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비지타임을 꿈꾸는 히치하이커들을 위한 안내서 (1)


가비지타임 성준수, 최종수 (올캐러) 네임리스 드림

(약 13,000자)

-썰체/음슴체 입니다.

-옴니버스의 시리즈물입니다.

-소액 결제 있습니다.

-키워드 : 아이돌, 고백, 옆집 오빠, 소꿉친구

1) 아이돌 성준수와 같은반 드림주

2) 최종수 옆집 친한 동생 드림주

1) 아이돌 성준수와 같은 반 드림주

성준수는 초등학교 때 떡꼬치 먹다가 캐스팅 제안 받아서 그때부터 원중 엔터에서 연습생 했었음 잘생기고 춤도 노래도 수준급이라 금방 데뷔할 줄 알았는데 이상하게 운이 안 좋은건지 자꾸 데뷔가 엎어져서 18살에 다른 엔터 찾다가 지상 엔터로 옮김.

맨날 학교 빼고 연습실 가고 하니까 같은 고등학교 안에서는 이미 소문나있었을 듯… 그러다가 데뷔 직전, 남돌 데뷔 준비 그룹으로 서바이벌 프로그램 제의 받아서 나감 근데 거기서 우승 차지해버려서 19살에 지상블루 화려하게 데뷔하고 나름 유명 그룹으로 이름 날림…

보통 이 정도면 그냥 자퇴하고 검정고시 보는데 엔터 이현성 대표님이 이상하게 고교 청춘에 집착하셔서 마!! 살면서 고등학교 졸업장도 못받으면 돈이 무슨 소용이 있나!!!! 청춘이 중요하다 청춘이!! (저도 자퇴했습니다 자퇴해도 청춘은 있습니다 청춘은 언제나 현재진행형입니다 머머리 대표님의 개인적 의견입니다) 하면서 죽어도 자퇴 못하게 하고 오전 수업이라도 무조건 듣고 오게 시킴.

근데 뭐 성준수… 수업을 듣겠냐고… 서바이벌 프로그램 때는 준비하느라 학교 가지도 못해서 고2 종업식 이후로 첫 등교가 고3 4월이 되었음 학교 갈 때마다 알아보는 사람들이 감사하긴 하지만 귀찮은 마음에 아침 6시 댓바람부터 등교함 선생님한테 미리 받았던 자리표에서 제 자리는 맨 뒷자리 구석.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반 안으로 들어가니까 조용한 새벽빛 사이로 한 아이가 앉아있었음. 성준수의 짝, 드림주였음.

으레 대부분의 여학생이 그렇듯 아이돌에 대해서 빠삭히 알지 못하더라도 잘생긴 남학생, 거기다 아이돌이라면 말을 한 마디씩 걸기 마련이었음. 인사하면 받아주고 바로 엎드려야겠다고 생각한 성준수는 자리에 앉았음. 그런데 드림주는 놀랍게도… 아무 관심이 없었음. 누가 반에 들어오자 흘낏하고 상대를 확인하고는 다시 제 문제집으로 시선을 돌리는 게 반응의 전부였음. 대충 아침 인사 정도는 건넬줄 알고 인삿말 건네려고 준비하고 있던 성준수에게는 좀 충격인ㅋㅋㅋ 아이였음.

드림주는 아주 조용하고 공부만 하는 학생이었음. 중학교 때 성적은 당연히 최우수였고 한국수학올림피아드 중등부에 입상하고 논술대회에도 입상하는 듯 일반고에 온 게 아까울 정도의 성적이었음. 정작 드림주는 아무 생각이 없었음. 그냥 등교시간 20분 이내 집 앞 가까운 고등학교에 가고 싶었을 뿐이었음. 기숙사도 귀찮고… 애초에 공부하는 걸 좋아하는 탓에 무리할 것도 없었음. 부모님의 압박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 승부욕도 있고 의대에 흥미가 있어서 그냥 공부하는 애였음. 점심 먹을 친구 정도는 당연히 있지만 옆 반이라 자기 반에서는 그냥 조용히 공부만 했음.

성준수는 그런 드림주가 좀 의아하긴 했지만 나쁘지는 않았음. 워낙 학교에서 공부로 유명한 드림주였으니까 쉬는 시간에도 드림주 옆으로는 아무도 접근하지 않았음. 떠든다고 뭐라고 하지는 않았지만 그냥 혼자 눈치보여서… 간혹 준수한테 멀걸려고 옆자리로 슬쩍 다가와도 준수는 그냥 엎드려서 자고 있어서 말걸기도 뭐하고… 원래 성깔이 좀 있는 탓에 웬만하면 다른 사람이랑 말 섞는 걸 선호하지 않기도 하고, 시끄러운 것도 정신 사나운 것도 질색이라 2학년 때까지만 해도 점심시간엔 매번 체육관 뒤에 대충 숨어있었는데 굳이 그럴 필요가 없어서 쾌적했음.

그렇게 한참 시간이 흐름. 활동기 떄는 식사량 줄이면서 밤늦게까지 연습하느라 낮에는 자기만 했지만 휴식기에는 밥도 잘 먹고 잠도 잘 자서 피곤하지도 않았음. 수업 시간에 지루한 내용을 대충 엎드려서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데 문득 열어둔 창문 사이로 따뜻한 바람이 불어옴. 초여름의 연노란 햇살과 무성한 나뭇잎들의 푸른빛이 비치는 잔상을 따라가 슬쩍 눈길을 돌리니, 거기에 드림주가 있었음. 꼿꼿하게 허리를 편 채로 교과서에 촘촘히 필기를 해나가는 모습이 햇빛 때문인지, 이상하게 반짝거렸음. 맨날 지나치게 화려한 스포트라이트와 수많은 응원봉들에 둘러싸인 탓에 밝은 건 별로 싫어했는데… 이런 빛이라면 나쁘지 않을지도. 그렇게 속으로 생각해버림.

그렇게 한 번 시선이 가기 시작하니 수업 시간, 자는 척 엎드린채 힐끔거리며 드림주를 바라보는 게 성준수의 취미 아닌 취미가 되었음. 눈 밑에 점이 있었네. 앞머리 잘랐나, 조금 짧아졌네. 피곤한가? 다크써클이 좀 진해진 것 같기도 하고… 아, 미간 찌푸린다. 어려운 문젠가보네. 그렇게 한참을 바라보던 어느 날이었음. 눈썹 끝이 정리된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헷갈려서 저도 모르게 한참이나 바라보자 수업이 끝나기 10분 전 대부분의 학생이 잠에 빠져있을 즈음에 드림주와 눈이 마주침. 아, 하는 작은 탄성이 그의 입에서 나오자 드림주는 포스트잇에 뭔갈 적어서 건넴

-혹시 내가 너한테 뭐 잘못한 거 있어? 전부터 왜 자꾸 힐끔힐끔 쳐다봐?

아, 들켰구나. 뭐라고 대답해야하지. 힐끔힐끔 쳐다본 건 사실이었다. 원래같았으면 곧장 미안하다고, 앞으론 안보겠다는 메모를 남겼겠지만… 평소의 무표정과는 달리 딱히 화를 낸다기 보다는 드물게 눈망울을 동그랗게 뜨고 저를 바라보는 드림주에 성준수는 자기도 모르게 슥슥 진짜 이유를 적어버렸다. 충동에 가까운 행위였다. 사실 저도 이유를 잘 모르겠다. 왜 자꾸 옆자리 드림주를 쳐다보는지.

-혹시 눈썹 정리했어?

-그거 때문에? 어젯밤에 좀 했는데… 이상해??

-아니, 깔끔해. 

무뚝뚝한 지금까지의 인상과는 달리 눈꼬리를 축 내리고서 물음표 2개까지 그려가면서 열심히 답장을 적는 모습이 조금 신기하고 귀여운건지 성준수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음. 드림주는 이게 왜 자신을 전부터 힐끔힐끔 쳐다보는지에 대한 답장이 되지는 않았지만…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본 거겠지, 하고 다시 아무 생각 없이 풀고 있던 문제집으로 시선을 내렸음. 그렇게 둘의 수업 시간 도중 포스트잇이 종종 이어졌음. 처음에는 성준수의 드림주 변화 맞추기 퀴즈쇼였음. 머리를 자르고 안경테를 바꾸고 샤프를 바꾸고… 이것저것 알아내는 모습에 놀란 드림주가 이번에는 성준수 변화 맞추기 퀴즈쇼를 해보다가, 그 이후로는 조금 더 개인적인 질문들로 이어졌음. 

-어제 늦게 잤어?? 피곤해 보인다…

-녹음이 잘 안 풀려서 좀 늦게 잤어. 괜찮아.

-녹음? 너 가수야? 아님 막 유튜브 같은 거?

-어제 동생이 집에서 쿠키 만들다가 밀가루 엎어서 집 난장판이었음..ㅠㅠ

-그 정도는 뭐… 우리는 예전에 덩크슛 하겠다고 숙소에서 뛰어다니다가 천장 부서먹었음

-ㅋㅋㅋㅋ 근데 숙소? 기숙사 말하는 거야?? 우리 학교는 기숙사 없지 않아?

얘는 진짜 내 소문 하나도 모르는 건가…? 가끔 필담이 아니더라도 대화를 하다보면 정말 저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드림주에 성준수는 허탈한 웃음을 지었음. 드림주는 원래 남 소문에 하~나도 관심이 없었고 같이 점심 먹는 친구들은 애들 사이에 도는 소문보다 당장 기말고사 시험 수학 문제가 어떻게 나올지가 더 중요한 아이들이었음. 성준수는 자기에 관심을 주지 않아 조용한 드림주에게 끌렸다가도 나한테 그렇게까지 관심이 없는 건가? 싶어서 괜히 속상해지기도 하고… 원래 친구는 보통 이런 감각인가? 초등학교 때부터 연습생하느라 라이벌의 요소가 하나도 없는 친구 같은 교우 관계를 맺어본 기억이 드물어서 이게 맞나 아닌지 헷갈리기도 함.

그러다 7월 초, 한창 기말고사가 끝나고 무더위가 찾아올 무렵이었음. 평소처럼 오전 6시에 등교한 성준수는 어렴풋한 운동장에 익숙한 인영이 있는 걸 봄. 드림주였음. 운동장 구석에 놓인 농구 골대에서 굴러다니는 농구공을 주워서 드리볼을 연습하고 있었음. 그러다 공을 놓쳐서 굴러가는 공을 주우려다 성준수와 눈이 딱 마주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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