 티 났다. 이러면 오히려 화를 내려던 자신이 민망해진다. 카호는 한없이 우울한 분위기를 이기지 못하고 에잇! 하고 소리치며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다.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지금 당장 떠오른 생각을 실천하기 위해 움직일 때였다. 홀로 부실을 박차고 나가는 모양새가 되었으나, 부실 안에서 축 처져 있던 두 사람에게 직접 선배를 만나서 꼭 확인하라는 조언을 잊지 않았다. 대답이 시원찮은 걸 보니 회복하는 데 시간이 필요해 보였다. 루리노는 충전이 끝나면 움직일 테고, 사야카는, 뭐, 식사 시간이 되면 움직이지 않을까. 어차피 오늘은 유닛 연습 날이니 수업이 일찍 끝난 1학년이 바쁘게 움직였을 뿐이다. 남은 두 사람이 알아서 하길 바라야지.

카호는 당장 2학년 교실로 쫓아갈지, 아니면 코즈에의 기숙사 방을 찾아갈지 고민했다. 한 시라도 빠르게 확인하기 위함이라서 휴대폰 화면을 켜니 조금만 더 있으면 쉬는 시간이다. 아직 수업이 안 끝났구나. 이러면 괜히 시선을 끌 수 있겠지만 코즈에가 종종 했던 것처럼 교실 근처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2학년 교실 복도는 어색하지만 어딘가 들뜬 분위기에 엄청 두렵지는 않았다. 어쨌든 저 교실 안에 코즈에가 있을 것이고, HR이 끝나면 가방을 정리하고 복도로 나올 테니까. 발장난을 하며 시간이 흐르길 기다렸다.

앞문으로 교사가 자리를 뜨면 하나둘 뒷문으로 학생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누군가는 카호를 보고 깜짝 놀라기도 했고, 교실 안에 있을 코즈에를 힐끔 바라보기도 했다. 카호는 코즈에처럼 교실 안에 들어가려고 했으나, 코즈에가 먼저 복도로 나왔다.

"코즈에 선배!"

"어머, 카호 씨. 마중 나온 거니?"

"네, 물어볼 것도 있고요."

"후후, 그러면 같이 가면서 들을까? 많이 기다렸니?"

"원래는 부실에 있었는데, 조금이라도 빨리 보고 싶어서 여기까지 왔어요!"

"그랬니...?"

카호의 말에 코즈에는 기쁜 것 같기도 하면서, 어쩐지 당황한 것 같기도 했다. 만약 부실에서 가만히 기다렸다가 인사했다면 저런 표정을 지었을까. 카호는 어째서 직접 만나러 왔는데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이는지 알 수 없었다. 카호를 찾아 교실로 오는 걸 서슴지 않아 하는 사람이면서, 그 반대의 일을 겪어 보니 떨떠름하기라도 한 걸까. 하지만 미묘하게 보이는 표정엔 기쁨이 없지는 않았다. 코즈에와 함께 부실로 걸어가는 짧은 동안 카호는 코즈에의 반응을 살폈다. 그리고 무언갈 숨기고 있다고 판단했다. 마치 그 소문이 진실인 것처럼 느껴지는 거동에 카호는 숨을 죽일 수밖에 없었다. 어쩐지 긴장감이 흘렀다.

말은 조금이라도 일찍 연습하기 위해 코즈에를 만나러 왔다고 하였으나, 속셈은 따로 있던 카호는 코즈에를 이끌고 인적이 드문 화장실로 향했다. 수업이 마치면 다들 동아리 활동을 하러 가거나, 곧장 기숙사로 가기 때문에 학교 화장실은 상대적으로 사람이 없는 장소다. 코즈에는 화장실을 잠깐 들렀다 가자는 카호의 말에 순순히 발걸음을 옮겼다. 조금은 부끄러워하는 게 평소의 코즈에의 모습이라서 카호는 내심 안심했다.

"다른 사람도 없으니, 하나만 물어봐도 돼요?"

상냥한 코즈에는 카호의 직설적인 요구에도 무엇이 궁금하냐며 귀를 기울였다. 손을 씻고 손수건으로 물기를 닦는 도중임에도 천천히 카호를 향해 몸을 돌리고, 이야기를 경청하고 있다는 티를 내듯 무릎을 조금 굽혔다. 그 행동에 카호가 기대를 해버려도 어쩔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을까. 카호는 호의적인 코즈에의 태도에 힘입어 정말로 궁금했던 물음을 내뱉었다. 코즈에는 카호가 어떤 질문을 할지 흥미가 동한 모양이었다.

"코즈에 선배는,"

"응."

"네리네 꽃을 토하셨나요?"

가뜩이나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는 화장실이었다. 수도꼭지를 제대로 잠갔지만 새어 나온 물방울이 한 방울 떨어져 똑, 소리를 냈다. 그 외엔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코즈에는 멍하니 카호를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질문을 듣지 못했다는 듯이 다음 말을 기다리는 것 같은 모습에, 카호는 다소 답답하다는 듯이 질문을 다시 하려고 했다.

사실 질문을 하지 않아도 될 것만 같았다. 상황 파악을 하지 못해서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카호를 바라보던 코즈에가, 시간이 지날수록 창백해져서 울음을 참으려고 애쓰는 게 보였기 때문이다. 정말이었다. 정말로 츠즈리 선배를 좋아하고 있었구나. 메구미 선배가 좋아하는 건 외면한 채로.

카호는 코즈에의 언어적 의사소통보다 비언어적 의사소통 방식을 믿기로 했다. 사람은 본심은 시선이나 자세, 표정과 같은 신체적으로 표현되는 게 대다수라고 했다. 어떠한 말을 하지 않아도 코즈에의 표정은 이미 꼭꼭 숨겨두었던 비밀을 들킨 사람과 같았다. 한 발자국 뒤로 주춤하며 신체적 거리를 멀리했다. 눈을 마주치지 않기 위해 시선을 비스듬하게 옆으로 돌리고 있었다.

메구미의 사안까지는 정확하게 모르겠으나, 츠즈리와 관련된 것만은 사실이라는 생각에 카호는 가슴이 찌르르 아파져 오는 걸 느꼈다.

그래도 이대로 홀로 판단하여 뒤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코즈에는 변명이라도 하려는 듯이 입술을 열었다. 아니라고, 착각하는 게 아니겠냐는 말이 듣고 싶었으나 그보다 카호가 빨랐다.

"코즈에 선배, 코즈에 선배가 그 병에 걸릴 수밖에 없도록 하는 사람이, 제가 생각하는 사람이 맞나요?"

"...카호 씨."

"맞나요?"

코즈에는 단호한 카호의 말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걸로 끝이었다. 사랑하는 감정과 열중하는 유닛은 다를 수 있지. 카호는 이해했다는 듯이 저도 같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는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화장실 안에 있는 창문이 조금 열려 있었는지 바람이 불어왔고, 그 바람에 코즈에의 머리카락이 나부꼈다. 단정하게 묶어둔 머리칼이 카호쪽으로 흩날렸지만 그 주인의 마음은 카호를 향하지 않겠지. 카호는 좌절감에 인상이 찌푸려지는 걸 겨우 참아냈다.

그렇게 몇 분이나 가만히 대치하고 있었을까. 시선을 피하던 코즈에가 물끄러미 카호를 바라보았다. 카호의 말을 기다리는 것 같은 분위기에 부실로 돌아갈까요, 조용히 말했다. 코즈에는 그 말에 역시나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더는 목소리도 들려주지 않을 심산인지 입술을 꾹 다물고 있는 모습에 비참함까지 느껴졌다.

우리는 같은 유닛인데. 고작, 고작 다른 사람을 사랑한다고 해서 멀어질 사이는 아니지 않나요?

그렇게 말하고 싶기도 했다. 조금은 웃는 표정으로 그 말을 내뱉을 수 있다면 다행이지 않았을까. 하지만 겉치레에 불과했다. 카호는 제 입으로 그런 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 설령 '병'으로 인해 다른 사람에게 들켜버리는 감정일지라도, 사랑을 그렇게 폄하하고 싶지 않았다. 그야, 카호는.

분위기를 환기하려고 했다. 여전히 굳어버린 표정으로 코즈에를 향해 손을 뻗으면 코즈에가 망설이는 게 보였다. 그 사소한 움직임에 상처받는 사람이 있다는 걸 모르는 걸까. 카호는 부끄럼쟁이면서도 조심스럽게 손을 마주 잡아주던 코즈에를 떠올렸다. 그리고 코즈에의 머뭇거림이 제 기준보다 오래 지속된다고 느꼈을 때 건넨 손을 아무렇지 않게 옆구리로 떨어뜨렸다. 아무렇지 않게. 그럴 수도 있다는 듯이. 마치, 방금까지 손을 건넨 게 모두 거짓말이라는 듯이.

코즈에의는 카호의 움직임을 눈에 담고 있었다. 망설임 가득한 눈빛으로, 곤란함 가득한 눈빛으로 손가락이 향하는 곳을 다 눈으로 좇던 코즈에는 갑작스럽게 무언가를 떠올린 사람처럼 안절부절못했다.

"카호 씨, 먼, 먼저 부실에 가 있지 않으련?"

"네? ...아뇨, 같이 가요. 어차피 같이 가려고 코즈에 선배네 반까지 왔던 거고."

"...그, 그게 아니라..."

"왜요?"

코즈에는 하려던 말을 끝맺지 못했다. 카호는 꽉 문 입술에서 피가 흐르는 걸 보았지만 현실감이 없다고 생각했다. 사람의 입에서 저렇게 선명한 피가 흐를 수 있구나. 멍하니 코즈에의 얼굴만 보고 있으니, 코즈에는 못 참겠다는 듯이 자리를 피했다. 가장 안쪽 화장실 칸에 들어간 코즈에는 문도 닫는 걸 잊어버린 듯이 보였다. 그렇게 먼 거리도 아니었으나, 희미하게 들려오는 구역질 소리에 저게 바로 소문으로만 듣던 그 꽃을 토하는 소리라는 걸 알아차렸다.

대체 여기서 왜, 갑자기. 왜?

당황한 카호는 천천히 코즈에가 도망친 곳으로 걸어갔다. 한 발자국, 두 발자국, 가까워질 때마다 소리는 커졌지만, 신음은 점점 짧아졌다. 그리고 소리가 그쳤을 때 카호는 코즈에의 숙인 등을 바라보고 있었다.

코즈에는 고개를 들지 않았다. 뒤 돌지도 않았다. 카호의 인기척을 알아차리고 시간이 멈춘 듯 가만히 있을 뿐이었다. 카호가 코즈에의 이름을 불러도, 반응하지 않았다.

이럴 땐 어떻게 해주는 게 좋을까. 카호는 제가 읽은 책 중 '하나하키병' 항목이 없는지 기억을 더듬었다. 혹여나 토악질이 멈추었을 때 등을 쓰다듬어 주어도 괜찮을까. 물이라도 줘야 하나. 아니면 자리를 뜨는 게 더 옳은 방법일까? 그런 애매모호한 방식만을 떠올리고 있으니 진정한 코즈에가 작게 중얼거렸다.

"미안하단다..."

"네?"

"..."

"코즈에 선배, 방금, 저에게 사과하신 거예요?"

카호의 물음에 코즈에가 뒤를 돌아보았다. 눈물범벅인 얼굴에, 아마도 방금까지 붙어있었을 꽃잎 하나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네리네 꽃이 아니다. 카호는 그제야 화장실 바닥으로 눈을 돌렸다. 변기 밖으로 흘러나온 꽃들은 새하얀 레몬 꽃잎이었다.

왜 갑자기 레몬꽃이. 차라리 메구미의 탄생화인 카틀레야였다면 이해했으리라. 하지만 레몬은. 레몬은...

"좋아해서, 미안해..."

여전히 카호와 시선을 마주하지 못했던 코즈에는 그렇게 말을 하고, 제가 더럽힌 화장실 바닥을 정리하려 무릎을 굽혔다. 바닥에 떨어진 꽃잎을 손에 담고 엉망인 얼굴을 수습하려 볼을 손등으로 문질렀다. 눈물은 닦아냈지만 붉어진 얼굴과 진정되지 않은 듯한 표정에 카호가 얼음처럼 굳어 있었다.

"그러니까, 코즈에 선배가, 좋아하는 사람이."

"..."

"저예요? 어라? 어? 어!? 잠깐만요 코즈에 선배!"

"...카호 씨?"

손바닥에 가득 담긴 꽃잎을 변기에 내려보내려던 코즈에를 급하게 막아 세웠다. 카호는 이럴 때만큼은 빠르게 돌아가는 머리를 칭찬하고 싶었다. 이것만큼은 책에서 본 적 있어. 확신이 담긴 몸짓으로 코즈에 손에 있던 꽃들을 입에 집어넣었다.

"카호 씨?! 대체 무슨 짓이니!?"

"저, 저도 알아요! 꽃, 먹으면 되잖아요!?"

"뭐!? 그, 그게 무슨?! 아, 안 된단다! 더럽게! 뱉으렴! 응? 카호 씨!"

"저도 좋아해요. 코즈에 선배!"

입에 집어넣은 꽃잎이 풍기는 향은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토사물 같은 느낌이리라 생각했는데, 막상 입에 넣어도 거부감이 없으니 열심히 씹어 삼켰다. 입에 꽃잎이 가득 들어가 있는 상태로 말을 하니 어쩐지 코즈에와 대화가 더 잘되는 느낌도 들었다. 카호는 이 순간 당황한 코즈에를 바라보면서도 그저 다행이란 생각만 했다.

다행이다. 정말로 다행이다!

"정말로 다 삼켜버렸니!? 카호 씨!?"

"코즈에 선배! 헤헤 정말로, 정말로 정말로 좋아해요!!"

"꺄아!"

흔히 부작용이라고 하는 건 바로 나타나기 마련이다. 하지만 카호는 속이 더부룩하지도 않았고, 헛구역질하고 싶은 느낌도 들지 않았다. 그저 멀쩡했다. 정말로 멀쩡해서 기쁜 마음에 코즈에를 끌어안았다. 방심하고 있던 코즈에는 다리를 휘청거렸지만 이내 중심을 잡고 제대로 카호를 지지해주었다.

따뜻하다. 사랑하는 감정이 느껴지는 것만 같아.

코즈에가 자신을 좋아하지 않을 리가 없지 않은가. 고작 헛된 소문에 눈이 멀어 눈앞에 보이는 흔적을 의심하고 믿지 못했다. 카호는 복도에서 보았던 코즈에의 상태를 다시 조립하기 시작했다.

갑자기 카호가 나타났으니 놀랐을 거다. 하지만 기쁘기도 했겠지? 그런데 현재 짝사랑으로 인해 속앓이하던 상태였으니까 부실이 아닌 곳에서 만난 카호는 자극적이었을 것이다. 그러니 마음을 숨기려 미묘한 표정을 지었을 것이고, 카호에게 평소처럼 상냥하게 굴기 위해서 노력했겠지. 응응, 그러면 다 이해가 된다.

코즈에는 가만히 카호 품에 안겨 카호의 어깻죽지에 얼굴을 묻고 있었다. 사과하면서 말하는 '좋아해'가 아니라, 웃으면서 말해주는 '좋아해'가 듣고 싶었지만, 아직은 코즈에가 진정할 시간이 필요해 보였다. 그도 그럴 게 따끈한 체온과 함께 느껴지는 심장박동이 비현실적일 만큼 빨랐다.

아, 기분 좋다.

잠깐 본 꽃이었지만 그건 코즈에의 사랑이 구현화 된 것이리라. 눈으로 확인한 사랑은 확실하고도 믿음직스러우니까. 레몬이라니, 카호의 탄생화가 여러 가지여서 조금 당황했을 뿐 바로 알아볼 수 있어서 다행이지. 후후, 화훼농가 딸을 얕보면 안 돼요.

카호는 천천히 고개를 든 코즈에의 얼굴을 살펴보았다. 다시 눈가가 붉은 걸 보니 감정이 벅차올라 또 눈물을 흘린 모양이었다.

"울지 마세요. 네? 코즈에 선배."

"카호 씨... 카호 씨... 꿈은 아니지?"

"히히, 전 코즈에 선배를 정말 좋아하니까요."

"나도... 나도 정말 좋아한단다."

"네!"

드디어 웃으며 좋아한다고 말해주는 코즈에를 위해 카호는 제가 할 수 있는 가장 달콤한 행동을 하기로 했다. 낭만적인 사랑의 시작이었다.

첫 키스는 레몬 맛이 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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