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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쫑]이상형을 말하지 않으면 나갈 수 없는 방

[제 9회] 상쫑 전력 주제: ○○하면/하지않으면 나갈 수 없는 방 (재업)

도트 by 돗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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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형을 말하지 않으면 나갈 수 없는 방

문장은 지극히 심플하다.

서면에 있는. 여자애들이나, 그런 여자애랑 사귀는 남자애들이나 자주 갈 법한 음식집에 있을, 이상한 문장이 적힌 네온 사인이 번쩍거렸다. 물론 그런 음식점에 적힌 말과 지금 여기 적힌 말은 전혀 다르다. 상호는 그 문장을 입안에 굴리다가 마른침과 같이 삼켰다. 우둘투둘한 낮말들이 목을 찌르는 기분이었다. 

네온 사인은 어디에도 없었다가 갑자기 처음부터 존재 했다고 주장하듯, 돌연히 나타나 빛을 토했다. 벽에 달린 등의 색이 핑크나 블루 같은 색이 아닌걸 감사해야할까 싶을 정도였다. 아무튼 이런 시답잖은 이야기를 뒤로 하더라도 요구하는 내용이 어딘가, 구렸다. 

사귄지 얼마 안 된 친구들 사이에서도 이제는 안 쓸 거 같은 주제다. 상호는 농구하기 바쁜 고3 입시생으로서, 좋아하는 사람이 확고하게 있지 않는 한. 이상형이란건 대충 구겨서 뭉퉁그려놓은 선호의 집합이란 생각을 어렴풋 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상호의 선호는 심플하다. 만약 이 방이 기상호 한명을 담았다면 아마 들여놓은 보람조차 없이 바로 나갈 수 있을게 분명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방은 최소 2인용인듯, 상호 외의 타인도 같이 방에 있었다. 그 사람이 다은햄이나, 희차이. 아니면 하다 못해 준수햄이나 태성햄이나 재유햄이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니 태성햄이라면 오히려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니까 얼른 이 방에서 나갈 수 있었을게 분명했다. 그는 상호가 고 1때부터 좋아하던 굳건한 짝사랑 상대가 이미 있었으니까.

그래, 같이 들어온게 …태성햄이었다면. 

상호는 흐르듯이 시선을 옆으로 굴렸다. 나란히 엉덩이를 두고 앉은터라 정면을 볼 순 없지만 그렇다고 상대가 누군지 모를 정도는 아니었다. 까만 이미지가 변함 없이 자리하고 있었다. 굳건한 얼굴이 미미하게 창백해 보인다면 눈의 착각일까, 싶었다. 불쾌해 하는건지 당황한건지 모르겠는 얼굴. 애초부터 그렇게 친한 얼굴이 아니니. 모든건 추측에 지나지 않는다. 이 사람의 기분 같은걸 세심하게 알 수 있을 정도로 친밀했던 적도 없고. 

상호는 상대의 옆얼굴을 흘끔보고는 다시 앞을 본다. 

의문 뿐인 공간이라서 그런걸까? 같이 가둬진 상대도 무슨 기준으로 정해진 건지 싶은 영문이었다. 내를 내보내기 싫다는 의사표현 아니가 이거. 하는 우스꽝스러운 생각이 따라 올 정도로.

상호는 거진 2년만에 보는 얼굴을 떠올린다. 여전히 어두침침한 인상이다. 새삼 보니 머리는 기억에 남아있던 모습보다 더 곱슬거렸고. 그때보다 몸은 더 다부져졌다. 상호가 1학년이던 당시에는 경기중에 들은 트레시 토크나, 시비들로 이리저리 심리를 자극당해, 바닥에 쌓여있던 짜증을 이리저리 회전초마냥 굴러다니게 만드는 듯한 사람이었는데. 그 사이의 공백이 길었다고 지금은 의외로 아무렇지도 않았다. 

잘하면 이규 형님 처럼 오가면서 인사 할 사이는 될 수 있을지도 싶었다. 지금도 예전같이 말하려나. 그럼 싫은데. 가벼운 감상을 물수제비 치듯 통통 의식에 흘린다. 아~ 뭐 생각만 한다고 다 되나. 만약 예전하고 또 같이 그러면 뭐, 이번에야 말로 상종하기 싫은 사람으로 삼으면 될 일이었다. 

서로가 말을 뱉지 않던 정적의 틈 사이로 먼저 상호가 입을 열었다. 가벼운 스몰토크일 셈으로 뱉는 말들이 줄줄 튀어나온다.

그동안 잘 지내셨어요? 좀 늦었지만 프로 데뷔 축하드려요. 그 짧은 문장 사이에 어떠한 칼도 공격도 숨어있지 않음에도 상대는 움찔거리면서 긴장한다. 상호는 그 꼴을 웃기지도 않는다고 생각하며, 떨떠름하게 속으로 뭐고. 내가 친줄 알긋다. 하며 어처구니를 감춘다. 상호의 한마디가 더 할수록 어색해하는 상대의 제스쳐가 늘어간다. 왜 혼자 난리고. 어이없네. 

그러면서도 시답지않은 말은 멈추지 않았다.

"이런 방 막 무서운거 좋아하는 사람들이 두루 즐기는 이야기 같지 않아요? 첨엔 쫌 쫄았는데, 나온게 이상하고 무서운 주제 아니라서 좀 다행인거 같기도 해요."

상호의 원맨쇼 같은 말이 우수수 이어진다. 어떤 반응도 없이 경청하던 상대가 상호가 뱉은 어떤 말에 반응하며입을 달싹거리다가 작게 뱉는다. 이상하고 무섭진 않아도 불편한 주제잖아. 뭐라노. 이 사람. 원래 이렇게 목소리가 작았나 싶을 정도로 낮은 투였다. 예전에는 좀 더 또렷하게 말하지 않았나? 오래 말 하지 않아서 목인 잠긴 것 과는 다른. 앓는 소리 대신에 나온 듯, 무겁게 고인 말에 상호는 당황스러운 기분을 삼키고 애써 가볍게 뱉었다. 에이 뭐 불편하기 까지야. 의외로 가볍지 않나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기상호는 방이 원했을 내용을 입에 담았다.

"그냥 이상형을 말하믄 되는거잖아요? 쉽네! 내는 상냥한 사람이 좋아요."

그 말에 상대가 희번뜩 고갤 돌려 눈을 마주친다. 그 움직임에 상호가 놀라서 몸에 움찔 힘을 주었다가 푼다. 뻣뻣한 표정으로 마주한 얼굴에서, 가장 시선에 틀어박힌 눈. 그 눈가가 파르르 떨린다. 와, 얼굴. 준수햄 뺨친다. 세세하게 빼곡히 찬 속눈썹이 눈을 깜박이는 움직임을 따라 유영한다. 누나가 유튜브 보고 눈화장 한다고 염병해서 붙인 것 보다 더 숱이 많았다. 상대는 상호의 말을 듣고는 어딘가 당황하다 동시에 걱정하곤, 그리곤 은밀한 체념이 고였다가 툭, 떨어져 사라진다. 얼굴에 남은 건 당황도 걱정도 아닌 심란함과 체념이라서. 상호는 그의 불투명한 시선과 선명한 감정에서 어쩐지 약간 갈피를 알 거 같은 흐름에, 의아함을 느낀다. 왜? 어째서? 이 사람, 뭐하자는거지? 

부정적인 뉘앙스보다 의문이 앞서 치고나왔다. 뭘까. 뭘까. 

정말 뭘까. 

이 사람 혹시 내 좋아하나?

잠깐, 머리가 굳었다가 무저항으로 깡 얻어 맞은 기분을 느낀다. 

아니 설마. 에이, 무슨. 누가 들어도 도끼병이라고 놀릴 생각이었다. 상호는 벼락처럼 스친 자신의 감상이 부끄러워서 들은 사람도 없는데 웃음으로 무마하고 싶어서 볼이 당겼다. 그리고 그 사이로 그 사람의 목소리가 속살거리는게 들렸다. 

"난, 좋아하는 사람이면, 그냥 다 좋아."

이상형 같은 거 가져본 적 없어. 그래서 이런 거 불편해. 시선이 비껴나간다. 불편해 하는게 말 뿐만 아니라 행동으로도 보인다는게 어쩐지 어린느낌을 줘서 약간 피부가 근질거렸다. 문장이 적힌 벽을 빤히 보는 시선에 담긴 감정이 생각하는 게 맞는지. 눈을 의심하고 싶어져서, 동시에 정말인지 확인하고 싶어서. 상호는 무심코 그에게 한번으로 끝나지 않을 시선을 보냈다.

흘끔거리는 상호의 태도에 상대가 거북해한다. 

"뭐야, 할 말이 있으면 얼른 해."

"…아니, 디게 로멘틱하시다 싶어가꼬. 쪼매 봤어요."

내는 착한사람 이라고 했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저도 최종수 선수처럼 좀 있어보이는 거 말 할걸. 

"…… 뭔, 이상형이라며. 멋있는 말 하는게 아니니까. 그걸로 된거지."

눈을 가늘게 뜨며 시선을 흘기는 꼴이 약간 새초롬해 보이기도 하다. 상호는 연상에게 쓰기엔 쪼끔 그래서 차라리 비꼬는 것 같은 감상을 속으로 삼키면서, 하긴 그렇네요. 앗 그럼 문 생겼는지 확인해 볼게요. 그렇게 말하며 일어났다. 최종수는 상호의 뒤통수를 보면서 가슴을 억누르듯 움츠린다. 텅 빈 벽에는 글자모양으로 빛나는 네온 사인만이 반질거리고 있었다. 

어디에도 문은 없었는데, 그럼에도 상호는 굳이 몸을 움직여 벽을 더듬었다. 아~ 막 비밀의 문같은거 있지 않을까 했는데. 섭섭하다는 듯 중얼거리는 목소리에 어쩔 수 없는 끄응 앓는소리가 녹아든다. 최종수가 난, 다른 이상형 같은거 없어. 너, 상냥한 사람 좋아한다는 거 말고 다른 구체적인 거 없어? 하고 말하는걸 들으며 상호는 으음~ 하고 콧소리를 냈다. 

"글면, 최종수 선수는 이상형이 없는거니까. 제가 쪼매 고민해 보께요. 구체적으로~ 생각해 본적이, 솔찌 없어가."

아마 시간은 우짤 수 없이 걸리지 싶은데. 라고 이야기 한 것 치고는 툭툭 말이 편하게 튀어 나왔다. 

나쁜 말 안 하는 사람. 쾌활한 사람. 재미있는 사람. 앗, 맞장구 잘 쳐주는 사람? 

줄줄 나오는 말이 끝이 없다. 최종수는 그런 기상호를 찬찬히 훑었다. 져지 옷깃을 올려 지퍼를 채운탓에 비어있는 공간에 하관을 묻은채로 상호를 멀뚱히 바라본다. 다만 그것 말고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얼굴로. 이런 저런 조건을 이야기하던 기상호는 이윽고 기운 빠졌다는 표정으로 뭐고~! 내 이제 뱉을 조건도 없다! 하며 어깨를 추욱 내렸다. 그 소란스러움 사이로 작은 웃음소리가 삐죽 몸을 내밀었다가 멎어든다. 상호는 타인의 소음을 놓치지 않고 최종수를 바라봤다. 

미미하게 휘어진 눈이 작은 소리의 주인이 최종수라는걸 알려줬다. 

상호는 얼핏 유순해 보이기까지하는 반쪽자리 평온을 목도하며 반사적으로 마른 침을 삼킨다. 

전혀 삼킬 것이 없는데. 입 안이 질척거리는 것 같았다. 

최종수는 기상호가 아무 말 없이 자신을 바라보는 것에 미간을 찌푸리며 뭐야? 하고 말을 건다. 상호는 아, 음. 하다가 결국은 본심을 뱉는다. 

"최종수 선수가 그렇게 웃는거 처음봐서요."

최종수는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몰라 말문이 막힌 얼굴로 시선을 굴렸다. 그러다가 움찔 최종수의 시선이 벽에 틀어박힌다. 무언가 역겨운 것이라도 본 것 같은 창백한 얼굴에 상호도 같이 고개를 돌린다.

흰 네온 사인 아래에 다른 말이 솟아 오른다. 우와. 무슨 풍선을 찌른것 같았다. 벽지였던 것이 외피처럼  늘어나 문장을 뱉곤 다시 평평히 돌아갔다.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경우 그 사람의 특징을 이야기 하시오. 

"으와, 글자 생기는거 쪼매 징그럽네요."

상호는 소름이 돋았다는 것 처럼 양손으로 자기 팔뚝을 쓸었다. 그러면서 근데 저는 진짜 정말 하늘에 맹세코 좋아하는 사람 없거든요? 혹시 최종수 선수 자기가 자각 못해서 그렇지 좋아하는 사람 있는 거 아녜요? 

"뭐, 와 이렇게 창백한데요. 어디 안 좋아요? 아님 아까 그게 그리 징그러웠나?"

상호가 최종수를 걱정해 빤히 본다. 최종수는 입술을 잘근거리다가,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뱉는 숨과 같이, 늘어지는 톤으로 요구했다.

"귀 막아. 들려주고 싶지 않아."

진짜야. 너 귀 안 막으면 절대 안 말할거야. 여기서 어떻게 될 지 한번 두고 봐. 그렇게 단단히 이르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프로인 최종수가 더 손해이지 않나 싶은 강요였다. 아 물론 상호도 고3으로서 그렇게 쉽게 볼 수 없는 내용이긴 했지만. 이렇게 까지 할 필요가 있나 싶었다는 점에선 어쩔 수 없는 작은 투덜거림이 새었다.

"에잉, 내가 그런거 소문낼 사람으로 보이나. 너무하시네."

투덜거리는 상호를 무시하면서 최종수는 기상호가 귀를 틀어 막는지, 또 뒤도는지 매서운 눈으로 살폈다. 

더 떨어져. 아니 내가 이동할게 그냥 거기 박혀있어. 

날선 투에 불쑥 짜증이 차오른다. 참내. 절로 삐걱거리는 마음을 다스리면서 기다린다. 

잠깐 지나니 작게 속삭이는 목소리가 들린다. 사람은 어쩔 수 없는 궁금증의 동물이라서, 어거지로 강요받은 약속을 어기는데에는 많은 양심이 필요하지 않았다. 

귀를 막은 손에 찬찬히 힘을 풀고, 슬쩍 내려서 목을 감싼다. 

최종수의 목소리가 보다, 또렷하게 들린다. 

"머리색이, 옅어서 눈에 잘 보이는게 좋아."

키가 적당하고, 말이 많고, 시끄러운점도 나쁘지 않아. 누군지 알 수 없는 특징인데, 어쩐지 근질거리는 감정이 삐죽인다. 아까 이 사람 혹시 날 좋아하나? 하고 착각한게 창피할 정도로. 최종수는 열열하게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데. 무슨 착각을. 그렇게 생각하면서 아이, 진짜 김치국 제대로 먹었다! 하고 우히히 생각을 마무리 할 생각이었다.

이어진 말이, 돌부리처럼, 걸리지 않았다면. 

"눈물점이 좋아, 자꾸 보고싶어져서."

사투리를 쓰는데, 뭐라 하는 말인지 모르겠어. 억양이 세니까. 화가 나있는 거 같아 보이는데, 표정이 우스꽝스러워서. 자꾸 보게돼. 구연동화 하는 것도 아닌데 자꾸 움직여 대는 것도 웃겨서 계속 보고싶어.

그렇게 나열하는 상대에 기시감을 느낀다. 잘 아는 사람같은. 아니 당장 이곳에 있는 것 같은.

상호는 천천히 일어섰다. 최대한 움직임을 죽인다고, 일어나는 하나의 동작인데, 다른 무슨 동작보다 어렵게 느껴졌다. 발 끝으로 걸으면서 소리 없이 최종수의 곁으로 다가간다.

최종수는 아무것도 모르고, 더 이상 특징도 되지 않는 좋아하는 점을 바보처럼 나열한다. 상호한테 눈 감고 귀 막으라고 하고서는, 제대로 막고 있는지 감시도 안하고, 말 하는 본인도 눈을 질끈 감고 있었다. 상호는 그런 최종수의 모습을 가만히 본다. 

부드럽게 풀린 입매가 뱉는 말이, 들어본 적 없을만큼 다정했다. 즐거움과 행복을 동시에 느끼는 얼굴은 평화로웠고. 수줍었다. 상호는 지금, 최종수가 눈을 떠 자신을 마주한다면 어떤 얼굴을 할지. 문득 상상한다. 얼굴이 붉어질까. 아니면 화를 낼까. 그것도 아니라면. 

마치 상호가 그런 생각에 닿길 원했다는 것 처럼. 최종수가 파르르 눈꺼플을 떨면서 눈을 떴다. 

상호는 자신이 무뢰배가 된 것 같다고, 생각했다. 

우습게도 최종수가 이야기 하는 상대는 자신일텐데. 그럼에도. 너무도, 현실감이 없어서. 최종수가 말하는 사람이 자신이 아니라. 남을 이야기 하는 것 같았다.

"그, 리고…."

너무나, 만화같은 상황이다. 

상호는 그렇게 생각했다. 아마 장르는 스릴러. 공포. 호러. 

최종수의 얼굴이 그렇게 이야기 하고 있었다. 왜, 왜? 하고 헛숨처럼 묻는다. 

호러영화에서 살아남기 위해 가장 먼저 방을 뛰쳐 나간 남자가 살인마를 만났을 때 지을법한 얼굴이다. 

그럼 기상호는 지금 최종수에게 살인마일까?

"꺼져!"

벼락같은 노호성이 터졌다. 앉은 자세가 무너졌다. 엉덩이를 질질 끌면서 뒤로 몸을 뺀다. 동시에 얼굴을 가리기 급급한 그의 곁에 성큼 다가간다. 최종수 선수. 부르자마자 얼굴이 희게 질렸다. 최종수의 눈에 자신이 어떻게 보이고 있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부끄럽다기 보다는 수치스러워 하는 얼굴이었다. 어째서 들을 줄 몰랐을 때는 그런 얼굴로 이야기 하고선, 정작 당사자한테는 이렇게…. 이렇게, 질겁을 하는걸까.

"싫, 다고…!"

얼굴을 가리듯 한 팔을 힘 줘 비집어 열면. 열꽃이 뭉텅이로 핀 얼굴이 눈에 박혔다. 목덜미까지 이어져서 흰곳을 찾을 수 없었다. 사람이 이렇게 빨갛게 되어 있어도 되는거가. 익은 거 아이가? 그런 시답잖은 말을 생각하지 않으면 가슴에 휘몰아치는 이 이상한 감상을 무심코 뱉어버릴거 같았다. 종수는 어이없이 우위를 빼앗긴 자신을 납득하지 못 하는 것 같이 몸을 뒤틀었다.

"너, 아니니까! 닥쳐! 가라고! 내가 말한게 다 너 같아?! 아냐! 꺼지라고!! 가!"

눈을 질끈 감고 악 쓰듯 외치는 말을 흘려 넘기면서 상호는 종수와 반대된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 한번도 그거 내냐고 물은 적 없어요. 최종수 선수."

그 말에 최종수는 덜컥 움직임을 멈춘다. 이윽고 몸에서 힘을 빼고….

그저 기상호에게 붙잡힌 그대로, 지금을 받아들인다. 


종수는 눈꼬리가 올라가 다부진것 치고는 순해보이는 눈을 본다. 대면한 얼굴에는 어떠한 사심하나 터럭도 없는 완전한 무의 감정이라서 종수는 턱하니 막히는 입술을 애써 달싹거린다. 시선을 오래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 또 동시에 계속 바라보고 싶었다. 웃기지도 않아.

"그냥, 좋아하는 사람이면 다 좋아."

정말로 다 좋아. 넌, 날 안 좋아할거 같지만. 그래서, 그냥. 모른척 하고싶어. 

알아, 규도 그랬어. 힘들거라고. 하지만, 그래도. 그럼에도. 너랑 얼굴 보고 있으니, 우스울 정도로. 

그냥, 좋아. 


문득 상호 대사를 적다가 음, 이거 내가 사투리 발음으로 읽어서 사투리지 글로 적으면 표준어잖아. 

라는 걸 깨달아 부랴부랴 사투리 같은 걸 넣었습니다. 초본 노 퇴고 

1시간 전력 같은거,,,, 이제는 못하는 몸이 되었다는걸 느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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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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