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단과 난간

명단과 난간 - 외전 (1)

어린 아이와 인어의 왕, 박문대와 류건우

티온랩실 by 티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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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 한 명이 빈집을 애써 두른 싸릿문 앞에 쪼그리고 앉아 있었다. 꽤 예전에 버려진 그 빈집은 언젠가부터 갈 곳 없던 꼬마가 유일하게 엉덩이를 붙일 수 있는 곳이 되었다. 거처로 삼을 수는 없었다. 그곳은 꼬마와 비슷한 처지인, 그러나 꼬마보다 덩치도 크고 힘도 센 사람들의 몫이었다.

따스하던 봄날, 양친을 사고로 잃고 홀로 살아남은 꼬마는 거두어줄 사람이 없어 홀로 길거리를 떠돌았다. 아직은 날씨가 그리 춥지 않아 밖에서도 그럭저럭 잠들 수 있었지만 곧 겨울이 되면 어떻게 버텨야 할지, 꼬마는 훌쩍일 기운조차 없어 몸을 웅크릴 뿐이었다. 어린 나이에 잘 먹지 못해 비쩍 마르고 체력이 약한 탓에 아이는 심부름꾼 노릇도 하기 힘들었다. 그래도 꼬마는 장날마다 장터 근처를 돌아다니며 어떻게든 일거리를 찾으려 애썼다. 아주 작은 잔심부름을 몇 개라도 하면 그날은 굶지 않을 수 있었기 때문에, 꼬마는 작은 발로도 열심히 장터를 돌아다녔다. 적어도 그 사람을 만나기 전까지는 그렇게 살았다.

그날따라 유독 몸이 힘들었다. 새벽나절부터 잠도 못 자고 돌아다니느라 부르튼 발도, 욱신거리는 다리도, 꼬르륵거리는 배도. 어떻게든 맡고 있던 것만 마무리하고는 골목 한구석에 숨어 쪼그리고 앉아있던 꼬마에게 누군가가 말을 걸지만 않았다면, 꼬마는 그날을 평범하게 운 없는 날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너 몇 살이냐.”

“…? …저요?”

 

그 사람은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꼬마는 깜짝 놀라 눈을 크게 떴다. 보통은 저가 먼저 말을 걸었지, 누군가 먼저 말을 걸어주는 건 아주 드물었기 때문에. 꼬마는 손가락으로 제 나이를 세어 대답했다.

 

“이, 일곱 살이에요.”

“일곱 살.”

“네.”

 

그 사람의 얼굴이 무슨 표정인지 알 수가 없어서 꼬마는 고개만 갸웃했다. 하지만 왠지 기뻐보이는 얼굴은 아니었기 때문에 꼬마는 황급히 말을 덧붙였다. 그건 꼬마가 길에서 생활하며 배운 생존기술이었다.

 

“그, 그래도 시키시는 건 다 할 수 있어요! 글도, 글도 읽을 수 있어요. 언문이요.”

 

그래도 그 사람의 표정은 펴질 기미가 보이지 않아서, 꼬마는 제 눈에 눈물방울이 매달린 것도 모른 채 필사적으로 덧붙였다.

 

“저, 정말이에요! 저기 어르신들이 가르쳐 주셨어요.”

“너, 손재주는 좀 있냐.”

“네? … 네!”

“그래. 그럼 시킬 게 있으니 날 따라와.”

“네!”

 

눈에 눈물을 대롱대롱 매단 꼬마와 제법 반듯하게 차려입은 소년의 조합은 어딜 가도 시선을 끌었다. 더군다나 그 소년이 꼬마의 손을 꼭 잡고 있는 모습은 더더욱. 소년은 그런 시선엔 아랑곳하지 않았지만 꼬마는 그래도 아는 사람을 보면 꼬박꼬박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아마 그런 성격 덕분에 저 어린 꼬마가 지금껏 거리에서 살아남을 수 있던 게 아닌가 하고 소년은 생각했다.

 

“심부름. 국밥 두 그릇 달라고 하면 주실 거다.”

“네!”

 

꼬마는 고픈 배에서 소리가 나지 않도록 꼭 붙잡고는 주인에게 국밥 두 그릇을 주문했다. 처음엔 꼬질꼬질한 꼬마를 보고 잠깐 눈살을 찌푸리던 주인은 꼬마 뒤에 선 소년을 보고는 흠칫 놀라 고개를 끄덕였다. 덕분에 무사히 주문을 마치고 돌아온 꼬마에게 소년이 말했다.

 

“잘했어.”

“헤헤.”

“이건 방금 전 심부름값.”

 

소년은 동전 몇 푼을 꼬마의 손에 잘 쥐여주었다. 그러고는 일어나려는 꼬마를 붙잡았다. 어리둥절한 얼굴의 꼬마에게 소년이 말했다.

 

“혼자 먹기는 좀 그런데.”

“?”

“두 그릇 주문하라고 했지.”

“네!”

 

자기가 뭘 잘못했나, 하고 눈을 데록데록 굴리던 꼬마는 소년의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한 그릇은 네 거다. 그거 먹고 잠깐 장에 좀 가자.”

 

꼬마는 눈을 크게 떴다. 아직 어렸지만, 길거리 생활의 경험을 통해 꼬마는 대가없는 호의가 위험하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으니까. 겁먹은 꼬마를 본 소년은 순순히 입을 열었다.

 

“… 그런 거 아니야. 자주 들르는 가게가 있는데, 매번 장에 올 수가 없거든. 거기에서 물건을 배달해줄 사람이 필요해서.”

 

계속 심부름해줄 사람이 필요한가봐, 싶어 꼬마는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

 

“먹어. 많으면 남기고. 모자라면 더 달라고 해.”

“네!”

 

꼬마에게 국밥을 먹인 뒤, 소년은 통통해진 배를 통통거리는 꼬마의 한쪽 손을 잡고 그가 자주 들르는 가게로 향했다. 소년의 단골가게는 질이 제법 좋은 문방구를 파는 곳이었다. 꼬마는 익숙한 곳을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곳의 주인 역시 꼬마에게 가끔 심부름을 시키는 사람 중 하나였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는 해도 그건 어디까지나 가게 안에서 하는 심부름 뿐이었는데. 주인은 소년에게서 무슨 말을 듣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꼬마에게 물었다.

 

“꼬마야. 너 이름이 뭐냐.”

“바, 박문대에요.”

 

부모님이 돌아가신 뒤, 사람들에게 그저 ‘그 작은 애’로 통칭되던 꼬마에게는 아주 오랜만에 불리는 이름이었다. 그래도 꼬마는 씩씩하게 자기 이름을 말했다. 언젠가, 누군가 또 다시 다정하게 저를 문대야, 불러주는 목소리가 듣고 싶어서, 그래서 꼬마, 박문대는 홀로 잠드는 밤마다 별을 보며 그리 제 이름을 중얼거렸는데.

 

“이번 달엔 가게 안에서 일을 좀 배우자. 씻기도 하고. 다음 달부터는 근처로 배달도 돌아보고.”

 

왜 소년이 자신을 이곳에 추천한 건지, 왜 그전까지는 그저 잔심부름만 시키던 가게 주인이 갑자기 자신을 배달 심부름꾼으로 골랐는지 꼬마는 몰랐다. 그래도 꼬마는 빠르게 일을 배웠다. 처음에는 뭣도 모르고 헤매기도 했지만,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주인도 꼬마를 잘 봐주었고, 단골들도 어린 나이에 제법 야무지게 일하는 꼬마를 기특하게 여겼으니까.

"이 화선지에 먹을 묻힌 게 너냐, 문대야."

"네... 그, 제, 제 실수에요. 죄송합니다..."

"허어. 앞으로는 조심해라. 그래도 솔직하게 말해줘 고맙구나."

제법 비싸게 팔리는 두툼한 화선지에 실수로 먹을 떨어뜨려 얼룩을 남기고, 거스름돈을 세다 깜박해서 돈을 적게 돌려주기도 하고. 꼬마는 아직 어렸기에 빠르게 일을 하다보면 잔실수가 제법 많은 편이었다. 보통은 허허로이 웃으며 다음부터는 주의하라는 훈계 정도로 넘어갔지만, 가끔 성질나쁜 손님을 만나거나 정말 큰 실수를 한다면 그날은 꼼짝없이 베게를 눈물보로 만들어야 했다. 그래도 이따금 꼬마가 주눅이 들어있으면 가끔씩 전의 그 소년이 와서 달콤한 것을 쥐여주고 물건을 팔아주고는 했고. 그러다 한번은 제 손을 잡고 장터를 돌아다니던 소년에게 꼬마가 이름을 물었다.

 

“호, 혹시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 류건우.”

 

아무튼, 그래서 꼬마가 사실관계를 알게 된 것은 조금 나중이었다. 물건의 종류와 특성을 익히고 겉치레를 조금쯤 꿰뚫어볼 수 있을 정도로 꼬마에게 안목이 생겼을 때, 주인은 드디어 박문대에게 첫 배달을 맡겼다.

 

“문대야. 류 대감 댁이 어딘지 알고 있냐.”

“네! 저기 길 끝에 있는 기와집 아닌가요?”

“맞다. 그 댁에 가서 문지기를 불러. 네가 누구냐고 묻거든 시전의 안 씨가 보냈다고 하면 된다. 그러면 주문하신 분에게 너를 데려다 줄 게다. 만나서 물건을 전달하고 오면 돼. 값은 이전에 치르셨으니 걱정은 말고. 자, 어떻게 해야 한다고?”

“류 대감 댁에서 문지기에게 시전의 안 씨가 보냈다고 하면 돼요. 어, 그리고, 안내해주는 대로 따라가서 물건을 전달하고 오면 된다구.”

“그래. 누가 불러도 따라가지 말고 딱 저기만 다녀오는거다. 알겠느냐.”

“네!”

 

주인은 꼬마가 길을 잃을 염려는 하지 않았다. 그야 꼬마는 몇 년 전부터 이미 시전의 골목길까지 훤히 꿰고 있었으니까. 주인은 그저 누군가 꼬마를 함부로 끌고가진 않을까 걱정한 것 뿐이었다. 그런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꼬마는 해맑게 웃으며 다녀오겠다 인사하고는 종이와 먹이 든 작은 보퉁이를 달랑이며 멀어졌다. 멀리 심부름보내는 것도 아니고, 기껏해야 저기 보이는 곳까지만 혼자 다녀오는 것인데도 주인은 꼬마의 뒷모습을 한참동안 보았다.

꼬마는 저를 걱정하는 주인아저씨의 지시사항에 충실했다. 문지기는 꼬마가 또랑또랑하게 말하는 것을 듣고는 친절하게 꼬마를 작은 전각으로 안내했다. 익숙한 뒷모습이 보이자, 꼬마는 저를 안내해준 문지기에게 꾸벅 고개를 숙이고는 냅다 그리운 호칭을 외쳤다.

“건우 형!”

“…??”

“어, 왔냐.”

그런데 있는 위치가 이상했다. 마루에 편하게 주저앉아 있는 형이라니. 저건 마치 저 전각의 주인이 형인 것 같지 않나? 꼬마는 멈칫했다. 그리고 조그마한 머리로 열심히 생각했다. 첫 배달을 갔는데 왜 거기에 건우 형이 앉아있는가. 건우 형과 꼭 닮은 저 사람은 또 누구인가. 답은 간단했다. 이 물건을 주문한 사람이, 이 전각의 주인이 바로 그의 형인 거다. 박문대는 그제야 자초지종을 깨달았다.

“박문대.”

“네, 형...!”

“겁먹었냐.”

“!”

표정이 솔직했는지 류건우가 피식 웃는 것이 보였다. 박문대는 그제야 제 시야가 흐릿한 것을 알았다. 주인 아저씨가 박문대에게 항상 당부하기를, 아무리 네가 어리다고 해도 너는 일을 하기 때문에 아무데서나 울면 안 된다고 했는데! 제 눈앞이 뿌얘진 것에 더 서러워진 박문대는 닭똥같은 눈물을 방울방울 흘렸고, 결국 아이를 울려버린 류건우는 식은땀을 흘리며 아이의 입에 단것을 물려주고 속여서 미안하다고 몇 번이고 말하며 달래줘야만 했다. 아마도 그 이후부터 박문대는 류건우를 좀 더 친하게 여기는 것 같았지만.

“건우 형 바보!”

“형아 바보!”

“...”

때로 박문대가 류청우와 협공까지 할 때면 류건우는 골을 짚으며 아득해지는 정신을 다잡곤 했다. 그래도 그 입가엔 미소가 피어있었다. 처음 봤을 때의 모습보다는 어쨌든 의지할 곳 있고 밝게 웃을 수 있는 지금이 훨씬 나으니까.

그 외에도 류건우는 가끔 나올 때마다 박문대를 찾아가곤 했다. 가게 주인이 박문대가 잘 때 형아를 찾곤 한다며 귀띔해줬기 때문이었다. 가끔 만나서 국밥을 먹이고, 가끔은 단것이나 반찬도 들려 보냈다. 말로는 가게 주인에게 보내는 거라고 했지만, 박문대의 몫이라며 따로 들려보내는 것들의 양도 만만치 않아 그는 그저 웃었다.

 

“네, 어서 오세요!”

 

박문대가 문방구 가게의 꼬마 점원이 된 지도 3년. 이제 열 살이 된 박문대는 제법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인사를 했다. 단골이라면 박문대의 머리를 쓰다듬고는 찾는 물건을 말해주었고, 처음 오는 사람이라면 박문대를 보고는 조금 놀라다가도 곧 주인에게 소개를 받곤 했다. 아직 어리긴 하지만 주인에게서 글도 조금씩 배우고 제 손으로 돈을 번다는 건 그래도 나름 할만한 생활이었다. 갑작스레 류건우와의 연락이 끊기고 거리에 흉흉한 소문이 퍼지기 전까지는. 박문대가 그 소문을 들은 건 어느 단골에게서였다. 그 역시 어린 점원인 박문대를 점잖게 대해주는, 박문대에게는 좋은 손님이라는 평을 받은 사람 중 하나였다.

“너 들었느냐. 얼마 전에 저기 류씨 가문에 어떤 돌아버린 놈이 형제에게 칼을 겨누고 그걸 본 제 부모는 죽이고 도망갔다는 소문이 있다. 아직 잡히지 않았다고 하니 너도 조심하거라. 아직 어려서 혹여 노려지기라도 할까 걱정이구나. 에휴, 쯧쯧. 세상이 말세로다.”

박문대는 걱정해주는 말에 씩씩하게 고개를 끄덕였지만, 그게 누굴 가리키는지는 알지 못했기 때문에 그날도 여느 때처럼 종이 뭉치를 들고 류건우를 찾았다. 전에 갔을 때 당분간 오지 않아도 괜찮다는 말은 들었지만, 그래도 인사라도 한 번 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평소였다면 문지기가 제 얼굴을 알고 들여보내 주었겠지만, 그날은 달랐다.

“네가 찾는 사람은 이 가문에 없다.”

아니라고 떼도 써보고, 소매도 붙잡아보고, 목청껏 형의 이름을 불러도 봤지만 돌아오는 건 싸늘한 냉대뿐이었다. 박문대는 하는 수 없이 터덜터덜 걸어 가게로 돌아갔다. 그리고 그날 밤, 이상한 느낌에 잠들지 못하고 뒤척이던 박문대의 방에 침입자가 나타났다.

“류건우는 어디 있지?”

“모, 몰라요.”

소리없이 나타난 두 명의 사내 중 복면을 두른 사람이 박문대의 목에 검을 겨누었다. 날카로운 칼날이 아이의 목을 스치며 붉은 상흔을 그려냈다. 복면을 두르지 않은 사내가 달달 떠는 박문대에게 질문했다.

“다시 묻겠다. 류건우는 어디 있나.”

“저, 저도 몰라요! 저야말로 묻고 싶다고요! 알았다면 오늘 배달은 그리로 갔을 거에요!”

“칫.”

어린 박문대의 머리로도 지금은 류건우에 대해 함구하는 게 맞다는 생각이 퍼뜩 스쳤다. 실제로 지금 류건우의 행방을 모르는 것도 있었지만, 알았다고 해도 말하지 않았을 것이었다. 박문대의 눈앞에 있는 남자들은 그래야만 할 것 같은 느낌을 물씬 풍겼고, 박문대는 그걸 느꼈다.

사내는 작게 혀를 차더니 곁에 있던 복면을 쓴 사람에게 턱짓했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복면을 쓰지 않은 사내가 나가자, 복면을 쓴 자의 검이 순식간에 박문대를 향해 휘둘러졌다. 잠시 어리둥절한 눈으로 나가는 사내의 뒷모습을 보던 박문대는 엄습하는 불길함에 재빠르게 몸을 낮추었다.

“히익!”

그건 생존본능이었다. 길거리에서 살던 시절이 예리하게 갈고 닦은 것. 박문대는 젖 먹던 힘까지 다해 칼을 피하고는 빠르게 방을 빠져나갔다. 어린아이 특유의 민첩함 덕분에 박문대는 눈앞의 칼질에서 빠져나갈 수 있었지만, 또한 어린아이였기에 도망칠 수 있는 체력의 한계는 명확했다. 장터에서 조금 떨어진 강가, 그곳에서 박문대의 몸은 날붙이에 힘없이 꿰뚫려 거친 물살에 떠밀렸다.

- 마침 필요했는데 잘 됐구나.

누군가 박문대를 잡아채기 전까지는.

“누구...”

- 지나가던 인어지.

“왜...”

- 그걸 네가 알 필요는 없어.

박문대가 다시 눈을 떴을 때, 옆에는 아무도 없었고 박문대의 다리는 물고기의 꼬리처럼 바뀐 채였다.

“뭐... 뭐야...?”

사람이 없으니 당연히 돌아오는 대답도 없어야 한다. 몇 년 동안 류건우의 차분함을 지켜봐서였는지, 아니면 단지 의지할 사람이 없어 그런 것인지. 당황과 불안으로 얼룩진 머리로도 그 정도는 유추할 수 있었다. 무슨 말이냐면 갑자기 허공에서 들리는 목소리는 박문대의 불안을 자극하기 제격이었다는 말이다.

- 깨어났구나. 그럼 이제 구도를 정립해볼까.

“누구세요.”

- 너는 내 권속이 되었으니 내 뜻을 따라야 한단다. 질문은 허락하지 않았어.

인어, 아주 미약한 전설로만 남았던 존재. 박문대를 제멋대로 그 세계에 끌어들인 존재는 스스로를 타인의 감정에서 실체를 얻는 전설 속의 존재, 인어의 왕이라 설명했고, 보다 안정적으로 감정을 얻기 위해 마침 죽어가던 어린아이인 박문대를 구해 인어로 만들었다고 했다. 존재부터가 전설에 기인한 탓에 인어는 이능이라는 것을 사용할 수 있었고, 그들의 왕이 직접 인어로 탄생시킨 박문대는 강대한 이능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다행히 박문대는 결코 멍청하지 않았고, 지키고 싶은 것이 있었고, 보고 싶은 사람이 있었기 때문에 빠르게 이능의 사용법을 습득할 수 있었다. 그건 이승의 시간으로 박문대가 죽고 고작 3일 뒤.

그리고 이능을 처음으로 사용해 누군가의 행방을 알게 되었을 때, 박문대는 기겁하며 어떤 계곡으로 출발했다. 다행히도 박문대는 늦지 않았고, 찾던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건우 형!”

몸도 마음도 만신창이가 된 채 절벽 아래로 뛰어들어야 했던, 바보같은 제 형을.


+) TMI

인어의 왕이라는 설정은 날조입니다만... 타인의 감정을 통해 에너지를 얻는 원작의 어느 익숙한 존재의 향이 느껴지신다면 맞습니다. 시스템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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