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기 전에
새벽제비는 깨진 도자기 인형 앞에서 울고 있었다. 꼭 열 몇 살 남짓한 남자아이 만한 인형이었다. 도자기의 깨진 면은 따듯하게 맥동하고 있었다. 곧 꺼질 것이다.
어미가 왔습니다, 눈을 떠보셔야죠.
새벽제비가 깨진 조각을 그러모으며 말했다. 로젠은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묻고 싶었다. 그러나, 묻지 않아도 되었다. 로젠은 죽고자 했다. 땅에 진동이 전해졌고, 피할 수 없는 힘이 로젠을 덮칠 것이다. 두 다리로 굳건하게 섰다. 저쪽부터 파란 트럭이 오고 있었다. 바퀴 대신 수많은 발이 달려있었다. 눈을 감았다. 두려웠다. 아아아아-, 로젠이 소리질렀다. 그 때였다. 새벽제비는 로젠을 밀쳤다. 강한 바람이 두 사람 사이를 갈랐다. 로젠은 나뒹굴었다. 바람이 끝났다. 수많은 발이 달린 파란 트럭이 새벽제비를 들이박고 사라졌다. 남아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새벽제비는 벌을 받은 것일까? 트럭이 달려가는 쪽으로 공기가 빨려가듯 움직였다. 로젠은 멍하게 허공을 쳐다보았다. 아무것도 없으면 좋으련만, 그 자리에는 스님 한 명이 서있었다.
당신이 해야 할 일이 하나 있습니다.
로젠은 고개를 저었다. 싫었다. 정말 싫었다. 연루되지 않았어야 했다. 그러나 일은 이 지경까지 흘러왔고, 로젠은 자신이 이 사건에 휘말리지 않았을 때의 상황을 상상할 수 없었다. 저 멀리서 두두두, 떼로 발을 딛는 소리가 들렸다. 스님은 그 소리를 듣고 천천히 몸을 돌려 떠났다. 그를 따라가야할까? 다리에 힘을 주었다. 눈물을 닦았다. 저 길은 아니다. 저 스님을 따라가면 안된다. 이 일을 매듭짓는 것은 나다. 로젠은 간신히 기억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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