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온달빛노엘

진짜 내가 이걸 진짜 내가 이걸 진짜 이걸 썻다고 내가 이걸

람드림 by 멜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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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를 어디서 본 적이 있는 것 같소.“

온달이 노엘에게 얼굴을 가까이 하며 말을 이었다. 노엘은 그런 온달의 얼굴을 손으로 슬며시 밀어내었다.

“너무 가까워.”

“미안하오. 아는 얼굴이라 생각했더니 그만.”

포권을 취하며 떨어지는 온달을 본다. 노엘은 한숨을 쉬었다. 또 어떤 말을 해야할까. 네가 아는 그 자가 아니다. 나는 너와의 시간을 공유하지 않는다. 그런 말을 하며 눈 앞의 온달이 실시간으로 어두워질 표정을 생각하자면, 한 숨 밖에 나오지 않았다.
이전에는 알지 못했으나, 아발론에 오고 나서 ‘같은 시간을 공유’한다는 사실이 그들에게 많은 위로와 위안을 주는 것을 적지 않게 보았다. 두 눈이 멀쩡한 온달이라니, 상상도 해본 적이 없었다. 노엘은 상실에 대해 다시금 이해한다.

본디 베히모스의 가호를 받은 온달은 눈이 하나 없었다. 그 잃어버린 눈에는 오로지 자신만을 담을 예정이라 비워내었다고 했던가. 말은 잘하는 것이 무인이 아니라 문인이 되었어야 한다 핀잔 준 적도 있었다. 이제 노엘은 다른 ‘온달’ 앞에서 행동을 조심해야겠지. 아마 다른 자신이 이곳에 도달하지 않는 이상 만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아발론의 군주의 손에 달렸고.

“아마 아는 얼굴…일거라고 생각해. 애시당초에, 아니. 이거 일반인한테는 보이나?”

“무엇이 말이오.”

“인연의 끈… 이라고 설명하는게 편할 것 같은데.”

인간은 저마다 강한 인연의 끈을 가지고 있다. 가장 많이 탐욕스럽게 들고 있는 것이 아발론의 군주. 통칭 ‘로드’이고 나머지는 그냥 뭐,그럭저럭. 여러개 들고 있기도 한개씩 들고있기도 하다. 인연이란 원래 자신이 만들어가는 것이 보통이기 때문에 인연의 끈이 있다 해서 전부 만나는 것은 아니지만…
하지만 그걸 어찌되었든 전부 이어준단 말이지. 그것이 강함의 본질이고, 어떻게든 상대방을 끌어당기려고 하는 인력이다.

온달은 고개를 저었다. “끈 같은 것은 보이지 않소. 그대는 신기한 것을 보는구려.“ 라고 말하며 잠깐 망설이더니, 이내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자신에게도 알려줄 수 있느냐 물어왔다. 온달의 본질은 생존인가 탐구인가. 노엘은 고민했으나 답이 나올리 없었다. 그 답을 찾기 위해서는 다섯명의 온달을 전부 모아야할테니, 그것이야 말로 민폐였다.

“예를 들면… 저기, 프라우 보여?”

“프라우 낭자, 말인가. ”

“…적응 안되네. 그래, 예를 들자면. 프라우는 꽤 여러 사람들과 인연이 연결되어있어, 약한 것도 있고 강한 것도 있지. 인연이란 종류도 달라. 루이스와 연결된 것은 강렬한 붉은색이지. 그리고 색이 짙어. 이건 강하다는 표식이야. …안보일텐데 설명하는 의미가 있을까?”

“듣기 좋으니 계속 하시오. 이런 이야기를 해주는 자는 궁에서 드무니.”

“좋아. 저기 지나다니는 아이아도 프라우와 강하게 연결되어있어. 하지만 강렬하진 않지. 하지만 단단해.”

“빛깔로 표현하면 어떤 것이오?”

“노란색. 노란색은 밝고 은은하지, 그리고 눈에 띄잖아. 강하게 연결되어있다는 증거야.”

“그렇군. 아까 아발론의 군주도 연이 깊다 하였는데. 그는 알록달록하겠군.”

“하하, 맞아. 관계에 따라. 감정에 따라 색이 변하지. 시시각각, 마음이 변하는대로 관계도 변하니까. 인연이란 그런거야.”

노엘이 미소지으며 말한다. 온달은 그것을 빤히 바라보더니. 창문을 바라본다. 저 자는 수 많은 자들의 연을 보겠지. 연을 본다는 것은 얼핏 보면 좋으나. 실상은 그렇지 않을 것이다. 사라질 연을 본다는 것만큼 비참한 것은 없고, 온달 또한 그런 것을 느꼈다. 자신이 더 이상 전하의 곁에 없을 때를 직감한 그 순간 느껴지는 허무함이란. 그와 동시에 온달은 새로운 궁금증이 생긴다.

“그러면 그대와 나의 연은 어떻소.”

“온달. 나는 누구하고도 연결되어있지 않아.”

온달이 고개를 기울이자 노엘이 말을 고른다.

“그러니까. 나는… 여기 속해있다고 말하기 애매하거든. 그냥 이런 모습을 하고 있는 외계생물체 같은거니까. 인간들 사이에 있는 인연이 있을리 없지. 그러니까 아마 남의 인연을 볼 수 있을테고… ”

노엘의 말을 들은 온달이 더욱이 고개를 기울이더니. 이내 바로 섰다. 무언가 생각이 난건지, 잔꾀가 난건지. 노엘은 달갑지 않았다. 우선 첫번째로 저 자가 저런 표정을 했을 때 제대로 된 말이 나온적이 한번도 없었고. 두 번째는…

“그러면 내가 그대의 첫 인연이 되어주는 것은 어떤가.”

모든 온달이 그렇다고 생각하지 않으나, 저가 만나는 자는 ‘상냥’하다. 온달은 저에게 상냥한 자를 거절할 수 없다. 애시당초에 그렇게 만들어졌다. 신은 모든 것을 사랑하기 때문에. 자신을 찾아오는 자를 내칠 수 없기에.
노엘이 할 수 있는 답은 정해져있다. 정해진 대사를 말한다. 어쩔 수 없이. 밀려오는 감정의 파도에 잠겨들면서.

“나는…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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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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