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워진 마음은 다시 녹을리가 없고.

게일이안

동인 놀이 by 무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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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드엔딩 헤어진 연인 게일이안 현대 AU.

안 이어집니다. 안 사랑합니다. 슬프고 우울하고 축축한 이야기만 할 예정.

최신화 본 인간이 쓰지만 현대 에유라 딱히 스포는 없을 듯 합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예민하신 분들은 뒤로가기 부탁드립니다.

현대지만 작성자가 한국으로 설정하자니 이름이 너무 신경쓰여서 서양 쪽으로 설정했습니다. 대충 어울리는 유럽 상상하시며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하아. 숨을 내쉬니 하얀 입김이 뿜어져 나온다. 몸 속에 답답하고 무거운 공기는 빠져나가고, 겨울의 시리고 쓸쓸한 공기가 몸을 휘젓는다. 춥다. 더 추울 수는 없을까. 너무 추워서 살결이 아플 정도로, 그래서 아무 생각도 나지 않도록, 오로지 머리 속을 춥다는 생각만 채울 수 있도록. 언제까지고 가만히 서 있을 순 없었기에 움직였다. 목적지는··· 모르겠다. 애초에 내게 목적이란게 있었나. 강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건넜다. 사람들은 강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다른 풍경인가 싶어 펜스 근처로 다가갔다. 강은 평범하게 흘렀고, 평범하게 수풀이 있었다. 이런게 특별한가 싶지만, 보아하니 대부분 관광객인 것 같았다. 여행이라. 나도 가볼까. 이왕이면 추운 곳으로. 핀란드나 아이슬란드, 아니면 러시아? 독일도 꽤 춥지 않았던가. 어떤 곳은 얼어붙은 호수에서 수영을 한다고 하던데. 강을 보던 것을 멈추고 다시 걸어가려던 찰나에 누군가 다가왔다. 동양계 사람 같았다. 이쪽도 관광객인가.

"Excuse me, could you take a picture please?"

관광객은 핸드폰이 아닌 카메라를 들고 있었다. 이런 먼 곳까지 무거운 카메라를 들고 오는 사람은 처음 본 것 같았다.

"Sure. Just give me your camara."

"Here!"

전해 받은 카메라의 무게는 꽤 묵직했다. 촬영 버튼이 이거였던가. 뷰파인더에 시선을 두자 렌즈에 맺힌 두 사람의 상이 보였다. 셋, 둘, 하나. 이로써 두 사람의 행복한 표정이 담긴 시간이 영원해졌다.

"Thank you."

사진을 확인하는 표정이 어둡지 않았다. 다행히 나쁘지 않게 찍은 것 같았다. 나는 그들에게 인사를 하고 마저 길을 걸었다. 여행갈 때 저런 카메라가 있으면 좋을 것 같은데. 그들이 가지고 있던 제품이 어디 꺼였더라. 일본··· 이었나. 이곳에서도 그쪽 제품을 팔고 있는 지는 잘 모르겠는데. 차라리 저렴한 것을 사는게 좋을 것 같았다. 아무래도 짧게 들고 다닐 것 같으니까.

카메라는 대학교를 다닐 때 선배에게서 배운 적이 있었다. 한 손으로 들기도 어려운 카메라의 무게가 너무 무거워서 떨어트릴까봐 겁이 나던 때, 뒤에서 카메라와 내 손을 받쳐주며 뷰파인더를 바라보라고 하던 선배에게. 학교에서 심어둔 꽃을 찍었었다. 나비가 날아가기 직전의 그 찰나. 마치 시간이 멈춘 것을 보는 것만 같은 그 감상은 오래도록 잊혀지지 않았다. 시간이 흘러 혼자서도 카메라를 들 수 있게 되고 수동으로 초점을 잡는 방법까지 알게 되었을 때가 다가오자 이날만을 기다렸다는 듯이 카메라를 받쳐주던 손은 사라졌다. 그렇게 홀로 몇 번 그 무거운 것을 들고 근처 공원을 가보았지만 찍어낸 것은 없었다. 찍을 수 없었다. 카메라는 처음보다 몇 배는 더 무거워졌다. 말라버린 팔뚝이 보기 싫어 카메라를 쳐다보지 않다가 그가 살고 있는지, 떠났는지 모를 주소로 보내버렸다. 원 주인에게로.

다리를 건너 나온 곳은 상점들이 줄지어 있는 곳이었다. 유명한 카페나 음식점이 있는 곳도, 명품 브랜드관이 있는 곳도 아니라서 오로지 현지인만이 다녀가는 곳이었다. 커피, 빵, 와인, 시가, 옷, 잡화. 이중 잡화점이 눈에 들어와 들어갔다. 카운터에 있는 점원에게 카메라도 취급하냐 묻자 가장 구석진 곳을 가리켰다. 조금 오래된 곳인지 먼지가 쌓인 물건들이 꽤 있었다. 밖에서 유리창을 통해 볼 수 있는 물건들은 새 물건들로 진열해두고, 오래되고 팔리지 않는 물건들은 안 쪽으로 진열하는 건가. 카메라가 제대로된 건지 의심이 들었다. 하지만 그 의심은 바로 사라질 수밖에 없었다. 카메라 상자에 먼지가 조금 쌓인 것 빼고는 괜찮았다. 상자를 열어 카메라를 확인하니 카메라 자체는 꽤나 깨끗했고 렌즈도 기스난 곳 없이 상태가 좋았다. 카메라가 여러 개 있었지만 처음 본 것이 무게가 덜 나가서 부담이 없을 것 같았다. 그때 뒤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그거 구매하시려고요? 그 카메라는 기본으로 제공되는 렌즈보다 보통 다른 렌즈를 사서 사용하는 편이라 가격이 더 나가요."

익숙한 모국어, 익숙한 목소리 톤, 익숙한 말투. 저절로 고개가 돌아갔다.

"무게 때문에 고르신 거라면 오른쪽 제품이 제일···, 이안?"

"······."

"오랜만이네."

"···그렇네요."

게일 베로시온. 5년만인가. 오랜만에 만난 그는 여전히 키가 컸고, 여전히 잘 웃었으며, 여전히··· 이해하기 어려웠다. 우연히 만난 그에게서 추천을 받아, 그럴 의도는 아니었지만 혼자 열심히 떠드는데 무시할 수가 없어서, 카메라를 구입했고 그의 분위기에 이끌려 어쩌다보니 식당까지 와 앉게 되었다.

"밖은 추우니까, 안에 앉자."

"네."

"음, 뭐 마실 거야? 내가 살게."

"그럼 저는 에스프레소로 할게요."

"그래."

대학교 2학년 경영학과를 다니던 시절, 친화력이 좋던 동기 탓에 길을 걷다가도 동기는 수십 명씩 인사를 했었고 그중에 게일도 있었다. 경제학과 4학년이던 그는 그때에도 카메라를 들고 있어서 거기에 시선을 빼앗겼었다. 내 시선을 눈치 챈 그가 말을 건 덕분에 그에게서 카메라를 배울 수 있었고 말도, 마음도 잘 통했어서 연인이 되었기도 했다. 딱, 5년이었다. 함께 시간을 보내던 것도, 혼자 시간을 흘린 것도. 그렇게 흘려보낸 시간은 끝내 계절의 감각조차 잊게 만드는 것이 충분했다.

"아까도 말했지만, 정말 오랜만이야. 한··· 4년만인가."

"5년이에요."

"5년. 그렇군···."

그는 유리잔에 담긴 와인을 마셨다. 레드 와인. 그는 언제나 저 와인을 고수했다.

"네가 에스프레소를 먹는 건 처음 보는 것 같은데. 그 사이에 입맛이 변한 건가?"

"원래 좋아했어요. 딱히 선배 앞에서 먹을 일이 없었을 뿐."

"선배라, 정말 오랜만에 듣는 호칭이네."

"선배니까요."

"선 긋는 거야?"

커피잔에 손을 대려던 것을 멈추고 앞을 바라봤다. 입고 있던 코트는 벗어 옆 의자에 던져 놓았고 가방은 들고 다니지 않았다. 핸드폰은 케이스 없이 가지고 다니는 걸 좋아해서 종종 깨먹곤 했었다.

"그러면 안될 이유라도?"

"너무하네. 나는 그래도 반가운 마음이었는데 말이야."

"우리가 남들처럼 반가워할 사이는 아니니까요."

"그럼?"

"글쎄요. 왜 내 눈 앞에 나타나냐고 욕이라도 한 번 해줘야 하나. 그것도 아니라면 마시던 음료라도 뿌려야 하나."

"음, 그건 좀 뜨거울 것 같은데."

"아까워서 안 해요."

서서히 지쳐갔다. 카메라를 사러 상점에 들어갔던 걸, 관광객의 카메라에 관심을 가졌던 걸, 다리를 건넜던 걸, 몇주 전부터··· 집을 나와 밖을 헤매고 있던 걸 후회했다.

"카메라는 어쩐 일이야?"

"여행 갈 때 가져갈까 해서요."

"요즘 핸드폰 렌즈도 괜찮지 않나, 카메라 무겁잖아."

"아무것도 없이 가는 것보다 카메라라도 있는 편이 나을 것 같아서요."

"어디로 가려고? 나도 따라갈까. 네가 아까처럼 사기 당하는게 아닌지 걱정되는데."

"핀란드요."

"···추운 곳을 가네."

"네, 추운 걸 좋아해서요."

"보통 겨울이 좋다고 하지 않나?"

"겨울은··· 예쁘잖아요. 하얀 눈이 쌓인 모습을 떠올리기 쉽상이고. 저는 거기에 별 생각이 없어서요."

게일은 그뒤로 아무말도 하지 않은 채 창 밖으로 시선을 고정했다. 그제서야 조용해진 주위를 느끼며 커피의 고소한 맛을 즐겼다. 케냐 원두인가. 연하게 마시면 좋을 원두였다.

식당을 나오자 어느새 하늘이 어두워졌다. 게일은 추운지 코트를 여미고는 내게 물었다.

"집 어디야? 데려다줄게."

"괜찮아요. 여기서 멀어요."

"얼마나 멀길래?"

"여기서 6시간 기차타고 나오는 마을이에요."

"···여기 어쩌다 온 거야?"

"여행 중이에요."

"작은 가방 하나 들고?"

"네."

"···여러모로 대단하네."

"그러는 선배는요?"

"아, 나는 여기 살아. 아까 간 곳도 내가 자주 가는 잡화점이랑 식당이야. 혹시 묵을 곳 없으면 우리집 갈래?"

"···아뇨, 괜찮아요."

"···그건 우리가 이럴사이가 아니라서 그런 거야?"

세찬 바람이 머리카락을 가지고 놀았다. 어지러운 시야 사이로 차가워진 눈빛이 보였다. 그의 눈은 마치 해가 뜨지 않은 새벽녘의 하늘 같았다. 그 시간에만 느낄 수 있는 상쾌한 공기를 닮았다. 하지만 그의 눈빛은 점점 상쾌함 보다는 피곤함에서 오는 차가움으로 변해갔고 그 온도는 사랑으로 뜨거워진 나를 얼어붙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잠깐, 걸을래요?"

예약 없이 구한 시설이 최악이었던 게스트 하우스에서 하루를 묵고 오늘 새벽에 그곳을 나왔었다. 그때도 늘 그랬듯이 정처없이 길을 걷다가 발견한 언덕이 하나 있었다. 전체적으로 들판이 펼쳐져 있었고 언덕 위로는 성당이 하나, 절벽 아래로는 시내가 한 눈에 보이는 곳이었다. 나는 그를 끌고 그 언덕으로 갔다. 밤이라 그런지 성당에는 불 하나 켜 있지 않았고 시내도 주점이 아닌 이상 대체로 문을 닫은 상태였다.

"오늘 새벽에 발견한 곳이에요. 혼자만 알고 가려고 했는데, 특별히 선배한테도 알려줄게요."

"그거 영광인데."

"추운 거 싫어하니까, 빨리 할 말 하고 끝내죠."

"···이안, 너는 아직도 날 원망하는 거야?"

학교를 졸업함과 동시에 취업을 했던 우리는 학생 때의 풋풋함은 어디가고 각자의 일에 매진했다. 서로가 서로를 응원했었고, 특히나 그는 내가 취업할 때 자신이 먼저 회사를 다녀봤으니 도움이 필요하면 말하라기까지 했었다. 그렇게 살 줄 알았다. 딱히 영원을 생각하진 않았지만, 열심히 일을 하다가 저녁이 되면 그와 함께 퇴근하고 아침이 되면 함께 출근하는, 그런 소소한 삶을. 뭐가 문제였을까. 이제와서 우리가 끝을 맞이한 이유를 생각하기엔 우린 너무 나이가 많았다. 지나간 인연을 생각하기엔 삶이 너무도 고요했다. 마지막 날, 그는 내게 이별을 고했고 나는 아무것도 묻지 않고 수긍했다. 그렇게 우리는 갑작스럽게 만나 서로가 운명이라 생각했지만, 또다시 갑작스럽게 헤어져 보통의 사랑이 되고 말았다. 해피엔딩을 향해 가는 건 보통의 사랑으로는 불가능할테니까.

"원망하지 않아요."

"그럼? 대체 왜 내게··· 차갑게 구는 거야?"

"우리 좋게 헤어진 것도 아니잖아요. 그때의 우리는··· 서로에게 너무 지쳤으니까."

"···너는 그것만 기억하는 거야? 나는 우리의 마지막보다, 우리가 행복했던 걸 먼저 떠올려. 너를 만나기까지 그래왔어. 그런데, 오늘은 모르겠어."

"어떤게 모르겠는데요?"

"다··· 처음 보는 모습들 뿐이야. 네가 에스프레소를 먹는 것도, 추위를 좋아하는 것도, 그리고··· 이런 조용함을 넘어 스산하기까지 한 장소를 좋아한다는 것도."

"내가 말하지 않았으니까요."

"왜? 나는 너에게 믿지 못할 연인이었던 거야?"

"에스프레소 대신 선배와 같은 와인을 마시는 것도 상관 없었고, 굳이 선배가 싫어하는데 추운 걸 느낄 이유도 없었으니까요."

"···너는 상관없었다고 말할 뿐이겠지만 내게는, 네가 나에게 맞춰주었다는 걸로밖에 느껴지지 않아. 이건··· 일방적이잖아."

"말한다면요? 말한다고 해서··· 뭐가 달라질까요."

"말한다면 나도 너에게 맞춰줬을 거야."

"아뇨, 그랬다면 더 빨리 헤어졌을 거예요. 우리가 맞지 않는게 고작 그 두 개 뿐이라고 생각하지는 마세요. 두 명이 힘든 것보단 하나가 여러모로 낫잖아요."

"···하아."

"그래서 할말이 왜 이렇게 변했냐는 말인가요. 그렇다면 실망인데."

그가 있는 쪽으로 몸을 돌렸다. 울 것 같은 표정이 안쓰러웠지만 그렇다고 그 눈물을 닦아주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럼, 이제 내가 할 말 할게요."

"···뭔데?"

"선배가 하려고 했던 말, 그게 뭐든 하지 마세요. 안 받아줄 거니까."

"······."

"조금은 확신 없이 뱉은 말이었는데, 맞았나 보네요."

아마도 그가 뱉으려던 말은, 다시 시작하자는 류의 말이었을테지. 그를 만났을 때부터 눈치채고 있었다.

"···이안, 너는 내게 너무도 잔인하구나."

"내가 나쁜 걸로 할게요."

"이유, 물어봐도 돼?"

"원망하는 건 아니에요. 선배 사정 충분히 이해하고, 헤어질 거라는 거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어요. 저도 어쩌면 필요했다고 생각했으니까요. 근데도··· 사람 마음은 마음대로 안되더라고요."

"······."

"얼었어요. 지금의 추위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차갑게. 다시 시작한다고 해도 우리가 어릴 때처럼 열렬히, 열심히 사랑할 거라고 생각 안해요. 그러기엔 나이가 있으니까."

그는 내 손을 붙잡고 말했다. 얼굴은 일그러진지 오래고 눈에 그렁그렁 매달려 있던 눈물이 떨어졌다. 아, 정말로 얼어붙었나 보다. 얼어버린 공주와 그런 그녀의 마음을 녹여 구하는 왕자가 서로 해피엔딩을 맞이하는 동화같은 이야기. 동화는 동화일 뿐이었다. 내 손에 떨어지는 그의 눈물이 이렇게나 뜨거운데도, 날 녹이지 못하는 걸 보니까.

"내가, 내가 잘할게. 한 번만 기회 주면 안될까? 이안, 제발."

천천히 붙잡힌 손을 빼내었다. 그리고 지갑에서 달러 두 장을 꺼내 그의 손에 쥐었다.

"우리는 운명이라고 말했던 적 있잖아요. 나도 그때는 그렇게 생각했었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우리가 틀렸더라고요. 만남은 운명일지라도 인연은 현실이니까요. 내가 남극에 있다면 선배는 북극에 있는 거나 마찬가지예요. 아, 추운 거 싫어하니까 적도에 있으려나"

"······."

"그정도로 우린 반대죠. 그러니까 우리의 결말은 똑같을 거예요. 얼마나 애를 쓰든."

"이안, 이안."

"이건 아까 마신 커피값이에요. 원두가 좋은 것 같던데, 선배가 좋아할만 하네요."

그에게서 손을 떼고 뒤로 물러났다. 가까워진 거리를 벌리자 이제서야 그의 전체적인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자유로운 것을 좋아해 어딘가를 갈 때면 차림새는 가볍게, 짐은 없이 가는 편이다. 책임감이 많은 사람이라 일을 할 때 은근 스트레스를 받아서 그런지 쉬는 날에는 일부러 밖을 나가 사람들 틈 속에서 소란스러움을 즐긴다. 육류 보다는 해산물을, 클래식 보다는 재즈를, 바 보다는 클럽을 좋아한다. 내가 아는 그는 그런 사람이었다.

나는 일부러가 아닌 이상 계획 없이 밖을 나돌지 않는다. 지금은 생각을 정리할 겸, 어지러진 마음을 어떻게든 해볼 겸 훌쩍 떠나온 것이지 나를 잘 아는 사람이라면 내 행동에 의아해할 것이 분명했다. 비린 것을 못 먹어서 육류를 선호했다. 재즈 보다는 바흐의 곡을 대체로 좋아했고 조용하게 술을 먹을 수 있는 바를 더 좋아한다. 사람들이 많은 곳은 어지러움을 느끼고, 신경 쓰이는 바람에 쉽게 지쳤다. 그가 모르는 나는 그런 사람이었다.

"오랜만에 봐서 반가웠어요, 선배. 저는 이만 가볼게요."

"······."

"그리고 우리-,"

다신 만나지 말아요.

열심히 사랑한 것은 죄가 아니다. 하지만 죄가 아니라고 하여 행복한 것은 아니다. 그저 우리는 운이 없게도 잘 맞지 않는 서로를 사랑했을 뿐이고, 그렇기에 그런 결말을 맞이했으니.

이 이야기의 악인은 없다. 보통의 인물만이 출연할 뿐이다.

다시 한 번 뜨거운 사랑을 하려 했으나 상대의 마음을 녹이지 못한 사람과 상대의 뜨거운 감정에도 녹지 않는 마음을 가진 사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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