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미션 샘플] 아기곰과 홀리나이트님
HL 커미션 샘플 (1000자)
“신관님, 요즘 살이 붙지 않으셨어요?”
“…글쎄요?”
침묵이 길다. 홀리나이트는 자신 몫으로 남겨둔 케이크 한 조각이 담겨있던 접시를 내려보았다. 그래요? 그럼 이건 누가 먹은걸까…. 다 아는 눈치로 슬쩍 말을 늘린다. 신관님의 머리숱 사이로 아주 작고 조그마한 곰 귀가 쫑긋거린다. 일이 들킬까봐 조마조마하면 신관님의 작은 귀는 쫑긋 세워져선 깜짝깜짝 놀란 것처럼 움직였다.
어, 어제 술 드시고 오신 뒤에 드신 걸지도 모르죠오…. 신관님의 말 끝이 늘어진다. 눈치 보듯 슬금슬금 움직이는 모습이 수상하다는 걸 신관님은 알고 있을까? 평생 모를 일이다. 자기보다 머리 하나는 작은 홀리나이트의 눈치를 보는 모습이 둔한 곰같다. 곰은 곰이라고 숨기질 못하나…. 그런 속 좋은 생각을 하면서 홀리나이트는 저 작고 앙큼한 케이크 도둑을 어떻게 혼내줄지 생각했다.
“아이참…. 오늘까지 안 먹으면 상할까봐 신관님 드리려고 했는데….”
꿀꺽 침 삼키는 소리가 들린다. 먹보. 홀리나이트가 아무것도 모르는 체하며 제 몸 앞으로 팔짱을 낀다. 이거 정말 곤란하네에…. 새 케이크를 사와야하나…. 홀리나이트의 중얼거림에 우물쭈물하던 거구가 살며시 다가오는 게 느껴졌다. 제 옆을 꽉 채울 정도로 커다란 거구의 그림자가 줄어드는가 싶더니 50cm 될까 싶은 정도의 높이에서 멈춘다. 그마저도 폴싹 하는 소리와 함께 바닥에 쿵 엉덩방아를 찧어 더 작아진다. 보송보송한 흰 털로 감싸인 앞발이 홀리나이트의 치맛단을 잡아당겼다.
홀리나이트가 고개를 내리면 멀쩡한 왼 눈을 초롱초롱 빛내며 침으로 입가의 털을 적신 젖내음 날 것 같은 아기곰이 거기에 서있었다. 안아달라는 듯 두 팔을 뻗고 끼잉, 끙 소리를 낸다. 진짜 아기들보다 더 응석받이로 변해가는 것 같은 건 착각일까? 홀리나이트는 손을 뻗어 푹신하고 따뜻한 곰을 품에 안았다. 어미 품에 안긴 새끼처럼 안정감을 느낀 곰이 목 안에서부터 만족스런 신음을 울린다.
발바닥을 마주한 아기곰이 눈을 빛내며 아가리를 오물댄다. 저는 생과일 케이크가 제일 좋아요. 고구마 케이크도 좋구…. 새로운 케이크를 먹을 생각으로 신이 난 아기곰의 모습에 절로 웃음이 난다. 너무 달콤한 꿈에 빠져든 아기곰을 놀리듯이, 케이크 도둑이 또 케이크를 먹으면 어떡하죠? 라고 물어본다. 당황한 눈치로 손을 허우적대던 아기곰은 좋은 생각이 난 것처럼 볼록한 배를 내밀며 당당하게 말했다.
“그러면… 그러면 빵집에서 다 먹고 와요!”
“빵집에서 다 먹고 와요?”
“네!”
꺄르르 밝은 웃음이 터져나온다. 어쩜 이렇게 순수하고 귀여운지! 홀리나이트를 따라 덩달아 아기곰이 헤벌죽 웃는다. 이유는 모르지만 홀리나이트가 웃으니 따라 기분이 좋아진 탓이다. 박수까지 짝짝치며 좋아한다. 일단 귀여우니 케이크를 사주고 다음부턴 기다리라고 말해야지…. 무르다는 자각은 있지만 홀리나이트는 그래도 어쩌랴 싶었다.
이렇게 보송하고 귀여운 존재가 행복해하며 눈 앞에 있는데, 그깟 케이크가 대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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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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