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의 일은 스스로 하자
윌타브윌
발더스 게이트의 영웅, 젊은 레이븐가드에게 레이븐가드 부인은 든든한 동료였고 현명한 조언자였다. 아이가 잠든 후 - 레이븐가드는 아이를 유모에 손에 맡기고 저녁 식사 시간에만 잠깐 대화를 해주고 마는 그런 성격은 아니었다 - 각자의 침실에 들어가기 전 응접실이나 서재에서 두 사람은 양말 색깔이나 연회에 낼 음식은 물론이고 의회에서 고발당한 가문이나 캔들킵에서 보내온 항의 서한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그러나 레이븐가드에게도 가끔 두 사람이 쌓아온 신뢰가 버겁게 느껴질 때가 있었다. 오늘이 그런 날이었다. 레이븐가드는 언제나와 같이 웃으며 다정하게 말했지만 오랜 시간 그와 함께한 부인은 그의 눈빛과 몸짓에서 거리낌을 알아차렸다. 그러나 부인은 그를 추궁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에게 먼저 침실에 들어가라고 권하기까지 했다. 레이븐가드는 부인의 품위 있고 사려 깊은 태도에 감명을 받아 결국 입을 열었다.
그의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그 날 아침, 발더스 게이트로 돌아온 ㅁㅁ가 레이븐가드 대공을 찾았다. 그는 그리폰 깃털을 꽂은 모자를 쓰고, 언더다크의 거미줄로 엮은 조끼를 입고, 오브렌 반지를 끼고, 자스말을 박은 검을 흔들며 레이븐가드의 집무실에 들어왔다. 짐은 대충 저택에 던져두고 바로 찾아온 것이 분명했다. 윌, ㅁㅁ가 레이븐가드에게 다가오며 팔을 벌렸다. 레이븐가드는 ㅁㅁ처럼 웃으며 ㅁㅁ의 이름을 불렀지만 포옹에는 응하지 않았다.
ㅁㅁ는 멋쩍은 표정으로 팔을 내리고 소파에 앉았다. 레이븐가드는 ㅁㅁ를 위해 포도주를 따라주고 그의 맞은편에 자리를 잡았다. 하부 도시를 가로질러 오는 길에 소매치기를 만났어. 그제서야 고향에 돌아왔다는 실감이 나던걸. (레이븐가드는 그의 부인에게 그것이 자신을 비난하기 위해서 꺼낸 말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발더스 게이트의 치안은 한 번도 좋았던 적이 없었다. 레이븐가드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발더스 게이트는 여전히 해적과 강도의 도시였다. 부인은 레이븐가드의 해명에 납득하지 못한 기색이었지만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내가 없는 동안 어떻게 지냈어? 편지에 쓴 게 다야. 그럴 리가 없지, 거짓말 마. 레이븐가드는 웃으면서 발더스 게이트에서 일어난 일을 말해주었다. ㅁㅁ는 몸을 앞으로 기울이고 레이븐가드의 말을 들었다. 이야기를 끝낸 레이븐가드는 ㅁㅁ에게 같은 질문을 던졌고, ㅁㅁ는 기다렸다는 듯 제 모험담을 늘어놓았다. 그리폰 기사와 함께 싸웠지. 이 모자는 그 때 얻은 거야. 그리고 떠나려는데 기사들이 날 부르더라고, 술이라도 같이 마시자는 거야. 그런데 기사단은 도시 밖에 있단 말이지, 거기까지 걸어갈 순 없으니 하바르가 날 태워줬어. 그리폰 타 봤어? 하늘은 날아 봤겠지만, 그리폰은 안 타봤을 거야. (솔직히 말해서 시기심도 들었다고, 레이븐가드는 말했다. 레이븐가드는 종종 변경의 칼날로 살던 시절을 그리워해서 부인에게 그 시절의 이야기를 들려주곤 했다.) 그리고 노래, 노래를 가르쳐줬는데 다 잊어 버렸어. 그리고 춤도 추고, 그래, 춤도 췄지, 레이븐가드가 자신의 마음을 다독이고 다시 이야기에 집중하려고 할 때였다. ㅁㅁ는 그 지점에서 목소리를 낮추고 눈을 내리깔고 말을 더듬대다가 이어 입을 다물었다. 레이븐가드는 ㅁㅁ가 다시 입을 연 순간 그가 무슨 말을 할지 알아차렸다.
사실 계속 네 생각을 했어.
레이븐가드보다 ㅁㅁ가 한 박자 더 빨랐다. ㅁㅁ는 말을 토해내곤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레이븐가드 부인은 본능적인 호기심을 자제하고 그의 표정을 너무 자세히 보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알고 있어. 이제 와서 이런 말 하면 안 되겠지. 나도 잊어보려고 했어. 다른 사람을 만나기도 해 봤어. 하지만 네 생각을 멈출 수 없었어. 너도 여전히 날 사랑하고 있지. 네 눈을 보면 알 수 있어. 그 날과 똑같은 눈이야. 윌! 나와 같이 가자. 그 때처럼 함께 여행하자. 사람들을 돕고 악당들을 물리치자. 대공이 되고 싶지 않다고 했지. 변경의 칼날로 남고 싶다고 했잖아. 이제 발더스 게이트는 안전해. 완벽하진 않지만 이 정도면 충분하지. 네가 물러나도 괜찮을 거야.
(레이븐가드 부인은 레이븐가드와 처음 만난 날을 떠올렸다. 레이븐가드는 예의바르지만 약간은 냉담한 태도로 레이븐가드 부인을 맞이했고, 두 사람이 맺어질 일은 없을 거라고 단언했다. 어째서요?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요. 그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요?)
화가 났어? 내가 너에게 대공이 되어야만 한다고 강요했기 때문에? 내가 너에게 관계를 끝내자고 말했기 때문에? 그런데 이제 와서 말을 바꾸어서 화가 난 거야? 그 때는 그래야만 했어. 얼더의 아들이 필요했고, 발더스 게이트를 도울 강력한 가문이 필요했어. 하지만 지금은 아니야.
레이븐가드는 ㅁㅁ의 뻔뻔스러운 주장을 들어준 후에, 화가 났기 때문이 아니라고 대답했다. 결국 대공이 되기로 결정한 것도, 다른 사람과 결혼하기로 결정한 것도 레이븐가드 그 자신이었다. 혹은 ㅁㅁ를 믿고 ㅁㅁ가 레이븐가드의 인생을 결정하도록 한 것이 레이븐가드 자신이었다. 이제는 다시 일어나지 않을 일이지만….
아니야, 넌 화가 난 거야. 내가 널 버렸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내게 화를 내는 거야.
ㅁㅁ는 변한 것일까, 아니면 본래의 성격이 드러난 것일까, (어느 쪽이든 간에, 레이븐가드는 슬퍼하고 있었다.) ㅁㅁ는 레이븐가드의 말을 들을 마음이 없었다. 그래도 레이븐가드는 자신이 해야 할 말을 했다. ㅁㅁ는 아무것도 이해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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