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장

잡다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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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리젤리 by 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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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쓸만한 주제가 다 떨어졌다.

꼴랑 두 개 써놓고 뭔 소린가 싶지만 진심이다. 매일 쓰지는 않더라도 꾸준히 작성하겠다 했지만 정말 두 개 쓰고 할 말이 없어졌다는 게 나도 어이가 없다. 일기를 써서 기록할 만큼 특별한 일이 있지도 않았다. 10to7 직장인에게 뭘 바라나.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은 여전한데 조금 착잡한 기분이 든다. 의지박약이 아니라 진짜 쓸 게 없는 건데…

그래서 일단 생각 나는 주제를 아무거나 잡아 무작정 써 볼 예정이다. 제목도 아직 짓지 않았다. 다 쓰고 붙여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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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할 말이 많은 주제는 덕질하는 작품의 캐릭터 해석에 관련한 이야기지만 연습하는 글에서는 최대한 덕질에 대한 이야기는 제외하고 쓰고 싶다. 일기장 같은 곳이라 하더라도 꽤 공개적인 공간인데 완벽하지도 않은 캐해석이 드러나는 것이 부끄럽기도 하고 솔직한 심정을 적어 내리다 내가 헤이트 발언을 할 수도 있지 않은가. 그런 글이 잘못해서 서치에 걸렸다가 무수한 몰매를 맞을 수도 있을 것 같아 두렵다. 타인을 설득하기 위한 덕질에는 내가 하는 캐해석에 대한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고 하는데 아직 그 단계는 한참 먼 것 같다.

되다 만 서사충의 최후를 아는가? 제대로 아는 건 없는데 뭐든지 적당히 알아서 개쩌는 분석글은 못 쓰고 이상한 캐해 보면 괴로워 할 줄만 안다고… 정곡을 찔릴 정도로 감명 받아서 트위터 계정 바이오에 달아둔 문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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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중에 이걸 쓰려고 펜슬을 검색했더니 글리프로 이름을 바꾸었단다. 브랜드명을 중도에 변경하면 많은 리스크가 따를텐데 어쩔 셈인가 싶은 생각이 반, 애플 펜슬에 묻혀 서치가 어렵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기 때문에 이제라도 변경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반이다. 펜슬이라는 이름도 아직 인지도가 낮았는데… 아니, 아직 인지도가 낮은 편인 지금이라도 바꾼 것이 다행인가. 사실 잘 모르겠다. 아무튼 당황스러웠지만 바뀐 이름이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했다. 콜O도 크O페로 변경하고 이름이 익는 것에 시간이 걸린 것처럼 글리프 또한 마찬가지겠지만 이 부분은 어쩔 수 없지. 이왕 바꾼 것, 바뀐 이름으로 더 잘 되었으면 좋겠다. 글리프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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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술자리에서 친구와 대화하던 중, 좋아하는 사람 타입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나는 의지도 행동력도 약하기 때문에 등을 떠밀어주지 않으면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 그런 주제에 정말 재촉을 하면 오히려 반항심이 생겨 하고 싶은 마음이 사라지는 성가시고 까다로운 게으름뱅이다. 이런 나의 단점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나의 행동을 끄집어내 줄 수 있는 사람을 좋아한다. 뒤에서 미는 것이 아닌 앞에서 이끌어주는, 함께 무언가를 하자고 먼저 제안해주어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사람에게 호감을 느낀다. 물론 거기에 계획까지 떠먹여주어 나는 OK만 외치면 되는 상황이라면 금상첨화지만 그렇게까지 친구를 착취하면 양심이 없으니까… 미안하다 친구들아. 나도 노력할게.

행사에서 부스를 함께 내자고 제안해 준 친구, 항상 새로운 TRPG 룰과 세션을 준비해 데려가 주는 친구, 회전문을 도는 뮤지컬에 같이 볼 사람이 없다며 나를 불러준 친구, 방탈출 머릿수가 부족하니 함께 하자고 하는 친구, 크리스마스와 신년 파티에 초대해 주는 친구, 여행을 제안해 주는 친구, 그 외 모든 나의 경험들을 선물해 준 친구들… 모두 정말 고맙고 좋아한다. 너희 덕분에 게으른 나의 세상이 넓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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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진짜 쓸 게 없다. 또 뭐 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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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들어 캐릭터의 성격과 특징 위주로 덕질을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MBTI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사람의 성격을 카테고리 안에 가둔다고 해서 싫어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들었지만 개인적으로 나는 좋아하는 편이다. 주변 사람들의 유형을 파악하고 그 유형에 따라 사고방식이 다른 것을 대조하는 대화들이 즐겁기 때문이다. T와 F, N과 S의 차이야 유명하고… J와 P의 차이도 재미있다. 보통 계획형과 즉흥형으로 알고 있는데 Judge(판단형)과 Prospect(인식형)의 준말인 만큼 계획성 이외에도 어떤 상황에 대한 판단 여부에서 큰 차이가 드러난다고 한다. J 유형을 가진 친구와 세 명의 친구들이 갈등을 빚는 내용의 연극에 대해 이야기를 했는데, 어떤 친구가 잘못한 것 같다는 판단을 벌써 내렸더라. 난 “오타쿠 사이에 새우등 터지는 갓반인같당ㅋㅋ” 이라는 감상 뿐이었는데… (<ART> 라는 연극이었다. 매우 즐겁게 관람했다.)

개인적으로 INTP 유형의 친구들을 좋아하는 편이다. 이 유형의 사람들은 오타쿠로서 유리한 성향을 가졌다고 생각한다. (개씹덕이란 소리 아니냐 싶을 수 있지만 난 정말 부럽다. 진심이다…) 관찰력과 호기심이 뛰어나고 관심을 가진 분야에 대해 파고 드는 경향이 있으며 그 결과 얕고 넓은 지식을 가지고 있다. 게다가 그 넓게 퍼져있는 지식들을 활용하는 능력도 훌륭해 매번 멋진 창작물을 보여주곤 한다. 가지고 있는 분야의 지식의 가장 코어가 되는 요소를 변태(긍정적 의미)같이 활용해 보여준다. 무엇보다 재미있다. 주변에 있는 INTP 친구들과 대화하면 정말 웃기다. 나랑 자주 놀아주면 좋겠는데 너무 질척거리면 싫어한다. 섬세하게 비비적거려야 한다.

아닐 시 죄송하다. 그냥 내 주변에 있는 인팁 친구들을 관찰한 결과이므로 틀렸을 확률 매우 높다. 일반화 할 의도 또한 없다… 난 그냥… 그냥 친해지고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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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 쓴 글들을 친구들 두어 명에게만 보여주었다. 공통적인 반응은 웃기다는 것이었다. 가볍게 쓴 것은 맞지만 이 연습 글들의 의도는 에세이 형식을 생각했던 것이라 기분이 긴가민가하다. 웃겼다고 하니 광대로서 당연히 기쁘지만 이런 식으로 글을 쓰면 글 실력이 오르긴 할까 싶어서…

그래도 글이 잘 읽히고 재미있었다는 의미일 테니 괜찮지 않을까, 라는 정신승리를 해본다. 이런 일상적인 이야기에 감성과 서사가 들어가기엔 쉽지 않기도 하니까. 진지한 글은… 필요할 때 다시 연습을 해 보는 걸로.

이제 진짜 더 생각이 안 난다. 분량은 꽤 채웠으니 올려도 되겠지. 꾸준히 쓰기 위해서는 샘솟는 아이디어의 재능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엔 뭘 써야 하나… 이렇게 조각조각 나눠진 글은 자주 쓰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자주 쓸 것 같다…

2024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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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댓글 1


  • 누워있는 뱁새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글을 쓰는 건 재능의 영역입니다... 자신감을 가지세요 당신은 최고의 글러입니다 조각글도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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