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풍 왕자 현제 X 가화(가정의 화목)의 신 유진 썰 백업

현제유진 | 동양풍 왕자 현제 X 가화(가정의 화목)의 신 유진 썰 백업


트위터에 썼던 썰 그대로 복붙했습니다.

썰 초안 그대로, 맞춤법 검사기도 안 돌렸습니다.

어울리는 브금입니다. 좋아하시는 동양품 음악 있으면 그거 들으셔용!

https://youtu.be/5x4O3Q_eYZ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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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 있는 거 괜찮으시면 이것도 좋네요... 근데 가사 때문에 집중은 안 될 겁니다.

https://youtu.be/tIP_4MgcNuk

하늘의 어린 신 유진이가 인간 구경으로 땅에 내려왔다가, 나라의 왕자 현제에게 붙잡히는 거 보고 싶음. 현제가 유진이 첨 만난 곳은 전쟁터. 평화로운 하늘에만 살다가 잘못 떨어진 유진

"아니 나는 낙원에 가려고 했는데!"

윶이 입은 옷은 인간은 만져 본 적도 없는 특이한 거임. 그래서 현제가 이국의 첩자인 줄 알고 잡아 

"무엇을 탐하여 왔느냐."

 "탐하지 아니하였다. 무지렁한 인간아, 너야말로 묻고 싶구나. 너는 무엇을 탐하고 있느냐"

태어나서 귀애 받은 어린 신은 인간에게 존대 하는 법을 알았으나, 제 목에 칼을 겨누는 것이 인간에게 얼마나 큰 죄인지 알았다. 감히 천신의 시선이 가득한 땅에서, 천신이 아끼는 신을 위협하는 건 좋게 봐도 단명이오 아니하면 윤회를 못 하는 천벌이다. 그래서 날카롭게 말하여 그 칼을 거두게 했다.

"기개를 보아하니 비천한 몸은 아닐 터, 신분을 밝혀 그에 알맞는 대우를 받으시지요."

"지금으로서는 알릴 수 없지만 어디가서 천대 받지 않을 귀한 몸임을 이릅니다."

현제는 유진이 전쟁터 한 가운데에 떨어지는 걸 봤음. 잘못 본 건가? 하여 보니까 의복도 이상하고.. 그렇게 전쟁 중에 데리고 다님. 가까이 하는 부관들에게나 타국 왕족이나 황족 같으니 대우를 하여라 하지 다른 무관들은 뭐..알겠음? 왕자님이 전쟁 노예라도 잡아다가 예뻐한다는 소문이 돌았음. 유진은 가족의 화목을 관장하는 신이었기에, 전쟁터에 있으면 안 됐음. 죽음은 사랑과 관련된 신들에게는 지독한 아픔이었기에.

그러다가 유진이 머무는 처소(따지자면 천막) 근처에서 가족이 그리워 엉엉 우는 어린 군인을 만났음. 그는 팔이 하나 잘리고 다리를 저는 부상을 입음. 유진은 하늘에서 평생 인간의 가족애를 관장했기에 지나칠 수 없었다.

"그대의 고통을 내 한 숨 덜어가주지."

유진의 손짓에 팔다리가 생겨났음.

"전쟁 나간 이의 부상은 가족의 고통 아니겠는가. 부디 팔다리 성하게 돌아가게나."

그걸 멀리서 지켜 본 모두가 놀랐음. 그들 사이에 성현제도 있었음. 저건, 신이다. 그는 깨달았음. 다양한 신이 있는데 그 중 치료 계통의 신이라 믿었음.

"적어도 전투에 관한 신은 아닌가 보군."

아까웠음. 전투력을 올려주는 신이라면 전쟁의 승리는 완벽했는데. 어쨌든, 신을 이용하기로 함. 어리고 무엇도 모르는 순진한 신을. 이 전쟁에는 보위가 달려있었음. 승리하면 후계자로 살아남고, 실패하면 죽는 따지면 목숨인 자리. 꼭 승리해야만 했음. 그는 진영에 치유의 신이 있다는 소문을 냄. 그리고 유진에게는 미인계를 씀. 평소에도 유진이 제 미모를 좋아한단 사실을 알았기에.

"그들 모두 약자이며 노쇠한 부모가, 어린 자녀가 있는 이들입니다. 부디 그들을 보살펴 주시지요."

"그러면 전쟁을 끝내지 아니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인간에게는 인간의 사정이 있지요. 신이시여."

유진은 가벼운 치료 정도는 돕겠노라 약조함. 생과 사는 함부로 다가가선 안 되는 엄중한 일이며, 세상의 규율은 어기어선 안 된다는 논리였음.

"크게 쓸모는 없군."

규율이고 뭐고 여기서 다 죽게 생겼는데, 눈 앞의 신은 참으로 어리숙했음. 애초에 능력을 보이지를 말던가.

유진이 덕에 전쟁은 승승장구였음. 치유력이 문제가 아니라, 신이 있다는 소문 덕이었음. 신이 보호하는 군대를 치는 건 불가능이라 여겼기에 적군이 많이 탈영했음. 덕분에 전쟁에 승리했음.

"나라의 귀인이십니다. 인간계 나들이를 돕겠나이다."

하고 유진이를 궁에 데리고 감. 궁에 간 유진이는 난생처음 갖가지 인간음식을 먹어 봄. 자극적인 양념 고기, 팥이 든 복숭아 떡 등등. 하늘에서는 유진이는 어린 신이라 천년복숭아 이런 것만 먹어야 했기에 이르자면 군것질이었음.

궁에 가면 유진이는 평화로웠냐~ 아니었음. 유진이를 가지면 보위에 오를 수 있다는 착각이 왕자들 사이에서 돌자 시기와 질투가 피어났음. 가족의 사랑. 평화, 안식. 그런 것이 유진이를 이루지만, 가족 간의 시기와 질투는 그를 아프게 했음. 궁은 유진이에게 알맞은 곳이 아니었음. 하루가 멀다하고 아파갔음. 궁에 처박아둔 현제는 유진이가 외출하려 하면 시기와 질투가 진해져서 피바람이 불 거라 거짓말 했음. 유진이가 나가면 귀찮잖아? 다른 놈들에게 꼬이면 어쩌려고.

유진이는 어린 시종과 작은 전각에서 지냈음. 그러다가, 아주 아무렇지 않게 평범한 어느날이었음. 현제가 오랜만에 유진이 얼굴이나 보려고 찾아갔었음. 그러자 전각에서 노래 소리가 들렸음. 유진이가 작은 창 너머로 저 하늘을 바라보며 흥얼대고 있었음.

그것은 신의 노래였음. 신들이 부르는 하늘의 음계. 인간을 사랑하여 어쩔 줄 몰라하던 어린 신이 호기심에 내려왔다가 다시 하늘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내용이었음. 완벽하게, 한유진의 상황이었음. 그러나 저러나 성현제는 아리따운 어린 신에게 온 마음을 빼앗기고 말았음.

본디 인간은 무지렁하여 신의 뜻을 이해할 수 없다던데, 이 순간만큼은 잘 알았음. 한유진은 하늘로 돌아가려고 했음. 제 마음을 다 빼앗아놓고 다시 하늘로 돌아가서 적어도 인간의 몇 세대가 죽어 가루가 될 때까지 내려오지 않을 작정이겠지.

처음 맛본 사랑은 질투를 불러일으켰음.

"나를 끔찍한 궁에 두고, 이런 걸 느끼게 해놓고 도망을 꾀하다니."

성현제가 비탄했음. 보내기 싫었고 평생 곁에 있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비탄 뒤에 창가로 다가가 유진이에게 미소 지었음.

"귀인이시여, 음율이 참으로 아름답나이다."

"왕자! 참으로 오랜만이더이다. 언제 오시나 목이 빠지도록 기다렸더니..."

유진이는 이제 떠나야함을 알렸음. 이 궁은 제게 아프기만 하여 있을 수 없다고.

 "어찌 저를 두고 떠나가신단 말입니까."

왕의 애첩이 부렸던 귀태를 따라하며 성현제가 애처롭게 울었음.

"아,아아니..."

"정이 통했다 여기었나이다. 마음을 다 주었다고 여기었더니.."

"언제 우리가 정을 통했다고! 궁에 던져놓고 이번이 딱 두번 째 아닙니까!"

티키타카 하다가 왕실도 하나의 가정이니 그 가정의 평화가 올 때까지만 함께하기로 함. 그렇지만 왕실 평화는? 알잖아요. 있을 리 없단 거. 순진한 어린 신은 그것도 모르고 '약속'을 해버렸음.

문헌에서는 신은 약속하는 순간 끝까지 지켜야 한다고 함. 그것은 하나의 작은 규율이라고. 그래서 약속하는 거임. 이 아름다운 궁이 평화로워질 일은 평생 없을 테니까. 한유진은 영원히 이 궁에 머무는 거임.

순진한 신 가두기 성공! 해서 너무 기쁜 현제 왕자 ˚✧₊⁎( ˘ω˘ )⁎⁺˳✧༚

그러나 궁은 유진이를 아프게만 하는 곳이었음. 무엇도 모르는 어린 신이 전세계 어느 곳에서도 평화롭지 않을 보위를 이을 후계자만 여럿인 왕실을 평화롭게 하기란 어려웠음. 그런 어린 신은 포기하지 않았음. 나약해진 몸을 이끌고 그들을 진정케 하려고 함. 가장 기가 쎈 첫쩨 왕자에게 가서 가족의 평화에 대해 구구절절 설명함. 왕자가 유진이의 쓸모 없는 말을 들어주는 이유는? 신을 가지기 위해서임.

"그러합니까. 역시 신께서는 박식하십니다."

순진학 척 맞장구 치니 유진이가 웃으면서 말이 통한다~ 했는데 가려는 발을 붙잡고, 무인들이 칼로 유진이 몸에 상처를 냄. 아무래도 약해진 몸에 상처까지 입으니 난장판임. 유진이가 소리쳐 물음.

"어찌 이러십니까!"

유진은 인간의 시기질투를 몰랐음. 그들이 얼마나 그 끔찍한 감정이란 수렁에 빠져 허우적대며 사는지... 도화의 꽃과 열매에서 태어난 어린 신을 붙잡아둘 어마무시한 생각을 할 줄이야.

궁은 한바탕 소란이었음. 첫째 왕자가 별안간 왕을 찾아가 어린 신을 꿰어찼다고. 밤을 보내었다고. 제게 반인반신을 약조하였다고 거짓말 함. 그렇게 후계의 자리를 약속 받았음. 반면 왕에게 꾸지람 아닌 꾸지람을 듣던 성현제는 그 자리에서 개-떡 같은 소리를 듣고 머리꼭대기까지 화가 남. 가정의 평화니 뭐니 떠들어대길래 하고 싶은 거 다 하라고 두었더니 감히 몸을 내어줄 작정을 하다니. 태어나서 처음으로 느껴보는 뜨거우나 차가운 분노에 온전히 몸을 맡김.

제 전각으로 향하는 첫째 왕자 뒤를 따라 물었음.

"형님 정말 그리하셨습니까."

"신도 별 거 없더구나. 사내끼리의 정이 무엇인지 내 늘 궁금했는데 말이야."

"아하...."

그러하냐는 듯의 말에 첫째 왕자가 낄낄 웃으며 두드렸음. 전쟁터에서 주워온 건 나지만 꿰찬 건 나니 미안하다~

진심 아닌 말만 내뱉었음. 죽이진 않겠다. 한 자리는 주겠다. 따위의 말. 이미 야마 뱅뱅 헤드뱅뱅 현제는 참지 못하고 물었음.

"맛이 좋았습니까? 안타깝네요, 아우된 몸이 먼저 취여 형님을 둘째로 만들었군요."

그냥 짜증나라고 툭 뱉은 거짓말이었음. 어리숙하게 사랑스러운 제 신이 감히 인간에게 쉽게 내어주었다는 생각에 이미 열이 받았음. 그것도 한낮에, 돌아가겠다는 걸 겨우 잡아놨더니 쓰레기 같은 인간에게!

두번째라면 왕의 약조도 헛된 것이기에 첫째 왕자는 대답도 안 하고 성큼성큼 전각 안에 들어섰음. 사슬로 죄 묶어둔 상처투성이 신에게 발길질하며 진짜 니가 내 아우와 배 맞았냐며 마구 쳤음. 사실이라면 진실로 하지 않은 그들이 문제됐음.

오히려 아우에게 왕위라는 밥상을 차려준 꼴이었음. 열 받아서 그대로 죽여버리던지, 진짜 해서 아우 입을 다물게 하던지 해야 했음. 그러려는 찰나, 목에 칼날이 서슬차게 느껴짐.

"더러운 손 치워"

오는 길 모은 인간을 베고 다가온 성현제였음. 피가 묻지 않은 곳이 없음. 물이 스며들지 않는 귀한 옷감은 피로 젖어 핏물이 뚝뚝 흘렀음. 그대로, 칼날이 첫째 왕자의 목을 베었음. 그대로 목이 떨어지고, 유진은 비명 질렀음.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유진은 가정의 화목을 주관하는 신임. 어린 신에게 화목하지 않은 가정은 고통 뿐임. 그대로 몸이 바스라지는 고통을 느끼며 도망치려고 했음. 당장 이 궁에서 도망쳐야만 사라지지 않을 느낌이었음.

여전히 핏물이 흐르는 동족상잔한 성현제는 아둥바둥 도망치려는 어린 신을 내려다 봤음. 그저 가만히...어떻게 나오는지 보려고. 쇠사슬에 팔다리가 메여 움직일 수 없는 주제에 바르르 떠는 꼴이 우스웠음. 

바닥에 기어다니는 몸을 들어 품에 안았음. 상잔한 인간의 품에서 신이 얼마나 고통스러울지 유진은 오늘 처음 알았음. 사지가 박살나고 눈알이 뽑히는 고통이 느껴졌음. 그렇게 온 힘을 다하여 성현제 몸을 박찼음. 바닥에 떨어졌지만, 아프지 않았음. 느낄 새도 없으니까. 도망치는 유진에게 상처 입은 성현제가 몸을 낮춰 유진과 시선을 마주했음. 그리고 물었음.

"개새끼랑 배라도 맞으니 좋았나?"

"무엇이 이유라도 가족끼리 칼을 겨누어 죽이다니! 감히, 내 앞에서!"

"내가 물었잖아! 뒤진 저 새끼랑 했냐고 묻잖아!"

하얗게 질린 유진이 고작 그따위가 중요해서... 큰 죄를 범했냐 물음. 애초에 죽은 저 첫째 왕자는 유진을 괴롭힌 순간부터 영혼에 지울 수 없는 죄가 각인 된 거임. 아마 하늘에 올라가 윤회하지 못하는 벌을 받겠지. 신을 핍박하는 죄는 컸음. 떠받들어 모자랄 신을 괴롭히는 건 있을 수 없었다. 그리고 성현제는 다시 없을 죄를 지으려고 했음.

성현제는 그날부로 왕을 살해하고 형제를 죽여 보위를 이어받았다. 형제를 죽인 왕은 모든 일에 걸림돌이 되기에 그리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사슬에 묶인 한유진을 본 순간부터 왕실이 평생 불행하도록 하고 싶었음. 어리석은 자신이 한 약속 때문에 떠나지 못하는 어린 신과 신을 탐욕하여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은 왕. 상상만으로 우스웠음. 성현제는 보위에 앉아 얼마나 호탕하게 웃어댔던가. 유진은 죽어가는 것처럼 아파했음. 현제가 매일 유진이가 머무는 왕비의 궁을 찾아 보살폈지만, 나을 기미가 없었음. 유진이가 호소했음.

"돌아가게 해줘.."

어린 신의 야트막한 말에 삿된 인간이 미소지었음.

"혼인해줘. 너랑 나랑 가정을 이루는 거야. 가정의 화목, 제일 중요시 여겼잖아."

그렇지?

그 말에 유진이 울었음. 신과 인간의 결혼. 전례 없는 일은 아니지만, 감히 신을 강제로 혼인케 한 일은 없었음. 성현제는 신의 의사따위 신경도 쓰지 않고 신이 나약해져 인간보다 못할 때를 틈 타 가례를 올림. 유진이는 처음 궁에 들어섰을 때부터 함께였던 어린 시종이 도와주지 않으면 절은 커녕 걷지도 못하는 꼴이었지만, 어느 누가 무소불위 동족상잔한 왕에게 간언을 올리겠나. 제아무리 신의 의사 없는 혼례라 하여도 나라의 경사였음. 왕의 혼례만으로도 경사인데, 왕비님이 신이란다. 아주 아리따운 신! 백성은 제 나라의 왕부부를 상상하기만 해도 행복했음.

부국, 강국. 상상만으로도 안전하고 행복했음. 안타깝게도 백성의 기쁜 소리는 궁에 닿지 못했음. 신방에 유진이 시체처럼 늘어져 울고 있었음. 곧 남편인 왕이 들어 첫밤을 보내야 한다는 상상만으로도 유진이는 죽을 거 같았음.

신의 죽음은 무엇이냐 하면 존재가 사라지는 일음. 인간과 다르게 엮인 것도 없고 실제 존재하는 것이 아닌 신의 죽음은 윤회도 없음. 그냥 사라지는 거임.

"사라지고 싶지 않아!"

아직 하고 싶은 게 많았음. 천신께 어여쁨만 받고 자라 호기심만 많았던 어리석은 나날이여. 비탄스리 사라질 줄 알았다면 인간계 마실따위 하지 말 걸 그랬다. 감히 전쟁터에서 만난 아리따운 인간에게 안도하지 말 걸 그랬다. 제 앞에서 우는 인간 따위 보더라도 무시할 걸 그랬다. 제 힘을 발휘하지 말 걸 그랬다. 궁에 머물어달라는 말에 그리하지 말 걸 그랬다. 무엇도 하지 않을 걸 그랬다.... 후회하며 눈물을 적시는데,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림.

 "형!"

"유현아!"

불의 어린 후계자이자 동생인 한유현이었음. 작은 창을 타고 날아온 불꽃이 형을 애타게 불렀음.

"꼴이 이게 뭐야. 감히 형을!"

사실 그전까지는 하늘에서 유진이의 나들이를 알아차리지 못했음. 동생인 유현이도 그랬음. 어느날 소문이 돌았는데, 감히 천신이 아끼는 어린 신을 향한 죄를 지어 윤회하지 못하는 영혼이 당도했다고 함. 당연히 어린 신은 유진이 뿐이었기에 그제서야 사실을 깨달았음. 천신은 이전부터 모든 것을 알고 있었으나, 이번 일로 하여 괘씸한 인간에게 벌을 내릴 것을 명했음. 어린 신의 동생인 한유현에게. 그렇게 바람의 신에게 도움 받아 나약한 불꽃이 온갖 군인과 시종들로 꽁꽁 감금된 어린 신에게 닿았음.

 "이렇게 약해졌다니...형은 궁에 들어선 안 돼. 궁은 영영 평화로울 수 없는 가정이라고. 내 손을 잡아. 지금 나가자."

"안 돼.... 약속 했어. 왕실이 평화로워지기 전까지는 떠나지 않겠다고."

"젠장, 그게 무슨! 왕실은 평화의 전례가 없어!"

불은 인간의 곁이라면 어디에나 있기에 인간에 대한 지식이 해박했음. 탄생과 죽음 모두에게 공평한 불. 그러기에 탄생과 죽음에도 관장하는 어린 후계자는 이런 일을 해결하기에는 지나치게 어렸음.

"기다려줘. 어르신께 지혜를 빌리고 올게. 형, 기억해야 해. 내가 다녀오는 동안 인간 따위와 가정을 이뤄선 안 돼. 형이 약조한 이상 그 가정에 형도 포함되어선 안 돼."

"하지만, 이미 가례까지 치뤘어."

"인간들은 신방에서 밤을 치루는 것까지 포함 돼. 그것만 없으면 모든 걸 무로 되돌릴 수 있어."

다시 바람을 타고 어린 불꽃이 떠나갔음. 시간 좋게 마침 모든 걸 끝마친 왕이 들어섰음. 가례 때 입은 것과 똑같은 의복이었음. 그러고 말했음.

"중전."

그렇게 불려지는 것만으로도 그와 하나의 가정으로 묶여지는 느낌이 들었음. 화목하지 않은 가정에 묶이는 한유진은 그야말로 죽을 운명.

초야를 치루기 위해 다가오는 왕을 향해 살기위해 입을 열었음.

"저는 이제 무어라 부르면 좋을까요."

"부군, 지아비."

만연한 미소였음. 처음 사랑에 빠졌던 날, 흥얼대며 노래 부르던 목소리가 떠올랐음.

"신을 신부로 맞이하시다니.... 궁금한 점이 있습니다."

 "이런, 신부님께서는 궁금한 점도 많으시지. 초야가 무서운 모양이야."

"제 처음이니까요."

유진이 그날 관계는 없었다고 말하는 꼴이었음. 여태 그따위로 살인을 저질렀냐 화내던 유진이 '처음'이라고 말하는 것만으로도 성현제는 기뻤음. 아무 일도 없었다니...

"호기심 많은 나의 어린 신부, 물으시지요."

물을 건 없었음. 나를 왜 여기에 가두었냐 묻기엔 의도가 투명했음. 처음엔 보위를 위해, 이제는 나라의 대성을 위해. 인간의 욕망으로 저를 가두어겠지

"신은...영생임을 압니까."

"오호라.. 죽지 않는다라. 주변에 신이 없어서 몰랐군."

겨우겨우 시간을 끌며 대화를 이어갔음.

"당과를 좋아하십니까.

"이 땅은 사계절이 풍부하더군요."

"어느 계절을 좋아하십니까. 무예에는 능하더이까?"

별 물음이 오가는 동안 시간은 흘렀음. 처음으로 저를 궁금해 한다는 기쁨에 얌전히 받아주던 성현제도 점점 참을 수 없어갔음. 연모하는 이와의 초야인데, 누가 참을 수 있겠는가? 결국 나약한 신을 뒤로 젖혀 침대에 뉘었음.

"질문은 이제 나중에.  더는 못 참겠거든."

'망했다!'

관계를 맺으면 안 된다고 했다. 그러면 정말 큰일난다고! 거짓말을 해야 한다. 이 상황을 벗어나야만 한다.

"신은!"

세상에 선언하듯 외쳤다.

"신은 관계를 맺기 전... 그러니까 가정을 이루려면 상대가 만든 찬합을 먹어야 합니다."

무슨 말을 뱉는지.. 어쨌거나 이 왕을 방에서 내보내야겠단 생각 뿐이었다.

"오호라... 나중에 해주지."

제 어린 신이 진심으로 엮여줄 생각이었는가. 더더욱 기뻤음. 오늘은 무슨 날인지, 죙일 선물만 받아 성현제는 무척 행복했음. 일단 가장 큰 선물 보따리부터 풀고 보자 싶었음. 성현가 유진의 옷고름을 풀며 벗겨나갔음. 가례를 치룬 신부의 머리장식이나 옷고름을 풀며 초야를 치루려는데, 한유진이 소리쳤음.

"관계하기 전에 해야 합니다! 이미 약해진 몸, 규율마저 지키지 아니하면 소멸 될 겁니다."

"초야 전에 신부를 잃을 순 없지."

 그대로 방을 나서 전각 부엌데기로 발을 옮겼음. 왕께서 부엌데기로 발을 옮긴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 온갖 시종이 발빠르게 나타나 전하, 소신이 하겠나이다. 빌었지만, 성현제가 신부를 잃을 순 없다며 직접 요리를 시작했음. 소란스러운 틈을 타, 유진이 창문으로 겨우 기어갔음.

너무 놀란 탓에 기력이 죄 빠졌음. 겨우 창을 위로 열어 고개를 젖히는데, 다시 바람만 불고 불꽃은 나타나지 않았음. 조금 있으면 그가 올텐데, 정말 이제 얼마 남지 않았는데! 아무 촛불을 붙잡아 유현이 이름을 불러봐도 바쁜지 대답하지 않음.

"어른신... 혼돈 어르신!"

애탄 부름에도 답이 없음. 이곳에 있단 걸 알테니 대답해줄 법도 한데. 가슴 졸이며 떠는데, 저 부엌데기에서 비명이 들려다.

"즈언하!!! 죽여주시옵소서!"

소란에 귀를 가까이하니 불이 크게 나서 왕의 의복이 상한 모양이었음. 아, 어르신이 듣고 계셨구나. 답은 해주실 수 없어 방해 해주셨구나.

이곳에 혼자가 아니라는 안도에 기뻐했음. 가슴을 쓸고 다시 얌전히 기다렸음. 그러자 바람을 타고 작은 불꽃이 나타남.

"유현아! 형 내 말 잘 들어. 이미 한 약속은 어길 수 없어. 하지만 꼭 형의 본신으로 머물라는 말은 없었지? 형이 태어난 도화나무에 일부를 내어주고 오면 돼."

한유은 어느 화목한 가정의 오래된 도화나무에서 태어났음. 그러니 궁에 있는 도화나무에 약간의 힘을 내려주고 떠나면 되는 일이라고 함.

"내가 머물던 궁에 도화나무가 있었어. 지금은 당장 갈 수 없는데.."

"나는 천신께 배은망덕한 인간에게 벌을 내리란 명을 받았어. 그러니 이 궁에 불을 내도 인과율을 어기는 건 아니지. 형, 준비됐어?"

동시에 문이 열림. 상을 들고 나타난 왕이었음. 침입자에 인상을 찌푸리며 칼을 꺼내드는 순간, 한유현이 불을 일으켰음. 유진이 머무르는 방 뿐만 아니라 전각 온갖 곳에 불이 일어났음. 놀란 성현제가 유진이를 향해 뛰어왔음. 유현이는 다시 바람과 함께 사라졌음. 그때 성현제는 알아차렸음. 또 다른 신이라고.

일단 인간보다 약해진 어린 신을 구해내는 것이 우선이었음. 한유진은 죽기 일보직전인 것처럼 굴었음.

"유진아!"

유진의 몸에 불이 옮겨붙었음. 아무리 물을 퍼부어도 사라지지 않는 불이었음.

"물이 아니라면, 덮을 걸 가져오거라! 흙 더미를 가져와!"

왕의 재촉에 시종들이 천이나 흙더미를 가져왔지만, 사라지지 않았음. 이 불은 동생인 유현이가 조종하는 것이기에 유진이에게는 뜨겁지 않으나 인간에게는 일반적인 불보다 더 고통스러운 불이었음. 그 불을 껴안고 있는 성현제는... 유진이 쓸모없는 생각을 하다가 정신을 차렸음.

"부군이시여, 처음 궁에 들었던 전각에 있는 도화나무에 저를 데려다 주시지요. 그러면 불이 꺼질 겁니다."

유진의 말에 바로 그 전각으로 뛰어갔음. 성현제가 유진에게 온 마음 다 주었던 그 전각은 여전했음. 도화나무는 달빛에 빛나 바람이 이끄는대로 춤추고 있었음. 도화나무에 다가갈 수록 불은 꺼져갔음. 이윽고 도화나무에 유진의 뺨이 닿이자 불은 완전히 사라졌음. 성현제의 몸은 화상을 입어 살이 녹아내렸음. 그러거나 말거나 유진이는 도화나무를 껴안았음.

"유진아...?"

낌새 이상했음... 기류가... 마치...해선 안 되는 일을 한 것처럼. 정신차린 성현제가 유진을 도화나무에서 멀어지게 하려 했으나 유진이가 더 빨랐음. 제 일부를 도화나무에 불어넣으며, 나무 기둥을 타고 올라 수려하게 핀 꽃 위에 나앉았음. 거센 바람이 불어 정신 없이 휘날리는 앞머리가 시야를 방해했음. 성현제는 느꼈음. 한유진은 지금 저를 떠나려고 한다는 것을.

"한유진!"

인간이 신을 불르짖었음. 어리석어 욕망에 눈 먼 인간이 천신의 귀애 받는 어린 신을 감히 입에 담았고, 마음에 담았음. 저편에서 바람을 타고 나타난 아까의 불꽃, 불의 어린 후계자가 나타났음. 저 신이 한유진을 데려가려 한다. 그 생각에 애처롭게 외쳤음.

"우리의 약속을 잊어선 안 될텐데!"

"오만한 인간! 감히 신을 속박하려 하다니!"

마음을 상처입고, 몸에 상처입은 제 형을 품에 안은 불이 소리쳤음.

"너의 약속대로 내 형은 왕실이 평화로울 때까지 이곳에 함께할 거다. 도화나무에 깃든 형의 힘이 이곳에 너희 왕실이 끝날 때까지 자리하겠지."

인간이 훔친 신의 규율은 모든 걸 알려주지 않았다. 인간의 오만함이란 으레 그랬다. 탐욕적이기에 신까지 탐욕했다. 어떤 문헌에서는 감히 신이 되고자 하는 인간의 여정기도 있었다. 허나 그들 모두 실패했다. 신의 자리란 그렇게 노려선 아니되는 일. 애초에 노린다고 되는 자리가 아니었다. 그렇기에 성현제도 제 타오르는 사랑을 잃어야만 한다. 그런 방법으로 신을 사랑해선 아니되었기에.

하늘을 향해 불어오는 거센 바람을 타고, 두 신이 사라진다. 하늘을 향해, 먼지보다 더 작아질 때까지 바람은 분다. 허망하게 하늘을 바라보던 실패한 인간의 왕이 주저앉았다.

"유진아...."

허망하게, 다시는 제 앞에서 웃어주지 않을 사랑을 향해.

시간이 흘렀다. 왕의 어린 부인은 하늘로 도망갔다더라. 그리고 왕비 님이 처음 자리했던 전각에 피어난 도화나무에는 바람이 불 때마다 노랫가락이 들려온다더라. 필릴리 필릴리.

왕은 평생토록 다시 가례를 치루지 않았는데, 광증이라도 돋은 것처럼 매일을 그 도화나무를 찾아 고백했다더라. 다시 만나자고 말이다.

시간은 한참을 더 흘러, 인간의 몇 세대가 다시 나고 졌다. 세상은 한참을 바뀌어 예전의 풍경과는 궤가 달랐다. 하늘로 올라가 한참을 아팠고, 인간계가 무서워 내려오지 못했던 어린 신이 상처를 기워 기웃거릴만큼 오랜 시간이 흘렀다. 이번에는 어느 산에 내려앉았는데, 그 산은 노쇠한 뇌신의 뒤를 이을 신선 하나가 있다더라. 인사차 신선을 찾아가는데, 아주 익숙한 사내가 웃으며 맞이했다.

"안녕. 고백하려고 기다렸어"

이름은 성현제, 어느 시대에는 신을 탐욕하여 감금한 왕이었다가, 또 어느 시대에는 늙은 도화나무를 지키는 존재였다가 이제는 뇌신의 자리에 앉으려는 신선인 남자가 웃었다.

"너랑 못다한 혼인하려고 요리도 배웠어."

신선 주변으로 작은 전기가 파스락 운다. 뇌신 후계자와 가정화목의 신의 두번째 만남이었다.


기회가 된다면 회지로 내고 싶네요. 2부 내용도 조금씩 그리고 있습니다.

2부에서는 유진이와 예비 뇌신 현제의 여행이지 않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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