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뒤에 세계가 있다

경첩이 부서지며 문이 열렸다

쓸모를 말하는 일이 천박하다는 걸 계시 받았으므로

“찬동해 줄게.”

선아교 엠마

33세 F 157cm 48kg

#소란의출현 #도난당한금고 #비인간적수호자

잠가둔 비밀은 모두 탈옥했다가도 돌아왔다.

경첩이 부서진 자리엔 녹슨 고해만 남았다.

그러니까 녹과 피는 후각적으로 분간되지 않는다고. 찬사를 고사하니 외려 찬동이 쏟아지던 것처럼. 어쩌면 세상의 양면은 탯줄이 끊기지 않은 쌍둥이인가 보다. 하나가 죽으면 나머지도 죽을 수밖에 없는. 결론이 내려질 즈음엔, 여름을

그렇게 겨울의 낮과 여름의 밤이 체온계에서 교차할 때, 아교는 추위에 떠는 어린 어깨를 감싸 안고 언덕을 내려왔다. 요람에서 낙오당하기를 자처한 새를 숲에서 입양한 날이었다. 사소한 조잘거림과 호흡이 소음嘯音으로 이어졌으나 이내 고요해졌다. 조수석에 새를 눕히고 시트를 뒤로 젖힌다. 핸들을 기울일 때마다 지상과 가까워지는 대신 속이 뒤집혔다. 먹은 것이 너무 많았다. 속이 없다는 말은 아교에게 유효한 증상을 남기지 못하고 멸절했다. 산의 심장을 가로지르는 터널을 지난 다음에야 하산이 끝났다. 차창을 뚫는 빛에 새가 눈을 떴다. 고도를 낮춰도 하늘의 높이는 달라지지 않음을 깨달은 표정이었다. 천장이라 믿었던 것들이 실은 실체 없는 그늘에 불과하다는 걸……. 이윽고 아교의 이마를 닦아주며 말한다.

어디로 가요?

아교는 멈췄던 시동을 걸며 대답한다.

아주 시끄러운 곳으로.


1. 여전한 것들은 여전하다.

2. 서울에 거주하며 슬하에 자녀를 두었다. 지소음. 13세 남아. 호적상 성 씨는 선아교를 따랐으나 대외적으로는 모두 지소음이라 호명하도록 권하고 있다.

3. 스승이 떠나고 그의 무용원을 이어받아 운영하고 있다.

4. 결혼이나 연애의 이력은 알려진 바 없다.

5. 정기 모임엔 참석하나 세례명으로 불리기를 거부한다.

6. 종교의 완전성을 불신한다.

5번의 생(5)

2011년 3월(5) S 대학 무용과에 한국무용 전공으로 입학

2011년 7월(5) 대통령배 한국무용대회에서 최연소 대상 수상

2011년 12월 31일(5) 새해 기념 서울에서 개최된 우리문화공연에서 승무 시연 및 타종

2015년 2월(5) 대학 졸업 후 스승 설가역이 운영하는 무용원에 들어가 무용 전공 청소년을 대상으로 승무 강의 진행 당시 수강생 경쟁률 220:1

2016년 6월(5) 양친이 교통사고로 사망하여 장례를 치렀다 상주는 선아교가 맡았다 유해는 서울 소재 납골당에 안치했다

2017년 1월(5) 설가역이 중태에 빠지며 무용원 운영을 중단했다

2018년 6월(5) 함원사 소속의 지소음(10세, 남)을 입양하였다

2018년 8월(5) 지소음이 거주지 근처 초등학교로 전학했다 오명희의 권유에도 불구하고 소음에게 소리를 시키지 않았다

2018년 10월(5) 소음의 가을 운동회에 학부모 자격으로 참여했다

2019년 4월(5) 중태에 빠졌던 설가역 사망 및 장례 진행 가역에게는 자손이 없었기에 상주는 선아교가 진행하였다 설가역의 생전 친우이자 선아교의 전 스승인 오명희가 자리를 함께 지켰다 고인의 부탁에 따라 화장하여 수목장을 치렀다

2020년 12월(5) 자택에서 소음과 시간을 보내던 중 소음의 심장이 일시적으로 멈추는 사고가 일어났으나 빠른 응급처치와 구급대원의 도착으로 목숨을 건졌다

2021년 4월(5) 소음과 여의도로 벚꽃놀이를 갔다가 소음이 잠시 실종되는 사고가 일어났으나 시민들의 도움으로 찾을 수 있었다

2022년 7월(5) 소음과 동해로 휴가를 떠났다가 급류에 휘말려 소음의 튜브를 붙들고 표류했으나 구조대의 발견으로 두 사람 다 목숨을 건졌다

2023년 9월(5) 이웃집 다용도실에 화재가 발생하여 소음과 아교를 비롯한 아파트 주민 전체가 대피하는 사고가 발생했으나 자택 베란다에서 도움을 청하여 무사히 구조되었다

2024년 6월(5) 아직 죽지 않았다 아교와 소음에게는 전에 없던 여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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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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