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권

[진화랑] 썰 모음 13

진화랑스팁 1개, 진화랑빅터 1개, 진화랑 1개. 2023년 12월 16일 연성.

1. 오프 더 레코드, 둘에게 호승심 외에는 별다른 감정이 없는 화랑과 달리 화랑에게 특별한 감정 및 서로를 (사랑의) 라이벌로 생각하는 두 사람으로 진화랑스팁 (평화로운 철권 세계관)

기자는 제 손에 든 녹음기를 보며 묘한 표정을 지었다. 오프 더 레코드를 약속하긴 했지만 어차피 이 바닥에서 약속이란 백퍼센트 지켜지는 경우는 없고 이번 인터뷰는 몰래 녹음까지 한거였기에 원래라면 약속을 깨고 페이지를 어마어마하게 할당 받아 기사로 내려고 했다. 하지만... 이런 내용을 그대로 기사로 냈다간 엄청난 스캔들로 변질되겠지... 잠시 고민하던 기자는 결국 한숨을 쉬고는 확실하게 결단을 내리기 위해 삑, 녹음기의 재생 버튼을 눌렀다.

1-1. 화랑의 경우

엉? 그 두 녀석들이랑 사이가 어떻냐고? 당연히 안좋지. 나한테 그 두 명은 라이벌이자 지고 싶지 않은 상대들이니까. 심지어 같은 21살 동갑이라 툭하면 21살 삼총사 라이벌리 같은 걸로 묶이잖아. 주최측에서는 우리를 멋대로 흥행카드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지만. 그 둘에 대한 내 생각? 아, 귀찮은데... 뭐, 좋아. 오늘은 기분이 좋으니까 지금만 심심풀이로 어울려주지. 대신 기사로는 내지마, 오프 더 레코드니까. 그게 싫으면 이걸로 끝... 안내겠다고? 칫, 오프 더 레코드 운운하면 기사 내겠다고 찡찡댈 줄 알았더니만... 어쩔 수 없네.

일단... 카자마 진, 이 자식부터 이야기 할까. 나도 진도 철권 대회에 본격적으로 출전하기 시작한건 3부터지. 진은 미시마 가 사람으로, 나는 우리 사범님의 1번 제자로. 그 때문인지 대회 시작 전부터 꽤나 주목 받았고 덕분에 대회 시작 전 시범 경기의 매치로 낙점 받았었지. 솔직하게 말하자면 그때 난 자만심? 같은 게 있었어. 날 이길 수 있는 건 내 사범님 뿐이라는 자만심이 있었거든. 실제로도 진과 싸우기 전까지 나한테 패배라는건 없었고. 그리고 시범 경기에서 결국 타임 아웃으로 인한 무승부라는 결과를 받았을 때... 엄청 충격이었어. 사범님을 제외하고 내가 이기지 못한 첫 상대가 노련한 격투가도 아니고 나와 같은 19살의 샌님같은 그 카자마 진이었으니까. 타임 아웃이 있냐고? 원래의 철권 대회라면 누구 한명이 쓰러질 때까지 무제한 경기였을테지만 그 당시엔 시범 경기였으니까. 본 대회를 개최하기도 전에 부상으로 기권 등이 나오지 않기 위한 룰 추가였어. 여하튼.

그 결과를 난 쉽사리 인정하지 못했고 혈기를 못이기고 그 자식의 대기실까지 습격하려던 날 막은게 사범님이었지. 그렇게 분하면 더 훈련하고 본 시합 때 확실히 결판을 내라고. 그래서 그때부터 나는 진과의 리매치를 기다리게 됐지. 하지만 알다시피... 3와 4 때 대진표의 배신으로 난 진과 한번도 만나지 못했어. 4 때 개인적으로 몰래 만나서 대회 밖에서 승부를 보려고 했는데... 들켜서 그 자식은 철권중에, 나는 사범님한테 끌려갔다고. 진짜 사범님한테 얼마나 혼났는지...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소름이 돋아.

그리고 드디어 5 때 준결승전에서 진이랑 만났지. 내가 이 순간을 얼마나 고대했는지 알겠어? 하하, 모르겠지. 상대를 앞에 두고 호승심과 흥분감에 덜덜 떨리는 몸을 억지로 진정시켜야 될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그 끝이 얼마나 처참했는지는... 이건 당신도 잘 알거야, 기자 양반. 뭐, 이 이야기는 다들 잘 알테니까 넘어가자고. 응? 병문안을 왔던 진과의 대화 내용? 그건 진짜 말 안할거야. 그건 우리 둘만 알고 있으면 되니까. 그리고 그 시합 이후... 나와 진의 재대결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지. 하지만 왠지 모르게 이번 7은 느낌이 좋아. 그 녀석과 만날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들어. 이번엔 반드시 내가 이길거야. 음? 그래서 나한테 카자마 진은 어떤 존재냐고? 흐음... 나한테 처음으로 패배를 안겨준, 내가 반드시 꺾어야 할 내 호적수... 라고나 할까나. 무게감으로만 따지면 여기가 진짜 장난이 아니지. 그래, 지고 싶지 않아. 반드시... 이길거야.

다음은 스티브인가? 그 자식하고도 그리 좋은 인연은 아닌데. 그 녀석은 4 때 부터 참가하기 시작했나? 처음엔 젊은 복싱 챔피언이라는 것만 알고 있었고 그 당시 진에게 더 신경쓰느라 솔직히 말하면 관심도 없었거든. 상대로 붙었으면 모를까 그것도 아니었고. 그런 그 녀석을 제대로 인식하기 시작한 게... 5 시작하기 전에 길거리에서 시비붙어서 한판 붙은 것 때문이었지. (블러드 탈론?) 아, 알고 있네. 그래, 내가 만든 스트리트 파이터 팀이지. (그... 사기로 돈 번다고...) 만들 때는 그랬지. 지금은 다른 놈한테 물려주고 사범님이 개입해서 자선단체 비스무리하게 됐을걸? 여하튼. 스트리트 파이터를 열기도 전에 왠 이상한 놈한테 된통 깨지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어. 스티브 그 자식이었지. 그 소식에 갔더니 스티브는 이미 사라진 상태여서 눈에 불을 켜고 간신히... 기찻길 건너기 전 그 자식을 발견해서... 한판 붙었지. 뭐, 그때도 진이랑 동일하게 서로 사이좋게 볼에 상처 하나씩만 남기고 승부는 못냈어. 하필이면 그때 사범님의 전화가 와서... 그것만 아니었어도 거기서 승부 봤을텐데. 여하튼 그렇게 놓치고 다시 만난 곳이 대회장이었으니 내가 얼마나 어이 없었는지 알겠어?

여하튼 그 이후로 나랑 그 자식은 자주 충돌했지. 진이랑은 이상하리만큼 대전 운이 없는데 스티브랑은 대전 운이 너무 넘쳐나서 말이야... 첫 승부에서 무승부 찍은 다음부터 온갖 시비란 시비는 다 걸어오고 도발이란 도발도 다 걸고... 물론 거기에 넘어가는 나도 나쁜건 알지만 이상하게 스티브 그 녀석은 나한테 친근감 있게 다가온단 말이지... 뭐, 덕분에 운 좋게 다른 단체와 이벤트 전에서도 스티브랑 팀을 맺고 출전도 해보고 나도 그 녀석과 싸울 때 만큼은 승패를 떠나서 좀 즐겁게 싸운다고나 할까... 그 녀석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다만 사범님 들먹이면서 날 통제하려는 행동은 멈춰줬으면 좋겠단 말이지... 어휴. 그래서 나한테 스티브는 즐겁게 싸울 수 있는 상대라고나 할까나. 이 녀석한테는 이상하게 져도 나쁘지 않다, 라는 생각이 들어. 물론 질 생각은 1도 없지만!

자자, 끝났지? 정말이지 갑자기 나타나서 내 귀한 개인시간까지 뺏고 말이야. 답해줘야할건 다 했으니까 이제 그만 가. 오프 더 레코드, 잊지 말고 지키고. 알았어?

1-2. 스티브 폭스의 경우

화랑과 카자마 진을 어떻게 생각하냐고? 기사로 쓰지는 않고 오프 더 레코드? 뭐, 난 기사로 써도 상관은 없는데. 여러가지로 카자마 진에게 경고하고 싶은 것도 있고... 화랑이 너무 둔감한 것도 열받고 말이야. 무슨 말이냐고? 그럼 이제부터 이야기 해볼까나.

화랑과 직접적으로 부딪친게 된 건... 음, 5 대회 시작하기 전이네. 참가는 4부터 했지만 나도 화랑도 서로에겐 그닥 관심이 없었으니까. 그때 나는 내 나이대의 격투가들 보다는 킹씨에게 관심이 더 있었거든. 그러던 찰나에... 길거리에서 화랑이 리더로 있던 블러드 탈론과 시비가 붙었어. 물론 그 때는 블러드 탈론의 리더가 화랑이라는 것도 모르고 나한테 덤비길래 엉망진창으로 만들어주고 있었거든. 뭐 전화로 지원이라도 부르는 것 같아서 대충 상대해주고 빠져나왔는데 기찻길에서 왠 양아치가 날 부르더라고. 그게 화랑이었지. 한 눈에 보자마자 범상치 않다는 생각을 하긴 했는데 진짜 발기술도 그렇고 내 훅을 고개를 돌려서 최소한의 스친 상처로만 만드는 센스까지... 보통 양아치는 아니구나, 싶어서 좀 즐길 수 있겠네 싶었지만... 전화를 받은 그 녀석이 당황한 얼굴을 하다가 결국 짜증을 내면서 가버렸지. 그러곤 은근슬쩍 다시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그 기찻길도 가보곤 했지만 만나지 못했는데... 그런 그 녀석을 다시 만난 장소가 철권 대회장이었으니 정말 기가 막히더라고. 하지만 덕분에 내 안에서 화랑의 존재가 너무나도 명확하고 커다랗게 박혀버렸지만.

그래, 내가 화랑이 너무 둔감해서 열받는다고 말했지? 그거야. 내 안에서 화랑, 그 녀석의 존재는 너무나도 커져버렸는데 그 녀석에겐 나는 그저 시간만 나면 언제든지 싸울 수 있는 가벼운 존재로만 생각하는 것 같단 말이지. 그 녀석이 기다리는 대전 카드는 분명 내가 아니고 카자마 진, 그 녀석일거야. 대진표를 볼때마다 투덜거리는 화랑을 몇번이고 봤으니까 말이지. 그래서 자꾸 그렇게 시비를 거는거야. 다가가서 시비를 걸고 도발을 걸고 그럴 때 마다 불같이 바로 버럭하며 달라붙는 화랑을 보면 꽤나 즐겁거든.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화랑에게 가장 중요한 사람은 카자마 진이야. 그 녀석에게 시합이 아닌 일방적인 유린으로 혼수 상태가 되고도 여전히 화랑은 그 녀석만 바라보고 있지. 정말... 마음에 안 든단 말이야... 나와의 관계도 조금은 진지하게 생각하고 상대해주면 좋을련만... 하아.

말이 나온 김에 카자마 진에 대해서도 말해주지. 처음 봤을 때 부터 마음에 안들었어. 이건 진심 오프 더 레코드지만 난 개인적으로 내가 어렸을 때의 일로 미시마에 원한이 있단 말이야. 그 쪽은 기억도 못하고 기록도 모두 삭제했을지도 모르지만. 하여간에 화랑을 알게 된 후 그가 카자마 진에게 관심을 주고 있다는 사실도 마음에 안드는데... 그 녀석은 화랑에게 시합이 아닌 일방적인 폭력으로 병원으로 보내버렸지. 기자 양반, 당신도 그랬겠지만 나도 그 시합을 보고 있었어. 설마 소문으로만 듣던 미시마의 피의 폭주를 직접 보게 될 줄은 몰랐지만 그 피해자가 화랑이 될거라고는 1도 생각 못했어. 만약 내가 카자마 진의 입장이었다면 난 아마 다시는 화랑에게 관여하지 않았을거야. 그 녀석이 얼마나 그 시합을 기다리고 기대했는지 옆에 있던 나도 알 수 있을 정도였으니까. 그런 그에게... 실망을 준거잖아? 근데 카자마 진, 그 녀석은...

뻔뻔할 정도로 아무렇지 않게 나타나서는 화랑의 근처를 멤돌잖아...! 뭐, 그래. 두 사람이 병실에서 조용히 이야기를 나눴다는 기사는 봤어. 분명 화랑이 그 녀석이 도망가지 않게 말로 붙잡았겠지. 그래도... 다시는 그러지 않을거라는 보장이 어디있어? 들리는 소문으로는 아직도 미시마의 피에 사로잡히는 순간이 있다던데 그 피에 화랑이 다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지, 안 그래? 나라면 절대로 화랑을 다치게 하지 않아. 아, 정정. 일방적으로 폭력 따위 휘두르지 않아. 화랑이 원하는 강한 상대와의 싸움. 나라면 얼마든지 즐기게 할 수 있어. 그러니까... 아,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나. 미안하지만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야. 그래서 둘을 어떻게 생각하냐고?

나한테 화랑은 진지하게 돌아보게 만들고 싶은 녀석이야. 싸움도. 그리고... 마음도. 카자마 진은... 화랑의 곁에 두고 싶지 않은 녀석이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 폭탄 같은 녀석이니까. 차라리 나와 붙을 때 폭주해주면 좋겠는데. 그럼 그 잘난 카자마 진에게 주먹을 마음껏 갈겨줄 수 있을테니까. 싸움이 아닌 폭력으로 말이야. 여하튼. 내 이야기는 여기까지야. 기사로 쓰고 싶다면 내가 한 말을 한 마디도 빼먹지 말고 모두 내보내. 이건 내 선전포고나 다름 없으니까. 화랑에게도, 그리고 카자마 진에게도 말이야.

1-3. 카자마 진의 경우

지금의 화랑은 나에게... 친구... 그 이상이겠군. 음, 의외라고? 화랑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난 화랑을 친구라고 생각하고 있... 었다. 정확하게는 미시마의 피가 폭주하기 전까지만. 그럼 이야기는 좀 길겠지만 화랑이 화를 내지 않는 선까지만 원하는대로 모두 말해주지.

처음 첫인상은 최악이었다. 시범경기서부터 눈이 마주치자마자 깔보는 말로 시작하더군. 자신감인지 아니면 자만심인지 헷갈렸는데 시합이 시작되고 깨달았다. 자신감도 자만심도 아닌 호승심이라는 걸. 시합이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마치 어린아이처럼 즐거워하는 화랑을 보고 있자니... 가슴 속에서 뭔가가 치밀어올랐지만... 결국 끝은 있기 마련이지. 종료를 알리는 종이 울리자마자 화랑의 얼굴이 일그러지더니... 불같이 화를 내는걸 그의 사범인 백두산씨가 끌고 내려가더군. 나중에 승부를 못내고 그렇게 끝나버린거에 화가 난건지 내 대기실을 습격하려고 했었다고 들었을 땐... 그저 기가 막혔다. 얼마나 싸움에 굶주려있는건지... 싶었지. 하지만 그것마저 내 착각이었다. 화랑은 시합에 굶주린게 아니라 그저 확실하게 승부를 내고 싶어하는 지독한 배틀광이었던거지. 더군다나 지금까지 한번도 패배도 무승부도 없었던 전적에 처음으로 무승부가 찍혔으니 더 그랬겠지. 그 후로 나만보면 으르렁거리는 통에 차라리 결과가 어떻든 빨리 상대를 해주고 끝내는게 낫겠다 싶어서 4때 난생 처음으로 공식적인 시합이 아닌 비공식적, 다르게 말하자면... 룰이 없는 싸움까지도 받아드렸는데... 하아... 여하튼.

화랑에 대한 내 감정이 성가신 친구 혹은 악우에서... 사람을 정면에서 바라봐주는 존재로 바뀐건 그 사건 때 부터다. 당신도 알거야. 내... 미시마의 피가 폭주한 사건. 미시마의 피는 배반과 투쟁의 역사다... 이 말을 들어봤겠지. 다른 사람들은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 몸에 흐르는 미시마의 피는 투쟁과... 관련이 있는 것 같다. 드디어 화랑과 싸우게 됐을 때가 되서야 깨달았거든. 나도 그와의 싸움을 기다리고 있었다고. 그의 투쟁심에 나까지 말려든건지 모르겠지만. 종이 울리고 나서부터 시작된 나와 화랑의 싸움은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해. 그가 어떤 기술을 썼는지 나는 어떤 기술로 그걸 받아치고, 반격하고, 반격 당했는지도. 하지만... 거기까지였지, 내 기억은. 지고 싶지 않다는 내 감정은 이내... 미시마의 피에 먹혀버렸고 그 다음은... 이야기하지 않아도 잘 알겠지. 그건 확실하게 폭력이었어. 절대로 허용해서는 안되는... 무자비한 폭력.

정신을 차리고 내가 무슨 짓을 했는지 깨달았을 때 나는 격투가를 포기할 생각도 했었다. 하지만 그걸 막은 것도 화랑이었지. 음... 우리 둘이 나눈 이야기는 전부 말해주지 않을거지만... 도망치지 말라더군. 그 말에 난 내가 지금까지 미시마의 피에, 운명에 도망치고 있었다는 걸 알아차렸다. 웃기지 않나? 미시마와 직접적으로 연결된 나조차 깨닫지 못한 걸 화랑은 단박에 알아차렸다는게. 그때 알게 됐다. 화랑은 내 혈통이나 그런 것과 관계없이... 날 정면에서 바라봐주고 있다고. 그런 사람은... 지금까지 없었으니까. 그래서... 가지고 싶어졌다. 의미? 알아서 생각하면 된다. 그것까지 이야기해 줄 의리는 없어. 하지만 불만이 없는건 아냐. 화랑은 나에게 너무 진지하게만 다가오니까. 그의 머리 속에 나는 반드시 이겨야하는 상대 정도겠지. 나도 가끔씩은 가볍게... 그래, 화랑과 스티브처럼 즐기는 싸움을 하고 싶다. 그럼... 다음은 스티브인가.

하아아아... 화랑이 아니었다면 신경도 쓰지 않았을텐데 말이야. 노골적이지. 눈에 확 보일 정도로 노골적으로 화랑의 옆으로 다가오고 있지. 그리고 나에게 적대적이지. 표면상으로는 미시마의 피의 폭주에 대한 적대라지만 그 녀석은 직접적으로 당한 적이 없다. 그러니 결국 화랑 때문에 날 적대하는 거겠지. 나로서도... 불만은 많다. 확실히 지금 상태에서는 나보단 스티브가 화랑과 가까우니까. 그건 화랑이 나에게 가지고 있는 감정이 너무 무겁기 때문이고 스티브는 그걸 교묘하게 잘도 파고들고 있어. 폭스, 정말 여우저럼 말이지. 다른 단체와의 이벤트 전에서도 결국 화랑의 파트너는 스티브였으니까. 나와 화랑을 붙여 놓으면 화랑의 호승심 때문에 상대보다 날 더 견제할거라는 의견 때문인건 알지만... 칫.

하지만 그렇게 해봤자... 결국 화랑이 제일 먼저 신경 쓰는 건 결국 나지. 그건 스티브도 알고 있을거다. 그래서 그렇게 더... 견제를 하는거겠지. 그래서 지금은 가만히 그저 보고 있는 것 뿐이야. 때가 되면... 단박에 우위를 점할 생각이다. 어떻게? 그건 말해줄 이유가 없지. 어차피 화랑과 스티브, 두 사람에게도 같은질문을 했을거고... 오프 더 레코드라지만 당신이라면 기사로 쓸 생각이 가득하겠지. 난 적에게 순순히 정보를 줄 정도로 어리석지 않아. 분명... 지금도 몸 어딘가에 녹음기라도 가지고 있겠지. 어떻게 알았냐는 표정이군. 달갑지 않지만 나도 미시마의 사람이다. 이런 식으로 접근하여 기사를 따려는 사람은 수도 없이 봤어. 원래라면 강제로라도 녹음기를 찾아내서 부셔버리겠지만... 이번엔 눈 감아 줄까. 기사로 내서 화랑이 지금의 상황을 알게 되는 것도 좋을 것 같으니까.

그러니 질문에 대한 답을 해주지. 나에게 화랑은 가지고 싶은 사람이다. 스티브? 그 걸림돌이지. 대답은 충분할까?

삑, 녹음된 내용을 다시 한번 더 들은 기자가 또 다시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화랑과 스티브 폭스의 반응은 예상했지만 설마 카자마 진이 그렇게나 예리할지는 생각치도 못했다. 역시 아무리 부정해도 미시마의 피... 라는 걸까. 기자가 데굴데굴 눈을 굴리며 머리 속에서 이 이야기를 기사로 내보냈을 때 파장과 자신의 안위를 빠르게 가듬했고 그 결과.

역시... 아직 죽기는 싫으니까. 아무리 생각해도 기사를 내보낸 순간 죽을 것 같다는 오싹한 결과가 지워지지 않는다는 걸 깨달은 기자는 체념의 한숨을 내쉬고는 이내 녹음기의 삭제 버튼을 눌렀다. 잠시 후 삭제 완료가 뜬 녹음기의 액정을 바라보던 기자는... 책상을 뒤져 망치를 하나 꺼내고는 그대로 녹음기를 향해 내리쳤다. 쾅쾅쾅, 큰 소리가 사무실을 가득 매우고 이내 책상에는 녹음기였던 잔해만이 남았다. 후... 혹시나 모를 복원 후 유출이라는 사태도 완벽하게 차단한 기자가 잔해를 보다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이번엔 안도에 가까운 한숨이었다.


2. 철권 7 화랑, 뎁진 엔딩에서 둘의 대결을 방해한 국제 연합 협력군(UN)의 창설자가 빅터라길래... 분명 데빌과 싸우던 화랑을 보고 받았을테니 은근슬쩍 스카우트 및 진에 대한 처우를 두고 대립하는걸로 진화랑빅터. (스토리 영상 나오기 전 쓴 썰)

당신 누구야? 화랑이 갑자기 나타난 남자를 경계하며 뒤로 두어발짝 물러섰다. 그건 겁을 먹거나 한게 아니라 여차하면 자신에게 유리한 공격 거리를 잡기 위한 움직임이라는 걸 알아차린 백발의 노신사, 빅터가 눈으로 화랑을 찬찬히 살폈다. 과연, 보고 받았던 데이터보다 더 강해보이는군.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순수하게 그 동안 쌓아올린 실력으로 그 괴물을 이긴건가. 이건... 확실한 인재로군. 빅터가 그런 생각을 하든말든 화랑은 제 앞의 노신사의 허리에 달린 검을 보고 눈을 가늘게 떴다. 생긴 건 힙하게 생긴 그 어르신처럼 지팡이 같은 걸 쓰게 생겼는데 검이라. 심지어 일반검도 아닌 것 같은데? 광선검이라도 되나...? 거기에 총? 얼씨구, 아주 무기란 무기로 완전무장 하셨구만. 쯧, 혀를 찬 화랑에 빅터가 관찰을 끝내고 입을 열었다.

" 실례하네. 자네가... 중동에서 카자마 진과 싸우던 장본인인가? "

" 뭐야, 사찰이냐? "

" 사찰이라기 보다는 우리도 그때 도망친 카자마 진을 찾아 구속한다는 작전을 진행 중이었다네 "

" 아아, 설마 그 때 다 이겨놨더니 숟가락 얹으려던 그 군대의 책임자야? 민간인이 있는데 잘도 수류탄이나 던지고 말이야. 민간인의 희생은 상관없다, 이거지? "

" 그와 대등하게 싸우고 심지어 이길 정도면 이미 민간인의 범주를 넘어선 것 같은데 안그런가. 레지스탕스의 리더, 화랑 "

" 뭐야, 나 이렇게 인기 많았나? 내가 모르는 사람들이 날 어떻게 알아? "

라스도 그렇고 당신도 그렇고... 진짜 내 개인정보 너무 막팔리는거 아냐? 화랑의 투덜거림에 작게 웃던 빅터가 폼으로 한 조직의 창설자를 하는게 아니라서 말이지. 영상이나 사진만 있다면 자네가 누군지 알아내는건 일도 아니지. 라며 답변했다. 물론 화랑은 그 사람 동의 없이 개인정보 캐고 다니는게 창설자가 하는 일인가봐? 라며 한마디도 지지 않고 내뱉었지만.

" 여하튼 그래서 개인정보나 캐고 다니는 자칭 창설자 양반. 말을 걸었으면 이름이라도 밝히라고 "

" 아아, 미안하네. 자네와의 대화가 생각보다 즐거워서 그만. 나는 국제 연합 협력군, UN의 창설자 빅터 슈발리에라고 하네 "

" 빅터라. 그래서 나한테 무슨 볼일이 있어서 왔어? "

" 존칭은 붙여주지 않을건가? "

" 내가 존칭 붙일 사람은 내 사범님 밖에 없어. 여하튼 이상한 걸로 시간 끌지말고 빨리 본론부터 말해 "

21살의 젊은 피라 그런가 참을성이 부족하군. 예의도... 부족하고. 하지만 그 와중에도 사범님... 백두산이었나. 레지스탕스의 정신적 지주라는데 그 사람에게는 예의를 차리는건가. 이 정도의 불타는 혈기를 다스린 그 백두산이라는 사람도 한번 만나보고 싶군. 잠시 그렇게 생각하던 빅터가 화랑에게 손가락 2개를 펴보였다. 원래 목적과 자네를 만나면서 생긴 목적, 어느 것부터 듣고 싶나? 그 말에 눈을 가늘게 뜬 화랑이 두번째. 라고 대답하자.

" 그럼 바로가지. 화랑, 우리 UN군에 들어올 생각없나? "

" ...... "

" 자네 실력은 이미 판명 되었고 그 혈기왕성한 점도 제법 마음에 든단 말이지. 물론 상명하복은 지켜줘야 하겠지만. 자, 어떤가? 고민이 된다면 대답은 나중으로 미뤄도... "

" ...거야 "

" 음? "

" 군대? 장난하냐? 다시는 안갈거야!!! "

말벌집을 건드린것 마냥 터져나온 화랑의 사자후 아닌 사자후에 빅터가 조금 놀란 표정을 지었다. 설마설마 했는데 진짜 그거였냐! 실력을 높게 평가해주는 건 좋지만 군대는 사절이라고! 그 지긋지긋하고 답답한 곳으로 내가 미쳤다고 다시 들어갈 것 같냐! 헛소리하지마, 절대로 안가! 진심으로 질색팔색하는 표정으로 화를 내는 화랑을 보던 빅터는 손으로 턱을 매만지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상하군, 분명 한국은 징병제로 그도 군대 경험이 있으니 나쁘게 생각하지 않을거라고 생각했는데. 우리 정서와 그쪽 정서는 뭔가 다른가?

" 여하튼 안들은 걸로 할테니까 본론으로 빨리 넘어가, 빨리 "

" 정말 생각 없... "

" 없다니까! 다시는 내 앞에서 군대 이야기 꺼내지마! "

이제와서 재입대 이야기를 들을 줄이야. 오늘 마가 끼었나. 저 양반 가면 소금이라도 뿌려야겠네. 투덜투덜 혼잣말을 하는 화랑을 보던 빅터가 어깨를 으쓱 들어보이더니 이내 제 허리춤에 얌전히 달려있는 칼집의 칼자루에 손을 가져갔다. 그와 동시에 바뀐 분위기에 화랑 또한 순식간에 분위기를 바꿨다. 빅터가 칼자루를 천천히 쓰다듬으며 낮은 목소리로 질문을 던졌다.

" 카자마 진, 어디있나? "

" ...그걸 왜 나한테 물어? "

" 시치미 떼지 말게나. 그와 마지막까지 함께 있던 사람이 자네라는 건 이미 알고 있으니까 "

" ...아, 정말이지. 아무리 생각해도 사찰이야, 당신들 "

" 다시 한번 더 묻지. 세계 전쟁을 일으켰던 미시마 재단의 카자마 진. 어디있나? "

빅터의 질문에 후, 숨을 내뱉은 화랑이 가볍게 목을 뚜둑, 소리나게 풀며 천천히 자세를 잡았다. 절대로 말해주지 않겠다는 뜻이 담긴 행동에 빅터가 유감이라는 듯 작게 한숨을 내쉬자 이내 화랑이 먼저 빅터에게 덤벼들었다. 상대가 온갖 무기를 지참하고 있음에도 전혀 두렵지 않다는 듯 저돌적으로 들어오는 화랑의 움직임에 빅터는 속으로 감탄했지만 조금도 봐주지 않고 적극적으로 제 소지의 무기를 꺼내들며 화랑과 싸워나갔다. 단검에 스친 상처가 하나둘 생기는 와중에도 권총을 든 순간 무조건 일직선으로 서지 않는 점에서 그가 무기를 든 상대와의 전투 경험도 풍부하다는 걸 깨달은 빅터는 참으로 아깝다고 생각했다. 확실히 UN 내부의 군인들과 비교해도 인재 중에 인재다. 그와 필적할 만한 존재는... 레이븐들 정도일까. 참 아쉽군... 작게 중얼거린 빅터가 빈틈을 노리고 허리에 매고 있던 칼집에서 카타나를 꺼내 휘둘렀다. 팔 하나 정도는 포기하게 해줄까, 냉정하게 중얼거리며 휘두른 그 칼에 화랑은.

" 날 우습게 보지마! "

몸을 회전 시키며 발차기로 카타나의 칼날을 걷어차 아예 궤도를 틀어버렸다. 호오. 이번엔 진심으로 감탄을 내뱉은 빅터가 다시 카타나를 칼집에 넣으며 뒤로 가볍게 물러섰다. 물론 지금 화랑의 대처가 최선의 대처는 아니었다. 자신이라면 그 상황에서 어떻게든 흘리거나 피하는 방법을 택했을테니까. 하지만 그는, 화랑은 조금의 두려움도 없이 그 카타나의 칼날을 걷어 찬다는 어찌보면 무모한 대처를 택했다. 타이밍이 조금이라도 늦었다간 도리어 카타나에 베인다는 공포심을 이겨내고서! 후! 화랑이 잔뜩 도파민이 올라온 탄성을 내뱉으며 자세를 풀지 않은 체 빅터를 바라보았다.

" 뭐야, 끝? 조금 더 하자고. 그쪽이 포기할 때 까지 어울려 줄테니까 "

" ...하나 묻지. 자네는 카자마 진에게 죄가 없다고 생각해서 그를 숨겨주고 있는건가? "

" 실력으로 안되니까 정론으로 밀어 붙이는거야? ...죄가 없다고 생각하지 않아. 의도가 어떻든 간에 그 녀석은 절대로 해서는 안되는 짓을 했고 그 결과 수많은 사람들이 고통 받았어. 분명 죄값은... 치뤄야겠지 "

" 그렇다면 왜... "

" 그거야 당연하거 아냐? 그 녀석은 분명... 돌아올테니까. 스스로 죄값을 치루러.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그쪽이 마음에 안들거든. 자기네들이 무슨 정의의 사도인 것 마냥 행동하는 것도 마음에 안들고 무엇보다 "

그 녀석 안에 있는 괴물의 힘을 너희도 노리고 있을거 아냐.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그러니까 절대로 말 안해. 납득이 안되면... 될 때 까지 상대해 줄게! 그 말에 잠시 말이 없던 빅터가 자세를 풀고 품에서 전화를 꺼내 어디론가 전화를 걸어 짧게 통화를 했다. 철수한다. 그 말에 눈을 가늘게 뜬 화랑도 긴장은 풀지 않은 체 자세만 풀었다. 통화를 마친 빅터가 흠, 짧게 소리를 흘렀다.

" 그게 자네의 생각인가. 우리 UN에 대해 너무 나쁘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아서 내가 다 슬프군 "

" 첫인상부터가 최악이었다는 생각은 없어? 다짜고짜 수류탄 던진게 누군데. 잘못했으면 그대로 실명할 뻔했다고 "

" 그건 미안하군. 치료비라도 지원해줄까? "

" 이미 늦었거든? 치료 다 끝난 후에 이야기 하면 뭐하나? "

마치 만담을 하듯 내뱉은 이 짧은 대화 속에 서로에 대한 생각과 뜻이 좁혀지지 않는다는 걸 깨달은 빅터가 머리를 쓸어올리며 옷매무새를 가다듬었다. 오늘은 자네의 뜻을 알게된 걸로 만족하고 가도록 하지. 하지만 명심하게. 우리는 자네들을 계속 주시하고 있다는 것을. 그 말에 화랑이 이젠 말도 하기 귀찮다는 듯 마치 벌레를 쫓는 것 처럼 휙휙 손을 휘둘렀다. 그런 그를 뒤로 하고 가려던 빅터가 걸음을 멈추고 다시 화랑을 바라보았다.

" 정말 UN에 들어올 생각 없... "

" 아 없으니까 빨리 가! 안가, 군대 안간다고! "


3. 생각보다 요리 잘하는 화랑이 해준 밥 먹고 같이 있으면서 행복을 느끼는 진으로 짧은 진화랑 일상물

실례하겠습니다. 하여간에... 나 혼자 사는 집인데 매번 그러냐. 아무도 없는 집에 들어가는데도 우직하게 인사를 하는 진에 혀를 찬 화랑이 으샤, 양손 무겁게 들고 있던 봉투를 내려놓았다. 오늘은 대학 친구... 이자 애인인 진이 화랑의 집에 놀러오는 - 이라고 쓰고 도피라고 읽는다 - 날이었다. 화랑의 집에 들어오자마자 진이 익숙하게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다가온 화랑의 반려 고양이, 탈론에게 손을 내밀었다. 검은색 털에 노란 눈을 가진 탈론이 조심스레 냄새를 맡는가 싶더니 이내 진을 알아보고 그 손에 제 얼굴을 비벼댔다. 제 집사와 성격이 비슷한 탈론은 낯선 사람들에겐 한없이 까탈스러웠지만 친해지면 한없이 애교를 부리며 옆에 붙어있기 일수였다. 정말 넌 화랑과 닮았다니까. 진이 탈론을 안아올려 그에게만 들릴 정도로만 작게 중얼거리곤 그 코 끝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입술을 거부하지 않던 탈론은 입술이 떨어지기 무섭게 앙증맞은 앞발을 들어 진의 입술에 턱 올렸다. 할 때는 가만히 있더니 다 하고 나서야 앙탈부리 듯 거부하는 행동은 정말 화랑과 닮아있었다. 작게 웃은 진이 내려주자 가볍게 기지개를 켠 탈론이 이번에는 제 집사인 화랑에게 다가갔다. 야, 탈론. 넌 내가 주인인데 진에게 먼저가서 인사하냐? 하여간에 밥이랑 간식 사서 맥여놓으면 뭐하냐, 진짜. 투덜투덜 사온 재료들을 차곡차곡 정리하던 화랑의 입에서 나오는 투덜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작게 웃은 진이 역시나 익숙하게 전기장판의 전원을 켰다.

" 도와줄까? "

" 얌전히 이불 속에 들어가 앉아있지? 주방은 내 영역이거든? "

이젠 어깨에 닿을 정도로 길어진 머리를 하나로 모아 묶은 화랑이 재료를 열심히 볶으며 소리쳤다. 매번 같은 질문을 던지지만 그때마다 매번 같은 대답이 돌아오긴 했다. 결국 진이 따뜻해진 제 가슴 위로 올라온 탈론을 살살 쓰다듬으며 촉각으로는 부드러운 애니멀테라피를, 후각으로는 식욕을 자극하는 맛있는 향을 느끼며 스르륵 눈을 감았다. 따뜻하고... 좋아, 머리 속에 떠오른 그 단어를 부정하지 않으면서.

" 자지말고 일어나 밥 먹어 "

" 안 잤어 "

스르륵 눈을 뜬 진이 여전히 제 가슴 위에서 일어날 생각을 안하는 탈론의 얼굴을 살살 쓰다듬었다. 탈론, 이제 일어나야하는데. 그 말에 살짝 눈을 반쯤 뜬 탈론이 알게 뭐냐는 듯 다시 눈을 감는 걸 본 진이 다시 이름을 부르기가 무섭게 이불이 휙 걷히더니 거친 손길이 탈론을 휙 들어올렸다. 그 우악스러운 손길에 놀란 탈론이 하악질을 해댔지만 손의 주인인 화랑은 아랑곳하지 않고 탈론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너도 가서 밥 먹어. 콩, 아프지 않게 제 머리를 두드린 화랑의 손가락을 발톱을 세워 긁은 탈론이 악, 이노무 괭이가 오냐오냐 했더니! 라는 화랑의 비명 소리를 뒤로하고 꼬리를 휙휙 흔들며 밥그릇으로 향했다.

" 맛있었어 "

 " 니 입맛에 맛이 없는게 있긴 해? 너 왠만한건 다 맛있다고 하잖아 "

" 하하하... 우리 엄마 요리 솜씨 이야기는 지겨울 정도로 들었잖아 "

" 그건 그렇지만 "

라면 끓인 물로 된장국을 끓이려는 진의 어머니의 일화를 지겨울 정도로 많이 들었던 화랑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아, 입을 열자 그 입에 진이 익숙한 듯 귤을 한조각 넣어주었다. 화랑이 해준 식사를 맛있게 먹고 전기장판이 틀어진 따뜻한 이불 속에서 TV를 보며 제 앞에 반쯤 누운 그를 끌어안고 앉아있던 진이 가만히 화랑의 머리에 얼굴을 묻었다. 그리고 동시에 제 허리를 끌어안은 팔에 힘이 들어가는걸 눈치챈 화랑이 손을 들어 진의 머리를 천천히 쓰다듬었다. 지쳤구나, 이 자식. 최근 진은 미시마 재단의 후계자 교육 때문에 밤낮을 가리지 않고 바쁘게 공부 중이었다. 덕분에 주말은 고사하고 평일에도 얼굴 한번 보기 힘들었는데 2주만에 겨우 시간이 나서 이렇게 함께 있을 수 있게 된 것이었다. 노력하는건 좋은데 가끔 숨 좀 돌렸으면 하는게 화랑의 마음이었다. 뭐, 물론 자신도 진과 함께 있기 위해 남몰래 미친듯이 준비 중이긴 하지만. 잘난 애인을 두고 있다는게 이렇게나 피곤한 일일 줄이야. 하지만... 에휴, 어쩔 수 없지. 이 착하기만한 바보를 내버려 둘 수도 없고.

" 피곤하냐 "

" 피곤한데... 오랜만에 같이 있는건데... "

" 그냥 이렇게만 있어도 좋은거 아냐? 난 좋은데 "

솔직하게 내뱉은 그 말에 진이 웃더니 작게 속삭였다. 나도 좋아, 행복이... 별거 없네. 그걸 이제야 깨닫다니 넌 역시 바보 멍청이야. 그 말에 진이 고개를 들더니 화랑의 턱을 붙잡고는 그대로 입술을 맞부딪쳤다. 깊은 딥키스 대신에 입술을 가볍게 톡톡 두드리고 떨어지려는 진의 옷깃을 잡아 당긴 화랑이 깊은 딥키스를 퍼부었다. 한참을 서로의 숨을 공유하듯 키스에 열중하던 둘이 떨어진건 발치로 다가온 탈론의 울음소리 때문이었다. 마치 저를 두고 뭐하는 거냐고 묻는 듯한 소리에 입술을 뗀 화랑이 혀를 찼다.

" 하여간에 탈론 저 녀석... 고양이 주제에 소외되는 건 무지하게 싫어한다니까 "

" 누구 닮아서일까? "

" 글쎄 누구 닮아서일까나~ "

그 말에 진이 웃으며 다시 화랑의 허리에 팔을 감아 끌어당기며 머리에 얼굴을 묻었다. 아, 행복해. 따뜻한 전기장판의 온기보다 더 따뜻한 온기가 제 팔 안에, 제 품 안에 있다는 게 이렇게 행복한거구나. 속으로 생각한 진이 스르륵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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