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fido

3부 18화

연회가 끝나고 난 뒤의 기사단

“응? 그런데, 솔라 어디 갔어?”

연회가 끝나, 북부 기사단은 숙소로 돌아왔다. 씻고 나온 두코가 기사단에게 물었다. 자연스레 사람들의 고개는 크로마에게로 향했고, 그는 헛기침하더니 왜 자길 쳐다보냐며 중얼거렸다.

“부관은 모르나?”

“아뇨, 압니다. 아까 집행자께서 잠깐 나갔다 오신다 하셔서 따라가는 걸 봤습니다.”

“계속 보고 있었으면서 모르는 척하기는….”

게슴츠레 눈을 뜬 두코가 목검 손잡이로 크로마를 쿡쿡 찔렀다. 하나도 아프지 않았지만 크로마는 아픈 척 비명을 질렀고, 그 소리에 씻다가 튀어나온 프라이에는 김샜다는 표정으로 멀거니 그 장면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 프라이에의 머리카락에서 물방울이 뚝뚝 떨어져 바닥을 적셨다.

“너, 넌 뭐야! 들어가서 도로 씻기나 해!”

그런 프라이에에게 수건을 던진 두코는 잽싸게 제 방으로 들어갔다. 머리를 빗고 있던 이디스가 얼굴이 새빨간 두코를 보고 무슨 일이냐고 물었고, 두코는 아무 일 없었다며 침대에 엎어졌다. 밖에선 두코가 왜 저러냐는 반응이었고, 프라이에는 바닥에 물기가 떨어지는 게 보기 싫었던 거 아니냐고 대꾸하고 돌아갔다. 한참 후에야 크로마가 문을 두드렸다.

“저기, 그래서 솔라는 왜 찾으셨습니까?”

“아니 그냥 자리에 없길래 물어봤네.”

“그렇군요, 그런데 숨길 생각은 있으신 겁니까?”

작은 목소리로 들려온 크로마의 지적에 두코가 으르렁거리듯 조용히 하라고 경고했고, 상관의 명령에 따라 크로마는 입을 굳게 다물었다. 밖에서 이 모든 상황을 지켜본 기사들은 의견이 나뉘었다. 두코가 정말로 남성의 몸에 익숙하지 않아서 당황하는 바람에 그렇게 했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었고, 프라이에를 마음에 담아서 그런 반응을 했다고 반박하는 이들이 있었다.

후자의 비율이 유의미하게 높았지만, 이들 사이에서 크로마는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비밀을 지키기로 약속했으니까. 한참을 속닥거리던 기사들은 다 씻고 나온 프라이에의 눈치를 보았다.

“다들 다 씻었나? 왜 그렇게들 모여있지?”

그때 누군가 결심을 한 것 같은 표정으로 일어섰다가 등 뒤에서 문이 열리는 소리에 그대로 얼어붙었다. 머리카락이 헝클어진 두코가 나와선 기사들을 흘끔 쳐다보고 왜 그렇게 모여있냐고 물었고, 프라이에는 자기가 방금 그걸 물어봤다며 동조했다.

기사들은 말을 잃은 사람처럼 서로의 눈치를 보며 입을 열지 않았고, 크로마는 한숨을 쉬며 심심한데 게임이나 하자고 모인 거라며 둘러댔다. 의심스러운 눈빛을 보내는 두코와 ‘그렇구나, 무슨 게임 할 건데?’라고 묻는 프라이에가 참 대조된다며 크로마가 체스판을 꺼내왔다. 주섬주섬 게임을 준비하는 기사들 뒤에 두코가 팔짱을 끼고 지켜보듯 섰다.

“게임 할 땐 당연히 뭘 걸어야 하지 않겠어? 그냥 하면 재미없지.”

“뭐… 지는 사람이 이기는 사람한테 아무거나 하나 해주기 정도로 하면 어떻겠습니까?”

누군가의 제안에 두코가 손을 들었다. 자기부터 참여하겠다는 뜻이어서 다음에 손을 든 상대는 두코와 체스로 겨뤄야 했다. 두코는 누굴 상대로 하든 승률이 높았기에 누구도 선뜻 나서지 않았다.

“오!”

그러다 두코의 맞은편에 크로마가 앉았고, 기사들은 하극상이라며 체스 테이블과 두 사람을 빙빙 둘러싸고 흥분했다.

“나 참, 안 봐준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크로마가 웃었고 두코는 제 등 뒤의 인기척을 느꼈다.

“가만히 있어 봐. 머리가 이게 뭐야?”

어느새 이디스에게서 빗을 받아온 프라이에가 두코의 머리카락을 빗겨주고 있었다. 이미 체스 말을 한 손으로 들어서 게임을 시작해버린 두코는 프라이에의 손을 뿌리치지도 못하고 첫 말을 아무렇게나 움직여버렸다. 그러면서도 그는 목에 살짝씩 닿아오는 손길에 바짝 긴장하며 크로마가 어디로 말을 옮기는지 보았다.

‘하나도 눈에 안 들어오네, 젠장.’

크로마는 내심 프라이에에게 감사하며 판을 이어갔으나, 안타깝게도 두코의 승리로 끝났다. 의기양양한 두코의 머리는 가지런하게 하나로 묶여 있었고, 기사들은 아쉬워하면서도 두코가 크로마에게 무엇을 시킬지 궁금해했다.

“음…. 딱히 평소에도 많이 시켜서 별로 생각나는 게 없는데.”

“그럼 넘어가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은근슬쩍 빠져나가려던 크로마는 두코에게 붙잡혔고, 고심하던 두코는 아까 이겼다면 자신에게 무엇을 시켰을 것인지 솔직하게 털어놓으라고 명령했다.

“이건 명령입니까? 아니면 게임을 이긴 것에 대한 보상으로 요구하시는 겁니까?”

“후자, 대신 무조건 진실만을 말할 것.”

난감한 표정으로 크로마가 눈알을 데굴데굴 굴렸다. 그는 두코에게 가까이 오라는 손짓을 했고, 두코는 상관을 그렇게 부르느냐고 뭐라고 하려다가 크로마에게 다가갔다. 다른 사람들은 듣지 못하도록 크로마는 두코의 귀에다가 몇 마디 속삭였고, 그걸 보고 있던 다른 사람들은 아닌 척하며 프라이에의 눈치를 보았다. 그의 손에 들린 빗이 미묘하게 떨리고 있었다.

“…얼마나 이상한 걸 시키려고 했던 건데?”

프라이에는 불만스러운 눈으로 두 사람을 보다가 두코의 얼굴이 창백해지는 걸 보고 발을 떼었다. 그런데 그가 무언가를 하기도 전에 두코는 크로마의 멱살을 붙잡고 밖으로 나가버렸고, 뒤따라 가려던 프라이에는 ‘아무도 따라오지 마.’라는 경고에 제자리에 멈춰섰다.

뒤늦게 문을 열고 나온 이디스는 지옥 같은 분위기로 침묵하는 기사들을 보고 조용히 문을 닫았다. 그는 마저 읽던 책이나 읽는 게 나을 것 같다고 판단했다.


복도에선 두코가 말없이 크로마의 멱살을 붙들고 질질 끌고 가는 광경이 펼쳐졌다. 크로마는 지은 죄, 정확하게 말하자면 지을 죄지만, 아무튼 그런 게 있었으니 말을 할 수 없었고 두코는 화가 나서인지 마찬가지로 말이 없었다. 연회도 끝난 데다가 소등 시간이 지났으니 어딜 가든 인적은 없었다. 하지만 두코는 그중에서도 정말 사람이 오지 않을 법한 곳에 다다르고 나서야 크로마를 놓아주었다.

“내가 분명히 말하지 말라고 했을 텐데. 말이 말 같지 않게 들렸나 보군.”

서늘한 목소리가 크로마의 머리 위에서 울렸다. 분명 처음 크로마가 두코의 속마음을 들었을 때, 크로마는 당사자는 물론이거니와 다른 사람들에게 그것을 이야기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아까까지도 크로마는 기사들의 이야기에 끼어들지 않았다. 그도 그때까지는 이야기할 생각이 없었으니까.

그가 두코에게 ‘좋아하는 사람이 있습니까?’라는 질문을 하고자 결심한 건 프라이에가 두코의 머리를 묶어줄 때였다. 크로마는 휘청거리는 몸을 일으켜 세우고 물었다.

“처음 이야기하셨을 때 분명 프라이에님이 누구에게나 친절하다고 하셨었죠. 그런데 여전히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고 계신 겁니까?”

“당연하지. 오래 봤으니 너도 알 텐데.”

“아뇨, 틀렸습니다. 당신께선 프라이에님이 이디스나 다른 기사들을 대할 때, 머리카락에까지 손을 대는 거 본 적 있으십니까?”

“내가 그 녀석의 모든 걸 보고 있을 순 없지.”

“없었습니다. 그분도 당신을 특별하게 생각하고 있다고요.”

그 말에 두코는 한 걸음 물러섰다.

“헛소리하지 마. 그냥 오래 본 사이고, 같이 부대장까지 하고 있으니까 내가 편한 거겠지.”

“그렇게 생각하신다고요? 그럼 그 전에 프라이에님이 당신을 위로해준 건 어떻게 설명할 수 있으십니까? 그때도 그만큼 편한 사이셨습니까?”

두코는 대답할 수 없었다. 북부 수행을 같이 다녀온 뒤였으니 전우애라고 할 만한 건 있었지만 지금만큼 가까운 건 아니었으니까. 화제를 돌려야 한다는 마음으로 두코가 눈을 부릅뜨며 받아쳤다.

“그래서 뭐, 프라이에도 나를 특별하게 생각하니까 고백하고 연인이라도 되라고? 넌 나와 그 녀석의 지위가 뭔지 잊은 모양이지.”

“북부 기사단을 이끄는 부대장이시죠. 그렇다고 해서 인간이 아니게 되는 건 아니잖습니까.”

바득바득 반박하는 크로마를 노려보던 두코가 한숨을 쉬었다. 날뛰던 바람이 가라앉았다.

“…이러는 이유가 뭔데, 그거나 말해봐. 너한테 무슨 이득이 있는 것도 아니잖냐.”

“답답해서 그럽니다. 서로 좋아하는 거 뻔히 보이는데 말 못 하는 게 안쓰러워서요.”

그럼 너는 왜 솔라에게 고백을 하지 않냐고 말하려던 두코는 입을 다물었다. 저 멀리서 시도폰과 대련을 마친 솔라가 걸어오고 있었으니까. 시도폰은 그들을 알아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두 사람은 여기서 뭘 하고 있었나?”

“북부에서 처리 못 한 일이 있어서요. 잠시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능숙하게 거짓말을 한 두코는 솔라가 조용히 시도폰의 뒤에서 대기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의 시선은 크로마도, 두코도 향하지 않고 시도폰만을 따라갔다. 무리하지 말라며 시도폰이 손을 흔들며 숙소로 향했고, 솔라가 그 뒤를 쫓았는데, 그들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멀어진 뒤에야 두코가 말을 꺼냈다.

“네가 솔라에게 말하지 못하니까 나라도 해라, 그런 거였나?”

정곡을 찔린 크로마가 고개를 들지 못하자, 두코는 미간을 짚었다.

“오늘 일은 없던 거로 하지. 숙소로 돌아가자, 분위기 장난 아니겠군.”

“죄송합니다.”

“이미 일어난 일인데 뭐 어쩌겠어. 수습은 알아서 해라 난 아무것도 안 할 거니까.”

돌아온 두 사람은 시도폰과 신나게 수다를 떨고 있는 기사단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모두가 그 일을 잊은 건 아니었으니…. 프라이에가 그들에게 다가가자 두코는 잽싸게 제 방으로 들어갔고 크로마만 붙잡혔다.

“잠깐 이야기 좀 할까? 방에 들어가서.”

프라이에는 평소와 같은 온화한 얼굴이었지만, 손에 들어간 힘은 그의 감정과 표정이 따로 논다는 것을 아주 명확하게 말해주고 있었다. 간신히 두코에게서 빠져나왔던 크로마는 그대로 붙잡혀 방으로 끌려갔고 영문을 모르는 시도폰이 무슨 일이 있었냐고 기사들에게 묻자, 그들은 잘 모르겠다며 대충 둘러댔다.

잠시 후, 씻고 나온 솔라가 먼저 자러 들어가 보겠다고 시도폰에게 보고했다.

“응, 내일 봄세.”

체스판에 집중하고 있던 시도폰이 고개를 들어서 그를 보내고 다시 게임으로 눈을 돌렸다.

 


자리에 누운 솔라는 시도폰과의 대련을 떠올리며 눈을 감았다.

“먹었으니 몸을 움직여야지.”

연회가 끝나고 다 같이 숙소로 돌아온 지 얼마 안 되어서, 어디로 가냐는 솔라의 물음에 대한 시도폰의 대답이었다. 혼자 할 생각인지 솔라에게 따라오라는 말없이 훈련장으로 향한 시도폰은, 어느새 그림자처럼 따라온 솔라에게 가봐도 좋다고 말했다. 솔라는 고개를 저으며 칼자루에 손을 얹었다.

“상대를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눈을 동그랗게 뜬 시도폰이 ‘나야말로, 잘 부탁하네.’라며 훈련용 목검을 들었다.

“창을 쓰지 않으시고요?”

“오늘은 내내 그걸 들고 있어서 그런지 별로 쓰고 싶은 마음이 안 드네.”

물론 무기가 바뀌었다고 시도폰이 불리해지는 건 아니었다. 창을 쓸 때보다 날렵한 움직임으로 시도폰이 솔라에게 달려들었고, 솔라는 침착하게 공격을 막아내면서 뒤로 물러났다. 두 검이 둔탁한 소리를 내며 부딪혔다가 떨어졌고, 두 사람이 훈련장 바닥에 그린 자국이 끝도 없이 이어졌다. 검에 집중하던 시도폰이 문득 떠올랐다는 듯 말을 꺼냈다.

“그런데 아까 왕자 저하께서 하신 말씀을 들었나?”

“1왕자 저하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시도폰이 고개를 끄덕였다. 솔라는 시도폰이 왕자의 속뜻을 모르길 바라면서 조심스레 들었다고 대답했다. 여전히 시도폰의 손목엔 리본이 묶여 있었다. 솔라의 시선이 그쪽으로 향하자 시도폰이 어색하게 웃었다.

“뭐라고 하실 줄 몰랐네. 사제라고 해도 왕족이 참가하는 연회엔 공들여서 치장이라도 하고 왔어야 했을까.”

“이미 알고 계셨군요.”

“모르고 싶었네.”

탁! 하는 묵직한 소리가 울렸고, 솔라의 검이 손에서 떨어져 나갔다. 순간 힘 조절을 못 했다며 시도폰이 사과했고, 날아간 검을 주워다 손에 쥔 솔라가 계속하겠냐고 물었다.

“아니, 이야기나 더 하지. 가서 씻고 자야 하니까.”

“예.”

검을 내려놓은 뒤, 잠깐의 침묵이 흐르고 바람이 한차례 세차게 불었다.

“아까까진 잔잔했는데, 갑자기 바람이 부는군, 두코가 화가 났나?”

“…모르겠습니다.”

“그때 내가 어떤 대답을 하는 게 가장 적절했을 거로 생각하나?”

“저는… 솔직히 당신께서 답한 것이 부적절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왕자 저하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서라면 더 좋은 대답이 있었겠지만, 당신께서 그분의 비위를 맞출 필요는 없으니까요.”

“고맙네. 카리가… 아니, 그분께서 준 게 아니라 정말로 아이들이 그 리본을 줬다고 해도, 하고 왔을 테니까.”

그 말에 솔라는 속에서 꿈틀거리던 또 다른 불쾌감이 사라지는 걸 느꼈다. 시도폰은 어깨가 결리는 것처럼 손으로 그 근방을 주물렀다.

“피곤하십니까?”

“응, 조금. 방금 대련 때문은 아니고 아까 너무 긴장해서 그런 것 같네.”

그 뒤로 시도폰은 솔라에게 시답잖은 농담이나 하다가 숙소로 돌아가자고 일어섰다. 그렇게 돌아오는 길에 두 사람은 심상찮은 분위기의 두코와 크로마를 마주쳤던 것이었다.

 

회상을 끝낸 솔라가 잠이 오지 않아 뒤척이다가 몸을 돌렸다.

 

집행자께서 성녀를 각별히 생각하신다는 건 알았지만, 자신까지 물리면서 그분을 찾아갈 줄은 몰랐다. 기사단장 임명식과 연회 사이의 그 짧은 시간이라도 쉬시길 바라면서 대신 높으신 분들을 상대했었는데, 설마 쉬는 게 아니라 그분을 만나러 가셨을 줄이야. 솔라는 무심코 이불을 세게 잡았다.

‘배신감을 느끼나? 내가 감히 그분께?’

물론 성녀와 집행자 사이니 공무에 관해 논하기 위해 만났을 수도 있었다. 솔라는 그렇게 생각하고 싶었다. 하지만 제게서 커다란 꽃다발을 받아갈 때의 표정과 성녀를 뒤따르던 발걸음을 떠올리면 자신의 추측은 단순한 바람일 뿐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집행자를 보는 것과 비슷한 눈으로, 집행자는 성녀를 보았다. 성녀의 얼굴은 베일에 가려져 있었으니 그의 표정은 알 길이 없었지만, 자신의 호위 기사에게도 세 발자국의 거리를 두는 이가 시도폰과는 거의 붙어서 나갔으니 베일 아래의 표정도 쉽게 추측할 수 있을 것이었다.

반대 방향으로 돌아누운 솔라는 생각을 이어갔다.

집행자는 성녀를 어떻게 생각할까. 답은 이미 나온 것 같았다.

사람을 드물게 만난다는 성녀가 어린 시절 친했던 집행자에게 애정을 가지는 것쯤이야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그런 과거의 일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집행자는 그 존재만으로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아 마땅하니까.

하지만 그 반대는? 집행자는 인류의 구원자, 등불, 모두를 공평하게 대해야 하는 사람이었다. 그가 누군가를 특별히 여기는 것이 마땅한 일인가? 그의 힘은 모두를 구하기 위해 주어진 힘인데, 한 사람만을 사랑한다면 그 힘은 무슨 의미가 있는 거지? 지금은 나만 그런 의심을 하는 것 같지만, 다른 이가 이런 의심을 하고 그분을 공격하려고 한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하지?

그런 생각을 떨치려는 듯 솔라는 눈을 세게 감았다.

‘그분을 의심하고 싶지 않아. 지금은 조금 혼란스러운 시기라고 생각하자. 이제 막 기사단장이 된 데다가 아직은 어린 시절의 기억이 생생하게 남아있을 때니까. 감히 그분을 방해하고 유혹하는 것들을 치워버리면… 마땅히 가야 할 길로 돌아오시겠지.’

집행자가 올바른 길로 향하도록 도와야겠다고 다짐한 솔라는 그제야 잠들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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