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움의 근원일량
도원괴이담5
"내가 그렇게 시 못 짓는 사람처럼 보이나...?"
서슴없이 다가오던 친우들이 자신없을 때를 귀신같이 알고 발길 끊어버리는지 알 수 없다. 그야 정말 친우가 다가왔는지 천도량이 다가갔는지는 모를 일이나 현재 그런 건 중요치 않았다. 문전성시까지야 아니더라도 간간히 오는 손맞이하던 주인장처럼 호객행위를 하던 천도량은 굳이 찾아가지 않았다. 스스로도 솔찬히 믿지 못하는 행적이리라.
"량. 자네, 어쩐지 곤란해 보이는군."
"... ...도와주세요. 살려주세요."
"놓고 말해도 충분하니까 놓고 말하게. 놓고."
놓으래도... 천도량은 자존심따위 갖고 태어나지 않은 사람처럼 몸을 던졌다. 바짓가랑이 붙들어 정든 님 잡았으니 그것으로 끝나면 둘 모두에게 좋은 일이련만. 더이상의 기회는 없다고 생각한 본능과 잡아놓고 보내라는 이성이 팽팽하게 맞섰다. 벗이라 생각했던 자는 가는 이 붙잡았으면(여량이 바쁠 일이 없다는 사실은 아무리 천도량이라도 알고 있었다.)어서 재주를 보여야하지 않냐 하신다. 온화한 낯으로 닦달하기 바쁘기만 한데, 눈빛보이지 않는 낯도 이렇게나 얄미울 수 있다는 깨달았다. 창은 마음의 통로라던 옛 성현의 말씀이 틀렸음을 입증하는 순간이었다. 조금만 시간을 줘. 조금만! 도화 아래 흙덩이들이 손가락의 움직임에 따라 패이길 여러번 반복했다. 이건 안 맞잖아. 이것도 아닌데. 아악...!
"요괴가 잠이 필요치 않다지만 정녕 안 재울 셈이야?"
나보고 푹 자라던 이는 어디가고. 이때서야 천도량은 진심으로 진호란과 함께하는 건강특훈을 완료해 여량의 주둥이를 주먹으로 다물게 만들겠다고 생각했다. 아, 됐어.됐어. 고금막론하고 사랑시가 최고지. 다시 없을 기회니까 안 잊게 잘 들어!
所思何處在 그리운 임 어디 계시는지
浪痕下滿勵 물결 흔적 아래 근심만 가득하다
以淚圖可能 눈물로 지도를 그려 찾을 수만 있다면
我人間造梁 임과 나 사이 다리를 놓을텐데
"자, 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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