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CKMATE
1.
“이게 뭐야?”
늘 오는 곳인 것처럼 자연스레 거리를 휘젓던 밀비가 멈춰선 곳은 각종 꼬치를 파는 노점 앞이었다. 어느 시장에나 흔히 있는 노점이었지만, 태어날 적부터 넓은 장원莊園 내에서 부족함 없이 자라 저자에 나올 일이 없었던 아가씨에게는 신기할 만도 한 광경이라고, 하디는 생각했다. 알 수 없는 곤충이나 작은 동물이 꿰어 있는 것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구경하던 밀비가 모자 밑으로 드리워진 베일을 슬쩍 걷었다. 대답을 요구하는 듯했기에 하디가 덤덤하게 대답했다.
“보고 계신건 도롱뇽 같습니다만.”
“이걸 먹어?”
“먹는 사람이 있으니까 팔겠지요.”
성의 없는 대답이었음에도 식재료라고 생각할 수 없던 것들을 먹는다는 것이 흥미로웠던 것인지 밀비는 즐거운 듯 가판을 살폈다. 가판을 유심히 살피는 밀비를 두고 하디가 주변을 살폈다. 기척을 지운 채 없는 것 처럼 뒤를 따르던 이가 신속한 움직임으로 곁으로 다가왔다. 인파에 섞인 탓에 밀비는 알아채지 못한 듯 했다.
제국의 모든 땅은, 황제의 것이지만 실질적으로 황제의 손길이 닿는 영지는 제국의 수도였다. 영지의 주인에게 값을 요구할 백성은 없겠지만, 일단은 잠행 중인 몸이었기에 평범하게 값을 치러야했다. 시종에게 짧게 일러 두는 사이, 구경을 끝낸 모양인지 밀비가 그 쪽을 돌아보며 장난스레 웃었다.
“사달라는 뜻은 아니었는데.”
“그럼 가시죠.”
“그러기엔 기다리고 있는 주인장이 불쌍하잖아.”
북적이는 노점 앞에, 주인은 늘 있는 일이라는 듯 신경도 쓰지 않는 것 처럼 보였지만, 밀비는 그렇게 둘러대며 걷었던 베일을 내렸다. 뭘 사지? 고민하는 것 자체가 즐거운 모양인지 작게 흥얼거리는 노랫소리가 흐른다. 한참이나 가판을 훑던 밀비가 마침내 하나를 집어 들었다.
“난 이걸로 할래.”
두꺼운 종이를 말아 포장되어 있는 안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알이 가득 담겨 있었다.
2.
“이게 뭐야?”
무심결에 큰 소리를 낸 치즈펠이 주위를 둘러보았다. 수도에서 조금 떨어진 지역이라고 해도, 시장은 소란스러움으로 가득했기에 누구도 그를 신경 쓰지 않았다. 눈에 띈다고 문제될 것은 없었지만 그렇다고 눈에 띄어서 좋을 일도 없어서 치즈펠은 괜스레 쓰고 있던 모자를 더욱 깊게 눌러쓰고는 앞에 선 모로모로를 올려다 보았다.
도마뱀인지 도롱뇽인지 알 수 없는 것이 구워진 꼬치를 내미는 남자는, 황제를 납치한 사람이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태평한 모습이었다. 소문은 아직이라고 해도 모로모로는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사람이었다. 지금도, 하디가 준비해 온 평범한 차림의 옷이었음에도 배어나오는 분위기는 숨길 수가 없어서 주변 사람들이 그를 보며 수군거리고 있었다.
“도롱뇽.”
“그건 알겠는데 이걸 왜 주는 거야?”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고 살아왔다고는 하나, 치즈펠은 영지 내의 저자 정도는 얼마든지 돌아다녔기에 저런 것을 팔고 있다는 것도, 먹는 사람이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알고 있다고는 해도, 직접 그것을 사 본 적은 없어서 치즈펠은 얼떨떨한 눈으로 모로모로와 그의 손에 들린 것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안 어울려. 멍하니 그런 감상을 생각하는 치즈펠과 달리, 모로모로는 재미있다는 듯 웃으며 그의 손에 꼬치를 쥐어 주었다.
“먹어보라고.”
“아니…”
“싫어?”
갸웃하고 기울어지는 고개. 살짝 내려간 눈썹. 그 표정을 이길 수가 없어서 치즈펠은 으, 하는 심정으로 그것을 받아 들었다. 황궁을 나온 이상, 눈 앞에 닥친 일을 마냥 피하기만 할 수는 없다고 각오하고 있었다. 이렇게 태평하게 지낼 수 있는 것도 언제까지일지 알 수 없었다.
애써 모른 척하려던 앞날을 생각하자, 눈 앞이 깜깜해졌다. 견딜 수 있을까. 어깨가 아래로 처진다. 치즈펠이 우울한 눈으로 손에 들린 것을 바라보는 사이, 커다란 손이 들려 있던 것을 낚아채 갔다.
“뭐가 그렇게 심각해. 안 먹으면 되지.”
“아니, 딱히 싫은 건 아니었는데…”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하는 치즈펠의 손에는 어느새 설탕이 잔뜩 발린 과일 꼬치가 들려 있었다.
3.
이미 넘어간 태양 대신 엷은 등이 땅거미가 깔린 거리를 밝힌다. 크게 열린 창 밖에 마련되어 있는 자리에 앉아, 흐르듯 움직이는 사람들을 보던 하디는 앞에 놓인 찻잔에 손을 뻗었다. 슬슬 돌아가는 것이 좋을 시간이었지만 그의 주군은 돌아갈 생각이 없는 모양인지 찻집 주인과 한창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실랑이라고는 해도, 포장되어 있는 과자에 덤을 얹어 달라는 떼를 부리고 있는 것이어서 그는 끼어드는 일 없이 앞에 놓인 과자를 입 안으로 가져갔다. 달다. 오늘 하루의 피로함이 가시는 기분에 꼿꼿하게 세웠던 허리를 등받이에 기댔다.
편안한 듯 풀어진 자세를 하고 있었지만 그의 시선은 가게 내부와 거리를 훑고 있었다. 갑작스러운 습격이 있을 지도 몰랐다. 검은 커녕, 제대로 된 갑주조차 갖추고 있지 않았지만 맨손으로 제압하는 것 정도는 어렵지 않았다.
“...하디 님?”
황제인 밀비 뿐 아니라, 본인에게 가해지는 습격에도 익숙해져 있다 자부하고 있었지만, 이런 식으로 마주하는 상황에는 여전히 익숙하지 않아서 하디는 조금 어정쩡한 자세를 했다. 신분에 관계 없이 될 수 있는 한 한껏 차려 입은 사람들 사이, 화려함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든 수수한 차림새의 여성이 그가 앉아있는 자리로 다가오고 있었다. 가까워지는 얼굴이 익숙해서 하디는 금세 평온을 되찾았다.
“아아.”
자리에서 일어난 그가 가볍게 목례를 했다. 언제 당황했냐는 듯 매끄러운 움직임에 상대도 정중한 인사로 답했다. 가벼운 움직임을 따라, 짧게 자른 흑단 같은 머리칼이 살랑거렸다.
“황궁 밖에서 뵐 줄이야. 놀랐습니다, 가니메데스 님.”
“아…”
난감하다는 듯 웃는 그녀는, 황궁의 교회에 기거하는 주교였다. 황궁 교회에서 서품을 받은 사제는 함부로 밖을 출입할 수 없었다. 필요한 것은 황궁 내에서 조달되었고, 그 외의 것은 수도사들이 심부름을 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게다가 주교급의 사제가 밖을 출입할 때에는 황제의 허가 뿐 아니라 수행원이 따르는 것이 원칙이다. 그렇다고 해도, 사람인 이상 정말로 갇혀 지내 듯 황궁의 교회에만 있는 사제들은 드물었다.
무심결에 아는 척을 한걸테지. 하디 또한 그것을 알고 있었기에 ‘주교’를 추궁하는 일은 없었다.
“무슨 일이신지는, 묻지 않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반가운 마음이 앞서서 그만.”
“이쪽도 비슷한 사정인지라.”
실랑이를 끝낸 것인지, 어느새 다가온 밀비를 보며 하디가 자리에서 일어나 그의 맞은 편에 있던 의자를 빼주었다. 자연스럽게 의자에 앉은 밀비가 가니메데스를 돌아보았다. 여전히 베일은 내리고 있는 채였다.
“모르는 사람이었으면 오붓하게 보내라고 빠져줬을텐데.”
“…아?”
“어차피 돌아갈거지? 여기서 어울려줘.”
“설마…”
가니메데스가 더 놀라기 전에, 밀비 옆의 의자를 빼내던 하디가 웃으며 검지를 입 앞으로 가져갔다.
4.
시끄러워. 벽 너머에서도 들려오는 고함에 치즈펠이 끙 하고 앓는 소리를 냈다. 시장의 소란스러움을 싫어하지 않는 그였지만, 취한 이들의 고성을 직접 마주하는 것은 청각이 예민한 그에게 고문과도 같은 일이었다. 귀족이었던 시절에도 교양을 따지는 편은 아니었지만 귀에 꽂히는 상스러운 말들은 견디기 힘들다. 치즈펠이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차가운 밤바람에 기름과 술 냄새가 섞여 있었다.
곱게 자란 것으로는 둘째가라면 서럽게 자란 도련님들이었던 탓에, 저녁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시장의 가게를 찾아야 했다. 원래라면 가게에서 끼니를 해결하고 나왔어야 했지만, 치즈펠은 소음을 버티지 못했다. 가지고 나갈 테니까, 밖에서 기다려. 커다란 손이, 귀를 감싸듯 머리를 쓰다듬어주지 않았더라면 그 자리에서 쓰러졌을지도 몰랐다.
언제 나오지. 치즈펠이 까치발을 들어 안을 살폈다. 기다리고 있는 모양인지 모로모로는 텅 빈 탁자를 앞에 두고 앉아 있었다. 탁자 위에 올려진 손가락이 가볍게 표면을 두드린다. 무의식 중에 나오는 오랜 버릇 중 하나였다.
“…아?”
눈이 마주쳤다. 허둥대는 것은 치즈펠 뿐이었다. 모로모로는 언제나와 다름 없이 바보, 라고 말하며 고개를 돌릴 것이다.
“꼭 이럴 때만...!”
등을 돌린 치즈펠이 자리에 주저앉아 억울하다는 듯 소리쳤다.
기다리고 있어.
그렇게 말하며 나른하게 미소 짓는 모습이 눈에 선명해서, 치즈펠은 눈을 질끈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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