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 망했다면 바로 포기하고 다른 길을 찾아보는 것도 방법이다. (3)
코마가 우융에게 능력이 없다는 사실을 들키는 일을 설명하려면 한참 뒤로 돌아가야했다.
코마는 본부장실로 향하고 있었다. 능력이 없다는 사실을 동료들에게 밝히기로 결정은 했는데, 애들한테 일일히 찾아가서 귀찮게 얘기해줄 바에, 본부장님한테 말하고 본부장님이 알아서 애들한테 얘기해주는 게 더 나을 거 같아서다. 그렇게 향한 본부장실에는 이미 손님이 와 있었다. 코마는 문에 작게 있는 창문으로 본부장실 안을 훔쳐 보았다.
"뭐야? 선하 아니야?"
방금 말은 코마가 한 것이 아니다. 코마는 놀라서 덜컥거린 몸을 돌려서 목소리의 주인공을 바라보았다. 우융이 코마에게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아마 복도를 지나가던 중에 코마를 본 거 같았다. 그래도 기척 좀 내고 올 것이지 이렇게 조용히 와서 사람 놀래키지 말라고. 코마는 조용히 우융을 째려봤다.
"그래 선하겠지, 누가 몰라?"
"근데 니가 본부장실은 왜 왔냐? 맨날 사고쳐서 본부장실은 보기도 싫어하는 새끼가"
"조용히 해봐, 들어야할 거 아니야. 그리고 사고는 니가 더 많이치지 않냐? 저번에"
"우리 선하와 본부장님의 얘기를 들을까요?"
코마가 우융의 화려한 전적을 말하려하자, 우융은 말을 돌렸다. 코마는 어이가 없긴 했지만, 일단 선하의 말을 들어야했으므로 잠잠히 있기로했다.
선하가 화내는 목소리가 들렸다. 선하가 저렇게 화내는 경우는 많지 않은데. 무슨 일이지.
소리가 문에 막히는 바람에 잘 들리지 않아서 본부장실 문을 소리가 들리지 않게 아주 살짝 열자, 그제서야 선화와 본부장님의 목소리가 선명히 들리기 시작했다. 남의 말을 엳듣는 건 좋지 않지만, 이렇게 궁금하게 싸우면 우리는 싸움 구경을 할 수 밖에 없단 말이다.
"히어로들을 해고하셨다고요?"
"그래."
"그렇지만, 지금 저희 전력이 너무 부족해요! 그리고 걔네들 각자의 사정도 있는데 이렇게 갑작스럽게.."
"선하, 히어로는 생각보다 위험한 직업이야. 제대로 싸우지도 못하는 애들을 전력으로 쓸 수는 없어. 쓸 수 없는 애들은 바로 잘라버리고, 선하 너와 같은 주요전력만 배치하는 게 훨씬 이득이지."
요즘 텅 빈 숙소가 많더니 이유가 이거였나보다. 싸우지 못하는 애들은 바로 잘라버리다니, 본부장님이 냉정한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냉정할 줄은 몰랐는데.
아니 잠깐...
이거 생각해보니까 남 일이 아니잖아. 주요 전력이라기에는 애매한 나인데 게다가 난 능력까지 잃었어. 이거 누가봐도 바로 해고아니야. 불이 나서 구경을 가보니까, 내 집이었다니 이거 이렇게나 비참할 수가.
끼익 -
의도는 아니었지만, 코마가 살짝 비틀거리는 바람에 문에서 소리가 나고 말았다. 선하와 본부장님의 시선이 순식간에 우융과 코마에게로 향했다. 우융이 팔꿈치로 코마를 찌르면서 눈치를 줬지만, 코마도 억울했다. 누군 소리내고 싶어서 냈나.
싸한 분위기를 푼 건 본부장님의 말이었다.
"아, 맞다. 코마. 요즘 무슨 일 없니?"
"무슨 일이요?"
많은 일이 있었지만, 말하면 해고일테니 코마는 최대한 목소리를 가다듬고 대답했다.
"그럴리는 없겠지만, 능력이 사라졌다든지 말이야."
"아뇨?"
본부장님은 능력이 없는 걸로 알고 있다. 그래서 히어로 본부의 본부장을 한 게 대단하지만, 코마는 순간 본부장님한테 투시라든가, 예지라든가 그런 능력이 있는 거 같다는 의심이 들었다. 본부장님은 농담으로 하신 말이겠지만, 코마에게는 지금 상황이 공포게임을 할 때보다 더 무서웠다.
내 인생 능력은 갑자기 왜 사라져서, 히어로 못 하게 생겼네.
코마는 인생이 속전속결로 망해가는 걸 느끼며 어색하게 웃어보였다.
"농담이야, 너무 긴장하진 말고. 요즘 히어로 일을 힘들어하는 애들이 많아서"
"아~, 그럼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래, 나는 아직 선하랑 할 말이 남았으니까."
우융과 코마는 도망치듯 본부장실을 나왔다. 진짜 위험했다. 그치? 응 x되는 줄. 둘은 선하와 본부장님에게서 흐르는 험악한 공기에서 잘 살아나온 것을 서로 축하했다. 특히 코마는 떨지 않고 말해서 아무에게도 능력이 없다는 사실을 들키지 않은 자신에게 감동의 눈물을 흘리고 싶었다. 하지만 코마의 위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야, 너 능력 한 번 써봐."
"갑자기? 왜?"
"본부장님이 저런 말 하시면 불안하잖아. 저번에 코마 너 몸조심 하라 그러시자마자 어제 바로 다치고, 그것말고도 나 시계 고장냈던 거랑 아무튼 여러 개. 혹시 모르지 니 능력 진짜 사라졌을지도 ㅋㅋ"
"설마 ㅋㅋ"
"아니 한 번 써보라니까?"
"겠냐고, 나 가야해서 갈게."
"어디가는데"
"너 없는 곳"
"그럼 순간이동 써서 가 보면 안되냐? 진짜 못 쓰는 것도 아니고."
"..."
고개를 돌리자마자 우융과 눈이 마주쳤다. 순식간에 우융이 조용해졌다.
우융이 조심스럽게 입을 떼려고 하자마자 나는 빠르게 우융의 입을 막고 아무 방이나 들어갔다. 주변을 보니까 청소용품을 모아두는 창고같았다. 그리고 우융 입에서 손을 뗐다.
아, 제발.
우융의 눈빛이 흔들리고 있었다. 히어로에게서 능력이 사라진다라니 말도 안되지만, 본부장님에게 예지 능력따위는 없지만, 하시는 말마다 일치하는 것과 우융이 써보라고 하면 시원하게 능력 한 번 쓰로 제 길 갈 코마였지만, 도통 능력을 쓰지 않는 코마. 그리고 아까 흐른 어색한 기류. 눈치가 아예 없으면 모를까, 남들보다 눈치가 좋은 편에 속하는 우융은 이 상황이 뜻하는 걸 모를 수가 없었다.
코마의 능력이 사라졌다.
코마도 우융이 눈치챘다는 사실을 우융의 흔들리는 눈빛으로 알아차렸다.
"...진짜?"
"진짜."
"에바"
"에바지."
이진에바로 기각되지 않고, 코마의 능력이 사라졌다는 사실은 확정되었다.
우융은 바로 표정과 자세를 고쳐잡더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지랄하지 마라."
나도 차라리 거짓말이었으면 좋겠다. 코마가 울고 싶은 눈으로 우융을 쳐다보았다.
능력이 사라졌다는 사실이 들킨 코마는 어떻게 해야할까? 아니, 코마가 능력이 사라졌다는 걸 안 우융은 어떻게 할까? 코마는 대충 예상되었다.
"다른 애들한테 말할 거야?"
"내가 어떻게 할 거 같은데?"
"어떤 방식으로 말할진 모르겠지만, 일단 말할 거 같아."
"잘 아네, 선하!"
"아!!!!!!!!!!!!!!!!!!!!!!!!!!!!!!!!!!!!!!!!!!!!!!!!!!!!!"
코마는 가능한 최선으로 우융을 방해했다.
그렇게, 지금 상황이 된 거다.
"알겠어, 알겠어 안 말할게 진정해봐!!!!!"
"아, 오케이. 진정했어."
우융은 혼자 우는 건지 웃는 건지 모르게 웃다가 말했다.
"하아... 네가 슬슬 사고칠 시기긴 했지만, 진짜 이정도일 줄은 상상을 못했다 ㅋㅋ..."
"너도 사고치잖아."
"그게 지금 니가 할 말이냐?"
우융과 코마는 동시에 힘빠진 한숨을 내뱉었다. 그렇게 또 마주보다 웃다가 이게 무슨 헛짓거리인가 싶어 한숨을 뱉고, 다시 어이가 없어서 웃다가 다시 한숨쉬고 코마는 사실 우융이 니 알아서해라 라고 말하고 넘어가줬으면 좋겠지만, 우융은 그럴리가 없었고 역시나 우융은 진지한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코마, 난 니가 히어로 안 했으면 좋겠다."
"응? 아니 왜?"
"아까 본부장님이 하시던 말 못 들었냐, 히어로가 적당히 위험한 일도 아니고. 능력이 있어도 죽을 위험이 있는 게 히어로인데, 능력이 없는 채로 히어로한다는 게 말이 되냐."
"그래도 선하말로는 요즘 전력이 부족하다며. 능력 없어도 자리라도 채우는 걸로 남아있어도 되지 않아?"
"넌 정말 니가 그럴 거라고 생각해? 능력 있어도 나대다가 다치던 새끼가 능력 없으면 안 나대겠냐? 솔직히 니 나대는 성격 어디가겠냐고."
솔직히 이것에 대해서는 딱히 할 말이 없었다. 코마가 생각하기에도 자신이 능력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괴물을 처리하다가 다쳐서 우토와 마주할 거 같았기 때문이다.
"그냥 히어로 포기해. 너 모아둔 돈 많잖아."
"그래 돈은 있긴 한데.."
"왜? 뭐가 걸려?"
무엇이 걸린다라, 그래 아주 걸린다. 그냥 평범한 걸림돌 따위가 아니라 코마의 앞을 아주 꽉꽉 막아서 쉽게 지나가지도 못할 정도다. 우융은 코마가 히어로를 포기하기를 바라는 모양이지만, 유감이게도 코마는 딱히 그러고 싶진 않았다.
"히어로 진짜 죽을때까지 해먹을려고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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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코마가 히어로가 되기 전의 이야기다. 코마는 딱히 공부에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물론 모든 학생이 그렇겠지만, 코마는 특히 공부같은 것에 큰 흥미를 느끼지도 못하고 흥미도 느끼지 못하는 판에 잘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못하는 쪽에 속했다면 속했지. 그렇다고 딱히 다른 취미나 재능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한 마디로 말하자면, 인생패배자는 너무 갔고, 아직 진로를 찾지 못한 어린 학생이었다. 한 마디가 아니라 여러 마디지만, 넘어가자.
그런 코마의 인생에 갑작스레 찾아온 건 능력과 히어로였다. 히어로는 능력이 있어야 되는 거라서 코마의 진로에는 아예 배제된 것 중 하나였는데, 인생사 새옹지마라더니 진짜 맞는 거 같다.
황새가 아기 물어준다는 말도 안되는 소리처럼 찾아온 히어로라는 직업은 코마는 사실 그때까지도 별 관심 없었다. 능력이 있어도, 다른 직업을 하는 사람들은 많으니까. 그래도 이왕생긴 능력 써보기라도 하자. 그렇게 생각한 코마는 히어로 체험생이 되어 딱 한 번만 괴물을 처리해봤는데. 그날 밤 코마는 잠을 자지 못했다.
생각보다 너무 재미있었다.
구해줘서 고맙다고 외치던 평범한 사람들도 순간이동을 활용해 하늘을 올라가는 것도 끝내 괴물을 쓰러트리는 것도 그 모든 것이 코마의 취향에 완벽히 들어맞았다. 게임 이후로 코마의 심장을 뛰게 하는 건 오랜만이었다. 코마는 그날부터 바로 히어로가 되었다. 부모님은 원래 코마를 전적으로 믿어주시던 분들이니, 문제 없고.
처음에는 재능이 없다는 소리를 듣긴 했지만, 별 상관 없었다. 코마가 하고 싶은 건 히어로지, 최강 히어로가 되고 싶다는 건 아니니까. 코마는 비슷한 시기에 히어로가 된 애들한테 이게 맞나 싶을 정도로 실력으로 밀렸지만, 그래도 히어로가 즐거운 코마는 곧 자신이 천직을 찾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좋아하니까 더 열심히 하게 되고, 실력은 최하위에 가깝지만, 실적만큼은 상위권인 코마는 곧 노력을 재물로 우융이나 파이브와 같은 히어로 중에서도 최정상의 자리에 올랐다.
아직까지도 우융이나 파이브같은 재능 넘치는 애들한테 살짝 밀리긴 하지만, 히어로가 처음이었을 때와 비교하면 같은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강해졌고, 우리 애들빼고 나보다 늦게 히어로가 된 애들은 손쉽게 이길 정도니까. 이정도면 많이 늘었지.
요즘에 들어서는 히어로일이 귀찮아지고, 힘들긴 하지만 그렇다고 좋아하지 않는 건 아니다. 힘들고 피곤하지만 좋아한다. 아무래도 피곤은 슬럼프 비슷무리한 게 아닐까. 모두 슬럼프는 오니까 나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그게 지금일 뿐이다.
어쨌거나, 나는 이왕이면 히어로 일을 포기할 생각이없다.
재밌고, 멋있고 하고 싶은데 포기해야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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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그렇게 안 봤는데 낭만 챙기는구나?"
"아니.. 낭만까지는 아니고, 그냥 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해서 히어로를 하고 싶다는거지."
"그래 그럼, 본부장님한테 말하진 않을게. 너 해고 당하는 거 보면 나도 죄책감 들 거 같으니까."
"오."
"대신 니가 능력없이도 히어로를 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해 봐."
"뭔소리야이건또."
"솔직히 니가 히어로 하고 싶은 건 하고 싶은 건데 히어로보다 니 목숨이 더 중요하잖아. 니가 히어로 그만두는 꼴보다 능력 없이 히어로 일 하다 죽는 꼴이 난 더 싫단 말이지? 그러면 니가 능력 없이도 히어로를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줘야, 내가 말할지 말지 결정할 거 아니야."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우융의 말은 반박할 수 없는 것들의 나열이었다. 코마는 이 상황이 익숙하게 느껴졌다. 그래, 히어로가 되기 전에 히어로가 될 수 있는지 히어로 본부에서 시험을 칠 때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결과는 당연하게도 합격이었지. 코마는 이번에도 당연히 합격이지라고 생각했다. 능력 없이 히어로라니, 어디서 나오는 자신감인지 몰라도 할 수 있을 거 같았다. 못하면, 어쩔 수 없는거지.
어차피 능력이 사라진 시점에서 히어로 일은 글렀다고 생각했다. 이건 그냥 아직도 히어로 일에 미련을 못 버린 내 고집일 뿐이니까, 만약 우융에게 증명을 못 해내서 히어로를 못하게 되어도 괜찮다. 코마는 마음을 가볍게 먹기로 했다. 물론, 못하게 되면 엄청나게 속상할 거 같긴한데.
#
며칠 지나지 않아, 본부장님의 호출이 왔다.
시계가 제작이 완료되었다는 소식이었다.
여기서 시계란 무엇인가. 사실 히어로들이 괴물이 나타났다는 알림을 폰으로 받지는 않는다. 원래는 특수제작된 시계로 받았는데, 우융이랑 파이브가 싸우다가 감정이 과열되는 바람에 심각한 난리가 잠깐 났었다. 그때 본부 부서진 꼴 보면 빌런 한 번 왔다 갔는 줄 알았다. 우융과 파이브의 시계는 당연히 부서졌고, 옆에서 구경하던 나와 선하 그리고 우토는 싸움에 휘말려서 같이 시계가 부서졌다. 괴물이랑 싸울 때나 그렇게 열심히 싸울 것이지, 왜 아군한테만 진심인데.
그 특수제작 시계는 괴물이랑 빌런이 나타났다는 알람을 주는 용도다. 그 외에는 딱히 별 쓸모가 없다. 휴대폰보다 더 단단하고 작아서 나름 좋다. 그리고 간지난다. 솔직히 히어로는 간지가 60%를 차지한다고 생각한다. 참고로 개인적인 생각이다.
"한 번 차면 안 풀리게 만들었으니까, 격하게 싸워도 상관없단다."
"어, 그럼 목욕할 때는 어떡하나요?"
"방수기능이 있겠지, 바보멍청이똥꾸빵꾸야."
"그래, 맞아 방수기능이 있어. 그리고 만약 시계를 풀어야 할 일이 있다면, 이 분을 찾아가렴."
얼굴에 주름이 있는 게 꽤 나이가 들어보였고, 하얀 가운을 입고 있는 걸 보니 연구원인가. 선하는 빠르게 새로보는 사람을 훑었다. 싸우기도 하지만, 머리를 쓰는 일이 많고, 정보란 정보는 다 모아두는 선하다보니 벌써 새로 온 사람을 분석하고 있었다.
"반가워요. 다들 지 할 일만 하느라 아무도 몰랐겠지만, 여태까지 히어로들의 시계를 만들고 있던 연구원 빌입니다."
"오, 한 글자 이름 간지나."
"너도 한 글자로 개명해."
"어떻게? 코? 별로 간지 안나는데."
"뭘하든 간지 안나니까 조용히 하자~"
선하의 말로 빌이라는 사람은 계속 시계에 대한 설명을 했다. 코마는 지루해서 중간에 이탈했고, 결국 강의를 끝까지 듣는 사람은 없었다. 히어로라고 해도 고등학생인데 지루한 강의를 계속하면 듣기 싫은 건 어쩔 수 없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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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시계에서 요란하게 알림이 울렸다.
[37도시에서 혜비와 쪼마니 발견.]
한 때는 동료였던 애들의 이름이 시계 속에 적혀있었다. 코마는 마침 옆에 있던 우융을 바라봤다
"괴물은 아니고, 빌런이면 너도 가겠네."
"아, 맞다. 너 그 뭐냐 증명한다는 거 오늘 할래? 오늘 혜비나 쪼마니 한 사람이라도 이겨서 멀쩡히 살아돌아오면 히어로 계속해."
"아~ 쉽지. 보여줘?"
코마는 장난스럽게 말한 다음 바로 나갈 준비를 시작했다.
"죽진 않겠지?"
"그래도 아직 걔네들이 사람을 죽인 적은 한 번도 없으니까.. 물론, 걔네가 안 죽인 게 아니라 우리가 잘 방어한거지만. 아니면 걔네한테 죽는 최초의 사람이 니가 될 수도 있겠네."
"ㅋㅋㅋㅋㅋ"
#
혜비와 쪼마니는 생각보다 근처에 있어서 금방 갈 수 있었다. 순간이동이었으면 더 금방 갔겠지만, 순간이동은 저 하늘로 가버린지 오래다.
나와 우융이 오늘 혜비와 쪼마니를 상대할 히어로인 거 같았다. 다른 애들은 귀찮아서 안 온 거 같다. 빌런이 나왔는데 어떻게 아무도 안 오냐 진짜 쓰레기들인가.
"와~ 혜비 재산피해 미쳤는데!"
우융이 혜비의 시선을 끌었다. 나는 특수 제작된 검을 꽉 움켜쥐었다. 능력이 없으니 더더욱 조심해야한다. 혜비와 쪼마니도 빠르게 공격하진 않을테니까, 적당히 검만 휘두루고 빠져야겠다. 그리고 우융도 옆에 있으니 공격하긴 더 어려울 것이다.
우융의 능력은 반사다. 우융의 신체에 온 자극을 상대방에게 반사하는거다. 그러니까, 내가 만약 우융을 죽이면 나도 죽는거다. 우융을 때리면 나도 아프고 그런 식이다. 우융이 빌런이 안되어서 다행이다. 우융마저 빌런이었으면, 히어로는 바로 멸망을 맞이했을지도.
그렇게 생각해서 방심하고 있었는데, 인생 진짜 거지같다.
쪼마니와 혜비 둘 다 날 보자마자 나한테 달려오는 게 아닌가? 능력이 없는 나는 솔직히 말해서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다고. 코마는 자신을 향해서 빠르게 날라오는 둘을 보면서 당황했다. 옆에 있는 우융도 당황하긴 마찬가지였다.
"아니왜나한테만이래아니왜!!!!!!!!!!!!! 뭐!!!!!"
코마는 혜비와 쪼마니에게 덤빌 수 없는 무능력자였고, 당연하게도 정신을 잃었다.
우융이 어떻게든 처리해줬겠지라고 생각하고 눈을 떴을 때는
"아이미친"
히어로 본부 의무실이 아니라, 빌런들의 주거지에 와 있었다.
켈로인, 플래그 정겨운 얼굴들이 보여서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요즘 내 인생은 왜 이럴까? 코마는 빌런들을 향해 어색하게 인사하면서 생각했다.
- 카테고리
-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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