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중층부의 입구로 돌아갔을 때, 이미 들개는 눈을 뜨고 있었다. 레드 건의 뒤를 쫓아 코랄 집적지인 기술연구도시로 이동할 차례였다. 부스터를 켜고, 긴 배기음을 등 뒤로 남기며 둘은 이젠 텅 비어버린 대심도의 지하 시설을 날았다.
“그나저나 들개, 이 앞은 어떻게 할 거냐. 발람이 집적 코랄을 점거하면 이전과 다를 바 없이 플랜트가 세워지고, 코랄은 자원으로서 축출될거다.”
루비콘은 지금까지보다 더한 노역장이 될 테지. 그것은 놈 옆의 코랄이… 에어가, 그리고 더 나아가 루비코니언들이 바라는 미래는 아닐 터였다.
“…역시, 레드 건을 제거—”
“그딴 방법 말고. 너는 대가리에 싸움밖에 안 들었냐?”
이구아수가 신경질적으로 말을 내뱉었다. 기껏 살린 목숨들이 이제와서 물거품처럼 사라지도록 둘 생각은 없었다. 앞으로 코랄의 채굴과 유통을 두고 싸울 기업간의 전쟁이 선명했다. 코랄은 피를 부른다. 코랄의 그 붉은 빛은 인간의 선혈임이 분명했다.
“늘 그놈의 코랄이 문제지. 처음부터 코랄이 없었다면 이딴 일도…”
그는 말을 하다 이내 멈춘다. 늘 코랄이 문제였다. 코랄이 없다면 릴리즈도, 기업간의 전쟁도, 루비콘의 봉쇄도, 루비콘에 대한 침략과 수탈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불태우는 것은 수천만의 죽음을 낳는다.
“……”
들개는 그가 말하기를 기다리고 있다.
“야, 들개.”
이구아수가 돌연 부스터를 꺼 허공에 멈춰선다.
“나가자. 좋은 생각이 났다.”
*
“…어이, 에어. 제안 하나 하지.”
“…당신이 먼저 말을 거는 것은 처음이네요, 이구아수.”
“모든 코랄을 데리고, 지하 밑으로 사라져라. 지금은 그게 최선이야.”
“코랄과 인류는 공존을—”
“그건 허울 좋은 이상에 불과해. 인류는 코랄을 받아들일 준비따위 되지 않았다.”
“레이븐, 당신도 그렇게 생각하나요?”
“…이구아수. 정확한 설명을 요구한다.”
“코랄과 인류를 아예 분리시킨다. 아예 불태워 멸절시키면 코랄은 물론 루비콘도 불바다가 될 테고, 그건 너희도 바라지 않겠지.”
“워치 포인트-알파의 지하는 충분히 깊고 넓어. 너희가 그 안으로 들어간 뒤, 그 심도를 아예 메워버린다면 코랄과 인류가 마주칠 시간을 적어도 벌 수는 있겠지. 그딴 깊이를 새로 파내릴 기술력따위는 아직 없으니까.”
그가 제안하는 것은 이것이었다. 코랄의 반영구적인 봉인. 그들을 땅 아래 묻고 지상을 인류에, 지하를 코랄에게 내어준다. 영원히 묻어버리는 것 또한 아니다. 그들은 언젠가 다시 땅 위로 올라올 수 있다. 인류든 코랄이든, 준비가 된다면.
어쩌면 코랄이 자력으로 땅 위로 튀어나올 때 쯤이면 코랄이라는 자원이 사라진 루비콘은 무인 행성이 되어 행성 봉쇄 기구나 오버 시어의 눈밖에 나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냉정히 말하면 희망고문에 불과한 도박. 그녀가 거부한다면 다른 가능성을 찾아봐야 할 터였다. 아니면, 아주 다 포기하고 코랄이 전 세계에 연료로서 퍼지는 꼴을 눈 뜨고 지켜보거나. 손쓸 수 있는 시간은 지금이 유일했다.
“…레이븐?”
“…최선이다. 너희가 죽거나 착취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
에어는 침묵한다. 그녀의 이상을 전적으로 부정한 발언이다. 받아들이는 것도 쉽지는 않을 터다. 기억이 남아있지 않은 상태라면 더더욱.
“…좋아요, 대신 한 가지 조건이 있어요.”
“레이븐, 그리고 이구아수. 당신들에게 의뢰를 요청합니다.”
강화 인간 특유의 시야가 붉게 물든다. 지도, 아니 루비콘의 지구 모형이다. 벨리우스와 중앙 빙원, 알레아 해, 그리고 그것들을 포함한 모든 지형들. 그 위로 붉은 점이 표시된다.
“의뢰는, 루비콘-3 행성 내의 모든 워치포인트의 해방입니다. 그 안에 있을 동포들도 함께 내려가야 하겠죠.”
워치포인트라는 것은 본디 코랄의 흐름을 감시하는 기구. 워치포인트-델타와 알파가 그러하듯 그 아래에도 지맥을 따라 코랄이 흐르고 있을 가능성이 있었다. 그녀는 이 제안에 동의했다. 말 그대로 ‘모든 코랄’을 데리고 대심도 아래로 침잠할 셈이었다.
“앞으로는 시간싸움이겠군… 들개, 수락할건가?”
“그렇다.”
“의뢰를 수락하지.”
발람의 레드 건이 기술연구도시를 정벌하고, 플랜트를 세우기 전까지. 단 두 명이서 루비콘-3 전역을 돌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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