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아무] 단문 리퀘 01

아무로 독백

* 리퀘로 쓴 단문

소리 없이 다가와 무게 없이 손끝에 내려앉는 것, 손가락을 조금만 까딱여도 반동 하나 없이 날아가 버리는 것. 후루야 레이에게 있어 인연이라는 건 나비와도 같았다. 조금만 움직여도 훌훌 날아가 버리는 것. 그래서 그는 일단 나비가 내려앉으면 절대 움직이지 않기로 했다. 움직이지 않아도 날아가 버리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최소한 자신이 움직이는 바람에 날아가 버리는 것만은 피하고 싶었다. 더 이상 날아가는 나비의 뒤꽁무니만 바라보고 싶지는 않았으니까.

후루야의 정원은 녹음을 허락받지 못했으므로 나비 또한 날아들지 않았다. 정확하게는 날아들려다 돌아갔다고 하는 것이 맞겠다. 꽃 하나 피울 여력 없는 정원에 나비가 날아들 수는 없는 법이다. 그렇게까지 척박하지 않던 예전에는 그의 정원에도 나비가 몇 마리 내려앉곤 했다. 어김없이 하나씩, 하나씩 자취를 감추고 말았지만.

여기까지는 몇 번이고 겪은 일이었으나, 그가 내심 아끼고 예뻐하던 나비 한 마리가, 정원 안에서 미동도 없이 내려앉아 영원히 거기에 있을 것처럼 굴던 나비가 사라져 버렸을 때에는 도저히 믿을 수가 없어서, 처음으로 사라진 나비를 필사적으로 찾았더랬다. 영원히 날아가 버렸다는 말을 믿을 수가 없어서, 아니, 그보다는, 사실은 정원 안에 숨어있을 거라고 믿고 있어서.

그래서 후루야는 가장 어두운 그늘에 몸을 숨긴 나비를 발견해냈고, 그래서,

그걸로 끝이었다.

후루야 레이는 그것으로 만족했다. 더 이상 바라지 않았다. 나비가 거기에 내려앉아 있으면 그걸로 족했다. 그것만으로 만족해야 하는 인생이었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 나비는, 저 나비만은 태연한 움직임으로 곧바로 날아오려는 것이다. 바로 지금처럼.

후루야는 폐를 쥐어짜는 것처럼 외쳤다. 다가오지 마. 움직이지 마. 절대로 움직이지 않을 테니까 그냥 지금처럼 손끝에 가만히 있으란 말이야. 그렇게 더 가까이 다가올 것처럼 굴지 말란 말이야. 내가 움직이면 달아날 거면서.

후루야는 내팽개치듯이 선물과 편지를 돌려주었다. 아니, 아주 잠깐은 허공을 날았으니 내팽개친 것이 맞을지도 모른다. 후루야는 매번 악을 쓰는 것처럼 말했다. 이런 거 싫다고 했잖아요. 미국인들은 거절이라는 게 뭔지 모릅니까? 전에 말하지 않았나요? 눈앞에서 편지가 뜯기지도 못하고 박박 찢기는 게 보고 싶지 않다면 그만 좀 하라고요. 혹시 그런 걸 즐기는 변태입니까? 더 싫달까, 끔찍하네요. 다음에 또 이러면 출입권한을 제한하겠습니다.

후루야의 목소리는 누가 들어도 끔찍하게 싫어하는 게 분명했다. 그러나 짜증과 분노와 원망을 한껏 담은 목소리로 몇 번이고 말해도 남자는 듣지 않았다. 오히려 그 남자는 조금 곤란하다는 것처럼 쓰게 웃다가, 몇 번 입을 달싹인 다음 어르고 달래듯이 말했다. 하지만 너는……, 미련이 뚝뚝 떨어지는 얼굴로 거짓말을 하는데 순순히 받아들일 수는 없잖아.

후루야의 어깨가 굳었다. 아니, 온몸이 굳었다. 후루야는 무심코 손을 올려 제 얼굴을 더듬었다.

- 지금 내 표정이 어떻다고?

그 남자는 말했다. 잘 자. 내일 또 만나자, 레이. 그리고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것처럼 곧은 걸음으로 멀어져갔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이건 일상일 뿐이라는 것처럼,

후루야가 아무리 움직여도 절대로 날아가지 않을 것처럼.

자신이 언제 어떻게 퇴근했는지도 알 수 없었다. 후루야는 비척대며 걷다 겨우 차 안으로 기어들어가 몸을 웅크렸다. 그리고 끊임없이 중얼거렸다.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으므로, 언젠가 그도 지쳐서 이 짓을 그만둘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자 마음 한쪽이 구겨지는 소리가 났지만 후루야는 신경 쓰지 않았다. 평생의 사랑은 없고, 평생의 인연도 없다. 그러니 그가 지칠 때까지 기다리는 게 최선이었다. 움직이지 않으면, 가만히 서 있으면, 그러면 적어도, 선생님이나 친구들처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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