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1.29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연휴 기간동안 포켓몬 마스터가 되어보려고 했는데 쉬운 길이 아니네요. 사실 부끄럽지만 저는 게임을 진짜 픽셀단위로 뜯어가며 하는 타입이고 씹고뜯고맛보고즐기느라 스칼렛바이올렛 엔딩을 아직 보기 전입니다. 모든 절벽에 올라봐야하고 동굴 구석까지 모두 파봐야하는 무지막지한 일정! 현실이었다면 큰일날 정신나간 행보! 여기에 공략을 잘 찾아보지 않는 성향이 더해지면 그냥 뭐… 매우 오래 걸리는거죠. 친가니 외가니 어느 쪽이든 제대로 된 인터넷 환경이 갖추어지지 않아서 오랜만에 닌텐도와 함께 이박삼일 살았습니다.
그런데도 아직 엔딩을 못 봤어요.
금요일 저녁에 출발해서 금토일월 어? 이박삼일도 아니네요, 이거.
총 플레이타임으로 치면 며칠은 날밤 새면서 했을텐데 역시… 포켓몬 마스터의 길은 멀고도 험합니다.
남은 이틀은 푹 쉬어야하는데요.
여기엔 기나긴 사연이 있습니다. 한동안 할머니의 낡은 집이 아니라 다른 집을 돌아가면서 명절을 보냈었어요. 그러다 오랜만에 할머니집으로 향했는데 여기… 너무 오래된 나머지 던전화했더라구요. 거의 잠을 못잤거든요.
겨울이라 벌레는 없었지만 할머니의 애완 미키마우스가 너무 많아서, 약간… 매우… 곤란. 천장을 뛰어다니는 소리가 정말이지, 달려다니다 못해 거의 천장에서 자꾸 굴러떨어지는 소리가 나서… 네 발 달린 설치류의 작은 달음박질 소리가 아닌, 명백하게 어디선가 떨어지는 소리가 자꾸 나서… 너희 이제 이 오래된 집구석을 파괴하거나, 혹은 이 오래된 집구석의 어딘가 구멍으로 자꾸 떨어지고 있니? 잠 좀 자자… 싶은 느낌이었습니다.
게다가 더 곤란한 점은 확실하게. 확고하게 부엌에 그 친구가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는 것.
저희 집 멍멍이가 물을 마시고, 화장실을 이용해야 하기 때문에 온 집의 방문을 닫을 수 없는 상황에서 자꾸만 들리는 비닐소리와 흔들리는 비닐. 멍멍친구가 부엌에 뭔가 있다며 새벽에 자꾸 눈치없이 나가서 확인하고 오는데… 용기있는 멍멍이와 다르게 겁많은 인간은 정말이지 그 정체를 굳이 확인하고 싶지 않았어요. 그런데 멍멍친구가 자꾸 나가니까… 제대로 확인은 못하겠는데 혹시… 맞짱뜨자고 미키 마우스한테 덤빌까봐, 멍멍 친구가 물릴까봐 엉엉 울면서 그 친구를 붙잡고 진정시키느라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냈습니다.
바로 연달아서 외갓집을 가서는 술을 좀 마셨더니
알찬 명절이네요.
그래서 이 긴 근황의 끝은 역시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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