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온달노엘>
노엘은 오늘도 누군가에게 편지를 쓴다. 읽지도 못 할거고, 혹은 건들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아마 마음은 전해지겠지? 싶은 작은 기대를 걸고 글자를 써 내려간다.
처음부터 문자나 문양은 마음을 전하기 위해 태어났다. 형태만 다를 뿐, 같은 마음을 느끼게 하는 도구로서 존재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림과 글은 전할 수 있는 모양이 다르다.
그림은 단편적으로서, 글은 장기적으로서, 서로서로 장점과 단점이 있다.
“그러니 글자를 쓰겠다는건가? 참으로 구시대적인 발상이 따로 없군. 비효율적인 방법이야.”
“하지만 미리안드가 읽어줄거잖아? 그것도 엄청 삭막한 목소리로. 하하, 벌써 웃겨.”
이렇게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노엘은 옆에서 핀잔을 주는 미리안드에게 읽어주는 역할을 떠맡기며 만년필을 내려놓았다.
“직접 읽어주는게 나을텐데, 그러면 나도 귀찮지 않을테고.”
“하지만, 편지를 당사자가 읽어주면 좀 그렇지 않아?”
“웅변이라 생각해라.”
미리안드는 귀찮은 듯. 노엘에게서 시선을 돌려 자신이 들고 있던 논문을 읽어내리기 시작했다. 저렇게 말해도 맡은 바, 임무를 주면 착실하게 해주긴 한다는 점이 참으로 상냥하다. 물론, 그에 대한 보상은 준비해야겠지만... 저번엔 뭐 해줬더라. 기억이 안나는 걸 보면 별 일 아니겠지.
“온달이 웃을걸.”
“그놈 웃는거 하루 이틀 보는 것도 아닌데. 그리고 편지라고 해봤자. 일기와 다를 바 없지 않나. 그럴바에는 옆에서 시시콜콜 떠들도록 해.”
“싫어.”
“하...”
노엘이 편지를 말려, 접는다. 온달이 미리안드에게 글을 읽어달라고 할지는 미지수다.
답변은 오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착실히 적어내려간다. 오늘을 네게 남기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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