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수시아

어느 아이와 여우의 이야기

여우는 둔갑술이 뛰어났다. 제자리에서 한 번, 두 번, 세 번 널뛰기를 하니 연기 같은 것이 사람들의 눈을 가렸다가 곧 흩어졌다. 콜록. 기침을 두어 번 내뱉은 가장 앞에 있던 남자는 제 앞의 인영을 보곤 비명을 지르며 흙바닥에 철푸덕 넘어졌다. 뒤이어 남자의 비명을 들은 사람들도 제각기 다른 비명을 내며 눈을 비비거나 달아나는 등 여러 반응을 보였다. 여우가 있던 자리에는 두 발로 땅을 디디고 서서 풍성한 아홉 꼬리를 흔드는 사람의 형체만이 존재했다. 구미호였다. 아니, 구미호인 척 사람들의 눈을 속이는 평범한 여우였다. 여우는 겁에 질린 사람들을 무시하고 달처럼 샛노란 눈으로 한 아이를 응시했다. 오랜 세월 혼자였던 여우의 마음을 달래준 존재, 여우의 첫사랑이자 끝사랑인 인간 여자 아이를.

아이는 여우와 눈이 마주치자 몸을 흠칫 떨더니 시선을 피했다. 조절한다고 한 거지만 아이에게도 자신이 구미호로 보인 모양이었다. 스치듯 봤을 때 눈에는 눈물이 맺혀있었다. 아이의 머리는 다른 사람들과 똑같은 머리색을 가졌지만 윤기가 반질반질하고 별이라도 쏟아진 듯 반짝거렸다. 파랗게 물들인 종이 위에 흰 꽃을 한움큼 흐트러트린 것만 같은 맑은 하늘을 쏙 빼닮은 눈동자가 느릿하게 깜빡였다. 그 아래에 자리 잡은 작은 입술은 무언가를 먹을 때처럼 우물거리는 모습이 상황과 어울리지 않게 귀여워 보였다.

여우는 다정한 목소리로 아이를 불렀다. 제 이름을 알아들은 새끼 고양이처럼 아이는 여우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 앞에는 내밀어진 손이 있었다. 다른 사람들에겐 구미호가 간을 빼앗기 위해 사람을 홀리는 손짓처럼 보였겠지만, 아이에게는 그저 저가 어여삐하는 여우의 앞발일 뿐이었다. 그때 문득 아이는 손이 허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도 모르는 새에 부모가 자신의 손을 놓고 공포에 떨며 바닥에 납작 엎드렸다는 걸 그제야 깨달았다. 고개를 돌리면 보이는 제 유일한 오라비는 여우를 경계하고는 있었다. 영엄한 눈동자를 가졌기 때문일까, 오라비는 제 앞에 있는 게 구미호가 아닌 여우라는 것 아는 눈치였다. 발톱마저 숨기고 제 여동생에게 살랑거릴 뿐더러 해코치할 의사가 없어보였기 때문인지 아이의 오라비는 평소 성정과는 달리 꽤 침착하게 제자리에 서 있었다.

아이는 다시 한 번 여우를 바라봤다. 여우는 꼬리를 살랑 흔들었다. 제게 오라고. 너를 해치지 않는다고. 눈빛으로 전달했다. 때로는 말보다 마음이 통하는 법이었기에.

한참이 흐르고 아이는 결심한 것인지 제 등 뒤에 있는 오라비에게 여우와 함께 가자고 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제 의지로 어딘가로 가자고 했다. 혹여라도 오라비가 저를 막을까 두려웠다. 발소리가 점점 가까워지고 어느새 등 바로 뒤까지 온 오라비는 잠시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더니 아이의 손을 잡았다.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지만 아이는 알 수 있었다. 저를 믿고 따르겠다고. 아이는 살며시 웃으며 오라비에게 고맙다고 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여우는 남매의 우애를 보고 입가에 미소를 띄며 아이에게 다가갔다. 제 주둥이를 보드란 손에 부비곤 이리 오라는 듯 소매 자락을 가볍게 물고 이끌었다. 여우와 남매가 걸어간 자리를 안개가 서서히 가렸고, 결국 그 발걸음이 어디로 향했는지 아무도 알지 못했다고 한다.

대충 원래 생각했던 내용,., 언젠간 앞내용과 뒷내용을 제대로 이을 예정

지수시아&준수의 이야기 어느 마을에 살던 성남매 가족.. 중 지수가 오라비인 준수와 산 속으로 놀러갔다가 발견한 여우(시아)와 함께 놀고 지내며 부모님 몰래 밖으로 나가는 일이 잦아지는데.. 마을에선 산 속에 있는 구미호가 사람을 홀려 간을 뺏어먹고 그 육신에 깃든 영혼으로 자신의 꼬리 개수를 늘린다...라는 속설이 있었기에 지수가 구미호에게 홀린 게 아닐까..라는 걱정이 부모님이 하게 됩니다. 그래서 부모님은 지수에게 여우를 데려와 키우자며, 물론 그 전에 어떤 여우인지 확인해야 하니 만나게 해달라고 해서 만나게 되는 것.. 부모님은 지수 몰래 마을 사람들과 준수를 같이 데려왔고 그를 눈치 챈 여우가 구미호로 둔갑해서 지수와 지수의 오라비인 준수와 함께 깊은 산속 아무도 오지 않는 여우 신당에서 함께 살아가는... 그런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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