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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는 본부 정문 앞에서 멈췄다. 문 너머는 민간인의 출입이 허가되지 않는 구역이다. 목적지를 확인한 치즈펠이 정복正服 주머니에서 카드를 꺼내 건넸다. 영수증 주세요. 목적지를 들었을 때부터 흥미로운 눈으로 그를 바라보던 택시 기사는 호들갑스럽게 굴며 영수증과 함께 카드를 돌려주었다.




"감사합니다."




무뚝뚝한 목소리로 인사를 한 그가 택시에서 내렸다. 낯선 차량이 도착했을 때부터 초소에서 뛰어나와 대기하고 있던 헌병들이 치즈펠에게 다가왔다. 왼쪽 가슴 위의 약장에 매달린 군인 신분증을 확인한 그들은 경례를 하며 물러났다. 치즈펠은 고개를 끄덕이고 마주 경례를 한 뒤 정문을 지났다.




분명 익숙한 곳인데 처음 왔을 때보다 훨씬 낯선 기분이었다. 문을 하나 지나왔을 뿐인데 속이 울렁거렸다. 잠시 걸음을 멈춘 치즈펠이 심호흡했다. 멀리서 구보라도 하는지 우렁차게 구령을 세는 소리가 아스라이 들려왔다. 그는 무의식중에 구령에 맞춰 걷기 시작했다. 아는 사람을 마주치지 않을까 긴장했으나, 일방적으로 치즈펠을 알아보고 수군대는 이들은 있어도 그가 아는 얼굴은 없었다. 다행이었다.




대대장의 집무실 앞에 다다라서야 치즈펠은 아는 얼굴을 발견할 수 있었다. 물론, 안다고 해서 친분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오며가며 얼굴이나 계급을 익힌 정도였다. 그러나 상대는 치즈펠을 바로 알아본 모양인지 각잡힌 자세로 자리에서 일어나 경례를 붙였다.




"안녕하십니까, 소위님!"

"안녕하십니까."




치즈펠의 시선이 그의 계급장에 닿았다. 마지막으로 봤던 것이 하사였던 것 같은데. 어느새 상사로 진급해 있었다.




"대대장님께 보고 올리겠습니다."

"...네."




전화기를 들어 버튼을 누르는 부사관을 보던 치즈펠은 약장에 달아두었던 신분증을 잡아 뜯듯 떼어내 주머니 안에 넣었다. 들어오시랍니다. 치즈펠이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이고 문 앞에 섰다. 주먹에 절로 힘이 들어간다. 진정하듯 양손을 몇 번이고 쥐었다가 편 그가 손을 들어 가볍게 노크했다. 들어와. 허락이 떨어지자 치즈펠이 문을 열었다.




중령은 아직 그대로였다. 이능력자들이 온갖 고위직을 차지하는 틈바구니에서 대대장이라는 보직을 가지고 살아남은 것만으로 대단한 사람이었다. 그는 미소를 지으며 치즈펠을 맞았다.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을 한 치즈펠이 경례를 했다.




"일단 앉아, 앉아. 본부는 오랜만이지?"




자리에는 상석에 앉아있던 중령 외에도 먼저 와있는 손님이 있었다. 중령이 손님의 맞은편을 가리켰기에 치즈펠은 그곳에 앉았다. 손님과 눈이 마주쳐 치즈펠은 가볍게 목례를 했다. 상대도 마주 인사했다. 웃는 얼굴로 그 모습을 바라보던 중령이 일어나 전기 포트로 다가갔다. 상급자가 직접 움직이는 상황이었음에도 초대받은 손님들은 가만히 앉아있었다. 중령 또한 그것을 나무라지 않았다.




물이 끓을 때까지의 짧은 시간동안 치즈펠은 올 것이 왔음을 직감했다. 서랍장에서 꺼낸 인스턴트 코코아 분말 캔을 연 대대장이 커다란 머그 안에 몇 스푼이나 분말을 덜어 넣었다. 저거 싫다니까. 무심결에 입술을 비죽이던 치즈펠은 눈앞의 대위가 자신을 살피고 있음을 깨닫고 표정을 가다듬었다.




끓는 물을 부어 스푼으로 휘휘 저은 중령이 두 사람 앞에 코코아를 내려놓았다. 감사합니다. 동시에 감사를 표하자 중령은 호탕하게 웃으며 마시라는 듯 손짓했다. 치즈펠이 조심스레 머그를 들었다. 뜨거운 것은 질색이지만 그는 얌전히 머그를 입에 가져갔다. 간신히 몇 모금 홀짝이고 나자 중령이 본론을 꺼냈다.




"펠리스, 네가 올해 몇 살이더라?"

"스물 다섯입니다."

"가이드 적성 판정 받은 지는?"




뻔히 알고 있는 내용을 굳이 물어 후벼 파는 중령을 보며 치즈펠이 심호흡했다.




"...2년 됐습니다."

"지금 지원대대에 있던가."

"그렇습니다."

"슬슬, 본부로 돌아와야지?"




예상대로의 이야기였다.




"제 능력으로는 안될 것 같습니다."

"무슨 소리야. 본부 가이드들 보통 C급이야. 네가 이능력자여서 관심이 없던 거지, 원래 가이드들 그렇게 높은 등급 없어."




B급이면 훌륭하지.




위로하듯 나온 말에 치즈펠이 시선을 피하며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대위가 흘긋 그를 쳐다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중령도 알고 있을 터였다. 그럼에도 그는 무심함을 가장하며 말을 이어나갔다.




"그 외에도, 상위 이능력자들한테 아무렇지 않게 접근할 수 있는 거, 너밖에는 없어."

"...그렇습니까."

"우리도 최대한의 편의를 봐줬으니까, 슬슬 돌아와라."




자존심을 흙발로 짓밟는 것 같은 말을 들으면서도, 자신의 존재 자체를 군에게 빚지고 있는 치즈펠에게 선택지는 없었다. 5년 전, 이능력의 폭주로 제정신이 아니었던 때부터 재활과 복귀까지. 모든 것이 군의 관리로 이루어졌다. 치즈펠이 한숨과도 같은 대답을 했다.




"알겠습니다."

"그래. 펠리스 너도 현장 아무 곳이나 나가는 것보다야 담당 이능력자가 있는 게 편하지 않겠냐."

"...네."

"서로 인사들 나눠야지. 펠리스, 저쪽은 웰즈 대위."




치즈펠은 그제야 대위를 바라보았다. 대위가 먼저 손을 내밀어왔다.




"모로 웰즈입니다."




상급자를 어떻게 대하더라. 분명 알고 있었음에도 머릿속이 혼란스러워 아무것도 떠올릴 수 없었다. 그렇다고 인사를 오래 미룰 수도 없었기에 치즈펠은 대위의 손을 마주 잡았다. 맞잡은 손으로 느껴지는 익숙한 기운. 한때 치즈펠도 가지고 있던 것이다.




"시즈메이아 펠리스입니다."

"웰즈 쪽은 이미 서류 살폈고, 동의했어. 펠리스 너만 남았다."




중령이 앉은 채로 자신의 책상에 손을 뻗었다. 이전의 치즈펠이라면 그 자리에서 사양 않고 깔깔 웃었을 정도로 채신머리 없는 행동이었다. 중령은 그대로 서류를 치즈펠에게 건넸다. 치즈펠이 받아든 종이를 넘겼다.




모로 웰즈. 대위. 27세. 치즈펠이 빠르게 개인정보를 훑고는 다음 장을 넘겼다.




특이사항: 염동력자

능력등급: EX




치즈펠이 손아귀의 종이를 구겼다. 고개를 들어 중령과 눈을 마주한 치즈펠이 숨도 쉬지 않고 말을 이었다.




"못합니다."

"...뭐?"

"못하겠습니다."




어린 나이에 임관하고 모두가 느슨하게 눈을 감아준 탓에 제멋대로 군 적은 있었으나, 치즈펠은 상관의 명령에 불복한 적이 없었다. 그런 치즈펠의 선언에 중령이 얼떨떨한 얼굴을 했다가 이내 딱딱한 군인의 자세로 돌아왔다.




"펠리스 소위."

"명령 불복종으로 내치셔도 상관없습니다. 전, 이거 못합니다."

"...하아. 그래. 네 기분이 어떤지 알겠는데, 일단 진정해."




중령이 한숨을 쉬며 치즈펠을 바라보았다. 한계측정 외. EX등급에 비하면야 빛이 바래긴 하지만, 치즈펠 또한 촉망받던 S등급의 염동력자였다. 예기치 못한 폭주만 아니었더라도, 군대라는 집단의 특성상 뒤늦게 입대한 모로보다 훨씬 빠른 승진과 뒤따르는 영광이 예약되어 있던 인재라는 소리다.




자존심을 긁는 것은 본의가 아니었으나 어쩔 수 없었다. 열여섯에 사관학교에 조기 입학해 그 후로도 군에서 살아온 치즈펠은 전역을 한다고 하더라도 또래의 일반인들처럼 살아갈 확률은 낮았다. 아니, 그의 경력을 안 반정부 단체가 가만히 놔둘지. 그랬기에 재활 중 가이드 적성이 발현한 것은 천운이 따른 것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본인에게는 어떨지 몰라도.




"지금 네가 지원대대에 계속 머무를 수가 없는 상황이야. 보직을 좀 바꿔서 윗분들 시선 좀 피해야 할 때라고."

"강제전역이라도 시킨다고 합니까? 그러라고 하세요. 미친 영감들이..."

"시즈메이아 펠리스!"




빈정대는 것이 더 격해지지 않게 중령이 치즈펠의 말을 끊었다. 그야 어떨지 몰라도 혹여 모로가 어디에서든 치즈펠의 말을 흘린다면 큰일이었다. 이미 치즈펠의 손아귀에서 구겨질 대로 구겨진 종이를 바라보던 대대장이 한숨을 쉬었다.




"일단, 서류처리는 일주일 정도 걸리니까 그동안 고민이라도 하고 있어."

"마음 안 바꿉니다."

"아아. 시끄러워. 일단 그렇게 알고 오늘은 둘 다 가봐."




이마를 짚으며 앓는 소리를 낸 중령이 두 사람을 향해 손을 내저으며 축객령을 내렸다. 둘은 나란히 대대장의 집무실을 나섰다. 대기 중이던 상사가 경례로 둘을 배웅했다.




경례를 받아줄 여유도 없었기에 치즈펠은 최대한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일단 이곳을 빠져나가고 싶었다. 뒤따르는 군화 소리가 들리지 않게 될 때까지.




엘리베이터 앞에 도착한 치즈펠이 잠시 숨을 골랐다. 대위는 빠르게 뒤따라온 것치고는 느긋한 얼굴이었다. ...계단이 어딨더라. 좁은 엘리베이터 박스에 같이 있고 싶지 않았기에 치즈펠은 눈을 굴려 비상구를 찾았다. 내려가는 버튼을 누르고 느긋하게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던 대위가 산뜻한 미소를 지으며 치즈펠을 바라보았다.




"퇴물."




뒤따라 오는 말은 전혀 산뜻하지 않았지만.




비상구를 향해 다가가던 치즈펠이 우뚝 멈춰섰다.




"너, 지금 뭐라고 했냐?"

"퇴물이라고 했는데."




자신이 없는 곳에서 남들이 공공연하게 퇴물이라고 수군대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사관학교 시절부터 넘치는 그의 재능을 시기하는 이들은 많았다. 패배자들이 느끼는 저열한 기쁨에 굳이 어울려줄 필요는 없었기에 치즈펠은 그들을 상대하지 않았다. 그러나, 저 남자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남다른 무게감을 가지고 있었다. 어금니를 꽉 문 치즈펠이 대위를 돌아보며 살벌하게 뇌까렸다.




"이 씹새끼가."




열여섯에 조기입학한 치즈펠과 달리 열아홉에 사관학교에 입학한 대위는 이제 임관 5년 차였다. 군 생활 경력만 따지자면 치즈펠이 선배였으나 부상과 재활로 진급심사에서 누락된 치즈펠보다 대위, 모로의 계급이 높았다. 그 사실을 주지시키기라도 하듯 모로가 자신의 계급장을 손가락으로 톡톡 두들기며 치즈펠을 내려다보았다.




"계급은 내가 더 높은데. 예의 차리지?"

"좆 까. 개새꺄!"




치즈펠은 가까이 있던 정수기의 생수통을 그대로 뽑아 모로에게 집어던졌다. 상당한 양이 쏟아졌으나 반 정도는 물이 찬 생수통은 모로에게 닿지도 못한 채 두 사람의 중간 지점에 떨어지며 사방으로 물을 튀겼다. 치즈펠의 정복 여기저기가 젖어 들었다. 물 한 방울 튀지 않은 깔끔한 상태의 모로는, 그런 치즈펠을 보며 웃고 있었다.





 

 

이능력자와 관련한 군 규정은 비 이능력자와 크게 다르다. 첫째로는 입대 기준을 들 수 있다. 적당한 신체 조건과 체력 기준을 맞춰야 군 입대가 가능한 비 이능력자와 달리 이능력자라면 그 능력이 ‘군사적’으로 쓸모가 있고, 만 19세 이상의 성인이 입대를 희망한다면 등급에 따라 경로는 다르나 즉시 입대 허가가 떨어진다.

 

 

 

보통의 이능력은 2차 성징과 함께 발현하는데, 만 19세 미만의 청소년이 진로를 군인으로 정하는 때도 있기 마련이다. B등급 이하의 청소년이라면 정규 교육과정을 마친 후에 사관학교나 입대를 선택하게 했고 A등급 이상의 청소년은 만 16세가 넘었을 경우, 즉시 사관학교에 입학해 4년의 교육과정을 거친 뒤 졸업 후 장교로 임관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입대한 이능력자들은 다른 군사조직과 분리된 특수군에 속했다. 그러나 인구 전체에서 이능력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아주 낮았고 그 이능력자 중에서도 군인이라는 직업을 가지는 사람은 적었기에 규모는 그다지 크지 않았다. 그러나 특수군의 영향력은 소속된 군인의 수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초창기 이능력자들의 등급을 분류할 때는 A, B, C 세 등급 뿐이었다. 그러나 상위 그룹인 A등급의 이능력자들 사이에도 능력의 격차가 상당한 때가 있었고 정부는 또 다른 기준을 마련해 A등급의 상위 등급을 S등급으로 분류했다. 그 후로, 군의 기준을 뛰어넘는 능력자들이 나오기도 했지만, 이능력자 인구에 비례해 나타나는 S등급의 능력과 달리 그들은 돌연변이 같은 존재였다. 군 외에서는 알려진 등급이 아니었기 때문에 여전히 S등급 이능력자의 위상은 상당했다.

 

 

 

혹여 그 위상이 땅에 처박힌다고 하더라도, 가니메데스 대령은 군에 적을 둔 이라면 함부로 무시할 수 없는 위치의 군인이다. 유일한 S등급의 ‘치유’ 이능력자라는 희소성은 물건이거니와 벌써 군 경력만 30년째인 특수군 본부의 실질적인 서열 1위기 때문이다. 이능력이 없다고 하더라도, 어느 군인이 참모총장의 동기 앞에서 함부로 군단 말인가?

 

 

 

“얼씨구.”

 

 

 

물론, 그런 가니메데스의 앞에서도 쫄지 않고 막 나가는 인사는 꼭 한둘씩 있기 마련이다. 이전 자신의 팀 소속이었다가 쫓기다시피 전출되었던 사고뭉치의 얼굴을 바라보던 가니메데스가 코웃음을 치며 짝다리를 짚었다.

 

 

 

“경례 안 하냐.”

“…꼰대.”

“그래서, 안 하려고?”

 

 

 

하. 불만 가득한 얼굴로 한숨을 쉰 이가 어설픈 자세로 손을 들어 경례했다. 가니메데스를 잘 아는 이들이 보았다면 경악할만한 태도였으나 가니메데스는 그의 불손함을 지적하지 않았다.

 

 

 

“내가 이 짬에 사고 친 부하 뒷수습을 해야겠냐, 치즈펠.”

“그렇게 부르지 마시라니까요.”

“내 맘이다, 인마.”

 

 

 

일단 온 김에 차나 한잔 마시고 가라. 마셨는데요. 치즈펠의 말대꾸를 깔끔하게 무시한 가니메데스가 앞장섰다. 여기서 그냥 간다고 해도 가니메데스가 치즈펠에게 화를 낼 만한 상급자는 아니었으나, 본부 건물 내에서 소란을 일으킨 치즈펠의 신병을 맡고 있는 것이 가니메데스였다. 입술을 비죽인 치즈펠이 두어 걸음 떨어져 그 뒤를 따랐다.

 

 

 

두 사람이 탄 엘리베이터는 7층에서 멈췄다. 지나는 복도가 지나치게 눈에 익었다. 치즈펠은 다시금 숨을 가다듬었다. 그의 상태를 알아챈 듯 가니메데스의 시선이 이쪽을 향했으나 상태를 묻는 다정한 말은 없었다. 가장 끝 집무실 앞에 선 가니메데스가 거침없이 문을 열었다.

 

 

 

“손님 왔다.”

“…누구 왔습니까?”

 

 

 

복합기에서 나오는 종이를 받아 확인하던 이가 뒤를 돌아보았다. 이능력자가 아니었다면 군인이 되고 싶어도 될 수 없었을 정도로 작은 키의 여성이었다. 그 역시 알던 이다. 여전히 종이를 뱉어내고 있는 복합기를 뒤로한 그가 반가운 얼굴로 치즈펠에게 다가왔다.

 

 

 

“어머나. 소식은 들었는데. 진짜 복귀한 거야?”

“안 했어.”

“웰즈 대위라서?”

“…어.”

“그럼 내 팀으로 들어오는 건?”

“그것도 별로야.”

 

 

 

불퉁하게 대답한 치즈펠이 비어있는 의자에 앉았다. 익숙한 듯 책상 위의 마우스에 뻗던 손이 움찔하며 거두어졌다. 눈썹을 치켜 올린 대위는 별 말 없이 구석의 정수기로 향했다. 안 마셔. 코코아의 끈적한 단맛이 아직도 입에 남아있는 것 같은 치즈펠이 몸서리쳤다.

 

 

 

“나 마실 건데. 누가 너한테 타준대?”

“아니었어?”

“하급자한테 커피 타주는 취미는 없어서.”

 

 

 

캭! 얄밉게 자신의 계급장을 가리키는 대위의 모습에 방금전 대거리를 했던 웰즈의 모습이 겹쳐 치즈펠이 한껏 성질을 냈다. 휴직이 길었고 이전과는 다른 생활을 받아들인 치즈펠은 보통 계급에 크게 연연하지 않았으나, 상황이 상황이었다. 웰즈 대위랑 마주쳤다고 했었지. 그가 가니메데스에게 끌려온 상황을 재빠르게 추측해낸 밀비가 커피 믹스를 뜯어 종이컵에 부으며 화제를 돌렸다.

 

 

 

“본부 근무 나쁘지 않잖아. 지원대대 보단 낫지.”

“여긴 이미 충분히 나빠.”

“알만한 사람들도 많이 치웠는데.”

“안 치워진 사람이 내 눈앞에 있잖아.”

“나는 특별 케이스고.”

 

 

 

자신만만하게 말하며 커피를 홀짝이는 사관학교 동기를 보던 치즈펠이 코웃음을 쳤으나 더 삐딱하게 대꾸하는 일은 없었다. 현재, 나라에 딱 셋 있는 돌연변이, 한계측정 외의 능력자가 하는 말이었다. 오늘 무슨 날인가. 궁시렁거리던 치즈펠이 무언가 생각났다는 듯 벌떡 상체를 일으켜 가니메데스를 쳐다보았다.

 

 

 

“요즘도 위관들은 능력 사용하려면 허가받고 그럽니까?”

“그치. 뭔 요즘까지야. 몇 년 안 지났다, 이놈아.”

“웰즈 대위 단 거 얼마 안 됐죠?”

“…그렇지.”

 

 

 

갑자기 군 생활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보이는 치즈펠이 수상쩍다는 듯 가니메데스가 미간을 찡그렸다. 아랑곳하지 않은 치즈펠의 시선이 종이컵 끝을 씹는 밀비에게로 옮겨갔다.

 

 

 

“밀비 너, 마지막으로 일반 지원 나간 거 언제였어?”

“나? 언제더라… 반년은 더 됐는데.”

“반년 지나면 보직 변경신청 가능하잖아. 그치.”

“…그렇지.”

 

 

 

그 대답을 듣자마자 생각에 잠긴 듯 먼 곳을 바라보는 치즈펠의 시선에 밀비와 가니메데스가 불안한 듯 눈빛을 교환했다. 웰즈 대위 죽이려는 거 아녜요? 그럴 리가. 일주일 뒤, 두 사람은 치즈펠의 본부 복귀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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