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친애하고 사랑하는 벗인 예지희에게

도원괴이담3

『믿지 못한다면 안타까울 일이구나. 허나 세상에 악귀와 요괴도 존재하거늘, 어찌하여 우리의존재를 믿지 못한단 말이냐. 말 못하는 식물에게도 다 혼이 있고 정이 있단다. 우리가 준 팔찌는 미안하게 되었다. 네 환심을 사고자 거짓을 고했으니 우리의 관계가 이로 인하여 틀어진대도 함묵할 뿐이다. 허나 지희, 네게 다가가고자 하는 우리 진심을 알아주었으면 한다. 미담과 칭송은 네가 한 일에 대한 마땅한 결과라고 생각하렴. 우리의 잘못을 덮고자 아부한 것이 아니란다. 또한 네 벗되길 자처하는 자가 있음을 어찌 모르느냐. 가지는 튀김으로 만든다면 겉은 바삭거리고 그 물렀던 속이 부드럽게 목넘김 된다. 시금치는 달걀에 잘게 썰어 넣는다면 재밌는 식감을 주며, 당근의 색채는 시루떡에 곱게 개어 물들이면 아주 어여쁜 색을 띤다. 콩은 두부로 만들어 먹으면 그 누구보다 조화를 사랑하는 이가 되니 이처럼 기피하는 이에게도 보이는 것이 아닌 다른 일면이 있다. 관심없는 자일지라도 들여다보면 제각기의 색으로 빛나기 마련이지. 친우를 두지 않는다 하였지만 그들을 곁에 둔다면 그들과 네가 어울려 각기 다른 조화를 이루지 않겠니.

 

푸름이 마음에 들었다니 다행이구나. 시금치에게 이 일을 전하면 아주 기뻐할 것이다. 언젠가 네가 우리를 믿어 직접 만날 날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너무나 슬프지만 여전히 채소가 싫다면 비청각 왼편에서 키가 세 번째로 작은 나무 아래 빨간 쪽지를 걸어두었으니 확인해보렴. 그 쪽지에 적힌 벗이 도움을 줄 것이란다. 물론 그 벗이 필요치 않음은 마땅하나 네가 우리 때문에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자니 마음이 좋지 못하여 결단을 내린 것이다. 모쪼록 행복하길 바란다.

 

언제 어디서든 응원하는 채소의 요정으로부터

 

추신. 네가 믿고자 하면 우리는 항상 존재한단다.』

 

천도량이 거짓을 고하지 못함은 세상사 이치마냥 당연한 일이나 그또한 들키지 않으면 될 일이 아니던가. 붉은 쪽지가 문제의 발단이 될 소지가 존재하였으나 이로 인해 들킨다면 마음 편히 하늘의 벌이라 여기기로 했다. 이 편지는 아무도 없는 틈을 타 서둘러 거두어들이고 하루 후에 회신된다. 여전히 비청관의 같은 자리에 있음을 두말할 것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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