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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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긴 시간이 지나, 영원을 건너. 노래하던 여신의 분노도 사라지고 열화와 같은 세계의 분노가 사그라들며 인류의 태조가 신에게 번제를 바친 땅도 의미를 퇴색한 시점. 신을 노래하는 찬가는 여흥, 세계를 그리던 성화는 유흥, 영웅들의 이야기를 담은 서사시는 유희가 되어가는 어떠한 시대에. 방황하는 나그네가 정처 없는 길을 걷고 있었다. 그 나그네의 정체는 이
그러므로, 진실되게 말하건데. 너와 사랑하는 것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 서녘이 서서히 밝아온다. 부스스한 머리칼을 손으로 거칠게 헤집고, 거칠어친 눈가를 주무른다. 수염이 제멋대로 자라나 덮은 하관을 더듬는다. 거울에 비추지 않아도 퍽 유추하기 쉬운 감각의 꼬락서니가 바로 내 작태다. 이 모습을 누구라도 본다면 최대한 좋은 평을 내려주어 봤자 산적보다
손 끝이 욱신거린다. 그 근원을 찾아, 부러 헤매이듯이 눈을 서성이다가 결국 외면하지 못하고 스윽 눈을 고정하면 그 끝에는 손가락이 있다. 손, 인간의 가장 유용한 도구. 많은 것을 할 수 있게 하는 수단. 그리고 내가 가장 아끼는 것. 그곳에…밴드가 붙어있다. 밴드라고 하면 여러 의미를 가지고 있는 용어이긴 하다만 사람의 피부에 붙는 밴드라고 한다면
심장이 입 밖으로 내어 나올듯이 미친듯이 두근거린다. 이 마음을 뭐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 이 상태를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 심장이 뛰는 원인에는 여러가지가 존재한다. 크게 위협이 닥쳤을 때나, 엄청나게 놀랐을 때나, 공포에 휩싸였을 때나, 굉장히 분노했을 때나. 하여간에 세상에 살아가면서 사람의 심장을 크게 뛰게 하는 일이란 각양각색 다채로운 법이다.
개와 늑대의 시간, 트와일라잇, 황혼. 이 시간을 사람들은 다양하게 정의하기를 좋아한다. 낮과 밤이 이지러이 섞이는 시간, 밝은 것과 어두운 것, 빛과 어둠, 찬란과 나락, 진실과 거짓. 여러가지 배반적인 것들이 혼돈 속에 숨어 자신을 감추고 제가 아닌 것이라 속삭이는 시간. 예로부터 이 시간은 마법이 깃들어 있다고도 한다. 무엇도 진실되지 않은 시간이기에
정말로 사랑하지 않을 수 없던 사람이 있었다. 사랑할 수 밖에 없었던 사람이 있었다. 사랑받을 수 밖에 없는 사람이 있었다. 그러니 그 이를 향한 시선은 언제나 흔들림 없이 애정이라 단언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었다. 세간 사람들은, 그리고 스스로가 느끼기에도 모자람이 하나 없이 사랑이라 말하는 종류의 애정이었다. 다양한 종류의 사랑이 있다지만 단 한가지만
댄스댄스 서사요약 댄스 약스포? 주의? 이건 개별그림
달이 뜨는 날이면 많은 것이 감춰지지 않는 날이라고도 한다. 근심, 걱정, 가난, 행복, 부유 그리고... "이 밤에 어떤 일로 찾으셨나요?" "우리가 그런 걸 일일히 따지던 사이는 아니지 않았나." "생각보다는 많이 따지는 것 같았는데요." "조금만 더 평소처럼 자비를 베풀어주시지. 더 무도한 일도 하고자 하는데." 달뜸과 같이 숨겨지지 않는 일상에
"여기서 뭐하고 있었나요?" 의문이 아니라 확신이 깔린 잔잔한 투로, 언제나와 같이 무심해 보이나 이 땅을 살아가는 수많은 생명들에게 지극한 애정을 담고 있는 눈으로 그 다를 바 없는 시선을 보내는 고룡의 후예가 이방인에게 말을 걸었다. 그래, 퍽 이상해 보일 법도 하다. 곁에 있는 짐덩이라고 부르는 이를 놀리지도 않고, 망령의 왕에게 시비를 걸지도 않고
끔찍하게 맴도는 시선, 모두가 하나의 자리를 바라보는 곳. 광대들의 연극, 마리오네트의 반역. 네가 말하고 내가 깨어나던 날, 그리고 내 칼 끝으로 네가 죽은 날. 빛이 포말처럼 퍼지다가 사그라진다. 종막.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이 세상을 가득 채우던 것이 어디에도 남아 있지 않다. 망망히 헤메이다 겨우 붙잡은 빛의 끝에는 제 세상이 버려진 채로 광대들이
전쟁이 끝났다. 그 말은 수많은 죽음이 이제 더는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뜻했지만, 아주 많은 죽음이 이미 이뤄졌다는 뜻이기도 했다. 생과 사의 경계는 언제나 함께랴, 시작과 끝도 함께였다. 모든 것이 폐허로 남은 제국의 끝을, 이미 옛적에 예언한 성녀와 황제의 비는 제법 오래전부터 바라보고 있었다. 죽은 이들만이 남아있는 공간에서. 둘의 관계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