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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썰 모음

톨+남밀 / 첫허그, 독점욕, 첫뽀뽀, 밀레극장

minorcrat by cr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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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성소에서 어쩌다 보니 얘기가 나와서 밀레가

자기는 뭐 대단한 신념이 있어서 사람들을 도운 것도 아니고 아마 앞으로도 그럴 거라 어쩌고저쩌고 하는데

당신이 그런 사람이라서 마지막까지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겁니다, 라는 톨.

“…있잖아, 나…지금 심장이…터질 것 같아서 그런데…늑골이랑 척추가 부러질 정도로 꽉…끌어안아주면 안 돼?”

“하하…그럼 당신은 내 목이 부러지도록 안아주겠습니까.”

“노력해볼게.”

밀레가 떨리는 다리로 후들후들 다가가는 동안 천천히 바닥에 내려서는 톨.

키차이 땜에 톨이 땅에 한쪽 무릎 대고 앉아서 팔을 벌리니까 밀레가 몸을 내던지듯이 와락 안김.

그리고 톨이 진짜 꽉 안아서 잠깐 기절한 밀레.

“깨어났습니까.”

“…안 부러졌네.”

“멍은 들었을지도 모릅니다. 내 목도 부러지지 않았군요.”

“어차피 당신 목은 꽉 못 안아. 구속구 땜에.”

“당신 입에서 그 단어를 또 듣고싶지 않았습니다.”

쓰잘데 없는 잡담을 하면서 둥기둥기 안겨있는 것이었습니다.

2.

에린에 있는 이상 만사가 신의 눈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으므로 자기를 다른 신들도 보고 있다는 걸 당연히 생각하고 전혀 불편하게 여기지 않는 톨. 우리집 밀레는 자기 상태가 오픈인 건 상관없는데 톨의 표정이나 상태가 다른 신들한테 오픈인 건 좀 싫음. 톨이 동시관람하는 건 오케이했지만, 톨이랑 자기만 알고 싶었는데.

https://twitter.com/minorcrat/status/1767144933201478058 (동시관람 오케이는 이때 얘기)

“당신이 어떤 대상에 확실한 불쾌감을 표하다니 드문 일이 다 있군요.”

그러고 바닥(밀레가 가져온 독서용 카펫(의자) 같은 거)에 눕히는데, 위에서는 팔라라 빛이 내리쬐고 그걸 자기가 몸으로 가려서 밀레 몸 위에 반 이상 그늘이 진 상태로, 눈이 부셔서 고개를 옆으로 약간 돌리고 누운 밀레 목빗근이 살짝 두드러져 보임. 가느다랗고 무방비한 하얀 목.

그걸 내려다 보면서 진짜 희미하게, 밀레가 왜 싫은 표정을 했는지 알 것도 같은 우리집 수호자였다고 한다.

3.

어느 날 불쑥 밀레가 성소 수원지에 물고기를 풀어놓고 낚시하면 안 되느냐고 물어봄. 톨비쉬는 잠깐 생각하다가 물고기들이 신성력에 취할 수도 있어서 별로 안 좋을 거라고 함. 밀레가 그럼 그건 물고기가 불쌍하니까 그냥 낚는 기분만 내자고 함. 톨비쉬도 승낙하고 나란히 수원지 밖에 낚싯대 잡고 쭈그리고 앉음.

멍하니 물소리 들으면서 그러고 있다가 톨비쉬가 문득

“뭐가 낚일 것 같습니까?”

라고 물으니까 밀레가 아무렇지도 않게

“당신하고 바보같이 보낸 시간.”

이라고 답함.

톨비쉬는 자기도 모르게 밀레 쪽으로 고개를 돌렸는데 얘는 그냥 앞만 보고 있음. 옆모습에서 왠지 눈을 못 떼겠어서 계속 보다 보니 낚싯대를 놓침. 그때서야 이쪽을 보는 밀레. 눈이 마주침.

아무 말도 안 하고 빤히 올려다보는 (앉은키도 차이가 있으니까) 밀레 얼굴로 톨비쉬가 손을 뻗음. 엄지로 눈가를 만져봄. 밀레는 안 피함. 대신 낚싯대는 내려놓고 톨비쉬 쪽으로 몸을 약간 돌려줌.

가까이 가서 고개를 숙이고 밀레 눈가에 입을 맞추는 톨비쉬. 간지러웠는지 살짝 움츠렸다가 눈을 깜박깜박하는 밀레.

“그러고 보니 전에 에레원이 기사한테 해주는 거라면서 이마에 그렇게 했었는데.”

그 말 듣고 이마에도 입을 맞춤.

“헤어질 때는 손등에 하고.”

손등에도.

“또 어디에?”

밀레는 고개만 갸웃하고 대답을 안 함. 대신에 톨비쉬가 한 것처럼 톨비쉬 눈가랑 이마에 뽀뽀한 뒤에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봄. 이마랑 눈썹이랑 눈이랑 콧날이랑 뺨이랑 턱선이랑 입술. 톨비쉬는 옮겨가는 밀레의 시선이 꼭 촉감처럼 느껴짐. 입술을 가만히 보고 있는 게.

검지 바깥쪽으로 밀레 입술을 만지작대다가 자기 입술을 맞추는 톨비쉬. 그냥 맞대기만 한 채로 가만히 그러고 있다가 얼굴을 뗌.

“…이건 '어린 여왕님'과는, 하면 안 됩니다.”

그 말을 들은 밀레가 뜻밖이라는 듯이 눈을 크게 떴다가 웃음. 눈부신 걸 보는 것처럼.

“바보.”

그러면서 밀레도 톨비쉬 입술에 뽀뽀를 해줬다고 합니다.

그리고 화이트데이 연성으로 이어짐.

4.

맨날 배경이 성소라서 가끔은 다른 데서 만나게 하고 싶군. 물교 출발 전날 밤의 론가 사막 오아시스 교역소 근처라든가.

캠프 키트 안에서 둘이 쑥덕쑥덕.

“전에 멀린이 최에~고급 그랑블라고를 가져와서 둘이 밤새 마셨는데. 당신은 혹시 술은 좀 해?”

“그다지 마실 일이 없었으나 아마 취하지는 않을 겁니다.”

“그렇구나.”

그때 꿈에 키홀이랑 모리안 나왔던 얘기를 하면서 잠깐 숙연해졌다가 잠은 자느냐고 물어봄. 집밀레는 사실 꿈꾸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잘 안 자는 편.

“어떤 꿈입니까?”

“혼자서 내가 나오는 소리 없는 연극 같은 걸 베일 너머로 보는 꿈이나 집집마다 불이 켜져 있는데 내가 들어갈 곳은 아무데도 없어서 골목을 계속 걸어가는 꿈. 당신은?”

“수면이 꼭 필요하진 않지만 어떤 선택을 해야 할 때 계시를 꿈 같은 형태로 받을 때가 있었습니다. 아주 먼…예전에.”

“그렇구나….”

그러고 말없이 캠프 키트 안에서 장작 타는 소리 듣고 있다가 문득 톨비쉬가 이만 한숨 자겠느냐고 물어봄.

“잠든 사이에 가려고? 꿈꾸기 싫다니까.”

“다른 꿈을 꿀 수도 있지 않습니까.”

무릎 위에 밀레를 앉히고 토닥토닥하는 톨비쉬와 일단 자라니까 자는 밀레. 역시나 혼자서 연극 같은 걸 보는 꿈을 꾸게 됨.(스크린으로 무성영화를 보는 건데 에린에 영화관이 없어서 그 표현이 안 됨) 아 또 이 꿈이구나 하는데 누가 와서 조용히

“옆에서 같이 봐도 되겠습니까?”

라고 물음. 톨비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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