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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B 2
친구로 생각한다고, 조용히 그 말을 곱씹는다. 어쩌면 조금 어색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너무 환한 빛을 갑자기 마주한 사람처럼 눈을 조금 찡그렸다가, 금세 평소의 표정을 되찾는다. 괜히 너와 대화하고 있노라면 이런 이질적인 기분에 사로잡히곤 한다. 환하게 반짝이는 빛을 가까이서 보다 보면 눈이 멀어버리는 것처럼, 너 같이 빛나는 사람을 가까이서 보다 보면 꼭 내가 초라해지는 것만 같다.
"너 말야... 잘 어울려."
툭 내뱉곤 네 맨발이나 흐트러진 셔츠에 잠깐 시선을 둔다. 괜히 입 밖에 내기엔 조금 부끄러워서 시선으로나마 말하는 것이다. 교복 따위에 얽매이지 않는 그런 모습들이 새삼 참 잘 어울린다고. 그런 것들이 너를 증명하고 있다고. 너는 자유가 무엇인지 알고, 그것을 잔뜩 만끽하는 법도 알고 있기에 이렇게나 빛난다.
그래서 더더욱 네가 반짝반짝 빛나며 내뱉는 말들이 아득하게 느껴진다. 내가 알지 못하는 것을 잔뜩 품에 안고서 내게 내밀어 보이는 것이 나를...
“사랑.”
초라하게 만들어서. 꼭 너를 따라 하려는 듯 한 단어만 내뱉었다가, 입을 꾹 다문다. 그 속에서 혀를 굴려 가며 머뭇거린다. 네 반짝이는 웃음을 보며 슬쩍 주먹을 쥐어보기만 한다. 별을 올려다보고 있으면 초라하고 작은 나 자신이 부끄럽기도 하고, 반짝이는 별님이 부럽기도 한 법이다. 한없이 어두운 곳에서, 저 멀리에 빛나는 별을 보고 있자면 어느새 무심코 손을 뻗어보고 만다. 손이 닿으면 나도 빛날 것처럼 느껴져서.
"...난 그런 거 없어."
사랑이 널 빛나게 하는구나. 그렇다면 난 영영 빛나지 못하겠지. 당연한 일이다. 나는 그런 사랑은 하지 못한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고작 정해진 길 위를 걸어나가며 하늘을 쳐다보는 것뿐이다. 잠깐 손을 뻗어보더라도 달라지는 것은 없다.
"내 세상에는 반짝이는 게 없어."
별은 쥘 수 없으니까. 별에 닿는다고 해도 나까지 빛날 수는 없으니까. 나는 결코 너와 같이 빛날 수는 없겠지.
"L, 너와는 다르게."
눈을 슬쩍 내리깐다. 그런다고 빛을 피할 수 없는 주제에, 방패 뒤에 자리 잡는다. 눈부시게 반짝이는 네 앞에서 초라하게 느껴지는 내 모습도 방패 뒤에 숨겨버린다. 익숙한 안정감이 익숙한 포기를 정당화하고 나면, 이곳에 숨은 탓에 빛나지 못하는 걸까 같은 고민은 무의식 너머로 사라진다.
"그러니까 난 그냥 여기에 서서 널 끝까지 보고 있는 사람으로 남을게."
하늘을 날지도 반짝이지도 못하는 이가 땅에 발붙이고 살아가며 할 수 있는 것은 그 정도겠지. 그럼에도, 흘긋 하늘을 올려다보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될 테니 괜찮다. 너같이 빛나는 존재를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가끔씩 이렇게 닿지 않을 걸 알면서도 손을 뻗어보는 것만으로도 난 이 좁은 세계에 만족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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