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거인

타우케이

.txt by 이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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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데없이 하늘에서 동거인이 뚝 떨어진다면 어떤 기분일까. K는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애초에 K는 타인과 함께 살아본 경험은 J가 유일하다. 비록……. 아무튼 그렇다. 물론 제 몸에 끔찍한 게 깃들었다지만 그건 동거인이 아니다. 침입자다. 허락도 없이 남의 몸에 제 몸을 비집어 넣은 무례하고 끔찍한 것. 그러니 K는 누군가와 함께 산다는 걸 생각해 본 적 없다. 여유도 없다. 지금 상황은 더욱 그렇다. 끈질기고 귀찮은 정부를 피하기 위해서는 혼자가 좋다. 그런데 인생은 생각대로,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하늘에서 동거인이 뚝 떨어졌다. 그것도 자기를 죽이려고 달려들었던 누군가가. 자기가 다리를 잘라버린 누군가가. 그래, 그 누군가가 뚝 떨어져 동거인이 되었다. 어쩌면 식솔이고… K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짚는다.

 

“얌마!”

 

K는 소리를 지른다. 유달리 소리 지르는 일이 잦아진 건 K이 착각이 아니다. 타우. 타우 카니스 마조리스. 복잡한 기분을 가지게 만드는 녀석. 죽지 말라고 했지 같이 살자고는 안 했는데 찾아온 녀석. 오늘따라 검은 머리가 유달리 더 검어 보인다. 눈동자는 더 형형한 푸른빛으로 반짝인다.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눈을 빛나며 달려가는 타우가 달려가는 곳에는 가게들이 즐비해 있다. 그것도 식당들이.

 

“이봐. 오늘 메뉴는?”

 

타우는 K에게 묻는다. 웃는 얼굴이 K를 바라본다. K의 입에서는 답이 아닌 한숨이 비집고 나온다. 동거인, 식솔. 그 괜찮은 단어들을 두고 다른 단어로 부르고 싶다는 생각도 무럭무럭 자란다. 하지만 K는 그 생각을 뒤로한다. 일단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타우를 컨트롤해야 한다. 일단은 제가 책임져야 한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저 녀석을.

 

“어디 보자. 비프스튜?”

“알겠어.”

“계산하고 먹는 거 잊지 말라고!”

“알겠다.”

 

식당에 들어가는 타우의 발걸음은 가볍다. K도 타우를 뒤따라 식당에 들어선다. 식당에 자욱하게 깔린 스튜의 냄새가 K의 식욕도 자극한다. 카운터에 주문을 하고 K는 타우의 맞은 편 자리에 앉는다.

기다림의 시간동안 타우는 K를 본다. 삐쭉한 은발에 쨍한 붉은 색. 잡지 못했고 사살하지 못했다. 꺼림칙한 기분도 느끼게 만든 존재다. 거기다가 황당한 소리도 한 존재. 자신을 죽이려던 존재에게 죽으면 가만 두지 않겠다니? 타우는 방심으로 임무를 실패한 그때를 떠올리면 여전히 황당함을 느낀다. 결과적으로 임시동맹을 맺고 있지만. K는 제게 꽂힌 시선을 느낀다. 뺨을 뚫을 듯이 강렬한 시선이다. 밥을 먹을 때까지 이렇게 자신을 본다면 체해서 죽고 말 테다. 물론 죽진 않을 테지만 그렇다는 거다. 결국 K는 타우를 본다. 타우의 눈앞에서 손을 휘휘 내젓는다. 얼굴 뚫리겠다. 퉁명스레 툭 말을 던지고 식당 벽에 시선을 둔다. K의 말에도 타우는 그를 본다. 맛있는 거 먹고, 잘 자고, 호불호를 알아내고. K가 준 새 임무도 생각한다. 자신은 더 상위 목적을 위해 만들어졌다. 그런데 알아낼 수 있을까?

 

어색한 침묵이 흐른다. K도 타우도 입을 열지 않는다. 어색한 기류마저 흐른다.

 

“비프스튜 나왔습니다!”

 

그 기류는 음식을 들고 온 식당 주인에 의해 깨진다. 타우의 눈이 반짝인다. 주인이 그릇을 놓고 떠나자, 타우는 기다렸다는 듯이 음식을 먹는다.

 

“어이, 천천히 먹어.”

 

말을 마친 K도 스푼을 쥐고 음식을 먹는다. 솔직히 타우에 대해서는 복잡하다. 아직 정의 내리기는 힘들다. 힘든 감상만이 찾아온다. 하지만 ‘새 임무’를 수행하는 타우가, 그 임무를 완수할 때가 찾아온다면 자신도 정의를 내릴 수 있지 않을까. 불확실한 예감이 든다. 그때라면 난데없이 하늘에서 동거인이 떨어졌을 때의 기분을 정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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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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