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뱅

화이트데이 대작전!

상호병찬

페일 펜슬 by 페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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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호라는 인간은, 이런 말 하기 뭐하지만 본인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멋있을 수가 없는 사람이었다. 긴장은 잘 하지 않았지만 순간 상황이 닥치면 당황하는 면이 있었고 어쩔 줄 모를 때에는 웃음으로 넘기려는 버릇이 있었다. 자길 망가트리는 것에 큰 유감이 없고 분위기는 즐거운 것이 좋다. 그러면 자연히 사람은 자기 자신의 분위기를 망가트리면서 웃음을 주게 된다. 기상호는 그것에 아주 큰 재능이 있는 타입이었다.

문제는 이 기질이 연애에서도 발휘된다는 것이다. 기상호는 태생부터 속되게 말하자면 오글거리는, 좋게 말하자면 로맨틱한 분위기를 견디지 못했다. 가슴이 간질거리는 상황에서 기상호는 그 간질거림을 참지 못하고 뛰어오르거나 소리를 지르곤 했다. 되지도 않는 상황극으로 분위기를 웃기게 만들기도 했다. 이건 정말이지... 기상호의 안 좋은 버릇 중 하나였다. 기상호는 마지막으로 사귀었던 여자친구와 간질간질한 분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벌떡 일어나 달리기 시합할래? 라고 하고선 대답도 듣지 않고 뛰어나가며 생각했다. 나는 진짜 상대방을 위해서라도 절대 연애하지 말아야지...

하지만 인생이 마음대로 됐다면 애초에 기상호는 그런 마음을 먹지 않았을 것이다. 좋아한다는 마음이 사람 마음대로 컨트롤이 되던가? 심지어 자기 혼자 좋아하는 거라면 다행이지. 좋아하는 상대방이 나한테 고백하는데 거기다 대고 내가 분위기를 망치는 것에 아주 탁월한 재능이 있어서 안 될 것 같아... 라고 말할 용기도, 미안해요. 저 햄 안 좋아해요... 라고 말할 깜냥도 없었던 상호는...

아니 나발이고 지금 내 눈앞에 병찬햄이 부끄러움을 숨기지도 못하고 시선을 피하면서 이 추운 겨울날에 얼굴이 달아올라 있는데 그걸 어떻게 거절해!!! 거기다 대고 거절을 말할 수 있는 건 어지간히 냉혈한이거나 사랑을 모르는 이들 밖에 없을 것이다! 상호의 생각 회로는 진작에 녹아내려 작동을 안 했다. 뭐? 상대방을 위해서라도 절대 연애하지 말아야지? 네, 햄! 저도 햄이 너무너무 좋아요! 뇌를 거치지 않고 나오는 대답에 병찬은 가볍게 웃음을 터트렸다. 받아줘서 기쁘다거나 연인이 사랑스러워서가 아니라(일정비율을 차지하는 이유긴 했다) 그 말을 하는 상호의 얼굴이 너무 얼빠져있었던 탓이다.


기상호에게 요상한 분위기만 되면 이상한 말을 내뱉고 분위기를 개그로 만드는 데에 탁월한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이제까지 연애를 했을까? 그것은 기상호가 호감 단계에선 멀쩡했기 때문이다. 더운 여름날 멍때리다가 서로 눈을 마주친다던가 조심스럽게 서로 손을 맞잡는다거나, 좋아한다는 고백을 주고받는 것. 이 모든 것은 호감 단계, 다시 말해 아직 서로 간의 스킨쉽이 조심스러울 단계다.

그래, 기상호는 모쏠아다라는 멸칭이 딱 들어맞는 인간이었다. 썸 탈 때는 잘도 손을 잡고 다니면서 사귀는 사이일 때는 눈 마주치는 것도 못했다. 드라마에서도 서로 안 사귀는 상태에선 지지고 볶고 눈물 흘리며 키스할 때는 어휴 화끈하네; 라고 하는 주제에 사귀기 시작하면 서로 알콩달콩 쳐다보며 애교 피우는 것도 공감성 수치가 올라와 몸을 배배 꼬고 TV 앞에서 도망갔다.

그런 자신의 기질을 잘 알았던 상호는 병찬과 사귀기 시작하면서 특훈에 들어간다. 바로 로맨스 영화들을 깡그리 모아 온갖 진득한 스킨쉽 장면들을 직관하는 것이었다. 남이 그러는 걸 보는 게 즐겁진 않았으나 이런 거라도 익숙해져야 적어도 병찬 앞에서 과거의 헛짓거리들을 줄이기라도 할 것 아닌가. 굳은 의지로 영화 속의 진득한 사랑들을 구경했다.

처음에는 너무 익숙지 않아 수시로 일시 정지를 하고 핸드폰을 끄고 머리를 잡다가 버둥거리는 개지랄을 떨다가 룸메이트에게 혼나기도 했으나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하지 않았나. 상호는 아주 착실하게 익숙해지고 있었다. 50개쯤 봤을 때는 얼굴을 씰룩거리긴 했어도 얌전히 있을 수 있었고 100개쯤 봤을 때부터는 이어폰도 안 끼고 그 꼴을 봤다. 200개쯤 봤을 땐? 과자도 먹었다. 포X칩은 언제나 맛있다.

그 진도에 맞추어 병찬과의 스킨쉽도 점점 발전을 했다. 갑자기 먼저 껴안아 오고 치대고 손을 잡던 앙큼한 연하녀석이 갑자기 입 싹 닫고 거리를 두는 것에 당황하던 병찬은 점점 먼저 손도 잡고 다시 슬쩍 안겨 오기 시작하자 아 이런 타입인가? 하고 적당히 받아들였다. 그 왜, 사귀기 전보다 사귄 후에 더 부끄러워하는 타입이 있으니까. 뭐 틀린 말은 아니었다. 스킨쉽 한정이긴 했지만.

이젠 키스에 이어 X스 장면까지 하품하며 볼 수 있게 된 상호는 생각했다. 3월 14일, 화이트데이! 병찬햄과 사귄 지 2달째이자 50일! 무릇 기념일이라는 것은 여러 가지가 겹칠수록 중복효과가 있기 마련이다. 그때 체육관을 다른 과에서 잠깐 쓸 일이 있다며 비우는 덕에 훈련이 없었다. 데이트를 하러 나가기엔 딱 맞는다는 소리다. 포부가 큰 아기상호는 생각했다. 그날 억수로 로맨틱한 하루를 보낸 다음에 병찬햄이랑... 키스해야지. 기상호는 묘하게 본인에 대한 주제 파악이 박하거나 과했으니 놀라운 일도 아니었다.

대망의 화이트데이. 기상호는 데이트 플랜을 다시 점검했다. 점심에 나와서 예쁜 가게에서 점심을 먹고, 주변 예쁜 공원을 걸으면서 손 좀 잡고, 스티커 사진을 찍어서 기념도 하고. 중간에 유명한 로맨스 영화를 감상한 뒤 예쁜 카페에 들려서 잠깐 쉰 다음에 멋들어진 레스토랑에 가서 저녁을 즐긴 뒤 준비한 화이트데이 겸 50일 기념 선물을 건네주는 것이 전체의 플랜이었다. 엠비티아이 P에 해당하는 상호로서는 정말이지 매우 고심하며 짜낸 플랜이었다. 중간중간 병찬햄이 관심 가지는 거 해야지. 라며 중간중간 구멍이 숭숭 난 곳은 신경 쓰지도 않았다.


정말 아쉽게도. 기상호의 망한 연애는 80%가 기상호의 헛짓거리로 이루어져 있으나 나머지 20%는 운명에 가까운 그의 망신살이 해낸 일이다. 그가 무언가를 하겠다 마음먹고 정성들여 준비할수록 보통 그 일은 망했다. 보통은 결과는 멀쩡했으나 기상호의 체면이 망하는 경우가 많았다. 예를 들어 사랑하는 애인을 위해 초콜릿을 만들면 기껏 잘 만들어놓고 나중에 내밀 때 보니 녹아서 데코가 완전히 망했다던가 맘먹고 키스를 하려고 주둥이를 내밀었더니 옆에 있던 나무에서 청설모가 떨어져 기겁하게 만든다거나.

병찬과의 데이트는 정말이지 말 그대로 시작부터 망했다. 아침에 다 차려입고 나오는데 약속 장소로 가는 도중에 비가 왔다. 금방 그치겠지 싶었던 비는 오히려 점점 거세졌고 기상호는 급하게 편의점에 들러 투명한 비닐우산을 사는 수 밖에 없었다. 멋지게 보이고 싶어서 오늘 개시한 구두는 발에 맞지 않는 건지 조금 아팠고 비가 세차게 내리는지라 입었던 밝은 색의 바지는 끝단이 더러워졌다.

기껏 도착하니 병찬은 기다리기로 한 장소에서 우산을 쓰고 있었는데, 상호는 병찬의 얼굴을 보는 순간 기분이 너무 좋아졌다. 그래서 병찬을 본 상호도, 상호를 본 병찬도 차마 날씨가 이러니 다음에 만나자는 말을 못했다. 그렇게 집으로 돌아가기 좋은 가장 빠른 기회를 놓친 둘은 그대로 예쁜 가게에 밥을 먹으러 갔다. 예쁜 인테리어와 괜찮은 맛, 높은 가성비로 유명한 맛집은 심지어 비가 오는 탓에 너무 웨이팅이 길어져 가게 밖에서 1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비라도 안 왔으면 좀 나았을까. 가까스로 앉은 병찬과 상호는 이미 반쯤 지쳐있었다.

겨우 밥을 먹고 나왔으나 비는 점점 거세져 있었다. 이 날씨에 공원을 걷는 건 미친 짓이라 둘은 일단 영화를 보러 가기로 했다. 예약해둔 시간이 가까워지기도 했고. 도착해서 본 영화는 정말 끔찍할 만큼 재미가 없었다. 감동도 영상미도 없는데 와중에 뒤에선 친구들끼리 놀러 온 건지 영화를 보는 내내 시시덕거리다가 의자를 발로 차기도 했다. 그것에 주의를 주었더니 일부러 툭툭 차대는 것을 감내했고, 영화가 끝나자 저기요. 라고 부르는 것에 병찬과 상호가 일어나자 밑에 있음에도 자신들보다 키가 큰 거대한 남자들을 보고 겁을 먹었는지 죄송합니다. 라고 도망가는 이들을 보며 둘은 같이 한숨을 쉬었다. 이어 기분전환이라도 할까 싶어 상호가 말했던 예쁜 카페를 갔는데, 예쁘긴 더럽게 예뻤다. 맛이 없었지... 이 날씨에도 장사가 안 되는 예쁜 카페라면 짐작을 해야 했었는데. 철도 씹는다는 운동부 남자 둘이서 음료수 두 잔과 케이크 하나를 다 못 먹었다.

이미 분위기는 끝장나게 망해있었다. 상호는 병찬에게 미안해서 죽어가고 있었고 병찬은 위로를 해줘도 터져버릴 것 같은 상호에게 차마 아무것도 해주지 못했다. 괜찮다고 말하면 울어버릴 것 처럼 눈가가 빨갰다. 무드고 나발이고... 사실 둘은 이쯤 되면 그냥 집에 가고 싶었다. 둘 다 직감이 왔다. 오늘은 진짜 안 되는 날인 게 분명했다. 비가 왔을 때부터 약속을 미뤘어야 했는데... 하지만 그 말을 지금 하기에는 너무 늦었다. 이제 남은 플랜은 저녁을 같이 먹는 것이었고 때마침 비도 살살 그치기 시작했으니까. 끝이 좋으면 뭐든 좋다잖아. 상호와 병찬은 얼마 안 남은 행복회로를 돌려봤다.

그리고 대부분 사람은 안 좋을 때의 직감은 틀리지 않는 편이다. 좋은 직감은 희망 사항에 가깝지만 안 좋은 직감은 보통 마음속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유추한 것일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시간 맞춰 레스토랑에 갔더니 확인하던 직원이 당황할 때부터 둘은 무언가 좆됐음을 느꼈다. 이어 그 직원이 죄송합니다. 라고 할 때 병찬은 시선을 돌렸고 종업원의 실수로 중복 예약이 되었고 이미 예약한 다른 분께 자리를 내어드렸으며 당장 빈 자리가 없다는 설명을 들은 상호는 천장을 향해 시선을 올렸다. 화이트데이고, 비도 그친 이 시간대에 연인들이 갈만한 로맨틱한 식당이 남아있을 리가 없었다. 남은 자리는 커녕 예약으로 꽉 차 있어 도저히 오늘은 불가능하다는 안내를 받은 기상호는 이를 악물었다. 환불을 도와드리겠다면서 다음에 오시면 크게 할인 해드리겠다는 말은 들리지도 않았고 기상호는 넋이 나간 채 제 카드번호를 불러주었다.

그러고 정처 없이 걸어 다니다가 연인들이 선택하지 않을 법한 분식 체인점을 발견한 병찬은 뭐라도 먹여야 기분이 좀 나아지겠지? 라는 생각으로 상호를 데리고 들어갔다. 병찬의 직모는 그나마 얌전했지만 곱슬인 상호는 그냥 봐도 머리가 붕 떠서 좋게 봐도 멀쩡한 꼴은 아니었다. 비가 거세게 온 탓에 둘 다 바지 밑단이 더러운 것은 물론 신발 안쪽도 다 젖어있었고 호기롭게 예약했던 비싼 레스토랑은 어디 가고 그 큰 몸으로 구깃구깃 분식집에 앉아 평균 7,000원짜리 식사를 하고 나왔을 때.

오늘 계획했던 모든 계획이 틀어지고 하나도 즐겁지 않은 하루로 끝마치게 생겼을 때 기상호는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이제 와서 화이트데이 기념품을 내밀어봤자 하나도 분위기가 없었다. 나는 진짜 생각하고 살면 안 되나보다. 그런 생각까지 하며 제 앞의 병찬마저 난처할 정도로 서럽게 울어버렸다. 아 진짜 적어도 앞에선 안 울려고 했는데, 기상호는 기대한 만큼 세상의 억까에 처절하게 패배했다. 신이 있다면 냅다 죽빵을 꽂았을 것이다.

"아이고... 상호야, 뚝. 울지마. 응?"

"흐끅, 하, 하지만, 저 오늘... 흡, 햄이라앙... 멋지게, 끅, 놀려고..."

"응응. 상호 맘 알지~ 근데 날씨부터 그랬잖아. 상호 탓 아니잖아, 그치?"

"흐어엉...."

상호가 너무 서럽게 우는 탓에 병찬은 한참 등을 토닥여주다가 한숨을 쉬며 그나마 가까운 자신의 자취방으로 상호를 데려갔다. 병찬의 손에 끌려가는 내내 어디서 그렇게 눈물이 나오는지 상호는 엉엉 울었다. 끝에선 소리는 안 났는데 계속 훌쩍거리면서 눈물을 흘렸다.

"우리 상호~ 눈물점이 있어서 그런가 눈물이 끝이 없네."

그런 말이나 하며 상호를 집에 데려온 병찬은 바로 애를 욕실에 밀어 넣어서 따뜻한 물로 씻게 만든 뒤 저도 씻고 나왔다. 그다음엔 제 방으로 들어가 이불을 바르게 피더니 소파에 앉아 훌쩍거리는 상호를 끌고 와 이불에 가로로 눕혔다. 햄? 부르는 것은 적당히 흘려 넘기고 그대로 이불에 굴리자 어억, 소리와 함께 상호가 큰 반항 없이 굴러간다.

그렇다. 병찬은 상호를 행복김밥으로 만들었다. 너무 긴 나머지 가로로 눕혔더니 무릎 밑이 다 나왔으나 어쨌든 김밥으로 만들었다. 병찬은 이불이 풀리지 말라고 급한 대로 노끈(햄?)을 가져와 리본까지 묶어준 다음 안아주기엔 너무 무거우니 제 발로 일어나게 해 거실 소파에 앉혔다. 재밌다고 소문난 코미디 영화를 세팅하고 냉동실에 박혀있던 군만두까지 꺼내어 구운 뒤 상호가 좋아한다고 해서 사둔 웰치스 딸기 맛까지 따서 앞에 둔 병찬은 자신이 그러는 동안 얌전히 기다리고 있던 상호 옆에 앉아 상호를 꾹 안아주었다.

훌쩍, 우는 연인의 입에 캔을 대주자 잘도 받아마셨다. 입에는 군만두를 물려줬고 다 먹는 걸 확인 할 때마다 입에 넣어주다가도 중간중간 음료수를 먹이는 것을 잊지 않았다. 영화는 실제로도 굉장히 재밌었고 가볍게 즐기기 좋았던 터라 군만두와 음료수를 다 해치운 둘은 점차 영화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영화를 모두 시청한 뒤의 둘은 기분이 상당히 나아져 있었다. 보는 내내 병찬이 꾹 안아준 터라 상호는 조금 더워서 얼굴이 빨갛게 익어있었다. 병찬은 뒤늦게서야 그 꼴을 발견하고 웃었다.

리본을 잡아당기고 이불을 완전히 거둬내자 상호가 풀려난다. 병찬은 진작에 오늘 꿍했던 하루들을 잊었고 상호는 잊지는 않았어도 기분이 많이 나아졌었다. 행복김밥이라고 부르더만 진짜 행복해지네... 물론 김밥이 되어서 행복했던 것은 아니고 김밥을 말아준 게 병찬이라서 행복했던 거지만. 상호는 나아진 기분으로 병찬을 꾹 안았다. 병찬도 마주 안아주었다.

"햄, 나중에는 진짜 멋진 데이트코스 짜볼게요."

"오예~ 그땐 중복예약 다시 확인해봐."

"아! 그거 제 탓 아니잖아요!"

상호가 잉잉거리며 병찬에게 확 달려들자 병찬의 몸이 넘어갔다. 상호는 그 위에 엎드려선 꿍얼거리며 병찬의 품에 머리를 부비적거렸는데, 병찬은 그게 좀 웃겼다. 사귀고 나선 상호가 이렇게 편히 대한 적이 없었으니까. 나는 이런 모습 보는 게 더 좋은데. 편하게 다가오면서 실컷 어리광을 부리는 모습이 더 좋은데. 병찬이 부드럽게 웃는다. 그것에 히히, 거리며 상호가 올려다보자 눈이 마주친다.

어라, 상호는 이 분위기를 알았다. 자신이 몸서리치게 되는 이 분위기. 입을 어물거린 상호가 자기도 모르게 몸을 벌떡 일으키며 평소처럼 아무 말이나 내뱉으려는 순간 병찬이 더 빠르게 상호의 양 볼을 잡았다.

"상호야."

"ㄴ, 느에?"

"또 이상한 짓 하지 말고."

병찬이 고개를 내밀며 눈을 감는다. 넋이 나간 채 다가오는 얼굴을 빤히 바라보던 상호는 생각했다. 와, 내 진짜 이 햄은 못 당하겠네... 정신 줄이 빠져서 그런가 항상 분위기를 망치던 그 기질은 어디 갔는지, 상호는 주제에 눈까지 감았다. 도저히 줄 분위기가 아니라 오늘 내내 손으로 잡지도 못했던 작은 커플링을 이제는 건네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첫키스는 꽤 맛있는 맛이 났지만 둘 중 그걸 신경쓰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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