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더스게이트3

원만한 부부생활

타브게일

팥팥 by 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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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일 데카리오스가 눈을 감고 침대에 누워 있다. 나는 그의 옆에 있다. 손을 뻗으면 닿을 만큼 가까운 거리에, 그의 피부 결이 보일 만큼 가까운 거리에서 그를 보고 있다. 그는 언제나 단정한 모습을 고집하지만, 잠든 지금은 머리카락도 헝클어지고 피부에도 기름이 꼈다. 내가 보고 있다는 걸 알면 부끄러워 하겠지, 하고 나는 웃는다. 내가 웃거나 말거나 게일은 깨어나지 않는다. 그는 7시가 되어서야 눈을 뜬다.

일어났어? 그는 멍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슬리퍼를 신는다. 그는 얼굴을 닦고 수염을 다듬고 머리를 빗질하는 동안 한 마디도 하지 않는다. 수염을 자를 때는 미간에 잔뜩 힘을 주고 표정으로 거울을 노려본다. 실수로 너무 짧게 자르지 않기 위해서다. 타라의 말에 따르면 원래 수염을 밀고 다녔다고 하지만 나와 만난 이후 그는 한 번도 맨 턱을 보인 적이 없었다. 내가 “수염 있는 편이 좋아.” 라고 말해서 그렇다는데, 나는 기억이 안 난다. 솔직히 수염을 깔끔하게 민 얼굴도 궁금한데.

준비를 끝낸 게일이 복도로 통하는 문을 열었다. 게일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러나 금새 미간을 반듯하게 펴고는 내 이름을 불렀다.

응, 게일. (대답은 반대편에서 들려왔다. 허공에 떠 있던 일리시드가 미끄러지듯 다가왔다. 게일은 환하게 웃으며 일리시드를 맞이했다.)

미안해. 냄새 지우는 걸 깜박했네.

네 냄새인걸. (일리시드는 웃음소리 비슷한 것을 내면서 공기를 정화하는 주문을 외웠다.) 맛은 괜찮았어?

네가 숲에서 만들어 줬던 멧돼지 스튜 맛이 났어.

그거 칭찬 맞지? (게일은 그들이 발더스 게이트에 돌아오기 전에 먹었던 음식을 내심 쓰레기 취급하는 것 같았다.) 원래 오그마의 사제였대.

들었어. 사람을 죽인 것도 타락한 테티아마르를 구하려고 했던 거라 하던데. (게일이 탐탁찮은 표정을 지었다.)

주문 시전자는 조심하라고 했잖아. 날 부르지 그랬어. (게일은 언제나 일리시드가 먹이와 대화를 나누는 일이 위험하다고 생각했는데, 먹이가 일리시드를 습격한 이후 본격적인 잔소리를 시작했다.) 손도 쓸 수 없는 상황이었는걸, 충분히 조심하고 있어, 그런데 무슨 뭐 먹으려고? 저번에도 그렇게 생각했을 거 아냐, 주문 쓰는 놈들이랑 대화를 하고 싶으면 날 불러, 오믈렛 하려고, 여기 계란, 그리고 그건 안 돼. (왜냐하면 식사할 때 게일이 있으면 게일을 먹고 싶은 마음을 자제하기 어려울 테니까.) 고마워, 그럼 차라리…어딜 보는 거야, ㅁㅁ?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황제는 자신이 발더란이며 일리시드로 진화했다고 주장했다. 나는 그 미친 일리시드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나보다 몇십배는 더 많이 살고, 대단한 마법도 부릴 줄 아는 용이 황제를 발더란이라고 불렀단 말이다.

너는 뭐지? 왜 내 모습을 하고 있지?

내가 네 모습을 하고 있다는 건 틀린 말이야, 내가 진짜 ㅁㅁ고 너는 망상에 빠진 일리시드에 불과해. 나는 준엄하게 그를 꾸짖었다. 하지만 일리시드는 내 말이 들리지 않는 것 같았다. 어이가 없었다. 모습은 보이고 소리는 안 들린단 말이야. 정작 나는 내 모습을 볼 수 없고 생각으로만 내 존재를 느낄 수 있는데. 나는 일리시드의 눈동자에 무엇이 비치나 보았지만 역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일리시드가 손을 뻗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마법이 통하지 않는군.

일리시드는 제 손을 한 번 보고, 나를 다시 보았다. 그의 드러난 뇌가 그의 생각을 따라 꿈틀거렸다.

너는 내 환상인가? 하지만 왜?

나도 그게 궁금하다. 일리시드도 환상을 봐? 그리고 왜 이제 와서 날 볼 수 있게 된 거지? 몇 개월간, 그러니까 게일이 일리시드에게서 위화감을 느끼고 진짜 나를 찾을지도 모른다는 헛된 믿음을 버린 이후에, 내가 게일에게 내 존재를 알리려고 얼마나 애를 썼던가? 원혼이 되어야지만 물건을 움직이고 깨트릴 수 있는 건가 싶어 하루 종일 저 일리시드를 욕하기도 했었다.

내가 그를 먹고 싶어 하기 때문인가?

아니, 그건 늘 그랬잖아.

점점 더 충동을 참기 더 어려워지고 있어. 하지만 내가 그것 때문에 죄책감을 느낀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는데.

아니, 그건 좀 느껴라. 나는 얼굴을 잔뜩 구기는 상상을 했다. 그가 나를 보고, 그걸 내 모습이라고 생각했다면, 내게 얼굴이 있다는 뜻이니까 말이다. 그러나 일리시드가 내 얼굴 표정에 대해서 언급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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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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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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