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타입 커미션 샘플

[코난 드림] 단편소설 타입 커미션 샘플

코난 드림 커미션

커미션 by 모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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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네 인기는 여전하다?"

"그러니까. 어째 매년 환호성이 커지는 것도 같고?"

마츠다와 하기와라가 차례로 말을 얹으며 율의 어깨 위에 팔을 턱턱 올렸다. 물론 미묘한 키 차이로 인해 꽤 우스꽝스러운 광경이 되었다. 두 사람 모두 율의 습관을 흉내 내며 은근히 놀림조로 말해고 있었지만, 율이 고작 이런 말에 부끄러워할 거란 기대는 전혀 없었다.

"이야~ 그러니까 말이야. 여학생 수도 점점 늘어나는 것 같아 뿌듯한데?"

장난스럽게 씩 웃으며 대답하는 율의 말투에는 여유가 묻어났다. 그런 율의 뒤로 다테가 뒤늦게 다가와 말을 붙인다.

"실제로 늘어나는 중이야. 특강일 뿐이라 신청자 전원이 들을 수 있도록 했었는데, 다음 기부터는 선착순으로 끊어야 할 수도 있을 것 같더라."

율이 그를 돌아보며 여전한 미소로 쾌활하게 답한다.

"에이, 그러지 말고 횟수를 늘리면 되지. 어차피 거의 백수라 언제 부르든 달려올 수 있다니까?"

율은 현직 탐정으로, 다테가 사고를 당한 후 얼마 안 되어 마찬가지로 사고로 은퇴했다. 다테와 다른 점이 있다면 본인이 사고를 쳤다는 점뿐이다. 다행히 큰 사고는 아니라 모 전직 경찰 현직 탐정처럼 탐정 사무소를 개설했다. 인터넷에 불친절한 사이트만 걸어두고 영업이라곤 전혀 안 하는 통에 장사는 잘 되지 않았지만, 그거야 본인이 의도한 일이기도 했다. 어쨌거나 율의 그 폭행 사건이 있은 후 다테는 무사히 퇴원했고 형사직은 은퇴했다. 친구 둘이 줄줄이 퇴직한 것에 마츠다와 하기와라는 큰 불만을 표하진 않았다. 각기 다른 종류의 감으로, 그들은 이것이 소설이라면 '해피엔딩'에 가까울 것이란 사실을 알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래도 다테가 경찰학교의 교관으로 일하게 된 후 종종 제 동기들을 특별강사로 초청할 때면 과거의 추억과 꽤 비슷한 장면이 재현되곤 한다. 그럼에도 이들은 굳이 과거를 추억하지 않았다. 이들 모두 어떤 과거에도 얽매이지 않는 종류의 인간들이라, 비록 나약하고 쉽게 부러진다 해도 과거따위가 발목을 잡을 수는 없었다. 물론, 나약하고 쉽게 부러진다는 것은 율의 기준에서.

율은 경찰로 일하며 많은 사고, 많은 죽음, 많은 범죄를 목격했다. 인간은 쉽게 유혹에 당해 범죄를 저지르고 그것은 사고와 죽음을 유발하며, 또한 어떤 악의 없이도 불행은 수없이 피어난다. 이 불행들은 어떤 세계라도 존재하니 그것에 놀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러나 이 세계의 인간들이 물러터졌다는 건 어느정도 놀라운 발견이었다. 고작 100km로 달리는 고철덩어리에 빗맞은 것만으로 후유증이 생긴다는 건 아직도 이해가지 않는 수준이었으니까. 아마 이들이 엘리오스에 간다면 어떤 꼬맹이의 반가운 몸통박치기만으로도 기절할 수도 있지 않을까?

다테는 후유증이 심하지 않아 형사 일을 그만둘 정도는 아니었으나, 연인-현재는 아내-의 권유로 결국 경찰학교의 교관이 되었다. 그리고 이 직업은 정말로, 그와 잘 어울렸다. 마츠다, 하기와라, 율은 모두 학생들에게 인기가 좋은 강사들이었지만 오랜 기간 학생들을 가르칠 성격은 못 된다.

"그래, 이렇게 선뜻 도와주는 것도 고마운데... 내가 커피 한 잔 살게. 이렇게 모인 김에 카페나 가자고."

'이렇게 모인 김에'와 '카페'는 이들 사이의 일종의 암구호다. '포와로'에 있을 다른 친구 둘을 보러 가자는.

"야~! 그래! 비싼 거 시켜야겠다. 요즘 형사들 사이에서 유명한 데 있던데 거기로 가지?"

마츠다의 목소리는 조금... 어색한 구석이 있었지만. 굳이 도청 장치도 없을 경찰 학교 내부에서까지 이러는 이유가 다 자연스러운 연습을 위해서니 다들 웃음을 조금 터트리기만 했다. 대신 율이 마츠다의 머리를 거칠게, 사정없이 쓰다듬은 후 어깨에 팔을 걸치고 연행하듯 끌고 갔다.

-

“어서 오세요~ 카페 포와로입니다!”

카페 문의 종소리와 함께 아즈사의 밝고 쾌활한 목소리가 카페 안을 울렸다. 포와로의 최고 명물 미남미녀 알바생 둘은 곧 하교 시간에 몰려들 손님을 대비해 디저트를 준비해두고 있었다. 미남으로 유명한 알바생인 아무로는 아즈사의 인사에 맞춰 그저 생긋 웃어 보인 후 다시 메뉴 준비에 열중이었다. 아즈사의 인사에 꾸벅 고개를 숙여 보인, 어딜 봐도 학생으로 보이지 않는 경찰 넷은 얌전히 구석 자리에 앉았다. 위화감이라곤 하나도 느껴지지 않는 자연스러운 장면이었다.

“야! 다테가 산다는데 이 삐까번쩍한 세트 시킬까?”

마츠다가 가리킨 메뉴는 말 그대로 호화로운, ‘패밀리 세트’였다. 4인 가족의 식탁에 나올 법한 거한 메뉴 선정에 다테가 픽 웃었다.

“넌 점심을 학교에서 그렇게 먹어 놓고도 그게 들어가겠냐? 그냥 얌전히 음료로…”

다테가 타박 아닌 타박을 하고 메뉴판의 음료 부분을 펼치려는데, 카페 안에 또다시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앗! 유우세 씨, 어쩐 일이세요?”

그러나 손님이 아니라 아즈사의 지인이었는지, 아까의 인사와는 다른 질문이 들려왔다.

“안녕하세요, 아즈사 씨. 별건 아니고 오늘 치 상품이 다 팔린 김에 가게를 일찍 닫아서요.”

유우세라고 불린 남자는 서글서글하게 웃으며 카운터에 상자를 하나 올려놨다.

“마지막 남은 세트인데, 한 개씩 드셔보시라고 가져왔어요. 신상품이거든요. 혹시 괜찮으시면 손님들께 나눠주시면서 저희 가게 홍보도…”

“당연히 되죠. 유우세 씨네 가게 과자라면 다 맛있는걸요?”

상자를 받아든 것는 아즈사가 아니라 아무로였다. 어릴 적부터 알고 지낸 데다가 본명까지 알면서도, 마치 최근 친해진 사이처럼 예의를 차리는 모습에 마츠다는 최대한 고개를 돌리고 웃음을 필사적으로 참았다.

“하하, 감사합니다. 그럼 여기 전단지라도 두고 갈게요.”

“그냥 가시지 마시고 차라도 한잔하고 가세요. 과자도 받았는데 그 정도는 서비스로 해드릴 수 있죠.”

“와, 서비스라면 거절할 수가 없네요. 그럼 허브티로 부탁드려도 될까요?”

“그럼요.”

아무로는 생긋 웃으며 찻잔을 꺼내고 허브티를 우리기 시작했다. 동시에 아즈사는 자기들끼리 툭툭 치기도 하고 이해할 수 없는 농담을 던지며 메뉴를 고르는 경찰 넷에게 다가가 질문을 던졌다.

“손님, 혹시 괜찮으시면 거리 맞은편 전통과자점의 화과자를 하나씩 드시겠어요?”

그 물음에 다테는 쾌활하게 웃으며, 유치하게 투닥이는 세 사람을 뒤로하고 답했다.

“아이고 그럼 저희야 좋죠. 음료는 그냥 아이스 아메리카노 네 잔으로 부탁드립니다.”

“네, 알겠습니다!”

다테의 그 쾌활한 주문에 율의 어깨를 꼬집고 있던 마츠다가 고개를 휙 돌리고 쏘아붙였다.

“와 이것 봐라? 우리 의견은 쏙 빼놓고 주문하기야?”

“용돈이 얼마 안 남았나 봐?”

“혼자서 비싼 거 사 먹은 거 아니지?”

마츠다의 말 뒤로 하기와라와 율의 장난스러운 타박이 뒤따랐다. 그렇게 네 사람의 투닥임으로 소란스러운 와중 유우세는 카운터 옆 바 테이블에 앉고, 허브티를 내준 아무로는 다시 커피를 내리기 시작했다. 카페 안은 어느새 네 사람의 장난스러운 목소리와 세 사람의 부드러운 대화소리, 커피 내리는 소리로 가득 찼다. 이 카페 안의 일상적인 소음은 총성, 고함, 혹은 소리 없는 두뇌 싸움과는 정반대의 편안함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었다. 삶에 비일상이 가득 찬, 혹은 가득했던 여섯 사람은 이 시끌벅적함을 즐기며 각자 대화를 나누었다.

“화과자 나왔습니다. 길 건너 유명 화과자점에서 파는 거예요. 맛있으면 나중에 한 번쯤 방문해 주세요.”

아무로가 부드럽게 영업을 하며 화과자를 세팅한 쟁반을 내려놨다.

“이야, 이거 진짜 예쁜데? 되게 작고 귀엽다.”

율이 감탄하며 화과자 한 조각을 들었다.

“네가 들고 있어서 두 배는 작아 보이는 것 같은데?”

다테의 웃음기 어린 말에 아무로 또한 카페 직원 특유의 예쁜 미소를 지으며 맞장구쳤다.

“확실히 귀여운 화과자가 네 분 사이에 있으니 훨씬 작고 귀여워 보이네요.”

“그치, 그치. 이런 험악한 사람들 사이에 있으니까.”

마츠다가 당연하다는 듯 맞장구쳤다. 다섯 사람이 그렇게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나가던 중, 유우세와 대화를 나누던 아즈사가 그 테이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무로 씨는 평소에도 손님분들과 대화를 잘 나누는 편이지만, 오늘따라 왠지 신나 보이시네요.”

“하하, 그런가요? 오늘 컨디션이 좋으신가 봐요. 그러고 보니 포와로는 손님들에게 친절하고 직원분들이 인기가 많기로 유명하죠.”

“에이~ 그것도 아무로 씨가 들어오시고 나서죠. 게다가 유우세 씨도 화과자 집 미남이라고 소문이 자자하던데요.”

“음, 아무리 그래도 그건 과찬인 것 같은데요."

유우세가 머쓱하게 턱을 긁으며 말을 꺼낸 순간, 카페 포와로의 맑은 종소리가 다시 카페 안을 채웠다.

“코난 군!”

“오늘도 모리 탐정님 심부름이니?”

아즈사의 밝은 목소리에 이어 아무로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이어졌다.

“네! 아이스커피 한 잔, 에스프레소 한 잔, 샌드위치 두 개요!”

아이의 천진한 목소리에, 테이블에 앉아있던 네 사람의 시선이 카페 출입문 하단으로 향했다. 시선의 끝에는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꼬마가 서 있었다. 그 사이 아무로는 샌드위치 두 개를 꺼내고, 미리 만들어두었던 커피를 잔에 옮겨 담았다.

“어라, 아무로 씨… 탐정님이 코난에게 심부름 시킬 걸 미리 알고 계셨나요?”

아즈사가 그런 아무로의 재빠른 대응에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했다.

“아뇨, 간단한 추리죠.”

아무로가 빙긋 웃으며 말했는데, 꼬마가 들어온 후 조용해졌던 테이블에서 코웃음치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정확히 그 타이밍에 맞추어 카페 안이 조용해졌기 때문에 카페 안 모두의 눈이 소리의 주인공인 마츠다에게 몰렸다. 마츠다 또한 의도한 것이 아니었는지 동그랗게 눈을 뜨고 눈동자를 굴렸다.

“그, 뭐냐~ 뭐지, 그, 요즘 꽃가루가 엄청 날리지 않냐?”

마츠다의 어색한 질문이 율을 향했다. 율은 여전히 쾌활한 미소로 그를 보다가, 그의 우스운 꼴에 웃음을 참지 못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래서 방금 그건 기침이었다 그 말이었지?”

“그래, 바로 그 말이지.”

두 사람이 그런 우스운 대화를 주고받는 사이 꼬마 아이, 그러니까 코난이 유우세 옆 바 테이블에 앉으며 유우세에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형! 오늘도 일찍 가게 문 닫으신 거예요?”

“응. 오늘도 꽤 빨리 매진돼서.”

“그렇게나 인기 있는데, 매번 조금씩만 팔아서 그렇죠!”

아즈사가 두 사람의 대화에 끼어들며 말했다.

“그러니까요. 그 점이 잘 팔리는 이유기도 하지만요.”

아무로가 그 말에 대신 대답하듯 대화에 끼어들며 코난에게 화과자를 내밀었다.

“자, 커피와 샌드위치는 준비되었는데… 탐정님이 오실 때까지 기다릴 거지?”

“와! 맞아요. 어떻게 알았어요?”

코난의 그 질문에 아무로가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었다. 정말로, 추리라고도 할 수 없을 정도의 추론일 뿐이라 분명 어떻게 알았는지 알아챘을 텐데도 굳이 천진한 아이인 척 묻는 것이 포와로 안의 다른 사람들을 의식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야 오늘 아침에 커피를 주문하던 탐정님이 누가 봐도 경마장에 가는 사람의 복장이었기 때문이지. 경마가 끝나자마자 사무실에 오셔서 커피와 샌드위치를 먹으려고 너에게 심부름을 부탁하실 줄 알았어. 오늘 초등학교가 끝나서, 추리소설 신간을 사고, 여기 도착할 때쯤이면 이 시간일 거라고 생각했단다.”

“와! 대단하다~”

코난의 연기는 마츠다와는 달리 아주 자연스럽고 훌륭했다. 아무로는 그 천진한 표정을 보면서도 모르는 척 웃으며 고맙다고 말했다. 테이블에 앉은 네 사람은 자기들끼리 대화를 나누는 것 같았지만, 이쪽의 대화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그런데 아즈사 누나, 저~기 앉은 저 경찰 아저씨들은 잠복하고 있는 거예요?”

코난은 여전히 천진한 얼굴로 조용히, 그러나 테이블에는 목소리가 닿을 정도로 아즈사에게 질문을 던졌다.

“응~? 아, 아냐. 오늘은 그냥 놀러 오신 거래.”

아즈사의 대답과 함께 코난에게로 고개를 돌린 경찰 무리들이 자기들끼리 속닥거렸다.

“이야~ 경찰 아저씨랜다. 여기 어디 경찰 아저씨가 있냐?”

마츠다의 말대로 사실 기동대원 두 사람과 경찰학교 교관 한 사람, 경찰도 아저씨도 아닌 탐정 한 사람이 앉아 있는 테이블엔 ‘경찰 아저씨'는 없긴 했다. 마츠다의 말에 테이블에 앉은 모두의 웃음이 터졌는데, 바 테이블에 앉은 유우세와 그 앞에 서 있던 아무로도 함께 웃음을 흘렸다. 마츠다는 속삭인답시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지만 괄괄한 울림이 조용했던 카페 안을 가득 채웠기 때문이다. 코난 또한 그 목소리를 들었으나 모른 척 화과자를 한입 먹었다.

“우와~ 맛있다! 이 맛은 처음 먹어봐요!”

“음, 눈치챘구나? 최근에 발명한 맛이거든. 입맛에 맞니?”

“네! 아유미나 하이바라도 좋아할 것 같은데요?”

“그렇다면 다행이네. 고객 스펙트럼을 늘리려고 노력 중이거든.”

“하긴, 유우세 씨네 가게도 메뉴만 다양해지면 여고생 손님이 늘어날 것 같다고 사장님이 그러시더라고요.”

아즈사가 코난과 유우세의 대화에 끼어들며 웃었다. 얼굴을 언급할 때마다 당황하는 유우세의 태도에 재미를 느낀 모양이었다.

“맞아요, 맞아요. 저기 앉은 무서운 어른들하고는 다르게 유우세 씨는 되게 사람들한테 믿음을 살 법한 얼굴이니까요.”

코난이 부러 천진하게 웃으며 뒷머리를 긁적이는데, 그새 대화를 주워듣고 발끈한 채 다가온 마츠다가 코난의 머리를 쥐어박았다.

“이 자식이 아주 보자 보자 하니까 성질을 박박 긁네?”

“으아아~ 그치만 틀리진 않았잖아요!”

코난이 맞은 부분을 부여잡고 억울해하는 동안 테이블에 앉은 세 사람은 웃음을 터트리고 있었다.

“확실히, 마츠다는 성질이 더럽고 다테는 좀 험악하게 생긴 편이고, 율은 덩치 자체가 좀 위압적인 면이 있으니까.”

“야, 왜 너는 쏙 빼놓고 얘기해? 너는… 좀 날라리처럼 생겼나?”

다테가 하기와라의 어깨를 툭툭 치며 말하고, 율이 웃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그런가? 내가 보기엔 다 고만고만한데.”

“그야 넌… 좀 대부분의 사람들을 귀엽게 보는 경향이 있잖냐.”

하기와라가 여전히 그 점이 신기하는 듯 헛웃음을 터트렸다.

그 사이 코난과 한참 언쟁을 나눈 마츠다가 다시 테이블로 돌아왔다.

“하여간 꼬맹이, 불리할 때만 순진한 척한다니까. 맨날 사건 현장에선 빨빨 돌아다니는 주제에.”

마츠다의 구시렁대는 소리 뒤로 코난이 아무로와 하는 대화가 들려왔다.

“아, 지난번 그 사건이요? 당연히 아저씨가 멋지게 해결하셨죠!”

“그랬구나… 다행이다. 오래 자리를 비울 수 없어서 자리를 뜨는 바람에 좀 걱정됐었는데, 역시 모리 탐정님이야!”

“아즈사 씨, 사건이라뇨? 제가 없을 때 뭔가 일이 있었나요?”

“아~ 포와로에서 있던 일은 아니고, 크림이 다 떨어져서 마트에 잠시 크림을 사러 간 사이 탐정님과 코난 군이 사건에 휘말린 걸 봤거든요.”

아즈사의 대답을 귀담아들은 율이 어느새 의자를 기울여 대화에 끼어들었다.

“그건 그 강도 사건을 말하는 거지?”

“아, 맞아. 탐정님도 그 자리에 계셨죠!"”

아즈사가 경쾌하게 대답했다. 코난이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치고, 율의 활약상을 늘어놓았다.

“그래서 마지막에 결국 누나가 범인 어깨를 탁, 잡았을 뿐인데 범인이 꼼짝도 못 하더라고요.”

카페 안의 모두가 코난이 말하는 율의 활약상에 집중하고 있을 때, 마츠다 또한 코난 쪽으로 몸을 기울인 채 투덜거렸다.

“우리는 왜 아저씨고 얘는 왜 누나냐?”

코난은 그 투덜거림을 깔끔하게 무시한 채 사건의 정황을 설명했다. 하기와라는 무시당한 마츠다를 보며 킥킥 웃다가도, 금세 코난의 이야기에 집중했다. 그렇게 카페 안은 살벌한… 이야기와 화기애애한 목소리로 가득 찼다.

“그래서 그다음 집에 와서, 아저씨가 누나를 엄청 견제하던데요.”

“응? 그랬어? 갑자기 왜?”

“그야… 같은 지역에 훌륭한 탐정이 있어서? 결국 그 강도를 잡은 것도 누나였잖아요.”

“하지만 이 지역에서 제일 유명한 건 역시 그 쿠도 신이치 아니야?”

율이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대답했다. 그 말에 코난이 식은땀을 감춘 채 모르는 척 웃었다. 알고 있는 사람들은 그저 방긋 웃고, 모르는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것도 모르는 아니고즈사가 율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

“맞아,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 고등학생 탐정이 자주 신문에 실렸었지.”

코난이 어색하게 웃으며 말을 돌리려는 순간, 그를 구원하는 종소리가 울렸다. 모리 탐정이었다.

“여~ 꼬맹이, 샌드위치는 사놨냐?”

“아, 탐정님! 샌드위치와 커피도 준비해 놨어요. 바로 내려드릴게요!”

아즈사가 미리 준비해둔 샌드위치를 꺼내는 동안 아무로가 눈치 빠르게 에스프레소를 내리기 시작했다.

“아저씨가 오시자마자 따끈하고 신선하게 먹을 수 있게 준비해두셨대요.”

“오~ 역시 센스가 있… 음? 이분들은…”

모리 탐정의 시선이 카페 안에 앉은 다른 손님들을 훑었다.

“안녕하세요, 건너편에서 화과자 가게를 하는 유우세라고 합니다.”

“얘기는 많이 들었습니다. 경찰 학교 교관인 다테입니다.”

“오랜만이네요 탐정님~ 소문이 자자하길래 친구들이랑 와봤어요.”

두 사람의 인사와는 달리, 하기와라와 마츠다는 이미 안면이 있어 친근하게 손을 흔들었다.

“얼마 전에 강도 사건 때 보고 또 보네요, 탐정님.”

율도 그 옆에서 친근하게 손을 흔들었다.

“그래요, 반갑습니다. 난 또 포와로에서 무슨 사건이라도 터진 줄 알았네.”

모리 탐정은 고개를 꾸벅 숙여 마주 인사하고 툴툴거리며 포장된 샌드위치와 에스프레소를 받아들었다.

“가자 꼬맹아.”

“네 아저씨!”

코난이 경쾌하게 대답하며 의자에서 뛰어내렸다.

“잘 가렴, 코난.”

“안녕~”

카페 안에 앉아있던 어른이 입을 한데 모아 인사를 하며 코난에게 손을 흔들어주었다. 그렇게 코난과 모리 탐정이 나간 후 카페 안은 다시 조용해졌다. 아즈사가 커피 머신을 정리하는 사이 나머지 여섯 사람은 침묵 속에 눈짓을 주고받은 후 빙긋 웃었다. 제각기 다른 웃음이었고, 한 마디의 대화도 없었지만 그들은 그 속에서 이미 무언가를 공유하고 있었다. 그들이 함께했던 시간과 사건들이 충분히 말없이도 대화할 수 있게 해주었다. 여러 사정으로 각자 다른 길을 걸으며 정체를 숨긴 이들도 있지만, 그들은 여전히 이렇게 같은 공간에서 함께할 방법을 찾는다. 그렇게 과거부터 이어진 인연은 여전했다.

***

"괜찮아요?"

율의 친절한 물음에 미사는 멍한 눈을 몇 번 깜빡이곤 답했다.

'아... 네. 덕분에 괜찮은 것 같아요."

차분한 목소리였으나 속으로는 짜증을 잔뜩 내는 중이었다. 우연히 괜찮은 식당을 알게 되어 산책 겸 가게를 찾다가 베이커가의 경계를 실수로 넘은 것인지, 작은 교통사고를 당할 뻔한 것이었다. 곧 사고를 낼 뻔한 차 주인이 차 밖으로... 나와 얘기를 해보는 것이 마땅할 텐데, 어째서인지 차 문 열리는 소리를 전혀 들리지 않았다. 자동차를 미사가 있던 자리를 지나쳐 가드레일을 긁고 돌벽에 부딪힌 상태였다. 미사는 어떤 직감을 느끼곤 한숨을 푹 내쉬며 경찰에 연락했다.

-

“어… 그러면 미사 씨와 유리… 씨? 두 분께서는 참고인으로 경찰서까지 함께해 주시겠어요? 사건이 좀 복잡해질 것 같아서요.”

“하아, 역시 그렇겠죠. 어쩔 수 없죠.”

미사는 태연한 얼굴의 율을 흘긋 보고 먼저 경찰차에 탑승했다. 사고가 발생할 때 율은 눈 깜빡할 사이에 차 앞에 서 있던 자신을 구해냈다. 그게 사람의 신체능력으로 가능한 건가? 평범한 인간이 맞는 건지 수상할 정도의 피지컬이었다. 이런 사람은 <명탐정 코난>에서 본 적 없으니 만화 등장인물은 아닐 텐데,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어쩌면 그 괴도가 등장하는 만화처럼 세계관을 공유하는 다른 만화가 있는 걸지도 모르겠다. 미사가 그렇게 생각을 마치고 옆자리에 탄 율에게 말을 걸었다.

“저, 아까 전에 제대로 인사를 못했네요. 구해주셔서 감사해요.”

“음? 뭘요. 그리 대단한 일도 아니었는데요.”

“율 씨가 아니면 큰일 날 뻔했는걸요.”

“그건 참 다행인 일… 그런데, 발음이 정확하시네요?”

“네? 발음이요?”

"보통 일본인들은 ‘율'이 아니라 ’유리'라고 발음하더라고요.“

“아…… 그건, 제가 유학파라 그런가 봐요.”

미사는 매끄럽게 대답하고 주제를 전환했다.

“그런데 혹시 사건에 휘말리는 게 익숙한 편이세요? 수습하는 것도 그렇고, 경찰에 대답하는 것도 그렇고 되게 능숙해 보이셔서요.”

“휘말린다고 해야 할까요? 직업이 이쪽이라.”

“직업… 이요? 혹시 탐정이신가요?”

“오, 한 번에 맞추셨네요. 어떻게 아셨어요?”

율이 시원스럽게 웃으며 묻자 미사도 차분한 미소를 지으며 당연하다는 듯 대답했다.

“감이죠. 경찰은 아닌 것 같은데, 뭔가 범인을 잡는 게 어울릴 것 같아서요.”

물론 그냥 이 만화가 탐정이 가득가득한 만화일 뿐이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는 사이 경찰차는 어느새 본청 앞에 도착해 있었다.

“흠… 뭔가 예상보다 사건이 더 복잡한 모양이네요.”

“하아, 그러게요.”

미사가 깊게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 그 자연스러운 맞장구에 율이 미사를 흘긋 내려다보았다. 본청에서 참고인 조사를 한다는 의미를 금세 알아챌 정도면 상대도 분명 사건에 휘말리는 게 익숙한 것 같았으나, 아무래도 경찰차에서의 대화를 생각하면 자신을 별로 노출하고 싶지 않은 사람 같아 굳이 질문하진 않았다.

“그럼 이쪽으로…”

마중 나온 형사의 안내에 따라가던 와중 선글라스를 쓴 남성이 건들거리며 걸어가다 멈춰서 선 말을 걸어왔다.

“야, 너 뭐냐?”

마츠다의 시비 거는 듯한 말투에 놀라 미사가 마츠다와 율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안내하던 형사도 놀라 허둥지둥 마츠다를 말렸다.

“아, 아니 마츠다 씨. 이분은 참고인 조사를 받으러 오신…”

“그래, 오늘 갑자기 사고를 목격했거든.”

형사의 말을 끊고 율이 자연스럽게 대답했다. 친분이 느껴지는 듯한 대답에 미사와 형사 둘 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율을 바라봤다.

“아하, 왠지. 네가 왜 여기 있나 했다.”

마츠다는 고개를 끄덕이고 당연한 것처럼 형사 뒤에 서서, 안내하지 않고 뭐 하냐는 듯 턱짓을 했다.

“아니, 마츠다 씨는 왜…”

“오늘 비번이거든. 시간도 남는데 도와줄 테니까 같이 가지?”

그 건들거리는 태도를 보고 미사는 속으로 혀를 쯧쯧 찼다. 저런 태도가 진지하게 변하는 순간이 인기가 많은 거라고 생각하니 인기란 참 부질없는 것이긴 하네.

그렇게 생각에 빠진 미사를 제외한 세 사람이 굉장히 가벼운 대화를 나누며 조사실로 들어갔다. 조사실로 들어가 자리 앉고, 형사가 자료를 준비하는 사이 마츠다가 미사에게도 가볍게 말을 걸었다.

“그보다 당신도 참, 코난이랑 겨룰 정도로 사건 비중이 비등비등하지 않아?”

미사는 억울한 감이 없잖아 있었다. 솔직히 자신은 사건을 찾아다닌다기보다 살기 위해 주인공의 옆을 찾아다니는 것에 가까웠다. 그 탓에 마츠다를 종종 마주쳐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기도 했는데, 마츠다의 초딩 같은 면모가 웃겨 그만 조금 놀려주기도 했고. 처음에는 분명 원작에선 이미 죽은 사람일 텐데 어째서인지 과거가 바뀌어 마츠다도 하기와라도 살아 있다는 점에 자신이 훨씬 당황했지만 금방 적응했다. 마츠다도 하기와라도 성격은 원작과 크게 다르지 않았고, 과거가 조금씩 바뀌며 하기와라가 죽지 않은 덕분에 마츠다는 사토 형사와 만나지 못했다. 즉, 아직도 여자를 대하는 게 ‘당신을 꽤 좋아했어' 수준 이하라는 것이다. 덕분에 이런저런 연애상담을 해주면 반응이 꽤 재밌었다. 이 몸의 나이로는 이쪽이 연하라 더욱 발끈하는 모양이었다.

“아무래도 누군가 저를 저주하는 모양이에요.”

이 모든 말을 할 수는 없으니, 미사는 그저 웃으며 차분하게 대답했다. 마츠다를 놀려먹는 재미를 느끼는 사람으로는 볼 수 없는 우아한 태도였다.

“나 참, 맨날 이런 식으로 말한다니까.”

그렇게 마츠다가 툴툴거리는 사이 형사가 노트북에 블랙박스 영상을 재생했다.

“자, 이게 사고 차량 영상이에요. 아무래도 이 부분부터 운전자가 정신을 잃은 것 같은데…”

블랙박스 영상 앞에 미사가 나타나고, 자동차가 제어되지 않는 와중에 미사의 모습이 훅 사라졌다.

“와, 이 부분이네요. 보고는 대충 듣기는 했지만 정말 이분 아니셨으면 진짜 큰 사고 날 뻔했어요.”

“그때도 느꼈지만, 정말로 눈 깜짝할 사이네요.”

미사는 의심스러운 눈으로 영상을 들여다봤다. 형사가 영상을 느리게 재생하자, 율이 재빠른 몸놀림으로 미사를 안고 피하는 모습이 찍혀 있었다. 정말 이런 게 가능한 일인가 싶을 정도의 속도였다.

“그러니까요. 인간이 아닌 것 같은 수준인데요?”

그러자 슬슬 어떤 의심을 품을 수밖에 없었다. 단순히 다른 장르의 인물이라기엔 마츠다와 친분이 있는 것 같고, <명탐정 코난> 연재 분량에서는 본 적이 없고, 이 정도의 비인간적 피지컬은 주요인물일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새로운 피지컬계 조직원일지도 모르겠다. 조직원이 하나둘 등장하는 게 최신 추세였으니까. 미사가 그런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율을 흘긋 보자 관심 없다는 듯 의자에 등을 붙이고 있던 마츠다가 분위기를 깨며 퉁명스럽게 말했다.

“이런 거 상영회나 하자고 부른 건 아닐 거고, 그래서 왜 굳이 본청까지 불러서 참고인 조사야?”

“아, 그게… 아무래도 양상이 저희가 조사하던 연쇄살인 같아서요.”

그렇게 설명을 시작한 형사를 앞에 두고, 미사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며 바짝 긴장한 채 율의 동태를 살폈다.

-

사건 해결은 미사의 관심사가 아니었다. 그저 성실하게 참고인 조사에 임한 후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기사에게 연락할 뿐이었다. 반면 마츠다는 제법 깊게 생각을 하는 모양이었다. 다만, 미사는 마츠다가 자신을 경계하는 것까지는 알지 못했다.

그리고 이 사건 이후로 포와로에서 율을 종종 마주치게 될 거라고도, 미사는 생각하지 못했다. 포와로에서 마주치는 율은 아무로와도 매우 친해 보였고 그 탓에 미사로부터 더더욱 경계를 당하게 되겠지만…. 어쨌든 지금은 모르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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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보니 율 씨는 여자애들에게 인기 많을 타입이네요. 아무로 씨하고는 또 다른 타입이라.”

“하하, 그래요? 칭찬인 거죠?”

“그럼요. 탐정의 필수 소양이지 않나요? 호감을 사는 일은.”

“탐정 일을 딱히 그렇게 열심히 하는 편은 아니지만요.”

두 사람의 대화에 아즈사가 슬쩍 끼어들었다.

“사실 종종 오는 여고생 중에 탐정님이 오시냐고 물어보는 분들이 늘고 있답니다. 자주 와주세요.”

“후후, 그래요. 자주 오세요. 저도 포와로에 연애 상담소를 차려서 여고생 손님을 끌어모은 뒤로 서비스를 많이 받고 있답니다.”

“두 분이 기다려 주신다면 기꺼이 와야겠네요. 물론 서비스도 탐나지만요.”

쾌활한 웃음과 능숙한 대답에 아즈사와 미사 모두 ‘이런 점이…’하고 눈짓을 주고받았고, 마침 서비스를 내오던 아무로는 세 사람의 대화를 듣고 웃음을 터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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